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80
379화. 청군이냐 백군이냐
“……백수룡이 청백 대항전에 참가했다?”
남궁수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자신의 사무실에 찾아온 당소소를 바라봤다.
자신만큼 바쁜 백수룡이 학생들의 축제에 참가하기로 했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 의문이 담긴 시선을 받은 당소소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입에서 나온 말은 백수룡에게 했던 것과는 상당 부분이 달랐다.
“흔쾌히 청군의 대장을 맡아 주시기로 하셨어요. 학생들에게 평생에 한 번뿐인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으시다면서요.”
본론을 꺼내기 전에 ‘학생들을 위해’라는 명분을 밑밥으로 깔았지만, 남궁수의 반응은 싸늘했다.
“청룡학관은 사 년제다. 축제를 즐길 기회는 네 번이나 있지.”
“하지만 사 학년들에겐 올해가 마지막인걸요?”
“사 년 동안 즐기지 않다가 마지막에 즐기겠다? 그 안일한 태도를 문제 삼고 싶군.”
“…….”
역시 만만치 않다.
그나마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백수룡과 달리, 이쪽은 냉혈한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호했다.
물론 당소소도 이 정도로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틈이 보이지 않는다면, 곧바로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도 방법이었다.
“백수룡 선생님이 청군 대장이신데, 백군 대장은 남궁수 선생님이 맡아 주셔야 모두가 납득하지 않을까요?”
“…….”
“양측의 균형이 맞아야 청백 대항전도 더 재미있을 테니까요.”
“…….”
“청군에 백수룡 선생님이 참가했는데 남궁수 선생님이 백군에 참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선생님이 피한다고 생각할지도……. 절대 제 생각은 아니지만요.”
백수룡에게 했던 것처럼, 당소소는 은근슬쩍 남궁수의 호승심을 부추겼다.
이번에는 효과가 있었던 걸까? 남궁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당소소가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제가 듣기로는, 백수룡 선생님이 이번 기회에 누가 더 위인지 보여 주겠다고…….”
“그만.”
서늘한 말투에 당소소가 입을 다물었다.
남궁수의 날카로운 눈빛은 당소소의 심중을 꿰뚫을 것만 같았다.
“제법 재미있는 장난이지만, 이간질은 그만두도록.”
그것은 청룡학관 유일의 일타강사가 지닌 권위이자 무게감이었다.
당소소가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아마 백수룡도 알고 있을 거다. 네가 우리를 청룡제에 끌어들이기 위해 계략을 썼다는 것 정도는.”
그 눈치 빠른 백수룡이 당소소의 계략을 알아채지 못했을 리 없었다.
‘다 알면서도 당소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것이군.’
남궁수에게는 그 부분이 중요했다.
백수룡이 당소소의 계략을 알면서도 청군의 대장 자리를 승낙했다는 것.
이건 즉,
“내게 보내는 선전포고인가.”
“……네?”
“재미있군.”
남궁수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무리 가문의 은인이자 생명의 은인이라고 해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이번 기회에 후배의 기강을 잡아야겠군.”
생각을 정리한 그가 다시 당소소를 바라봤다.
“속아 주는 건 이번 한 번뿐이다.”
“……그 말씀은?”
당소소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자, 남궁수가 여전히 서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백군의 대장으로 참전하지. 규칙은 작년과 같나?”
어두워졌던 당소소의 표정이 활짝 펴졌다.
“네! 올해는 선생님들도 참가하실 수 있다는 것만 빼면요!”
“참가자 제출 명단은 당일 아침까지 제출하도록 하지.”
“편하신 대로 하세요!”
“이만 나가 보도록.”
백수룡에 이어 남궁수에게도 참가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 당소소는 콧노래를 부르며 학생회로 돌아갔다.
“후후후…….”
당소소의 입가에 감추지 못한 기쁜 미소가 맺혔다.
사실, 그녀는 백수룡과 남궁수가 자신의 계략을 간파하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건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두 분 다 수줍음이 많으시니, 제가 무대를 만들어 드려야죠.”
백수룡과 남궁수.
지금은 청룡학관의 천무제 우승을 위해 협력하고 있고, 서로 반목해서는 안 될 시기이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경쟁심이 생기지 않을 리 없었다.
당소소가 한 일은 그들이 경쟁할 무대를 만들고, 둘 다 못 이기는 척 올라오게 만든 것이 전부였다.
“두 분은 자신들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줄 알겠지만, 사람은 결국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움직이는 존재랍니다. 후후후.”
당소소는 학생회에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걸음을 서둘렀다.
“부회장. 일은 어떻게 됐지?”
학생회실에는 독고준과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소소가 그들을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작전은 성공이에요.”
“과연……!”
“역시 우리 부회장!”
“됐어! 올해 청룡제는 대박이야!”
학생회 간부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소소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당소소는 옅은 미소를 띠며 포권을 취했다.
“잠시 주목!”
독고준이 학생회실에 모인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올해의 청룡제는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의미의 행사가 될 것이다.”
지난 십 년간 천무제의 성적이 바닥을 치면서, 덩달아 청룡제의 규모도 계속 줄어들었다.
찾아오는 손님들도 점점 줄어서, 작년에는 대연무장의 절반도 채우기 힘들었다.
독고준은 작년에도 학생회 소속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벌써 여러 문파에서 손님을 보내겠다고 연통이 왔다.
동아리마다 노점을 열겠다고 신청이 밀려 들어와서, 시간을 나눠서 운영해야 할 정도였다.
공연과 전시에 사용할 공간도 예약이 꽉 찼다. 학관의 건물 대부분이 축제 때 사용될 예정이었다.
“올해 청룡제는 최근 십 년간 가장 성대한 축제가 될 것이다! 우리 학생회는 여기에 사활을 건다!”
““예!””
무림에 청룡학관의 부활을 알릴 신호탄이 될 행사.
독고준은 학생회장으로서 이 기회를 최대한 살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가장 필요한 것이 백수룡과 남궁수의 존재였다.
“올해는 선생님들도 청백전에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도록 하죠. 그리고 반드시, 백수룡 선생님과 남궁수 선생님을 각각 청백군의 수장으로 앉혀야 해요.”
시작은 당소소의 제안이었다.
처음에는 부회장이 또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것이 아닌가 의심도 했지만, 당소소는 진심으로 청룡학관을 위한 계획을 준비했다.
“두 분은 청룡신협과 뇌룡신검이라는 별호로 무림에 큰 명성을 떨치고 있어요. 올해 청룡제의 성패는 두 분의 청백 대항전 참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두 분이 전면에 나선다면, 흥행은 보장된 거나 다름없어요.”
“과연…….”
구구절절 맞는 말에 수긍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학생회는 즉시 계획에 착수했고, 성공적으로 청백전 규정을 수정했으며, 이후 당소소가 두 강사에게 접근했다.
“두 분의 승부욕을 생각하면, 올해 청백전은 볼거리가 가득한 명승부가 될 게 틀림없어요.”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강사를 청백전에 끌어들인 이상, 흥행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학생회가 할 일은 그로 인해 발생할 문제들을 막는 것 정도였다.
독고준이 당소소에게 물었다.
“부회장. 백수룡 선생님께 청백 대항전 규칙에 대해서는 설명해 드렸나?”
“물론이죠.”
청백 대항전에서는 내공은 쓸 수 없다.
분위기가 지나치게 과열돼 부상자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며, 무공의 고하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모두가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대결 종목은 당일 무작위로 선정되는데, 학생회에서 다양한 종류의 대결 종목을 준비해 가면, 청군과 백군이 번갈아 가며 뽑아서 겨루는 방식이었다.
“후후후……. 생각만 해도 설레요. 그 두 사람이 서로를 이겨 먹으려고 싸우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니.”
당소소는 벌써 눈이 몽롱하게 풀려 있었다. 독고준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말했다.
“소소. 학생회는 운영위원이라 청백전에 참가할 수 없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의외로 당소소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형평성에 어긋나니까요. 청백전 대결 종목을 학생회에서 짜는걸요?”
“다행이군…….”
“그래서 전 대결 종목을 선정하는 회의엔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뭐?”
독고준은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등줄기를 타고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들어가지 ‘않았다’니. 너, 그땐 몸이 안 좋아서 참석 못 하겠다고…….”
“죄송해요. 회장. 거짓말이었어요.”
당소소는 상큼하게 웃더니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지금껏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학생회실로 들어온 후 한 번도 자리에 앉지 않았다.
왜냐하면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었다.
“청룡제 기간 동안, 저 당소소는 학생회를 일시적으로 탈퇴하겠어요.”
“뭐?”
학생회 간부들의 입이 뜨억 하고 벌어졌을 땐, 당소소는 이미 몸을 돌려 도망치고 있었다.
“잡아-!”
독고준의 외침과 함께 학생회 간부들이 탈주한 당소소를 잡기 위해 뛰쳐나갔다.
휘이익!
당소소는 이미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쫓아오는 옛 동료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쫓아오지 마! 이번 청백전에서 청군의 지낭이 되기로 했단 말이야! 백수룡 선생님한테 이미 허락도 받았다구!”
“말이 안 통하는 상태다. 일단 제압해!”
독고준이 소리치며 경공으로 따라붙었으나, 그 순간 당소소는 품에서 독탄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
퍼어엉-!
“콜록! 콜록!”
“독, 독이다!”
“우리한테 독을 뿌리고 도망갔어!”
“네가 인간이냐!”
매캐한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사방에서 고함과 기침 소리가 울려 퍼지는 아비규환의 상황이 펼쳐졌다.
결국, 학생회는 탈주한 당소소를 잡지 못했다.
* * *
당소소가 청군의 지낭으로 합류하던 그 시각.
“우리도 축제 때 노점을 열자.”
백룡장에서도 축제에 관련된 이야기를 한창 꽃피우고 있었다. 대화를 주도하는 것은 거상웅이었다.
“노점?”
“내가 벌써 뭘 팔지도 생각해 뒀지. 다들 모여 봐.”
거상웅은 후배들을 불러모은 후, 밖에서 가져온 큼직한 목함을 열었다. 그 안에는 당과며 전병 따위의 주전부리가 가득 들어 있었다.
헌원강이 실망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주전부리나 팔자고?”
“그냥 주전부리가 아니야. 무려 이 년 하수오를 넣어서 만드는 영약 과자지.”
“이 년짜리는 영약으로도 안 치지 않수?”
“그런 사소한 이야기는 넘어가고.”
거상웅은 도톰한 전병 하나를 꺼내더니, 손가락에 가볍게 힘을 주었다. 그러자 전병이 부서지고, 그 안에서 돌돌 말린 작은 종이가 나왔다.
“그게 뭐요?”
“오늘의 운세를 적어 놓은 거다. 좋은 인연을 만날 거라느니, 기분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느니, 대충 좋은 말이 적혀 있는 종이지.”
대상인의 아들답게, 거상웅은 청룡제에서 노점을 열어 돈을 벌 생각이었다.
“이걸 청룡제를 구경하러 온 젊은 남녀한테 파는 거다. 달달한 전병을 먹는데, 거기에 좋은 글귀가 적힌 종이가 나오는 거지. 낭만적이지 않냐? 이거면 돈을 쓸어 담을 수 있다니까.”
“호오. 괜찮은 것 같은데?”
“그렇지? 다만 초기 투자금이 좀 필요한데…….”
야수혁이 흥미를 드러냈다. 은호는 그 옆에서 부서진 전병 조각을 핥아먹었다.
그러나 그 외에는 다들 반응들이 시큰둥했다.
헌원강이 전병을 하나 집어먹으며 말했다.
“나는 참여 못 해.”
“왜?”
헌원강이 거상웅의 눈을 피하며 작게 헛기침을 했다.
“흠흠. 알다시피 동연회장으로서 할 일이 많다. 내일부터 회의도 해야 하고, 그 뭐냐, 동아리 시찰도 해야 하고, 하여튼 이런저런 일이 많아.”
한 명 정도는 빠져도 상관없었다. 거상웅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넌 인상이 나빠서 어차피 장사에 도움도 안 돼.”
“……확 깽판 치러 간다?”
“다른 애들은?”
거상웅이 돌아보니, 위지천도 곤란한 기색이었다.
“죄송해요. 이란 선배가 상검연 검무 공연하는 걸 도와달라고 하셔서…….”
“나도 안 돼. 누가 축제 때 같이 공연 보자고 해서.”
여민도 시간이 안 될 것 같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순간 헌원강이 움찔했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결국 남은 건 거상웅과 야수혁, 그리고 은호뿐이었다.
“이 배신자들…….”
거상웅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번 축제를 쓸쓸하게 보낼 사람은 자신과 야수혁뿐이겠구나.
그는 손을 뻗어 야수혁과 어깨동무를 했다.
“수혁아. 이 자식들이 청춘을 보낼 동안, 우리는 돈이나 왕창 쓸어 담자!”
“젠장. 그런 말이나 하지 마쇼. 더 비참해지니까…….”
“…….”
“…….”
캬앙!
그때 은호가 바깥을 돌아보며 털을 바짝 세우자, 모두의 고개가 정문을 향했다.
기척 하나가 빠르게 백룡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누구지?”
“선생님이 퇴근하기엔 아직 이른 시간인데?”
“매극렴 선생님인가?”
“아니에요. 기척이 익숙하긴 한데…….”
대화를 나누는 사이, 거침없이 다가온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마치 자기 집처럼 자연스러운 그의 행동에, 청룡오망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만 보았다.
“다들 모여 있었군.”
자연스럽게 백룡장으로 들어온 사람은 바로 남궁수였다. 입고 온 백의장포가 오늘따라 바람에 세차게 펄럭였다.
“남궁수 선생님?”
“어쩐 일이세요?”
“선생님은 아직 퇴근 안 하셨는데…….”
청룡오망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온 남궁수는 거두절미하고 용건부터 꺼냈다.
“너희들. 백군에 합류해라.”
백수룡이 이곳에 없다는 건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