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42
41화. 신검합일(身劍合一)
“저게 무슨 외공 수업입니까!”
우락부락한 덩치의 사내가 씩씩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청룡학관의 외공 강사 양이락이었다.
양이락의 두꺼운 손가락이 학생들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는 백수룡을 향했다.
“제대로 가르치는 것도 없이 원 안에 있을 테니 밖으로 밀어내라니요. 게다가 돈을 걸어요? 외공이 무슨 장난입니까? 신체를 단련하는 신성한 공부를……!”
“양 선생님. 진정하시죠.”
“……예.”
남궁수가 한마디 하고 나서야 양이락은 씩씩대는 것을 멈췄다.
하지만 여전히 백수룡을 노려보는 사나운 눈빛은 거두지 않았다.
“저는 저런 경박한 자를 강사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우선 외공을 한다는 자가 호리호리한 것부터가 마음에 안 들고!”
그러면서 양이락은 두꺼운 몸에 힘을 주었다.
두꺼운 팔과 가슴의 근육이 울끈불끈 부풀어 올랐다.
“크흠! 몸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학생들도 믿고 자신의 몸을 맡길 것 아닙니까. 웬 백면서생 같은 놈이…….”
한마디로 백수룡을 여기서 탈락시키자는 이야기였다.
“강사님들. 제 말이 틀렸습니까?”
몇몇 강사들이 그에 동조해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들에겐 남궁수의 눈치를 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남궁 선생이 화가 많이 났을 거야. 자기 말고 다른 사람이 저렇게 관심을 받으니…….’
‘신입이 저렇게 튀어서 사회생활을 어찌하려고…….’
‘일타강사의 심기를 거슬렸으니, 붙어도 어차피 오래 못 버티고 나가겠지.’
눈치 빠른 강사들은 그런 계산으로 양이락의 말에 동조했다.
아무리 올해부터는 학생 평가가 반영된다지만, 강사 전원이 반대하면 떨어뜨리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으니까.
“…….”
하지만 정작 남궁수는 강사들의 시선을 모르는 것인지, 모른 척하는 것인지, 백수룡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여론을 장악했다고 생각했는지, 양이락이 모두에게 말했다.
“결정이 난 것 같군요. 더 볼 것도 없이 저 장난 같은 수업을 그만하게 하고…….”
“저 청년이 외공을 모른다고 했소? 내 눈에 그리 보이지 않는데.”
조용한 목소리.
그러나 이곳에 있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양이락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노군상을 돌아봤다.
‘빌어먹을 관주. 올해부터 왜 이렇게 나대는 거야?’
신입 강사 입사 시험에 매번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있던 관주가, 올해에는 유독 많은 관여를 하고 있었다.
양이락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관주님.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양 선생. 하나 묻겠소. 선생처럼 체격이 크고 근육이 많아야만 외공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오?”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외공을 오래 제대로 수련한 자가 몸이 좋고, 당연히 더 잘 가르칩니다.”
노군상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것도 옳은 말씀이오. 그러나 나 같은 늙은이나 여인들은 똑같은 훈련을 해도 근육이 많이 붙지 않소. 또한 불필요한 근육이 너무 많아지면 유연함이 줄어들고, 속도를 내기 어렵지.”
“속도도 근육에서 나옵니다!”
“허허. 그 또한 틀린 말은 아니나.”
뇌까지 근육으로 꽉 찬 양이락의 근육만능론에 노군상은 어린아이를 달래듯 빙긋 웃었다.
“내 말은 어떤 무공을 익히느냐에 따라 필요한 근육이 다르고, 타고난 체질과 성격에 따라 잘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오. 외공은 단순하게 근육만 늘리는 훈련이 아니라는 것이지.”
“…….”
말을 시작할 때는 부드러웠으나, 끝을 맺을 때 노군상의 눈빛은 엄격했다.
양이락은 감히 말대꾸를 할 수 없었다.
그가 아무리 청룡학관의 외공 강사라고 해도, 천수관음 노군상은 수십 년 전부터 정파 백대고수를 논할 때마다 거론되던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내가 보기에 백수룡 지원자의 외공은 상당한 경지에 이르러 있는데. 양 선생은 생각이 다른가 보오?”
“그건…….”
노인의 투명한 눈동자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양이락은 칼날을 목젖 앞에 둔 기분에 감히 거짓을 말할 수 없었다. 결국 침을 꿀꺽 삼킨 후 말했다.
“……보통은 넘습니다.”
“보통은 넘는다라……. 허허. 내 올해 양 선생의 수업을 기대하겠소.”
“…….”
양이락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나 마음속으로까지 승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남궁수에게 전음을 보냈다.
[남궁 선생님. 가만히 계실 겁니까? 관주가 저런 애송이를 감싸고돌고 있습니다. 뭐라고 한마디 해 주십시오. 선생님께서 한마디 하시면 아무리 관주라도…….] [내가 왜 그래야 하지?]예상치 못했던 싸늘한 전음이 돌아왔다.
깜짝 놀란 양이락이 남궁수를 향해 고개를 돌리려 할 때였다.
[목 위의 물건을 함부로 이쪽으로 움직이지 마시오. 내게 전음을 보내고 있다고 동네방네 소문이라도 낼 셈인가?] [죄, 죄송합니다.]말투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살기에, 양이락은 등에 한 줄기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때 다시 남궁수의 전음이 다시 들려왔다.
[사소한 일 정도는 알아서 처리하시오.]그것이 끝이었다. 남궁수는 다시 백수룡의 수업에 집중했고, 양이락은 혼자 골머리를 앓았다.
‘알아서 처리하라니. 젠장. 뭘 어떻게 해?’
머릿속까지 근육으로 꽉 찬 머리로는 일타강사의 말을 해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젠장. 이게 다 저놈 때문이다.’
양이락은 살기 가득한 눈으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얄미울 정도로 학생들의 공격을 모두 피하고, 막고, 반격까지 해내고 있었다.
솔직히 자신이 저 원안에 있다고 해도 저만큼 할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잘생기기까지 해서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지 않은가!
‘빌어먹을. 저놈이 외공 강사가 되면 내 자리가 위험하다.’
양이락은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저 허여멀건 놈을 탈락시켜야 했다.
저 수업을 망칠 방법이 없을까.
아니면, 다음 실기시험인 대련을 치르지 못할 정도의 부상을 당해도 좋을 텐데…….
그때 마침, 양이락의 눈에 한 학생이 들어왔다.
“끄윽. 시발…….”
재수 없게도 검집에 급소를 얻어맞아 바닥에 엎드려 아직도 끙끙 앓고 있는 남학생.
비틀거리며 겨우 몸을 일으키는 남학생에게, 양이락이 전음을 보냈다.
[소주한. 내공을 써라.] [예?]학생의 이름은 소주한이었다.
가진 재능도 집안도 평범하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청룡학관 학생이란 신분으로 여자와 술을 밝히는 놈.
그나마 몸을 만드는 외공에는 흥미가 있어서 자신의 수업에서 몇 번 본 녀석이었다.
의외로 죽이 잘 맞아서 기루에도 몇 번 같이 간 적이 있었다.
[내공을 써서 놈을 공격하란 말이다. 그래. 도풍을 날려라.] [예? 하지만…….] [뒤탈은 걱정하지 마라. 내가 전부 책임진다.] […….] [기껏해야 지원자 나부랭이다. 좀 다친다고 네가 학관에서 잘리기라도 할 것 같으냐? 기껏해야 정학 며칠이야.] [그래도 그건 좀…….]소주한이 머뭇거리자, 양이락이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아니면 학생 신분으로 기루에 간 걸 학주한테 보고할까?] [그, 그건 선생님도 같이 갔잖아요!] [학주가 네 말을 믿을까? 내 말을 믿을까? 나야 기껏해야 몇 달 감봉이지만, 너는 어떻게 될까?]소주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양이락이 몇 번 더 을러대자, 결국 소주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좋아. 내가 신호를 보낼 테니 기다려라.]양이락은 대련을 지켜보며 백수룡을 쓰러뜨릴 수 있는 최적의 순간을 기다렸다.
그러다 백수룡과 잠시 눈이 마주쳤다.
‘흐흐. 곧 그 잘난 얼굴을 뭉개 주마.’
곧 기회가 왔다.
“죽어엇!”
“으아아!”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팽사혁과 헌원강이 양쪽에서 동기에 백수룡을 공격했다.
내공만 끌어올리지 않았을 뿐, 생사결을 벌이듯 그 기세가 흉험하기 그지없었다.
양이락은 곧바로 소주한에게 전음을 보냈다.
[지금!]소주한은 이를 악물고 도풍을 날렸다.
도풍은 정확히 헌원강과 팽사혁의 공격 그 중간을 파고들었다.
“도풍?”
“무슨 짓이냐!”
“형님! 피하세요!”
깜짝 놀란 강사들과 학생들이 외쳤다.
유일하게 양이락만이 아쉬움에 혀를 찼다.
도풍의 위력이 생각보다 약했던 것이다.
‘쳇. 기껏해야 뼈나 두어 개 부러지겠군.’
뭐, 상관없었다.
뼈가 부러지면 내일 있을 두 번째 실기시험인 비무 대련에 나서지 못할 테니까.
“이런 미친!”
등 뒤에서 날아오는 도풍을 느낀 팽사혁은 백수룡을 노리던 주먹을 옆으로 틀었다.
돌덩이 같은 주먹이 옆에 있던 헌원강의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퍼억!
“컥! 이 개새…….”
“고마운 줄 알아, 새끼야. 나 아니었으면 등에 칼침 맞았으니까.”
헌원강이 옆으로 튕겨 날아가고, 그 반동으로 팽사혁도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다.
두 사람이 양옆으로 피한 순간, 도풍이 그 사이로 파고들었다.
도풍이 지척까지 와 있는데도 백수룡은 여전히 원 안에 서 있었다.
양이락의 입가에 가학적인 미소가 맺혔다.
‘원에서 벗어나려 해도 늦었다. 도풍이 더 빨라!’
잠시 후면 저 기생오라비는 뼈가 부러진 채 비명을 지르며 쓰러질 것이다.
양이락은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내리눌렀다.
‘흐흐. 어디 한번 추하게 발버둥 쳐 봐라.’
그런데 백수룡은 원 밖으로 물러나지도 않았고, 당황해서 급하게 내공을 끌어올리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웃더니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검을 뽑아 휘둘렀을 뿐.
한 줄기 검의 궤적이 우아하게 공간을 갈랐다.
소리는 그다음이었다.
―촤아아아악.
도풍이 반으로 갈라졌다. 예리한 칼바람이 산들바람이 되어 백수룡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을 흩날리게 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광경에 모두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방금 뭘 어떻게 한 거야?”
“검으로 도풍을…….”
“잘라냈어. 잘라냈는데…….”
“그런데 왜…….”
조금 전, 백수룡이 검을 뽑아 휘두른 동작이 모두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혔다.
그저 검을 휘둘렀을 뿐인데, 다들 알 수 없는 충격에 빠져 있었다.
그 충격은 경지가 높은 고수일수록 더 컸다.
“!!”
남궁수와 곽철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악연호는 자신이 칼을 맞은 것처럼 몸을 덜덜 떨었다. 매극렴은 자기도 모르게 검을 뽑을 뻔했다.
“…….”
천수관음 노군상은 잠시 눈을 감았다.
방금 본 것을 다시 되새기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모두가 침묵하는 중에, 양이락이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내공, 내공을 썼구나.”
양이락은 자신을 향하는 강사들의, 그리고 학생들의 어이없다는 시선을 향해 변명을 늘어놓듯 주절주절 말했다.
“하하. 그 짧은 순간에 검기를 사용해 도풍을 잘라내다니, 훌륭한 임기응변이었소. 학생 한 명이 치솟는 혈기를 이기지 못하고 내공을 쓴 모양인데, 덕분에 다치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군.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 학생을 용서해 주시기 바라오. 그, 그나저나 대단하시군. 그 마지막에 외공은 아니지만, 외공은 아니지만 그 검초는 상당히…… 좋았소.”
외공은 아니지만……. 하하.
그 말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즉, 외공 수업인데 내공을 써서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
그게 양이락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조금이라도 백수룡을 깎아내리고자 하는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그러나 그것마저 소용이 없었다.
“제가 내공을 썼다고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백수룡이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그 눈웃음에 일부 여학생들이 입을 틀어막고 꺅꺅거렸다.
양이락이 울컥해서 말했다.
“방금 도풍을 자를 때 검기를…….”
“내공은 쓰지 않았소.”
양이락은 또 다시 자신의 말을 끊은 사람을 원망하듯 바라봤다.
어느새 눈을 뜬 노군상이 감탄 어린 시선으로 백수룡은 바라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신검합일(身劍合一)에 이른 놀라운 기예였소. 단 한 톨의 내공도 사용하지 않고 그토록 완벽한 초식을 펼쳐 도풍을 가르다니. 이 늙은이가 다 부끄러워지는군.”
백대고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만큼, 그 말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자신이 방금 백수룡의 검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이유를 깨달았다.
노군상에 이어서 입을 연 사람은 놀랍게도 남궁수였다.
“……흔히 외공은 힘을 키우고 몸을 단단히 하는 것이 전부라고 아는 경우가 있는데, 근육과 뼈의 움직임은 물론, 신체의 모든 부위를 완벽히 통제하며 투로를 따라 초식을 펼치는 과정 전부를 외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방금 전 백수룡 지원자가 펼친 검식은…….”
남궁수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자 백수룡을 향했던 모두의 시선이 남궁수를 향했다.
‘이것 보게? 저 녀석도 제법이군.’
백수룡이 피식 웃자, 순간 눈썹을 꿈틀댄 남궁수가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실로 멋진 외공이었습니다.”
청룡학관 일타강사인 남궁수마저 백수룡을 인정했다.
졸지에 바보가 된 양이락이 시뻘게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
“수업은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군.”
주위를 스윽 둘러본 노군상은 모두에게 들으란 듯이 목소리에 내공을 담아 말했다.
“이것으로 시범 강의를 종료하겠소. 지원자들 모두 수고하셨소. 이제 돌아가서 내일 있을 대련을 준비해 주시기 바라오.”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모든 시범 강의가 끝나고, 지원자들은 흩어져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시범 강의에 대한 성적은 따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날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백수룡…….’
모두의 시선이 단 한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모습이 청룡학관에서 사라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