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7
26화. 실기시험에 대해서16개 조의 면접이 모두 끝나고 지원자들이 면접장에서 나간 뒤.
화염도 곽철우가 혀를 차며 말했다.
“뭐 저런 건방진 놈이 있나. 뭐? 외공으로 묵사발을 내?”
“…….”
“남궁 선생. 마음 쓰지 말게. 어떻게든 면접관 눈에 들어 보려고 발악을 하는 게야.”
“…….”
곽철우는 아까부터 말이 없는 남궁수의 눈치를 살폈다.
나이로 보나 무림의 배분으로 보나 남궁수보다 윗사람이었지만, 그는 남궁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삼절검(三絶劍) 남궁수.
청룡학관 제일의 일타강사로, 매 학기 그의 수업을 듣기 위해 수많은 학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설 정도였다.
학관 외부에서도 개인과외 요청이 쇄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오대학관에서도 남궁수에게 이직 제안을 여러 번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말이다.
‘남궁 선생이 우리 청룡학관에 애정을 가지고 남아 줘서 다행이지…….’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은 모르는 것이 아닌가?
만약 남궁수가 어느 날 다른 오대학관에 이직이라도 해 버리면, 안 그래도 명성이 기울어 가고 있는 청룡학관은 앞으로 무림 오대학관의 말석에조차 들지 못할 것이다.
청룡학관의 미래를 생각해야 하는 부관주의 입장에서, 남궁수는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백수룡이라고 했나. 비응객이 추천한 청년이라 면접은 통과시켜 주려 했지만…….’
곽철우가 보기에, 백수룡은 면접에서 할 수 있는 최악의 악수를 두었다.
일타강사의 심기를 거스르게 했으니, 설령 면접에서 붙고 실기시험까지 통과해 임시강사가 된다 해도 그의 앞날엔 먹구름이 가득할 것이다.
“남궁 선생의 명성이 워낙 자자하니 한번 손속이라도 겨뤄 보고자 하는 어중이떠중이가 한둘인가. 내 선에서 처리할 테니 신경 쓰지 말고…….”
“…….”
남궁수는 여전히 생각에 잠겨 있는지 말이 없었다. 초조해진 곽철우가 입술에 침을 바르고 말했다.
“혹시 내가 아까 싸움을 말려서 기분이 상했나? 하지만 자네가 그자를 다치게라도 했으면, 분명 밖에 나가서 자네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트리고 다녔을 거야. 그래서 말린 것이니 기분 나빠하지 말고…….”
“흠. 내가 보기엔 그럴 청년 같지는 않던데.”
곽철우는 눈치 없이 끼어든 사람을 째려봤지만, 그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관주님…….”
청룡학관의 관주이자 수십 년 전부터 무림 백대고수로 손꼽히는 노인에게 뭐라고 할 정도로 간이 크지는 않았으니까.
노군상이 허허 웃으며 조금 전의 일을 상기시켰다.
“부관주가 말리지 않았으면 당장이라도 덤빌 기세였어. 남궁 선생이 보기에는 안 그랬나?”
“……맞습니다. 자신감이 과하더군요.”
남궁수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노군상이 짓궂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런데 왜 가만히 있었나? 그의 외공 실력이 궁금하지 않았나?”
속마음을 꿰뚫을 듯한 노인의 눈빛.
그러나 남궁수의 차가운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상대할 가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먼저 상대를 도발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하긴, 아무리 압박 면접이라고 해도 강도가 심하기는 했지.”
남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상대 입장에선 충분히 화가 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상황에서 제가 그를 외공으로 꺾어 봤자, 자존심에 더 큰 상처만 입혔겠지요.”
승부를 가렸으면 자신이 당연히 이길 거라는 태도.
청룡학관 일타강사이자 절정의 무인으로서 당연한 자신감이었다.
게다가 망신당할 것이 뻔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까지.
곽철우가 또 한 번 감탄했다며 남궁수를 치켜세웠다.
“남궁 선생은 실력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넓은 대인배로군. 충분히 화가 날 상황인데 상대를 망신 주는 게 싫어서 참다니……. 이런 점은 다른 선생들도 본받아야 해!”
“아닙니다. 흥분해서 지원자에게 심한 말을 한 것을 보면 저도 아직 수양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다 우리 청룡학관을 위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나온 말이 아닌가! 내가 봐도 그 친구는 외공 강사에 지원할 만한 몸이 아니었어.”
곽철우가 남궁수의 얼굴에 금칠을 하고, 남궁수는 덤덤한 표정으로 겸양을 떨었다.
그들 사이에 앉은 노군상은 팔짱을 낀 채로 방금 나간 청년을 떠올렸다.
‘백수룡이라고 했던가.’
그의 말투와 몸짓, 면접관들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찰하던 예리한 눈빛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다.
……무공은 별로 강해 보이지 않았지만, 노군상은 그 젊은 청년 앞에서 이상하게 긴장하고 있었던 자신을 느꼈다.
“자네들은 백수룡을 면접에서 떨어뜨려야 한다고 생각하나?”
“예.”
곽철우는 바로 대답했고, 남궁수는 잠시 노군상의 표정을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도 탈락시키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만……. 관주님께선 생각이 다르신지.”
16개 조의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노군상은 면접자의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개입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대체로 허허 웃으며 가끔 면접자의 신변잡기나 물어볼 뿐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곽철우와 남궁수, 두 사람이 면접자의 합격과 탈락 여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십육조에서 악연호, 명일오, 그리고 백수룡을 통과시키겠네.”
처음으로 확실하게, 노군상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었다.
아니 그것은 의견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였다.
“예? 왜요?”
놀란 곽철우가 눈을 크게 뜨고 묻다가, 이내 상대에 대한 실례라는 것을 알고는 눈을 내리깔았다.
“죄, 죄송합니다, 관주님.”
“괜찮네.”
노군상은 허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알 수가 없어서라네. 이 나이쯤 되면 일각만 이야기를 나눠 보아도 상대의 무공이나 성정을 대충 알기 마련인데, 그 친구는 좀처럼 모르겠네. 가늠이 되질 않아. 무공 수위도 그렇고,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도통 모르겠어.”
이런 경우는 수십 년 만이야, 하고 노군상이 어린아이처럼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남궁수가 다소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관주님께서 누군가를 그렇게 칭찬하시는 경우는 처음 보는군요.”
“아직 칭찬이라고 하기는 어렵네. 그저 괴짜일 수도 있지. 다만 한 번 정도는 더 보고 싶다네.”
“그렇습니까…….”
남궁수는 잠시 말이 없더니, 지나가듯이 툭 말했다.
“제가 반대해도 변하지 않는 결정입니까?”
“왜? 신경이라도 쓰이나?”
“…….”
찰나의 순간, 노군상과 남궁수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 모습에 곽철우가 어쩔 줄 몰라 무슨 말이라도 꺼내려 할 때, 남궁수가 웃으며 한발 물러났다.
“알겠습니다. 관주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저도 한 번 더 보고 싶군요.”
남궁수의 부드럽게 미소 지었으나, 그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다음엔 저도 제가 못 본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랬으면 좋겠군. 우리 청룡학관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말일세.”
“…….”
노군상의 묘한 말에 남궁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둘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곽철우가 얼른 바깥에 대고 소리쳤다.
“십칠조 들어오시오!”
* * *
“형님. 너무 심했던 것 아니에요?”
“심하긴 뭐가.”
내 심드렁한 대답에 악연호가 내 옆에 바짝 붙더니 속삭였다.
“청룡학관 일타강사를 도발하면 어떻게 하냐고요. 부관주님이 뜯어말려서 다행이지 잘못했으면…….”
“말릴 줄 알았어.”
“예?”
내가 피식 웃자 악연호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설명을 덧붙였다.
“너 같으면 학관에서 제일 귀하신 일타강사를 신입 강사 지원자랑 싸우게 하겠냐? 이겨 봤자 본전도 못 건지는 데다, 혹여라도 졌다간 그 쪽팔림을 어떻게 감수하려고?”
“그래서 일부러?”
“최소한 인상은 강렬하게 남았겠지.”
물론 남궁수와 ‘외공’으로 붙는다는 가정을 해도 이길 자신은 있었다.
내게는 맹사부가 남긴 녹림십팔식이 있으니까.
‘그래서 조금 강하게 나가 본 건데…….’
예상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고, 곽철우가 중간에 끼어들어서 싸움을 말렸다.
그 뒤에서 당황한 남궁수의 눈빛이 얼마나 흔들리던지…….
아마 지금쯤 상대가 불쌍해서 참았다, 학관의 위신을 생각해 참았다, 따위의 변명을 늘어놓고 있을 것이다.
“쫄보 새끼. 걸렸으면 그대로 손모가지를 꺾어 버리는 건데.”
뭐, 앞으로도 시간은 많다.
나는 우선 청룡학관의 일타강사가 될 생각이고, 그렇다면 남궁수와는 계속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괴롭혀 주지.”
내가 씩 웃으며 말하자, 악연호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그러다 면접에서 떨어지면 어쩌려고요?”
면접에서 떨어지면?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청룡학관 반대편에 커다란 장원을 하나 짓고, 거기다 내 성을 따서 백룡학관을 차릴 거다. 십 년만 지나면 내가 가르친 녀석들이 청룡학관 녀석들을 전부 두들겨 패고 다닐걸.”
수중에 돈이 없었다면 모를까.
내게는 허 노인에게 물려받은 유산과 장사 밑천이 있었다.
‘이참에 학관업을 크게 벌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시간이 문제일 뿐, 결국에는 학생을 끌어모을 자신이 있었다.
청룡학관에서 경력을 쌓고 시작하는 것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말이다.
“날 떨어뜨리면 면접관들 눈이 그것밖에 안 되는 거겠지. 난 아쉬울 것 없다.”
“어쨌든 당당한 것 하나는 좋네요.”
“그래. 너는 특별히 면접 없이 강사로 채용해 주마. 우리 백룡학관의 설립 강사로…….”
“이 아우, 멀리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면접장을 빠져나오는 우리의 뒤로, 낯선 기척이 접근했다.
“말씀 나누시는 중에 죄송합니다.”
뒤를 돌아보자, 짧은 머리에 서글서글한 인상의 사내가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그를 알아보았다.
‘명일오라고 했나.’
우리와 함께 면접을 본 사내로, 키가 작고 몸이 차돌처럼 단단해 보였다.
한눈에 봐도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에 실제로 성격도 싹싹해서, 곽철우가 악연호 다음으로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같다.
실력도 괜찮아 보이는데, 백룡학관 강사 후보로 넣어 봐?
“저는 산동 명가장 출신의 명일오라고 합니다. 악 소협. 예전에 한 번 뵌 적이 있는데 혹시 기억하십니까?”
명일오가 악연호에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그 순간 악연호가 드물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음. 죄송한데 기억이 잘……. 언제 뵈었죠?”
“연화 아가씨의 스무 살 생일이었습니다.”
“아……. 그때요?”
“하하. 사람이 워낙 많아서 기억 못 하실 겁니다. 사실 저도 멀리서 잠깐 뵌 것이 전부입니다. 벌써 몇 해나 지나기도 했고요.”
“그러게요. 벌써 그렇게…….”
산동악가와 명가장은 둘 다 산동 지역에 있었다.
하지만 지역의 패자라고 할 수 있는 산동악가와는 달리, 명가장은 중소문파였다.
그렇기 때문에 악연호는 상대를 신경 쓰지 않아도, 명일오는 그럴 수가 없는 입장이었다.
“동향 사람끼리 만난 것도 인연인데, 식사라도 함께하시겠습니까?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음. 그게…….”
왜 나를 봐?
악연호가 내 눈치를 보더니 물었다.
“형님은 어때요?”
……아. 나 때문이었어?
“나는 상관없는데.”
“백 소협도 함께 자리를 빛내 주시지요! 하하. 아까 면접관들 앞에서 보여 주신 배포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보는 사람마저 기분이 좋아지는 미소.
붙임성이 얼마나 좋은지, 명일오는 처음부터 우리 일행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그런데 두 분.”
주위를 슬쩍 둘러본 명일오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실기시험에 대해서는 알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