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381
380화. 선생님들이 더 진심이야
“……예?”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와, 무슨 자기 집 들어오는 줄…….”
갑작스러운 남궁수의 등장에 청룡오망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남궁수가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것도 놀랄 일인데, 앞뒤 다 자르고 ‘백군에 합류하라.’라는 말을 들으니 무슨 소리인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나 보군.”
남궁수는 표정 변화가 없는 얼굴로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올해 청백 대항전에서 백수룡과 내가 각각 대장을 맡기로 했다. 내가 백군. 백수룡이 청군을 지휘하기로 했지.”
““예……?””
백수룡이 없는 시간을 노리고 온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거짓말로 청룡오망을 속여서 백군으로 포섭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남궁수의 노림수는 그 반대에 가까웠다.
“너희에게 백수룡을 쓰러뜨릴 기회를 주지.”
““예에?!””
청룡오망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헌원강은 들고 있던 전병을 바닥에 툭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우리더러 선생님을 배신하라고요?”
“그건 좀…….”
“두 분 친한 거 아니었어요?”
생각보다 더 정색하는 학생들의 반응에, 남궁수는 잠시 침묵하더니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너희는 아직도 백수룡의 마음을 모르는군.”
그 말에 순간 울컥한 헌원강이 인상을 쓰면서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우리가 남궁수 선생님보다 훨씬 잘 알거든요? 맨날 갈굼당하고 맞아 봤어요? 이젠 눈빛만 봐도 어딜 맞을지 안다고!”
“원강아, 그건 자랑이 아닌 것 같다…….”
“선배…….”
“알면서 못 피하잖아요…….”
부끄러워하는 선후배들을 뒤로하고, 헌원강은 팔짱을 낀 채 남궁수를 노려봤다.
“아무튼 우린 목에 칼이 들어와도 선생님을 배신할 생각은 없…….”
“백수룡은 너희가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길 바란다.”
“……어?”
헌원강의 말을 끊은 남궁수가 성큼 다가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때론 자신의 반대편에 서더라도, 제자들이 자신을 뛰어넘길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 그건…….”
“그게 너희가 백수룡에게 배운 방식이 아니었나? 아니라면 아니라고 말해 보도록.”
“마, 맞긴 한데…….”
당황한 헌원강이 말을 버벅거렸다.
뭔가 억지 같기는 한데,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상대는 매년 수백 명의 학생들을 상대하는 일타강사였다. 애초에 헌원강이 언변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남궁수는 고개를 돌려 다른 학생들도 바라보았다. 그의 샛노란 금안에서 벼락이 튀는 듯했다.
“한 가지 묻지. 너희는 졸업하기 전까지 단 한 번이라도 백수룡을 이길 자신이 있나?”
“…….”
청룡오망 중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들도 매일 최선을 다해 수련하고 있지만, 백수룡은 그 이상으로 강해지고 있었으니까.
‘이대로면 졸업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선생님을 이기지 못해!’
모두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맴돌 때였다.
“물론 청백전은 대련이 아니다. 내공도 사용하지 않고, 정도 이상의 물리적인 충돌은 금지하지. 하지만 이것 또한 명백한 대결이다. 편을 나누어 상대를 쓰러뜨리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목적이지.”
청룡제의 본래 취지는 학생들이 가볍고 유쾌하게 즐기는 운동회의 성격에 가까웠지만, 남궁수는 그것을 모의 전쟁으로 만들어 버렸다.
“너희가 백수룡과 함께 청군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청백전에서 쉽게 승리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런 승리에 무슨 의미가 있나?”
“…….”
“반대로 스승의 반대편에 서서, 그와 당당히 맞서서 승리를 이뤄낸다면…….”
남궁수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췄다.
“내가 백수룡이라면, 몹시 기쁠 것 같군.”
“……!!”
처음에는 절대 백수룡을 배신하지 않겠다며 고개를 젓던 학생들이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래. 이건 배신이 아니다.
오히려 선생님을 꺾고 그동안의 성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다!
남궁수는 학생들의 표정이 서서히 달라지는 것을 보며,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그리고……. 백수룡이 패배감에 치를 떠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나?”
“……!!”
그 말이 결정적이었다.
백수룡의 능글맞은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볼 수 있다고?
무림을 뒤흔드는 청룡신협의 이야기에 첫 패배를 기록할 수 있다고?
“……당연히 보고 싶죠!”
“딱 한 번이라도…….”
“가능하기만 하다면…….”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에게, 남궁수는 손을 내밀었다.
“내가 도와주지. 너희는 백수룡을 이긴 최초의 학생들로 기록될 것이다.”
“……해보자.”
“까짓거 죽기야 하겠어?”
“맞아! 이건 배신이 아니라 성장이니까!”
청룡오망이 자신들의 선택을 합리화하는 모습에, 남궁수의 무표정한 얼굴에도 아주 희미한 미소가 맺혔다.
‘예상대로군.’
청룡오망은 백수룡의 직전제자들이다.
이 다섯 명을 포섭한다면 백수룡의 가장 강력한 패를 빼앗아 오는 것은 물론이고, 아군의 전력을 크게 상승시킬 수 있었다.
이 계획을 떠올린 순간 남궁수는 과감하게 움직였고, 일타강사의 유려한 언변으로 청룡오망 전원을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
“마음을 정했으면 이 서류에 서명하도록.”
남궁수가 나누어 준 것은 청백 대항전 참가 신청서였다.
청룡오망은 무언가에 홀린 듯 서류에 서명했고, 모든 신청서를 걷어 간 남궁수는 처음과 똑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조만간 연락하지.”
돌아선 남궁수는 휘적휘적 걸어가 백룡장의 대문을 나섰다.
청룡오망 전원을 백군으로 포섭하고 돌아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일 각 남짓이었다.
“귀신에 홀렸던 것 같아…….”
“우리 잘한 거겠지?”
“선생님이 화내시면 어쩌죠?”
“남궁수 선생님이 해 준 말을 그대로 전하면 우리 뜻을 이해해 주실 거야. 아마도…….”
다들 뒤늦게 백수룡이 이 사실을 알았을 때의 후환을 떠올렸지만, 되돌리기엔 이미 늦은 후였다.
그날 저녁, 백룡장으로 돌아온 백수룡은 아무것도 모르고 제자들에게 청백전 참가 신청서를 나눠 주었다.
“자, 여기 서명들 해라. 이번 청백전에서 남궁수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 줄 생각이거든. 그러니까 너희도 청군에…….”
“…….”
“…….”
“표정들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백수룡이 미간을 좁히며 제자들을 추궁했다.
“그, 사실은…….”
“선생님. 흥분하지 마시고 끝까지 들어 주세요. 아까 남궁수 선생님이 오셔서…….”
한참 눈치를 보던 헌원강과 거상웅이 남궁수가 다녀간 이야기를 전했다.
“뭐? 남궁수?”
처음에는 제자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으려 했던 백수룡이지만, 도중에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떡 벌렸고, 이야기가 끝났을 땐 모든 것에 해탈한 사람처럼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너희 모두 백군에 참가하기로 했다 이거지?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남궁수 선생님이 이건 배신이 아니라고 했어요!”
“본인이 백수룡이라면 몹시 기뻐할 거라고…….”
“선생님이 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냐고…….”
“그것까지 말하면 어떡해, 이 멍청아!”
안색이 창백해진 제자들이 뒤늦게 백수룡의 눈치를 살피며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화를 낼 줄 알았던 백수룡은 오히려 부처와 같은 미소를 짓곤 고개를 저었다.
“얘들아. 남궁수 말대로, 너희가 날 이기는 날이 온다면 난 정말 기쁠 거다.”
““선생님……!””
“꼭, 꼭 이길게요!”
“저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 드릴게요!”
감격한 표정을 짓는 제자들에게, 백수룡은 흐뭇하게 웃어 보이곤 검을 뽑았다.
스르릉.
“하지만 기쁜 건 기쁜 거고.”
달빛을 반사하는 창룡신검의 검신 위로, 스산한 살기가 뚝뚝 묻어났다.
“배신자는 죽어야지.”
분노가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침착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의 백수룡이 그런 상태였다.
“남궁수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서 날 배신해? 예부터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더니…….”
“사, 살려 주세요!”
“도망쳐! 선생님 눈이 돌았어!”
““원강 선배가 하자고 했어요!””
“왜 또 나야!”
“너희들 전부 이리 안 와!”
그날 밤, 백룡장에는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 *
청군 작전본부(구 백수룡 사무실).
청룡제 개막까지 하루 앞둔 상황에서, 백수룡은 당소소를 불러 작전 회의를 열었다.
두 사람의 표정은 실제 전쟁에 나가는 장군과 참모처럼 심각했다.
“우리 군의 상황이 좋지 않다. 남궁수가 선수를 쳐서 청룡오망을 포섭했어. ……내가 놈을 너무 얕봤다.”
“선생님들 쪽은 어떤가요?”
“악연호, 명일오는 우리 쪽에 포섭했다. 하지만 제갈소영과 곽두용은 저쪽에 붙었다.”
“제갈소영 선생님은 남궁수 선생님의 부사수라 어쩔 수 없다지만……. 곽두용 선생님은 왜죠?”
“저쪽에 있어야 자기 비중이 눈곱만큼이라도 높아질 것 같다더군.”
“……합리적인 이유이긴 하네요.”
작전본부의 한쪽 벽면에는 청군과 백군의 참가자 명단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면면이 화려한 백군의 명단에 비해, 청군의 명단은 그 이름값이 다소 처졌다. 특히 학생들의 수준 차이가 컸다.
“청룡오망의 공백이 역시 가장 크네요. 어떤 종목이 나오든 그들을 상대할 만한 학생이 부족해요.”
“내가 호랑이 새끼들을 키웠어…….”
백수룡은 굳은 표정으로 백군에 적힌 제자들의 이름을 노려봤다.
청백전에서는 내공을 사용할 수는 없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공이 뛰어난 쪽이 대결에서 유리한 것은 변함이 없었다.
“걱정 마세요. 일단 유이란은 저희 쪽으로 포섭하는 데 성공했으니까요.”
“위지천이 백군인데 어떻게?”
백수룡도 두 사람이 친밀한 사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때문에 유이란을 데려왔다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후후후……. 그건 여자들만의 비밀이랍니다.”
“백군의 세작일 확률은?”
“전혀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청군의 형세가 불리함에도, 당소소는 오히려 생기가 넘쳐 보였다. 백수룡을 바라보는 소녀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청룡오망이 없어도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 드릴게요. 제 지략으로.’
이번 청백 대항전이야말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였다. 전력을 다해 청룡오망을 거꾸러뜨려, 백수룡의 애제자가 되고야 말 생각이었다.
“아직 참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어요. 진로상담을 핑계로 불렀으니, 곧 한 명씩 올 거예요.”
“회색분자는 모두의 적이 될 뿐이지.”
백수룡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 첫 번째 상담자가 문밖에 도착했다.
똑똑-
“들어와.”
잠시 후,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 학생은 목형우였다.
“절 찾으셨다고…….”
“본론부터 말하지. 목형우 학생. 청군에 합류해.”
목형우는 군에서 십 년이나 복무한 경력이 있었다. 그의 통솔력은 백수룡도 수업에서 눈여겨보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목형우는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 까끌까끌한 수염을 긁적일 뿐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남궁수 선생님에게도 같은 제안을 받았습니다. 제가 그쪽 수업도 같이 듣거든요.”
“이미 백군에 붙었나?”
백수룡의 싸늘한 말투에 목형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저었다.
“거절했습니다. 좀 더 개인 수련에 집중하고 싶어서…….”
“청군으로 오면 창술을 하나 가르쳐 주지.”
백수룡이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창술을 가르쳐 주겠다 하자 목형우가 입을 떡 벌렸다.
“예, 예?”
비인부전(非人不傳)이라 하여 혈육 간에도 쉬이 알려 주지 않는 것이 무공인데, 고작 축제 참여 한 번에 창술을 알려 주다니. 목형우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백수룡에겐 정말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의 머릿속엔 수많은 혈교의 무공이 있고, 그중 하나를 다듬어서 가르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기회를 봐서 가르쳐 주려고 했으니까.’
재능은 없지만, 목형우에겐 특출난 성실함과 끈기가 있었다.
백수룡은 평소에도 그 부분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저, 정말입니까?”
“내가 무공으로 거짓말할 것 같아?”
“그, 그건 아니지만…….”
목형우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머리를 긁적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말씀 드리면 좀 그런데, 청백 대항전 이거 그냥 운동회 아닙니까? 왜 이렇게 진지하신지 이해가 잘…….”
“피할 수도, 질 수도 없는 싸움이다. 그렇게만 알아 두도록.”
꿀꺽.
알 수 없는 박력에 목형우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백수룡이 내민 참가 신청서에 서명했다.
어느새 그는 군인의 눈빛이 되어 있었다.
“……알겠습니다. 필사의 각오로 승리를 가져오겠습니다.”
“좋은 마음가짐이다. 돌아가서 지시를 기다리도록.”
“예!”
목형우가 나간 후, 곧 다음 면담 상대가 들어왔다.
일 학년 영호식이었다.
목형우와 마찬가지로, 백수룡이 수업에서 눈여겨본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저, 부르셨다고 해서 왔는데요…….,”
“영호식. 넌 오늘부터 청군이다.”
“네, 네에?”
“자세한 이야기는 목형우에게 듣도록.”
백수룡은 다짜고짜 영호식을 청군으로 포섭했고, 순진한 일 학년은 얼떨결에 청군이 되었다.
옆에서 백수룡이 한 명 한 명 청군을 포섭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당소소가 말했다.
“결정적인 격차를 메꾸려면 실력 있는 고학년이 필요해요. 제가 후보를 몇 명 추려 봤는데…….”
“곧 올 거다. 누구보다 믿을 만한 고학년이.”
“네?”
똑똑-
기다렸다는 듯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문을 열고 들어온 학생을 본 당소소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학생회의 지낭인 그녀도 예상하지 못한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방백현 선배님?”
“하하! 오랜만이구나, 소소. 오랜만에 뵙습니다. 백수룡 선생님!”
방백현이 절도 있게 포권을 취했다.
무림맹 통천대에 들어간 방백현이 청룡학관에 돌아온 것이다.
“선배님이 여길 어떻게……?”
“통천대 소속으로 청룡제에 사절로 파견됐거든. 무림맹 강서 지부에 중요한 안건도 전달하고, 또 선생님도 뵙고 전해 드릴 것도 있어서…….”
품에서 무림맹주의 서신을 꺼내려는 방백현에게, 백수룡은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며 일단 앉으라고 말했다.
“방백현. 아직 졸업 전이고, 휴학생도 아니지?”
“물론입니다. 현재 취업계를 낸 상태이긴 하지만……. 학점은 인정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됐군.”
“됐다니 무슨 말씀이신지……?”
그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당소소가 환해진 얼굴로 박수를 치며 외쳤다.
“규정상 참가에 아무런 문제도 없어요!”
“좋아. 넌 청군이다.”
“……자초지종을 좀 설명해 주시면 안 됩니까?”
잠시 후, 백수룡의 설명을 들은 방백현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재미있겠군요.”
과거 어머니의 과보호에 억눌려 있었을 뿐, 본래 방백현은 결코 이런 축제에 빠지는 성격이 아니었다.
축제에 참가하는 이유야, 무림맹 총사범이 시켰다는데 어쩔 것인가. 통천대의 어떤 선배도 감히 뭐라고 하지 못하리라.
“전력으로 협력하겠습니다.”
“좋아. 이제야 균형이 좀 맞겠군.”
방백현까지 청군에 합류하면서 기울었던 균형이 얼추 맞아떨어졌다. 백수룡이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머지는 참모에게 맡기지.”
“네! 맡겨만 주세요!”
작전 회의를 끝낸 백수룡은 사무실을 나섰다.
그런데 얼마 걷지 않아, 공교롭게도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남궁수와 마주쳤다.
파직, 파지직!
단순히 시선이 마주쳤을 뿐인데 중간에서 벼락이 튀는 것 같았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둘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게 누구야? 세 치 혀로 남의 제자들을 훔쳐 간 일타강사 아닌가.”
“부족한 전력을 메꾸기 위해 권력을 사사롭게 쓰는 선생이 할 말은 아닌 것 같군.”
“무슨 소리지? 난 학생들을 불러서 상담을 해 줬을 뿐인데.”
“그 학생들이 하나같이 학생회에 가서 청색 영웅건을 받아간 건 우연인가?”
“호오. 벌써 세작이라도 심으셨나 봐?”
파직, 파지지직!
불꽃이 튀다 못해 타 버릴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말했다.
“망신 당할 준비나 하라고.”
“후배의 재롱을 지켜봐 주지.”
주변에서 숨죽이며 지켜보던 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며 수군거렸다.
“선생님들이 더 진심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