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41
40화. 없다니까 그러네상상치도 못했던 방식으로 등장한 마지막 신입 강사 지원자의 모습에, 순간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말문이 막혔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백수룡입니다.”
옷에는 온통 먼지를 뒤집어썼고, 몸에서는 화약 냄새가 풍겼다.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 내며 백수룡이 머쓱하게 웃으며 물었다.
“시범 강의 아직 안 끝났죠?”
그제야 한 박자 늦은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형님!”
“백 형!”
“이, 이놈이!”
초조하게 백수룡을 기다린 악연호, 명일오, 매극렴이 동시에 외쳤다.
셋 다 당장이라도 달려와 잔소리를 퍼붓고 싶은 눈치였지만, 그 전에 곽철우가 빽 소리를 질렀다.
“백수룡 지원자! 뭘 하다 이제야 온 거요!”
“일이 좀 생겨서 늦었습니다.”
“방금 그건 또 뭐고! 대체 어떻게 하늘을 날아서 온 거요!”
“시간이 촉박해서 화약의 힘을 좀 빌렸습니다만……. 한 오십 장 정도 날아왔더니 조금 어지럽네요.”
“포, 폭약?”
“아는 분이 폭약 전문가라, 올 때 도움을 좀…….”
“억!”
엄청난 말을 대수롭지 않게 하는 모습에, 곽철우가 뒷목을 붙잡았다. 남궁수가 그 옆에서 싸늘한 눈빛으로 백수룡을 노려봤다.
“지금 그게 늦은 사람이 해야 할 태도입니까?”
“물어봐서 대답한 건데 뭐가요?”
남궁수의 싸늘한 시선과 웬 개가 짖냐는 표정의 백수룡의 시선이 부딪쳤다.
그 모습을 본 곽철우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두말할 필요 없소! 당신은 탈락…….”
“푸하하! 재미있군!”
청룡학관주 노군상의 웃음이 곽철우의 말을 중간에 잘랐다.
팔순을 훌쩍 넘긴 노인이 눈가의 껄껄 웃고 있었다.
“내 청룡학관주를 맡은 이래로 이토록 재미있는 광경은 처음이네! 백 소협. 강의 준비는 되었소?”
“과, 관주님? 안 됩니다! 괘씸해서라도 저자는…….”
“내가 관주일세.”
“…….”
한마디로 곽철우를 침묵시킨 노군상은 다시 아이처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백수룡을 바라봤다.
“백 소협. 지난번에 볼 때와 뭔가 달라진 것 같은데. 기대해 봐도 되겠소?”
“예. 뭔가 보여 드리겠습니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웃어 보인 백수룡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열 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당황한, 흥미로운, 또는 적대적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들도 보이는군.’
헌원강은 대놓고 사나운 시선으로 그를 쏘아봤고, 팽사혁은 무덤덤한 시선 속에 살기를 감추고 있었다.
그리고 둘 못지않게 이글거리는 눈빛의 소녀가 있었다.
‘쟨 학생회 부회장이었나?’
당소소는 앞선 두 사람과는 다른 의미의 시선(그러나 어쩐지 더 위험하게 느껴지는)으로 백수룡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숨결마저 조금 거칠다.
‘뭐야 쟤. 무서워.’
당소소의 시선을 슬쩍 외면한 백수룡은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외공 수업이니만큼 학생들도 직접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말이죠.”
“…….”
백수룡이 다가오자 학생들의 표정에 긴장이 어렸다.
가장 늦은 마지막 차례임에도 불구하고, 백수룡은 주눅이 들긴커녕 느긋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저벅, 저벅.
그가 걷는 동안 모두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대연무장에 있는 학생들과 강사들뿐만이 아니라, 기숙사에서도 학생들이 하나둘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웅성웅성.
“뭐야? 뭔데 난리야?”
“시범 강의? 아직도 하고 있었어? 저게 뭐가 재미있다고…….”
“저 사람이 마지막 지원자인데, 날아서 왔대.”
“……날아왔다고? 설마 전설 속의 허공답보 말하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어? 저번에 그 잘생긴 선생님이잖아!”
학교 전체의 시선이 단 한 명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노군상은 작게 감탄했다.
‘저것도 재능이군. 아니면 의도한 것인가?’
어느새 학생들 앞에 도착한 백수룡이 부드럽게 웃으며 학생들을 둘러봤다.
“참여 수업이니,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도 있으면 더욱 좋겠지?”
그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발음이 분명하고, 귀에 쏙쏙 들어왔다.
행동 또한 과장되지는 않았지만 손동작 하나, 시선의 움직임 하나가 보는 사람의 흥미를 자극했다.
마치 잘 짜인 검무를 보는 것만 같은 느낌.
백수룡을 보면 볼수록 노군상은 감탄스러웠다.
‘허어! 시골 무관 출신이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감당해 본 경험이 없을 텐데…….’
어째서 수없이 해 본 것처럼 익숙해 보인단 말인가.
‘마치 남궁 선생의 수업을 보는 것 같군.’
문득 남궁수의 표정이 궁금해진 노군상이 고개를 돌려 그를 보니, 남궁수의 표정은 더없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청룡학관의 일타강사마저 백수룡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첫 수업이니 간단한 상품을 걸어서 흥을 돋우겠습니다.”
“상품?”
백수룡은 허리춤에 찬 검을 검집째 풀더니,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반장 정도 되는 원을 바닥에 그렸다.
“여러분은 이각 동안 외공만 사용하여, 절 여기서 한 발자국이라도 나가게 하면 됩니다. 그럼 여러분 모두에게 은자 백 냥을 드리겠습니다.”
“!!”
은자 백 냥이라는 말에 모두의 눈이 커졌다.
백 냥이면 평범한 가정은 1년은 먹고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무림세가의 자식들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쉽게 만질 수 없는 거금.
“예?”
“저, 정말입니까?”
“그럼 선생님도 외공만 쓰시는 겁니까?”
백수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저도 외공만 사용할 겁니다. 제가 내공을 사용하게 만들면 그것도 제 패배로 인정하겠습니다.”
“…….”
학생들이 쉽게 먼저 덤비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는 가운데, 백수룡이 검집으로 바닥을 툭툭 치며 말했다.
“강의 시간은 이각뿐인데. 빨리 움직일수록 유리할 텐데…….”
“큭큭. 재미있겠군.”
아직 모두가 망설일 때, 문제아로 유명한 헌원세가의 망나니가 질풍처럼 달려들었다.
휘이익!
백수룡은 순식간에 다가와 자신의 얼굴에 주먹을 꽂으려는 헌원강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 네가 처음일 줄 알았다.”
순간 백수룡의 손이 벼락처럼 뻗어지더니, 헌원강의 옷깃을 잡아 번쩍 들어서 바닥에 메쳤다.
콰아앙!
바닥에 등부터 떨어진 헌원강은 그 반동으로 반 장 정도 떠올랐다가 다시 떨어졌다.
“커헉……!”
“좀 쉬다가 괜찮아지면 다시 와라.”
고통스러워하는 헌원강을 발로 툭 밀어 버린 백수룡은, 아직 덤비지 않고 놀란 눈으로 서 있는 학생들을 바라봤다.
“왜? 뭐? 그럼 돈 벌기 쉬운 줄 알았어?”
* * *
따악!
이마에 딱밤을 얻어맞은 헌원강은 나가떨어지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크아아악! 젠장!”
“쯧. 보법을 밟을 때 공격일변도로 밟으니 그 모양이지. 반격당했을 때를 생각해라.”
말하는 사이에 옆에서 날아오는 팽사혁의 발차기.
후우웅!
나는 검집을 휘둘러 공격을 막은 후, 중심이 흔들린 팽사혁의 오금을 발로 걷어찼다.
“끄윽!”
힘을 주고 억지로 버티려 한 팽사혁의 비어 있는 옆구리를 검집으로 쳐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무릎을 접은 채 발을 들어 발끝으로 녀석의 턱을 올려쳤다.
퍼억!
팽사혁이 허공으로 치솟자, 그 거구의 뒤에 숨어 있던 당소소가 암기를 뿌리며 동시에 동귀어진의 자세로 달려들었다.
그런데, 눈빛이 이상한 귀기에 물들어 있다.
“선생님! 제 이마도 때려 주세요!”
……이건 고도의 심리전인가?
아무튼 검집을 휘둘러 암기를 모조리 쳐 낸 후, 이상한 열망이 가득한 눈으로 덤벼드는 당소소를 피해 옆으로 한 걸음 움직였다.
그리고 비어 있는 등을 좌장으로 때려 멀리 밀어냈다.
퍼엉!
한참 밀려나던 당소소가 몸을 홱 돌리더니 표독스럽게 외쳤다.
“왜! 왜 저만 자꾸 밀어내세요! 저한테도 공평한 기회를 주세요! 머리카락 몇 올만 있으면 된단 말이에요!”
“……머리카락은 왜?”
“베게 안에 넣어 두려고요!”
……역시 성정이 악랄하고 집요하기로 유명한 사천당가의 딸답게 심리전에도 능한 것 같다.
‘절대로 가까이 못 오게 해야지.’
잠시 내 정신이 혼란스러운 틈에, 이름을 모르는 남학생이 등 뒤에서 덮쳐들었다.
“기습은 좋았지만 동작이 너무 크다.”
나는 몸을 돌리며 검집을 휘둘렀다.
그런데 내게 덤벼들던 녀석이 그걸 피하겠다고 몸을 돌리다가 그만…….
퍽!
“꺼억!”
영 좋지 않은 곳을 얻어맞은 학생은 두 손으로 사타구니를 감싸며 바닥을 데굴데굴 뒹굴었다.
눈이 반쯤 뒤집혀 있었다.
“커, 컥! 거, 거긴…….”
“……미안하다. 터지진 않았을 거야.”
검집으로 그 학생의 엉덩이를 몇 번 두들겨 준 후, 신경 써서 부드럽게 멀리 밀어냈다.
그 후에도 몇 명이 더 덤볐지만, 나는 여전히 원 안에서만 움직였다.
“허억……. 헉…….”
“젠장.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네…….”
“내공만 쓸 수 있었어도…….”
약이 오르는지 애송이들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래 봤자 나를 이 안에서 밀어낼 수는 없었다.
‘혈교에서 수없이 해 본 훈련이거든.’
당시 단전을 다쳐 내공을 쓸 수 없던 나는 훈련생들의 외공 수업을 거의 전담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이 훈련법을 개발한 후, 단 한 번도 원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다.
‘저 녀석들이 합심하면 아주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닌데…….’
나는 헌원강과 팽사혁, 그리고 당소소를 바라봤다.
셋 다 상당한 실력을 갖췄다. 합을 맞춘다면 충분히 내게도 위협이 될 수 있었다.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반 각.
“너희들. 이기고 싶으면 함께 덤비는 게 낫지 않겠냐?”
내가 직접 방법을 제안해 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난 원래 혼자 싸워.”
“수준이 맞아야지.”
“……그건 좀 싫어요.”
셋의 관계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영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겠다.
“그래. 그럼 또 얻어터지든가.”
피식 웃은 나는 왼손은 뒷짐을 졌다. 지금부터 한 손은 쓰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남은 시간 동안 왼손은 쓰지 않으마. 이걸로도 부족하면 왼발도…….”
“젠장! 닥쳐!”
미친개처럼 달려드는 헌원강을 필두로, 독기에 찬 학생들이 사방에서 덤벼들었다.
“죽여!”
“어떻게든 저기서 밀어내!”
“으아아! 약 올라!”
그러나 제대로 합을 맞추지 않고 머릿수로만 덤비는 다수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휘익! 휙휙휙!
나는 여유롭게 공격을 막고 피하고 반격했다. 덤벼드는 학생들끼리 서로 부딪치고 방해하도록 유도했다.
학생들의 움직임이 눈에 익자,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생겼다.
“우와아아아아!”
“엄청나다! 저 선생님 장난 아니야!”
“팽사혁과 헌원강이 저렇게 당하다니…….”
기숙사에서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 학생들에게서 감탄과 환호가 쏟아지고 있었다.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나는 문득 우스워서 피식 웃었다.
강사들의 반응도 궁금해서 고개를 돌려 강사들이 모여 있는 쪽을 바라봤다.
마침 남궁수와 눈이 마주쳤다.
“…….”
똥 씹은 듯 표정이 굳은 채로, 남궁수는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마치 눈싸움이라도 하자는 듯이.
‘웃긴 놈이군.’
피식 웃어 준 나는 고개를 돌려 다른 강사들을 바라봤다.
흥미로운 눈으로 나를 관찰하는 노군상.
심기가 불편한 남궁수의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곽철우.
그 외에 순수하게 감탄, 혹은 심란한 표정의 강사들.
‘음? 살기?’
남궁수의 왼편에 있는, 남궁수보다 더 못마땅한 표정의 강사가 날 노려보는 것이 보였다.
골격이 크고 우락부락해 보이는 것이 한눈에 봐도 “나 외공 좀 익혔소!” 하고 말하는 것 같은 몸을 가진 덩치였다.
나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학생들의 공격을 막으며, 나한테 살기를 드러내는 녀석을 주시했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우락부락한 덩치의 입술을 살짝 움찔거리는 것이 아닌가.
‘전음?’
덩치는 누군가에게 전음을 보내고 있었다.
그 대상은 알 수 없었다. 내용이야 아마 내 욕이거나 그런 거겠지만…….
‘잠깐. 날 노려보는 게 아닌가?’
이제 보니, 덩치의 시선이 미묘하게 나와 엇갈리고 있었다.
표정이 찌푸려졌다가 이를 악무는 걸 보면 전음 상대와 대화를 나누는 모양인데…….
“죽어엇!”
“으아아!”
그 순간, 헌원강과 팽사혁이 동시에 나를 공격해 왔다.
‘이 자식들. 아깐 싫다더니 은근슬쩍 합공을 하잖아.’
그런데 두 녀석의 공격 그 사이로, 한줄기 예리한 도풍(刀風)이 날아왔다.
‘이거 봐라?’
도풍은 내공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기술로, 도기의 바로 아래 단계라고 할 수 있었다.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기술.
“하.”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반칙을 써서라도 어떻게든 날 여기서 밀어내려는 모양인데.
“한 번도 원 밖으로 나간 적 없다니까 그러네.”
중얼거린 나는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