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46
245화. 선생니이임-! 피부가 저릿저릿할 만큼 가공할 살기가 담긴 목소리가 넓은 공동 안에 울려 퍼졌다.
“오장로. 어째서 실패한 것이냐.”
목소리의 주인은 흑립을 눌러쓰고 있었다. 흑립 아래로 드러난 피부에는 거미줄 같은 흉터가 가득했다.
흑립인이 서 있는 곳은 높이 세워진 제단의 아래. 제단으로 오르는 계단의 좌우를 따라 수백 개의 횃불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방해꾼이 있었어.”
그리고 제단 아래에는, 남궁세가에서 도망친 흑야마제가 심문받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흑립인이 다시 물었다.
“방해꾼? 자세히 말하라.”
“창천검왕 늙은이랑 싸우고 있는데 방울 소리가 잦아들더군. 그리고 만마몽혼진의 기운이 흩어졌고, 나중에는 놈이 나까지 기습했다. 아마 혈령자를 죽인 것도 그놈일 거야.”
흑야마제는 흑립인이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했다. 초췌한 목소리. 하지만 그의 눈빛은 어딘가 위험해 보였다.
마치 목줄을 끊고 주인에게 달려들기 직전의 사냥개처럼.
하지만 흑야마제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탓에, 흑립인은 그의 눈빛을 보지 못했다.
“놈의 정체는 알아냈나?”
“복면을 쓰고 있었다.”
“네가 도망칠 정도면 보통 고수가 아닐 것이다. 십존 중 하나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누가 도망쳤다는 거야?”
고개를 든 흑야마제가 하얗게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스멀스멀 피어오른 어둠이 공간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가까이 있던 횃불 중 하나가 픽 하고 꺼졌다.
“말을 좀 가려서 해야지. 응? 작전상 후퇴라니까.”
나른한 말투였으나 그 시선은 불온하기 짝이 없었다.
절정의 고수도 똑바로 마주 보지 못할 만큼, 흑야마제의 눈빛은 짙은 마기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흑립인은 불쾌하다는 듯 눈썹을 한번 꿈틀거릴 뿐이었다.
“오장로. 너의 실패로 본교의 대계가 시작부터 크게 어그러졌다. 그런데도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하구나.”
“…….”
흑립인은 흑야마제의 기세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그는 그럴 만한 위치에 있었다.
혈교의 장로에게조차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존귀한 존재.
흑립인은 혈교의 사도(使徒)였다.
“오장로는 새로운 명령이 있을 때까지, 지하 뇌옥에서 근신하라.”
그의 명령에, 어둠 속에 기척을 숨기고 있던 혈교의 고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 기세가 전부 절정고수 이상이었다.
하지만 흑야마제는 다가오는 혈교의 고수들에겐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봐. 일사도(一使徒).”
그의 시선은 오로지 제단 위에 있는 사도를 향하고 있었다. 입술을 핥은 그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묻지. 본교에 있는 역천신공은 불완전하다고 하지 않았나?”
“……무슨 의도로 하는 질문이더냐?”
“그래서 교주 후보들이 전부 죽거나 미쳐 버렸잖아. 하나같이 약해빠져서. 맞지?”
“지금 본 사도의 인내심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냐?”
“날 공격한 놈 말이야. 적발적안이었거든.”
“……!!”
그 순간, 일사도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적발적안은 천하에서 유일한 역천신공의 특징.
그리고 역천신공은 대대로 혈마의 독문무공이었다.
헌데, 흑야마제를 방해한 자가 적발적안의 무공을 사용했다고?
일사도의 흑의장포가 미친 듯이 펄럭거렸다.
“진정 그게 사실이더냐?”
“확실해. 역천신공이었어. 그것도 제대로 된 거였다고.”
흑야마제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클클 웃었다.
그는 무시무시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괴물이었다.
현 장로들 중에서도 대장로를 제외하면 대적할 자가 없을 정도로.
그런 흑야마제가 확신했다면, 아마도 분명할 터였다.
“지금부터 네 눈으로 본 것을 낱낱이 고하라!”
쿵……!
일사도가 발을 구르자, 제단 전체가 흔들렸다. 목소리가 크게 격앙돼 있었다. 당장 흑야마제의 멱살이라도 잡을 듯했다.
하지만 이어진 흑야마제의 말에 그는 걸음을 멈춰 세웠다.
“더 알고 싶으면 역천신공을 가져와.”
“……뭐라?”
“내가 직접 익혀 봐야겠어. 이번에 놈이랑 싸우면서 느꼈거든.”
흑야마제는 백수룡과 싸우면서 평생 느껴 보지 못한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
바로 위압감.
그것을 느꼈기에, 상대의 무공을 ‘진짜 역천신공’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만약 놈이 익힌 것이 다른 무공이었다면, 어렵지 않게 짓눌러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일사도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오장로.”
“나도 혈마 후보잖아! 응? 더 이상은 못 기다리겠다고!”
현재 혈교에는 사도들에 의해 선별된 혈마 후보들이 경쟁하고 있었다.
흑야마제 또한 후보 중 하나였다.
그것도 일사도가 내정한, 가장 유력한 후보.
하지만 흑야마제는 지금껏 역천신공을 익히지 않았다.
그것은 일사도의 결정이었다.
“당신은 역천신공이 완전해졌을 때 내게 익히게 해 주겠다고 했지.”
“…….”
“지금까지는 별 불만이 없었어. 왜냐면, 그딴 게 없어도 나는 강하니까.”
수많은 실험을 통해 역천신공이 완성되면, 일사도는 그때 흑야마제에게 익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흑야마제는 그래도 상관없었다.
지금까지 무공을 익히면서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고, 사부가 남긴 흑야마경만으로도 창천검왕을 죽일 만큼 고강한 경지에 올랐으니까.
하지만 ‘진짜 역천신공’을 보고 온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불완전하더라도 상관없으니 가져와. 부족한 부분은 내가 채울 테니까.”
“……무리한 요구다. 너는 아직 역천신공을 익혀선 안 된다.”
“그건 내가 판단해. 가져와. 역천신공을.”
흑야마제의 말이 점점 짧아진다.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낀 일사도가 수하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츠츠츳…….
흑야마제를 둘러싼 혈교의 고수들이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본 흑야마제가 피식피식 웃었다.
“솔직히 말해 봐. 왜? 내가 익히면 당신이 제어할 수 없는 괴물이 탄생할 것 같아서 두렵나?”
“오장로…….”
“그런데 어쩌지? 나는 이미 괴물인데.”
흑야마제의 빈정거림에, 일사도의 눈에 살기가 맺혔다.
“자중하라. 기어오르지 말고.”
고오오오오-!
사도의 몸에서 가공할 기파가 번져 나왔다.
놀랍게도 그 기운은 흑야마제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상상 이상의 힘을 느낀 흑야마제도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과연. 지난 전쟁에서 살아남은 망령이로군. 당신이 검존의 검을 꺾었다며?”
“마지막 경고다. 뇌옥으로 들어가 근신하라. 곧 다시 부를 테니 머리를 식히고 있도록.”
크크크…….
흑야마제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먹물이 번져 나가듯, 공동 안에 어둠이 번져 나갔다.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흑야마제가 말했다.
“처음부터 짜증 났어. 사부가 물려준 장로 노릇을 하는 것도 그렇고, 듣도 보도 못한 사도란 놈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도 그렇고. 그리고 예전부터 의문이 들었는데…….”
흑야마제의 흰자위가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흑암강기가 몸을 완벽하게 감쌌다. 그를 휘감은 어둠이 불꽃처럼 활활 타올랐다.
“꼭 역천신공을 익혀야 해? 그냥 가장 강한 놈이 혈마가 되면 되는 거 아니야?”
“멈춰라. 마지막 경고다.”
흑야마제는 멈추지 않았다. 그가 손을 뻗자, 그를 포위해 오던 혈교의 고수들이 고깃덩이로 변했다. 철벅. 피 웅덩이를 밟으며, 흑야마제는 일사도에게 걸어갔다.
“역천신공을 가져와. 아니면 내 손에 전부 죽든가.”
“무엇이 너를 이리 조급하게 만들었더냐.”
“크크크…….”
백수룡과의 만남이 흑야마제 내부의 무언가를 건드린 게 분명했다. 그의 두 눈이 흑요석처럼 새카맣게 빛났다.
“혈마.”
그렇게 내뱉은 흑야마제가 바닥을 부수며 뛰어올랐다. 그러곤, 곧장 제단 위에 있는 일사도를 덮쳤다.
“…….”
일사도는 피하지 않고 검을 뽑았다. 흑립 아래 가려진 그의 눈동자가 투명하게 빛나며 흑야마제를 응시했다. 그가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이 시간부로, 오장로 흑야마제를 본교의 반역자로 간주하겠다.”
“크하하하하하!”
그 순간, 흑야마제는 몸에서 파멸적인 어둠이 폭발했다.
제단을 밝히던 횃불이 모두 픽픽 꺼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흑야마제의 나른한 음성이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오늘부터 내가 혈마가 되겠다.”
그날, 흑야마제의 반란으로 혈교는 많은 피를 흘렸다.
* * *
남궁세가를 떠난 청룡학관 강사 일행은 천천히 말을 몰고 달렸다. 아직 부상에서 다 회복하지 못한 남궁수, 승마에 익숙하지 않은 남궁미를 배려한 일정이었다.
대부분 객잔에 들러 숙식을 해결했지만, 어쩔 수 없이 산속에서 노숙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모닥불 앞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어 먹었고, 식사가 끝나면 주로 무공을 수련하는 시간이었다.
“하아압!”
“차하앗!”
먼저 식사를 마친 악연호와 곽두용이 일어나 대련을 했다. 가벼운 대련이었지만, 둘의 눈빛은 실전처럼 날카로웠다.
채채채챙!
청룡학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강사들은 틈이 날 때마다 대련을 했다.
혈교와 생사를 건 싸움을 겪은 후, 강사들은 강해져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기들끼리 대련을 했고, 백수룡에게 지도를 부탁했다.
“무공을 봐달라고? 좋아.”
백수룡은 흔쾌히 동기들의 무공을 봐주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순진한 동기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돌아오는 길 내내, 백수룡에게 이렇게 갈굼을 당하게 될 줄은…….
“어이 악연호. 술 취했냐? 방금 그 비틀대는 보법은 뭔데?”
“잠깐 발이 꼬여서…….”
“발이 꼬여서어어? 실전에서도 그렇게 변명하면 적이 아이고 그렇습니까, 하고 기다려 준대?”
“……죄송합니다.”
“곽두용. 너는 베기 말고 찌르기 할 줄은 모르냐? 도객은 찌르기 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 어?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런 법이 생겼나?”
“아니 그게, 습관이라고 해야 하나…….”
“습관? 좋지. 아주 뒈지기 딱 좋은 습관이야. 나중에 염라대왕 만나면 꼭 ‘대왕님 저는 찌르기를 할 줄 모르는 좋지 않은 생활습관 때문에 뒈졌습니다’ 하고 말해라. 응?”
“고쳐 보마…….”
오늘도 백수룡은 옆에서 둘의 대련을 구경하며 신나게 갈구는 중이었다.
한마디 할 때마다 패 주고 싶을 만큼 얄미웠지만, 그럴 실력도 안 될뿐더러, 표현이 거칠 뿐 실제로는 금과옥조 같은 조언들이었다.
두 사람의 대련이 끝난 후, 백수룡은 손을 까닥여서 남은 둘을 불렀다.
“다음. 제갈소영이랑 명일오. 나와서 붙어 봐.”
“…….”
“…….”
앞으로 나서는 두 사람은 이미 죽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백수룡은 둘이 대련을 하는 내내 자세며 습관이며, 하나하나 지적하며 갈궈 댔다.
영혼까지 탈탈 털린 강사들이 주저앉아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하하, 하하하…….”
“난 무공에 재능도 없고 노력도 안 하는 쓰레기였구나…….”
“전 백룡장 애들이 문제아라고 생각했거든요? 걔들은 천사였어요…….”
그래도 강사들은 백수룡이 자신들을 위해서 악역을 자처한다고 믿었다. 일부러 심한 말을 해서 자존심을 건드리고, 더 이를 악물고 무공을 익히게 하려고 갈구는 거라고.
……진짜 그런 거겠지?
저 인간, 그냥 재미로 우리 갈구는 건 아니겠지?
“뭘 봐? 니들이 무공 봐달라며?”
“…….”
돌아가는 길은 대체로 평화로웠다. 그 흔한 산적 한 번 만나지 않았고, 시비도 붙지 않았다. 앞으로 사흘 정도면 청룡학관에 도착할 터였다.
아직 몸이 다 회복되지 않은 남궁수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자주 명상에 잠겼다. 무공에 작은 깨달음이 있었다고 하여, 일행들도 방해하지 않았다. 그 옆에는 남궁미가 얌전히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
백수룡은 남궁세가의 남매를 잠시 살피다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겉으로는 태연해 보이지만, 그의 속은 복잡했다.
‘혈교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
혈교는 남궁세가를 몰살시키면서 자신들의 부활을 화려하게 알리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실패했고, 이후에 혈교가 어떻게 나올지는 백수룡도 쉽게 예상할 수 없었다.
꼬리를 자른 채 잠시 숨어들 수도 있고, 반대로 정면에 나서며 그동안 숨죽여 지내던 사파 세력을 규합할 수도 있었다.
‘지금 같은 무림의 평화가 얼마나 이어질까. 아니, 평화는 이미 깨졌다고 봐야겠지.’
다들 깊이 잠든 시각에도.
백수룡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때, 그의 기감에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기척이 잡혔다.
‘뭐지?’
상당한 속도로 다가오는 기척은 하나가 아니라 다수였다.
최소 셋, 선두보다 뒤쪽에서 느껴지는 작은 기척들까지 포함하면 열 가까이 되었다.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수준이 상당했다. 하나하나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고수들이었다.
‘특히 선두에서 달려오는 자는…….’
지금의 백수룡도 쉽게 생각할 수 없을 수준의 고수였다.
상대는 자신의 강대한 존재감을 죽일 생각도 없는 듯했다.
백수룡은 표정을 굳히며 일행을 깨웠다.
“다들 일어나.”
“갑자기 왜…… 형님?”
잠에서 깬 동료들도 백수룡의 심각한 표정을 보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적인가?”
남궁수의 질문에 백수룡은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냥 지나가는 무인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기엔 기도가 너무 강해. 최악의 경우엔 혈교가 우릴 쫓아왔을 수도 있다.”
강사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뒤늦게 안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남궁세가에서 나온 그들을 혈교가 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싸울 준비해.”
백수룡의 말에 강사들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다들 긴장한 얼굴로 기척이 가까워지는 방향을 주시했다.
우우웅!
백수룡의 눈동자에 은은한 붉은빛이 감돌았다. 혈마안을 약하게 사용한 것이다.
“…….”
긴장감 속에서 반 각도 안 되는 시간이 하루처럼 느리게 흘러갔다.
그리고 잠시 후, 멀리서 달려오는 노인의 얼굴을 알아본 백수룡이 안도와 의아함이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관주님?”
“뭐?”
“누구요?”
질풍처럼 달려오는 노인의 정체는 청룡학관주 천수관음 노군상이었다.
마찬가지로 강사들을 발견한 노군상이 놀라서 소리쳤다.
“자네들!”
그의 뒤로 학생주임 매극렴, 부관주 곽철우도 달려오고 있었다.
청룡학관 강사들 중 최고의 전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속도를 줄인 노군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다들 무사했군.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관주님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무림맹에서 남궁세가가 공격당했다는 급보를 듣자마자 출발했다네. 대체 어떻게 된 건가?”
그때, 조금 늦게 도착한 매극렴과 곽철우가 각자 손자와 조카에게 다가갔다.
“다친 곳은 없느냐?”
다가와서 몸 여기저기를 살펴보는 매극렴의 질문에 백수룡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멀쩡합니다.”
“……그래. 그러면 되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으나, 매극렴은 눈을 감고 한숨을 푹 내쉬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야기할 시간은 돌아가는 길에도 많을 터였다.
그 와중에 남궁수가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음 날에 전서구로 소식을 전했는데, 엇갈린 모양입니다.”
“허허. 우리가 마음이 너무 급했던 게지. 다들 무사하니 그걸로 되었네.”
“휴우, 십년감수했네…….”
긴장이 탁 풀린 강사들이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어쨌거나 다행이었다.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 말이다.
세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천운이라 여기는 듯했다.
신입 강사들은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남궁세가에서 있었던 일을 아시면 난리가 나겠군.’
그때, 노군상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껄껄 웃으며 말했다.
“우리만 온 건 아니라네.”
“예? 또 누가 왔습니까?”
“무리라고 했는데도 아득바득 따라오더군. 곧 올 걸세.”
“누가…….”
잠시 후, 백수룡에게 아주 익숙한 기척들과 함께 악에 받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니이임-!”
백룡관에 있어야 할 그의 제자들이, 며칠 동안 씻지도 못했는지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참나.”
백수룡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