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298
297화. 허심탄회하게 말해 봐
며칠 동안 꾸준히 말을 달린 백수룡 일행은 강서 지역을 벗어나 호북 땅에 접어들었다.
상당한 강행군이었다.
귀찮은 일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행은 마을에도 들리지 않고 대부분 산에서 야영을 했다.
“……왜 항상 내가 요리를 하는 거지?”
모닥불 앞에서 자신이 만든 국을 맛보던 남궁수는, 돌연 회의감이 어린 표정으로 일행을 돌아봤다.
“죄, 죄송해요.”
“……너는 그렇다고 치고.”
남궁수의 시선은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제갈소영을 지나, 남궁미와 놀고 있는 백수룡을 향했다.
“백수룡. 이 상황에 대해서 뭔가 할 말이 없나?”
“요리 내가 해? 난 상관없는데.”
그 뻔뻔한 대답에 남궁수는 들고 있던 국자를 바르르 떨었다.
그러나 이내 한숨을 푹 내쉴 수밖에 없었다.
‘백수룡이 한 요리를 먹느니, 차라리 굶는 게 낫지.’
첫날 백수룡이 한 정체불명의 국물 요리를 맛본 후 내린 결론이었다.
백수룡은 지독할 정도로 요리를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맛을 거의 따지지 않는 입맛이 가장 큰 문제였다.
먹어서 소화만 시킬 수 있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수준.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된 식사를 해야 만족하는 남궁수로서는, 도저히 백수룡에게 식사 당번을 맡길 수 없었다.
백수룡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난 분명히 한다고 했어. 내가 요리하는데 국자를 뺏어간 건 너라고.”
“…….”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손질도 제대로 안 한 고기를 냄비에 통째로 넣어 버리려 하는데, 어떻게 눈 뜨고 볼 수 있단 말인가.
남궁수는 자신이 요리를 하는 것에는 별 불만이 없었다. 어느 정도는 취미이기도 하고.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할 것이 아닌가. 남이 요리를 할 때 혼자 놀고 있지 마라.”
제갈소영도 마찬가지로 요리를 못 하지만, 옆에서 이것저것 거들고 있었다.
얻어먹는 자라면 마땅히 이런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어린애와 소꿉놀이나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말이다.
그러나 돌아온 백수룡의 대답은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네 동생 무공 봐주고 있잖아. 보니까 미아가 재능이 있어. 십 년만 지나면 너보다 세질 것 같은데?”
“헤헤. 그 정도는 아니에요.”
“말 같잖은 소리를…….”
코웃음을 치던 때, 남궁수는 어디선가 달착지근한 냄새를 맡았다.
순간 남궁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너 설마……. 또 미아에게 당과를 먹인 건가?”
“아닌데?”
“아닌데요?”
두 사람이 동시에 부정했으나, 오히려 그 모습이 더 수상해 보였다. 남궁수가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미아야. 입에 당과 조각이 묻었구나.”
“앗!”
남궁미가 허겁지겁 손등으로 입을 닦았다.
그러나 남궁수가 말한 당과 조각은 어디에도 묻어 있지 않았다.
“소, 속았다…….”
“거기서 반응하면 어떻게 해?”
함정 수사에 넘어간 남궁미가 울상을 짓고, 백수룡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죽이 아주 잘 맞는 한 쌍이었다. 누가 보면 둘이 오누이인 줄 알겠어.
“백수룡…….”
남궁수는 국자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두 눈에 스산한 살기가 감돌았다.
“내가 분명히, 미아에게 함부로 간식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을 텐데.”
“당과 좀 준 거 가지고 왜 호들갑이야? 너 이런 결벽증 병이다, 병. 나중에 장가도 못 갈걸.”
“……!!”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반응에, 남궁수의 목에 핏대가 섰다.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벌써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남궁세가의 삼공자에겐 어려서부터 쌓아 온 교양이 있었다.
“……미아는 한창 영양에 신경 써야 할 나이다. 매끼 균형 잡힌 식단을 챙겨 줘야 하지. 애초에 내가 음식을 만드는 것도, 네놈 때문이 아니라 미아를 위해서라는 걸 알아 두도록.”
“나 때는 저 나이에 돌도 씹어 먹었어.”
“과연 지금도 씹어 먹을 수 있을지 궁금하군.”
“호오. 해 보자고?”
“싸우지 마세요! 저기 미아도 보고 있잖아요!”
살벌하게 눈싸움을 벌이는 백수룡과 남궁수.
그리고 가운데서 어쩔 줄 모르며 싸움을 말리는 제갈소영.
그리고 그런 모습을 며칠째 지켜보는 남궁미는, 다른 사람과 티격태격하는 오라버니가 신기하기만 했다.
‘오라버니는 백수룡 선생님을 정말 싫어하나?’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남궁미가 아는 오라버니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무시하는 성격이었다.
자신을 괴롭히건 말건, 뒤에서 어떤 소문을 수군거리건 말건, 오라버니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다.
저렇게 목에 핏대를 세우고 주먹을 바르르 떠는 오라버니의 모습을 남궁미는 처음 보았다.
“본가의 은인만 아니었으면…….”
“말이 나와서 말인데, 가문의 은인이면 좀 더 잘 대접해야 하는 거 아니냐?”
“큭……!”
지난 며칠 동안, 백수룡은 남궁수를 놀리는 데 재미가 들린 듯했다. 밥을 먹을 때도 놀림은 계속됐다.
“궁수야. 국이 짜다.”
“하…….”
이제는 거의 해탈한 남궁수의 반응에, 조용히 눈이 마주친 제갈소영과 남궁미가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었다.
‘즐거워.’
두 사람은 거의 매일 싸우지만, 사이가 나쁜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남궁미의 결론이었다.
몸이 고되고, 밤에는 벌레도 많지만, 소녀는 이 여행이 오랫동안 계속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 * *
다음 날.
“한바탕 쏟아지겠군.”
남궁수가 우중충한 하늘을 올려보며 말했다. 당장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였다.
툭툭.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이 일행의 옷을 적시기 시작했다. 백수룡이 말했다.
“일단 비를 피할 곳을 찾자.”
다행히 비가 쏟아지기 전에 적당한 동굴을 찾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았어. 사냥꾼들이 오가며 쓰는 곳인 모양이야.”
동굴 안에는 먼지 쌓인 조리 도구 몇 개, 바닥에는 짐승 가죽으로 만든 깔개도 깔려 있었다.
동굴 벽에 핏자국이 조금 묻어 있긴 했지만, 크게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백수룡. 뭐가 신경 쓰이나?”
“……아무것도 아니야. 일단 좀 쉬자고.”
일행이 동굴로 들어가자마자, 거짓말처럼 폭우가 쏟아졌다.
쏴아아아아-
여름을 알리는 장대비였다. 숲의 모든 소리가 빗소리에 잠기고, 모습이 흐릿해졌다.
“지랄 맞게 쏟아지네.”
“빨리 그칠 비는 아니다.”
다행히 동굴은 사람 넷과 말 네 마리가 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넓었다.
남궁미와 제갈소영은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게 하고, 두 남자는 동굴 바깥쪽에 나란히 앉아 쏟아지는 비를 바라봤다.
“빗줄기가 약해질 때까진 꼼짝없이 여기 있어야겠군.”
“그래야지. 저 폭우 속에서는 우리도 힘들겠지만, 말들이 못 견딜 테니까.”
“기다리는 동안…….”
“일 얘기나 좀 할까?”
백수룡과 남궁수.
둘 다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청룡학관에서 알아주는 일중독자들이었다.
“천무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봐. 작년엔 어땠어?”
“우선 용봉비무부터 시작하지.”
천무제로 시작된 대화 주제는 다양하게 뻗어 나갔다.
다음 학기 수업, 학생 개개인의 평가, 올해 천무제에서의 전략, 각자의 교육론까지.
때로는 두 사람의 의견이 엇갈려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독고준은 수비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 부분을 보완해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해.”
“난 그 시간에 장점을 발전시키는 게 낫다고 봐. 독고구검이 괜히 공격일변도의 강검이 아니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그렇겠지. 하지만 독고준이 올해 용봉비무에 나섰을 때, 예상치 못한 상대의 일격에 허무하게 패배할 수도 있다.”
“그거야 상대에 따라 전략을 잘 짜야 할 일이지. 내 생각엔…….”
쿠르르릉!
번쩍!
근처에 낙뢰가 떨어져 일순간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잠시 둘의 대화가 끊겼을 때, 남궁미가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오라버니…….”
남궁수는 막내 동생을 옆에 앉히고 안색을 살폈다.
“잠자리가 불편해서 깬 것이냐?”
“아니요! 저도 무림세가의 자식인걸요.”
남궁미는 씩씩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남궁수는 동생의 표정이 평소보다 창백한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낀 남궁미가 눈을 피하며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냥 잠이 안 와서…….”
“악몽을 꿀까 봐 무서운 것이냐?”
남궁미가 움찔했다.
남궁세가가 혈교의 공격을 받은 날.
그날도 이렇게 폭우가 쏟아졌었다.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눈을 감으면 자꾸 그날 본 광경들이 떠올랐다.
남궁미가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 오라버니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데…….”
“무슨 소리냐. 너는 짐이 아니다.”
“히잉.”
남궁미가 울먹이며 오라버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남궁수는 어리광을 부리는 막냇동생의 등을 천천히 쓸어 주었다.
아무리 어른스러운 척해도, 고작해야 열 살이 아닌가.
“이야. 남궁수가 이렇게 다정한 사람이라니. 학생들이 알면 놀라 자빠지겠군.”
“……닥쳐라.”
“놀리지 마세요! 저희 오라버니는 원래 다정한 사람이라구요!”
기분이 한결 나아진 남궁미도 자기 오라버니 편을 들었다. 핏줄 앞에서는 당과로 맺어진 동맹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요.”
소녀는 남궁수와 백수룡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열 살의 어린 나이에 보기에도, 대단히 잘생긴 두 사람이었다.
“오라버니들은 친구예요?”
““아니.””
동시에 들려온 대답이었다.
이어진 말은 백수룡이 더 빨랐다.
“친구는 무슨. 그냥 직장 동료지.”
그 대답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남궁수의 눈썹이 꿈틀댔다.
“건방지군. 내가 선배다.”
“예예. 선배님.”
“……말을 말아야지.”
둘이 투닥거리는 동안 남궁미의 웃음소리가 잦아들었다.
남궁수의 품에 안겨 꾸벅꾸벅 졸더니,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든 것이다.
그때 제갈소영이 졸린 얼굴로 두 사람에게 와서 물었다.
“하암. 오라버니들은 안 주무실 거예요?”
“괜찮아. 하루쯤 안 잔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바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생각이다. 미아를 부탁하지.”
“알겠어요. 먼저 잘 테니, 불침번이 필요하면 깨워 주세요.”
제갈소영이 잠든 남궁미를 안아 들고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우우웅!
백수룡은 기막을 펼쳐 동굴 바깥의 빗소리를 차단했다.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고, 지면을 때리는 빗소리가 멀리서 기분 좋게 들려올 정도만.
“…….”
“…….”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며칠 동안 함께 움직이긴 했지만, 이렇게 둘만 있기는 처음이었다.
먼저 침묵을 깬 쪽은 백수룡이었다.
“호북에는 왜 가는 거냐? 남궁세가는 안휘성에 있잖아.”
“빨리도 묻는군.”
퉁명스럽게 대꾸한 남궁수가 이어서 말했다.
“내 무공 때문이다.”
“……천뢰검법?”
남궁수의 무공이라면 천뢰검법이었다.
남궁세가에 전해지는 가전무공이지만, 익히기가 극히 까다롭고 고통스러워서 거의 익히는 사람이 없는 무공.
하지만 남궁수는 그런 천뢰검법을 상당히 높은 경지까지 익혔다.
“천뢰검법이 왜?”
“……쉽게 말하면 수련을 위해서다. 최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실마리를 얻었다.”
“호오.”
백수룡이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냈다.
안 그래도 이 주제를 언제 꺼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남궁수가 먼저 꺼내 주니 이야기하기가 한결 편해졌다.
“뭐 막히는 거나 궁금한 건 없고? 허심탄회하게 말해 봐. 내가 기꺼이 가르쳐 주지.”
“필요 없다. 건방지게 누굴…….”
남궁수의 정색에, 백수룡이 코웃음을 쳤다.
“내가 너보다 무공이 강한 건 이제 세상 사람 모두가 다 알아. 하수가 고수에게 질문하는 게 자존심 상할 만한 일인가? 이 상황에서 건방진 게 누구야?”
“…….”
남궁수는 화가 났지만, 백수룡의 말 중에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인정하고 있었다.
백수룡의 무공이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 그리고 무공 분석에 관해서 불가해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결국, 고민 끝에 남궁수가 입을 열었다.
“혹시…….”
“잠깐만.”
백수룡도 중간에 말을 끊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싸늘하게 표정이 굳은 백수룡이, 폭우 속을 뚫어질 듯 노려봤다.
“무슨 일이지?”
남궁수는 보지 못했지만, 그 순간 백수룡의 눈동자가 은은한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저기 뭐가 있어.”
잠시 후, 남궁수도 백수룡이 말한 무언가를 느꼈다.
‘살기.’
명백한 살기를 품은 자들이, 쏟아지는 폭우를 헤치고 동굴로 접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