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45
344화. 현천신녀 (3)-창룡신검(蒼龍神劍)
‘뭐지?’
백수룡은 몸 안으로 스며드는 신령스러운 기운을 느끼고 당황했지만, 그것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몸에 해가 되는 기운이었다면 그의 몸에 새겨진 신공들이 먼저 반응했을 터.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이 기운이 현천신녀의 말대로 ‘도움’이 되리라는 의미일 테니까.
파아앗…….
현천신녀의 기운이 백수룡의 몸에 완전히 스며든 후, 그녀의 몸이 옆으로 기울었다. 의식을 완전히 잃고 쓰러진 것이다.
풀썩.
백수룡은 그녀가 바닥에 쓰러지기 전에 받쳐 들었다. 숨이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 호흡이 미약했다.
“이봐. 괜찮아?”
그때였다.
우우우웅!
허리춤에 있는 창룡검이 스스로 진동하더니, 백수룡의 몸 안에 스며들었던 기운의 일부가 검으로 옮겨 갔다.
[놀랄 것 없다. 혼이 잠시 육신을 떠났을 뿐이니.]백수룡은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전음이 아니었다.
현천신녀의 의지가 머릿속에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설마…….”
백수룡은 의식을 잃고 쓰러진 현천신녀와 스스로 검명을 울리는 창룡검을 번갈아 바라봤다.
몸과 검에 스며든 신령스러운 기운.
머릿속으로 직접 전달되는 현천신녀의 목소리.
과거 남궁세가에서 보았던 종리연이 떠오르며, 직감적으로 깨닫는 바가 있었다.
“……내 검에 들어온 거야?”
[그렇다. 내 육신이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너와 함께 다니며 도움을 줄 것이다.]우웅-!
백수룡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스스로 검명을 울리는 창룡검을 바라봤다.
“검에 귀신처럼 들러붙었다는 거잖아?”
[……모욕적인 언사는 자중하라.]현천신녀가 근엄한 목소리로 경고했으나, 백수룡은 찜찜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게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되지?”
[내게는 천기를 살피며 얻은 방대한 지식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틀린 말은 아니었다.
천하제일의 술법사라 불리는 현천신녀라면,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기이한 현상과 신비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또한, 네 기운을 빌린다면 간단한 술법도 펼칠 수 있을 것이다.]“……그건 확실히 도움이 되겠네.”
현천신녀의 기준에서 ‘간단한’ 술법이라고 해도, 보통의 술법사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 틀림없었다.
‘데리고 다니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긴 한데…….’
여전히 찜찜함은 남아 있었다.
백수룡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창룡검을 바라봤다.
“만약에…….”
조금은 안심이 되는 이야기였다.
만약 현천신녀가 마음대로 자신의 몸을 조종하거나 기억을 읽으려 한다면, 백수룡은 몸 안에 깃든 기운을 쫓아 버리겠다고 경고했다.
[하늘에 맹세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내 검에 언제까지 들어와 있을 건데?”
[……나도 알지 못한다. 내 육신이 깨어날 때까지, 나는 떠나고 싶어도 이곳을 떠날 수 없다.]“마음에 안 든다고 무를 수도 없다는 소리군.”
[너에게는 큰 기연이 될 것이다.]그러나 백수룡은 기뻐하긴커녕 성가시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연이라는 말은 그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지 꽤 오래되었다.
“내 머릿속에 대고 하루 종일 시끄럽게 떠들거나 하진 않을 거지?”
[……나를 잡귀처럼 취급하는 것이냐?]말투는 여전히 우아했으나, 은근히 목소리가 높아져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현천신녀는 나름 큰 결심을 하고 창룡검에 깃든 것인데, 백수룡은 무슨 검에 들러붙은 잡귀 취급을 하고 있었다.
“아, 미안. 꼭 귀신에 씐 것 같은 기분이라서 그래.”
백수룡은 전혀 안 미안한 말투로, 창룡검으로 검파를 툭툭 두드렸다. 수양이 깊은 현천신녀의 목소리가 조금 떨려 나왔다.
[……일단 여기서 내려가자. 떠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어디로 가야 하는데?”
백수룡은 주위를 둘러봤지만, 술법이 펼쳐져 있어서 방향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창룡검이 스르륵 떠오르더니, 검 끝으로 한 방향을 가르쳤다. 백수룡이 작게 감탄했다.
“확실히 성능 좋네.”
[너는 언동을 조금 더 신중히 할 필요가 있겠다. 나는 물건이 아니다.]“그러게 누가 내 검으로 들어오래?”
[…….]백수룡은 의식을 잃은 현천신녀의 몸을 안아 들고, 검이 가리킨 방향으로 경공을 펼쳤다.
* * *
현무학관주실.
그곳에서 신선 같은 용모의 노인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불쑥 기절한 현천신녀를 안고 온 입장이었다. 백수룡은 노인이 오해하기 전에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노인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다는 듯,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승님의 육신을 이리 주십시오.”
“……아, 예.”
[잠시 자리를 비켜 주겠느냐?]“예. 스승님.”
백수룡에게 현천신녀의 몸을 받아 든 노인은 창룡검을 보더니, 공손히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누구야?”
[현무학관의 부관주다. 내 제자이기도 하지. 한동안 내가 없어도 문제없이 학관을 운영해 줄 것이다.]창룡검이 우웅- 하고 울었다.
[현무학관의 선생들은 모두 내 제자다. 현천문이 사라진 후, 속세에 내려와 인연을 맺은 아이들이지.]그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풍월화공도 당신 제자였다면서? 안부를 전해 달라던데.”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백수룡은 현천신녀에게 존대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천신녀도 말투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풍월화공이라……. 네 행낭에서 춘삼이의 술법 기운이 느껴지더구나.]“맞아. 풍월화공이 그려 준 그림이 들어 있어서……. 춘삼이? 풍월화공 이름이 춘삼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
그 곱게 생긴 얼굴로 이름이 춘삼이라니.
백수룡은 풍월화공의 본명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말하기 창피해서 숨겼다는 것을.
“어쩐지 끝까지 이름은 안 알려 주더라니…….”
[자기 이름을 싫어하는 아이였지. 이름이 가진 기운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고 몇 번이나 혼을 내었거늘, 아직도 그대로인가 보구나.]제자가 수십 년간 숨겨온 비밀을 대수롭지 않게 폭로한 현천신녀는, 백수룡에게 관주실 중앙에 있는 술법진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으라고 했다.
“갑자기 가부좌는 왜?”
[아까 네 몸을 살펴보았다. 꽤나 아슬아슬한 상태에 놓여 있더구나.]“……그런 편이지.”
본인의 몸 상태는 백수룡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비유하자면 물이 가득 찬 그릇.
한 방울만 더 들어가도, 물이 흘러넘쳐 바닥에 쏟아질 수 있는 위험한 상태였다.
이미 전생까지 아는 상대였기에, 백수룡은 솔직하게 말했다.
“역천신공의 성취는 지금이 한계야.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수밖에 없어.”
천음절맥의 한계.
누구보다 빠르게 역천신공을 익힐 수 있는 천고의 체질이지만, 명확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8성 이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체질을 완전히 극복해 절맥(絶脈)을 신맥(神脈)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생사신의를 찾는 중인데. 어디에 있는지 알아?”
[나라고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 생사신의가 종적을 감춘 지 십수 년,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자는 천하에 아무도 없다.]현천신녀조차 모른다면 정말 아무도 생사신의의 행적을 모른다는 의미였다.
작게 한숨을 내쉰 백수룡은 품 안에 손을 넣어 작은 목함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남궁세가에서 얻은 전대 혈마의 손가락과, 독마가 남긴 독정이 들어 있는 목함이었다.
“방법도 알고, 재료도 충분히 가지고 있어. 대법을 펼칠 사람만 찾으면 되는데…….”
생사신의 말고도 천하에 이름난 명의는 많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생사신의처럼 뛰어난 무공을 갖추진 못했다.
어마어마한 공력 운용이 필요한 대법을 펼치기엔 부적합하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완화해 주는 것은 가능하다.]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백수룡이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
[우선 가부좌를 틀고 앉아라.]백수룡은 시키는 대로 술법진 한가운데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무릎 위에 창룡검을 올렸다.
[역천신공을 운기해라. 내가 그것을 보조하겠다.]백수룡은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역천신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
적발로 물든 머리카락이 허공에 세차게 나부꼈다. 그의 전신에서 흘러나온 패도적인 기운이 관주실을 가득 채웠다.
우우우웅-!
동시에 창룡검이 진동하며 하얗고 아주 얇은 실 같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백수룡의 전신에 흐르는 붉은 기운 위로 실이 하나씩 스며들었다.
잠시 후, 운기조식을 마친 백수룡이 눈을 떴다. 일순간 폭발하듯 쏟아진 붉은 안광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편안해졌어.”
백수룡은 놀란 얼굴로 무릎 위에 놓여 있는 창룡검을 내려봤다.
“뭘 어떻게 한 거야?”
[역천신공은 천하에서 가장 괴이한 무공이다. 그 힘은 술법의 영역에도 어느 정도 닿아 있지.]현천신녀의 목소리에선 은근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쉽게 설명하면, 너의 역천신공에 보호 술법을 걸었다. 한두 번 정도는 한계를 넘는 힘을 발휘하더라도, 그릇이 넘치지 않고 버텨 줄 것이다.]“허…….”
[물론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면, 네 말대로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한두 번만 해도 어디인가.
앞으로 누구와 싸우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력을 다할 수 있게 된 것은 굉장히 큰 도움이었다.
“이제부터는 창룡신검(蒼龍神劍)이라고 불러야겠군. 이런 식의 도움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백수룡은 감탄한 기색으로 창룡검의 검집을 쓸어 주었다.
우우웅-!
부르르 진동하는 검에서 우쭐하는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착각일까?
[나는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술법을 펼칠 수 있고, 네가 상상도 못 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점점 알게 될 것이다.]“대단해. 앞으로 엄청난 도움이 될 것 같아.”
백수룡은 조금씩 창룡신검을 다루는 방법을 익혀 가고 있었다.
한동안 칭찬에 취해 있던 창룡신검이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찌할 계획이지?]“북해빙궁을 찾아갈 거야.”
여름 방학 일정의 마지막 목적지.
백수룡은 북해빙궁을 찾아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은사부와 문율에 대한 이야기도 간략하게 전했다.
“은사부의 일을 전하고, 가능하다면 빙궁과 동맹을 맺을 생각이야.”
수십 년 전 자신들의 소궁주가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북해빙궁은 결코 혈교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허나 춘삼이의 의심대로, 혈교가 빙궁과 이미 손을 잡은 상황이라면?]“그땐……. 다른 방법을 강구해 봐야지.”
비록 은사부가 북해빙궁에 큰 정을 가지고 있진 않았어도, 백수룡은 그들을 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조용히 있던 창룡신검이 말했다.
[빙궁 출신의 제자가 한 명 있다.]생각보다 정말 쓸모가 많은 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