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6
25화. 증명해 볼까? 곽두용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소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보다 못한 학생주임이 끼어들었다.
“그만-!”
학생주임이 기숙사를 노려보며 일갈했다.
“지금부터 뭘 던지는 녀석들은 모두 벌점이다!”
그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 직후, 날아오던 물건이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평소에 얼마나 애들을 쥐 잡듯이 잡았으면.’
학생들이 학생주임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학생주임의 부리부리한 시선이 우리를 향했다.
“당신들도 마찬가지요! 더 이상 소란을 일으키면 면접이고 뭐고 쫓아내겠소!”
그 순간, 나와 악연호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예? 저희는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가만히 있었는데 저쪽에서 갑자기…….”
우린 정말로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소곤댄 것은 곽두용 외에는 못 들었다), 학생주임의 매서운 시선은 곧바로 곽두용을 향했다.
“면접이 끝났으면 바로 돌아가시오!”
“예? 하지만……!”
“강제로 쫓아내 드릴까?”
씩씩거리던 곽두용은 노인의 서슬 퍼런 눈빛에 찔끔하더니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나는 뒷짐을 진 채로 도망치는 곽두용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하다못해 내공조차 끌어올리지 않고 적을 물리쳤다.
평생 수많은 고수를 봐 왔지만 처음 보는 일이었다.
깨달음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왔다.
“……그래. 그런 거였군.”
오늘 아침부터 방금까지,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나는 한 가지 큰 깨달음을 얻었다.
“하하…….”
내가 득도한 스님처럼 부드럽게 웃자 악연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예? 뭐가 그래요?”
나는 나의 깨달음을 그에게 기꺼이 전해 주었다.
“짜릿해. 새로워. 잘생긴 게 최고야.”
“……?”
그 순간 악연호가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괴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까는 망할 외모지상주의라면서?”
“다 못난 놈들의 변명이지. 이렇게 태어난 걸 어쩌겠냐. 앞으로는 겸허히 내 본모습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허허롭게 웃음을 지었고, 악연호는 어째선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자각은 하길 바랐지만, 이 정도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잠시 후, 우리는 드디어 차례가 되어 면접장 안으로 들어갔다.
* * *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학생주임 매극렴은 미간을 가늘게 좁히고, 면접장 안으로 들어가는 두 청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둘 다 기생오라비처럼 곱상하게 생긴 것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매극렴은 상대의 외모로 섣불리 편견을 갖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가 평가하는 것은 오로지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방금의 소요도 매극렴은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
‘사람이 여럿 모이면 이런저런 다툼이 생기게 마련이지.’
그런데 왜…….
방금 면접장에 들어간 두 청년 중, 키가 큰 쪽의 얼굴이 계속 아른거리는 것일까.
“졸업생의 자식인가?”
매극렴은 기억에 남을 만한 졸업생들을 떠올려보았다.
그가 청룡학관에서 강사로 일한 지도 수십 년이 넘었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 이십 년 간 졸업한 졸업생 중에는, 방금 들어간 청년과 크게 닮은 이가 없었다.
‘잘생긴 청년들이야 많았지만…….’
저렇게 여학생들이 난리를 칠 정도로 잘나고, 잘 차려입고 온 경우는 없었다.
매극렴은 조금 더 과거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그러다 불쑥, 세상에서 가장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얼굴이 떠올랐다.
“설마…….”
오늘만큼 요란하지는 않았지만, 입학한 순간부터 수많은 여학생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던 청년.
기숙사 내에서 풍기문란 사고를 일으킬까 봐 늘 주시했던 경계 대상 1호.
학관은 물론이고, 도시 전체에 풍류공자로 유명했던 놈.
그리고 그 무엇보다, 하나뿐인 딸자식을 훔쳐서 도망간 천하의 죽일 놈.
결국 자신의 하나뿐인 딸과 의절하게 만든 그놈!
옥면공자(玉面公子) 백무흔!
“닮았어…….”
갑자기, 매극렴은 방금 들어간 청년의 이름이 못 견디게 궁금해졌다.
* * *
면접장 안은 단출했다.
넓은 방 안에는 별다른 가구도 없이, 양쪽에 탁자와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안쪽에 세 명의 면접관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으며 그들을 살펴보았다.
‘가운데가 천수관음, 좌측이 화염도, 우측이 삼절검인가?’
그 반대편 탁자에 나와 악연호를 포함한 지원자 다섯 명이 나란히 앉았다.
“그럼 십육조 면접을 시작하겠습니다.”
피곤한 표정으로 입을 연 사람은 왼쪽에 앉은 인상이 굵은 중년 사내였다.
자리 옆에 도가 놓인 것을 보니, 저 사내가 청룡학관 부관주인 화염도 곽철우였다.
“한 명씩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곽철우의 말에 맨 왼쪽에 앉은, 키가 작고 똘똘하게 생긴 사내가 벌떡 일어나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산동 명가장에서 온…….
한 명씩 자기소개가 이어지고, 악연호의 차례가 되었다.
악연호는 명문세가의 자제답게 격식 있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산동악가에서 온 악연호가 선배님들께 인사드립니다. 청룡학관에 좋은 인연이 있다 하여, 이번에 창술 강사로 지원했습니다.”
역시나 명문의 힘인지, 산동악가라는 말에 곽철우와 남궁수의 눈빛이 달라졌다.
곽철우가 물었다. 대부분의 질문은 그가 하고 있었다.
“창왕 님과는 촌수가 어찌 되시는가?”
“……제 오촌 당숙이 되십니다.”
“최근에 뵌 적은 있고?”
“출발하기 전에 잠시…….”
악연호는 다른 면접자에 비해 몇 배의 시간 동안 질문을 받았고, 그 분위기도 훈훈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회창에서 온 백수룡입니다. 별호는 없고, 아버지께서 운영하시는 무관에서 10년간 아이들에게 무공을 가르쳤습니다. 외공 강사로 지원했습니다.”
“크흠.”
내 보잘것없는 자기소개에 곽철우는 헛기침을 했다. 그는 탁자 앞에 놓인 내 추천서를 읽으며 말했다.
“비응객이 추천했더군. 그 친구 인망이 높지. 얼마 전에 민간인 살인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줬다고……. 어떤 사건이었는지 자세히 얘기해 보겠소?”
“허 노인은 악명 높은 고리대금업자였습니다…….”
나는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면접관들의 표정을 살폈다.
곽철우는 열심히 듣는 ‘척’을 했고, 남궁수는 대놓고 관심 없다는 표정이었다.
가장 의외였던 건, 가운데 앉은 청룡학관주가 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듣기 시작한 것이었다.
“허허. 흥미로운 이야기로군.”
노군상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보살처럼 인자하게 웃으면서.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저 노인이 천수관음이라고?’
내가 아는 천수관음은 별호와는 악귀와 같은 사내였다.
성정이 사자처럼 거칠고, 한번 싸움을 시작하면 한쪽이 죽거나 불구가 될 때까지 멈추지 않는 사내.
정파 내에서도 미친놈으로 꽤 유명했던 것으로 아는데…….
‘지금은 무슨 동네 성격 좋은 할아버지 같잖아.’
무인의 성격이 확 바뀌는 이유는 보통 둘 중 하나다.
깨달음을 얻어 경지가 크게 상승했거나, 얻지 못해 체념하고 포기했거나.
노군상이 둘 중 어떤 상태인지, 이렇게 보기만 해서는 알 수 없었다.
“저어, 관주님. 시간이 부족하니 다음 분 이야기를 들어 보지요.”
“아, 그렇지. 내가 주책을 떨었군. 마저 질문하시게나.”
곽철우의 말에 노군상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쪽을 향해 있던 몸을 슬쩍 뒤로 물렸다.
……그렇게 내 순서가 끝났다.
자기소개가 모두 끝난 후, 곽철우가 분위기를 환기하며 말했다.
“지금부터는 자유롭게 질문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대부분의 질문은 여전히 곽철우의 몫이었고, 그 대상은 대부분 악연호였다.
“창왕께선 언제 한번 청룡학관에 방문하실 생각이 없으시다던가?”
“아, 그게…….”
어찌나 노골적인지, 악연호가 나와 다른 면접자들의 눈치를 볼 정도였다.
‘좋지 않은데.’
나는 배경, 무공,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이 없었다.
면접관들도 내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아무것도 못 해 보고 면접에서 떨어질 확률이 높았다.
내가 뭔가 방법이 없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였다.
“백수룡 씨.”
악연호를 향한 곽철호의 애정 어린 질문 세례가 잠시 멈춘 틈에, 면접 동안 거의 말없이 있던 삼절검 남궁수가 내게 말을 걸었다.
“예.”
나는 여학생들을 매료시켰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은 영 싸늘했다.
“외공 강사에 지원하신 이유가 뭡니까?”
남궁수는 큰 키에 이지적인 눈매, 적당히 마른 체형의 미남이었다.
그런데 날 보는 그의 눈빛이 꽤나 적대적이었다.
‘뭐야?’
일단 대답은 해야 했기에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대답했다.
“현재 외공에 가장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검법이나 도법 같은 병장기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암기술이나 합격술도 가능하고요.”
실제로 나는 대부분의 무공을 가르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초적인 독학, 기문진법 등에도 조예가 있었다.
하지만 이걸 다 말하면 너무 잘난 척하는 것 같겠지?
“외공에 자신이 있다라…….”
그런데 남궁수가 내게 질문을 한 의도는 정말 궁금해서가 아니었던 것 같다.
피식.
코웃음을 친 남궁수가 말했다.
“제가 보기엔 당신은 외공 강사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또한 내공을 익힌 흔적도 거의 없군요. 제가 수련이 얕아 반박귀진의 경지를 못 알아보았을 수도 있습니다만…….”
남궁수가 옆에 있는 노군상을 보았다.
면접장 안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경지가 높은 고수이기 때문이었다.
노군상이 나를 보더니 빙긋 웃었다.
“저 친구가 특별한 무공을 익힌 것 같기는 하지만, 반박귀진의 경지는 아니네. 물론 나보다 무공이 까마득히 높은 고수라면 내가 못 알아볼 수도 있겠네만…….”
그럴 리가 없다는 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노군상은 수십 년 전에도 백대고수로 꼽히던 인물이니까.
나 역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 내공이 일천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외공이 약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남궁수는 내 대답에도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내공에 자신이 없으니 외공이라도 가르쳐 보겠다는 구차한 변명으로 들리는데요.”
“음. 그런 게 아니라…….”
“백수룡 씨. 청룡학관이 만만해 보입니까? 시골에서 애들이나 가르치던 실력이 이곳에서도 통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
이게 그 압박 면접이라는 건가?
누가 봐도 남궁수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 보이는 태도였다.
사실 나는 혈교에서 별의별 꼴을 당해 봤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 옆의 악연호가 울컥해서 따지고 들었다.
“말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닌가요?”
“심한 것은 제가 아니라, 기본도 갖추지 않고 청룡학관의 강사가 되려는 사람입니다.”
“직접 보지도 않고 함부로……!”
“괜찮아.”
나는 날 대신해 화를 내려는 악연호를 말렸다. 그리고 빙긋 웃으며 남궁수를 바라봤다.
“남궁수 대협. 제 실력이 의심스러우신 겁니까? 아니면 그냥 제가 싫으신 겁니까?”
“……개인적인 감정은 없습니다.”
“아닌 것 같은데요.”
나는 이 녀석이 왜 나를 못살게 구는지 알 것 같았다.
저 녀석은 나와 인상이 비슷하다.
차가운 분위기, 큰 키에 마른 체형.
그리고 잘생기고 젊은 강사.
남궁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청룡학관은 무림 오대학관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기본조차 안 된 사람이 제 일을 만만하게 보는 것이 싫은 겁니다.”
“그럼 간단하네요.”
인상이 비슷하니 비교당할 수밖에 없다.
훗날 내게 자기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남궁수는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궁수를 향해 걸어갔다.
‘마침 잘됐어.’
남궁수 앞에 선 나는 그를 내려다보며 씨익 웃었다.
“제가 그 기본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그가 떨떠름한 얼굴로 나를 올려봤다.
“증명하겠다고? 어떻게?”
이 새끼가 언제 봤다고 혀가 반 토막이야?
오는 말이 곱지 않으니, 가는 말이 고울 수가 없었다.
탕!
탁자에 두 손을 짚은 내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외공으로 이 자리에서 당신을 묵사발 내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