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47
246화. 영물 사냥 실습 (1)멀리서 백수룡을 발견한 학생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마다 소리를 질렀다.
“선생니이임-!”
“지, 진짜 선생님이야?”
“봐봐! 내가 멀쩡할 거랬잖아!”
강행군으로 다 죽어가던 학생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더니, 다들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경공을 펼쳤다. 마치 오랜만에 주인을 만난 강아지들이 꼬리를 열심히 흔들며 달려오는 것 같았다.
휘익!
휘이익!
잠시 후, 가장 먼저 도착한 건 헌원강이었다.
그런데 막상 백수룡 앞에 도착한 헌원강은 잠시 멈칫하더니, 의심스러운 눈길로 백수룡의 온몸을 훑었다.
“……진짜 선생님 맞아요?”
“뭔 소리야?”
“너무 멀쩡한데…….”
“죽어어엇!”
그러더니 다짜고짜 도를 뽑아서 휘두르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그 기세도 상당히 날카로웠다.
쐐애애액!
자신에게 날아오는 칼날을 본 백수룡은 황당함에 입을 떡 벌렸다.
‘이게 미쳤나?’
그 와중에 헌원강의 도법이 전보다 예리해진 점은 마음에 들었다.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증거였으니까.
물론, 스승의 옷자락을 건드리기엔 아직 어림도 없는 수준이었다.
휘익!
가볍게 헌원강의 공격을 피한 백수룡은 제자의 뒤로 돌아간 다음, 어느새 꺼내 든 흑룡편으로 정수리를 내리쳤다.
따악!
“꾸엑!”
바닥에 엎어진 헌원강이 두 손으로 정수리를 감싸며 고개를 들었다. 꽤나 아픈지 눈에 눈물이 찔끔 맺혀 있었지만, 비로소 백수룡을 다시 만났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 것 같았다.
“끄응. 정수리의 이 얼얼한 감각……. 백수룡표 매맛이 확실해…….”
“뭐래.”
백수룡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기야, 원강이 놈 이상한 게 하루 이틀 일인가.
그 사이, 다른 제자들도 도착해서 백수룡을 둘러쌌다.
“선생님!”
“괜찮은 거죠?”
“걱정했습니다. 갑자기 혈교가 남궁세가를 공격했다고 해서…….”
“어디 잘린 데는 없고요?”
차례대로 위지천, 여민, 거상웅, 야수혁의 말이었다.
다들 백수룡이 다치기라도 했을까 봐 많이 걱정한 모습이었다.
“보다시피 멀쩡하다.”
백수룡은 반가운 마음에 닿는 대로 녀석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거상웅과 야수혁은 키가 너무 커서 어깨만 툭툭 두드려야 했지만.
그러다 불현듯 어떤 생각이 미쳤는지, 백수룡의 표정이 굳었다.
“너희들…… 수업은 어쩌고 여기까지 왔어? 니들 천무제 나가려면 출석 일수 간당간당하잖아?”
“지금 수업이 문제예요?”
“혈교가 남궁세가를 공격했다는 소식에 무림맹이랑 학관이 뒤집혔다고요!”
“지금 모든 강의가 무기한 휴강이에요.”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백수룡은 참새처럼 조잘대는 제자들에 둘러싸여 정신이 없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제자들을 진정시켰다.
“한 명씩 말해라. 한 명씩.”
그때, 구석에서 끙끙거리며 일어난 헌원강이 입을 댓발 내밀며 작게 투덜거렸다.
“젠장. 부상을 틈타서 이번에야말로 한 방 먹이려고 했는데…….”
헌원강은 백수룡이 못 들을 줄 알았겠지만, 그의 스승은 아무리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자기 욕은 찰떡같이 알아듣는 인간이었다.
“뭐 인마?”
“흡!”
뒤늦게 입을 틀어막은 헌원강이 내빼려 했지만, 그 순간 백수룡의 신형이 연기처럼 흩어지며 헌원강의 앞에 나타났다.
젠장! 예전보다 더 빨라졌잖아!
속으로 비명을 지르는 헌원강을 향해, 백수룡이 걸어갔다.
“어쩐지 입에 거품까지 물고 달려오더라. 날 구하러 온 게 아니라 한 대 때려 보려고 온 거였다, 이거지?”
“그, 그게 그게 아니고……. 물론 선생님을 구하는 게 먼저고요……. 때리는 건 겸사겸사…….”
“원강아. 겸사겸사 오늘이 네 제삿날인 줄 알아라.”
“끄악! 아파요! 진짜 아프다고!”
백수룡은 한쪽 팔로 헌원강의 목을 감고, 다른 팔로는 주먹을 쥐어 헌원강의 이마를 꾹꾹 눌렀다.
만나자마자 스승과 제자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지켜보고 있던 강사들과 학생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헌원강을 괴롭히던 백수룡도 이내 피식 웃어 버리곤 제자를 놓아주었다.
‘돌아왔구나.’
아직 청룡학관에 도착한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고향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 * *
“허어…….”
노군상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친 학생들이 전부 곯아떨어진 시각.
청룡학관에서 출발한 세 사람은 남궁세가에서 있었던 일을 남궁수에게 직접 전해 들었다.
타닥, 타닥.
노군상은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낮은 한숨을 쉬었다.
“사람 속은 정말 모르겠군. 그 친구와는 수십 년 지기였는데도 말이야…….”
노군상은 창천검왕 남궁제학과 오랜 친우였다.
과거 혈교와의 전쟁에 함께 참여했던 전우이기도 했다.
하지만 창천검왕이 정파무림인으로서 결코 해선 안 될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대체 누가 알았겠는가.
무림십존이자 천하제일세가의 태상가주로 존경받는 창천검왕이, 뒤에서는 사파의 마두와 다를 바 없는 짓을 했으리라고 말이다.
씁쓸한 감정을 정리한 노군상이 남궁수에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 주어 고맙네. 가문의 치부를 말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인데.”
“……어차피 밝혀질 일입니다. 다만, 본가의 정식 발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노군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내 어디 가서도 오늘 들은 것을 이야기하지는 않겠네. 자네들도 그리 해 줄 게지?”
“물론입니다.”
“……그리하지요.”
함께 듣고 있던 부관주 곽철우와 학생주임 매극렴도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창천검왕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세 사람이었기에, 모두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침울해진 분위기에 노군상이 화제를 바꾸려고 했다.
“이제 이 이야기는 그만하지. 어쨌든 자네들이 무사 귀환했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그리고…….”
노군상의 깊은 시선이 백수룡을 향했다.
볼 때마다 기도가 달라지는 이 청년의 모습에, 전대의 노고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백 선생. 자네는 어디까지 강해지려고 그러나?”
“기연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글쎄요. 제가 전생에 덕을 좀 많이 쌓은 모양입니다.”
백수룡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하자, 노군상은 그만 너털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허허허!”
혈기왕성하던 젊은 시절이었다면, 노군상은 무서운 속도로 강해지는 백수룡에게 질투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무공을 수련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고, 아무리 기연이 있었다 한들 준비된 무인만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아는 나이였기 때문이다.
다만, 노군상은 선배로서 조언 정도는 해 주고 싶었다.
“내공이 깊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하지만 그에 걸맞은 신체의 격 또한 갖추어져야 한다네.”
보통은 오랜 세월 외공과 내공이 조화를 이루면서 무공의 성취 또한 높아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백수룡은 너무나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고, 깊어진 내공에 비해서 신체를 단련할 시간은 부족했다.
그나마 천하제일의 외공인 녹림십팔식을 수련해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것도 지금은 꽤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었다.
노군상이 부드러운 어조로 백수룡에게 조언했다.
“물론 자네도 알고 있겠지. 헌데 어쩐지, 지금의 자네는 조급해 보이는군. 그 나이에 그만한 무공을 익혔는데도 말이야.”
“…….”
“너무 서두르지는 말게. 무엇이든 한쪽에 치우치면 넘어지기 마련이야. 특히 자네처럼 빨리 달리면 크게 위험할 수 있다네.”
“조언 감사합니다.”
백수룡은 포권을 취해 고마움을 표현했다.
물론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군상의 말처럼 조급함을 버리기란 쉽지가 않았다.
‘혈교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또 나타날지 모른다.’
남궁세가를 공격하며 혈교는 자신들의 의지를 내비쳤다.
상상 이상의 힘을 보여 주며, 무림이 잊고 지냈던 혈교에 대한 공포를 다시 각인시켰다.
만약 백수룡이 나서서 막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커다란 혼란이 무림을 덮쳤을 것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해.’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혈교는 어떤 식으로든 다시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백수룡은 혈교를 막고 싶었다.
끝내 혈교를 탈출하지 못하고 죽은 사부들의 복수를 원했고, 겨우 찾은 일상의 행복을 지키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선, 더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조급해 보인 이유도 그러한 강박을 숨기지 못한 탓일 것이다.
‘너무 서두르지 말자.’
조급해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새삼 그것을 짚어 준 노군상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백수룡은 다시 한번 노군상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허허. 미래의 천하제일고수가 될지도 모르는 사내에게 가르침을 내리다니. 내가 다 영광이로군.”
그러자 매극렴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관주. 과한 칭찬에 이 녀석이 자칫 오만해질까 걱정이구려.”
“허허. 검치의 손자가 어디 칭찬에 오만해질 성격이오? 이미 자신만만하기로는 콧대가 저 하늘에 있을 텐데?”
“그건 그렇소만…….”
두 노인은 백수룡의 칭찬인지 욕인지 모를 말을 주고받았다.
그때, 조용히 듣고 있던 남궁수가 질문했다.
“학관은 어떻습니까?”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지.”
혈교의 등장은 전 무림이 긴장할 사건이었다.
소문이 이제 막 무림으로 퍼져 나가는 상황이었다. 무림맹은 맹에 속한 모든 문파와 세가는 물론이고, 오대학관에도 전부 연락을 취했다.
“무림맹에서 공문이 날아왔네. 야외 수업은 한동안 금지하고, 강사나 학생 중에 혈교의 간자가 있을지도 모르니, 색출하는 데 협조해 달라고 하더군.”
지금쯤 풍진호는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지 않을까.
백수룡은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식들을 본가로 불러들인 경우도 적지 않네. 이런저런 이유로, 아마 한동안은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 같군.”
짧으면 열흘, 길면 한 달 정도는 이런 상태가 유지될 것 같은데……. 노군상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남궁수가 미간을 깊게 모으며 물었다.
“허면, 올해는 천무제가 취소될 수도 있습니까?”
“그렇지는 않을 게야.”
그 질문에 백수룡도 표정을 굳혔지만, 다행히 노군상은 고개를 저었다.
“설령 무림맹주가 그걸 원해도, 천무학관주가 용납하지 않을 테지.”
천무학관주는 무림맹주 못지않은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
지금 무림맹의 요직에 앉은 고수들 대부분이 그의 제자였으니 말이다.
매극렴도 노군상과 같은 생각인 듯 말을 보탰다.
“혈교와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모르겠지만, 그 정도 일이 아닌 한 천무제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네.”
부관주 곽철용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히려 보란 듯이 진행할 분이지요. 사파의 위협에 굴복하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시지 않습니까.”
다른 두 사람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혈교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 정도로 천무제는 취소되지 않는다.
올해 천무제에 사활을 건 청룡학관 강사들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저, 관주님.”
조용히 강사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백수룡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는 좀 늦게 복귀해도 되겠습니까?”
“갑자기 말인가?”
“예. 어차피 복귀해도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백수룡은 고개를 돌려 곤히 잠든 제자들을 바라봤다. 씨익. 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맺혔다.
“밖에 나온 김에 애들 수련 좀 시키려고요.”
“수련이라니? 어디서 말인가?”
노군상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러다 백수룡의 시선이 한 방향을 향하는 것을 보고, 그 시선을 따라갔다.
그 시선의 끝에는 두 절세고수의 격전으로 황폐화된 천주산 일대가 있었다.
“산에 좀 데려갈까 합니다.”
“산?”
-간혹 천재지변 따위로 영산(靈山)이 파괴되면 말이다.
백수룡은 과거 맹호악이 해 준 이야기를 떠올렸다.
-산에 조용히 숨어 살던 영물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이동을 시작한다.
평생 온갖 산을 누비며 살았던 녹림투왕의 이야기 중에서도 꽤나 흥미로웠던 이야기.
-평소에는 나도 찾기 힘들 정도로 감쪽같이 기척을 숨기고 다니는 놈들이지만, 이때는 돌아다닐 수밖에 없어서 찾기가 훨씬 쉬워지지.
마침 이 순간에 이런 기억이 떠오르다니.
행운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이 모두에게 행운은 아닐 수도 있었다.
“애들 야전 경험도 시켜 주고, 영물도 좀 있으면 잡아 보려고요.”
“허허! 영물이라? 그거 재미있겠군.”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영물을 잡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니 말이다.
산에서 영물을 만나는 것 자체가 기연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노군상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관주 재량으로 허락해 주지. 단, 너무 길게는 곤란하네. 늦어도 보름 안에 돌아오시게. 그쯤이면 정상적으로 수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감사합니다.”
관주의 허락을 받은 백수룡은 활짝 웃으며 포권을 취했다.
“헌데, 학생들에게도 의사를 물어봐야 하지 않나?”
“에이. 곤히 자고 있는데 뭐 하러요. 내일 일어나면 천천히 ‘설득’ 하면 됩니다.”
“……뭐, 알아서 하시게.”
그렇게, 학관주의 방임 속에 학생들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아, 간혹 말이다.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은 영물들은 마물(魔物)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날, 많이 피곤했던 탓인지 학생들은 전부 악몽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