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40
39화.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 녀석은 아직도 안 온 게요?”
지나가듯 무심하게 묻는 말이었지만, 악연호는 등에 한 줄기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그 질문을 한 사람이 청룡학관에서 같은 강사들도 무서워하기로 유명한 학생주임이고, 이 질문이 벌써 세 번째이기 때문이었다.
“하하. 곧 올 겁니다.”
매극렴의 형형한 눈빛을 받은 악연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매극렴은 그 대답이 못마땅한 듯 표정을 찌푸렸다.
“아까부터 똑같은 소리군.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하지 않았소?”
“그, 그게…….”
악연호는 억울했다.
‘늦은 사람은 자기 손자인데 왜 날 들들 볶는 거냐고!’
불만이 많았지만, 정작 학생주임에겐 한마디도 따지지 못하고 궁색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며칠 어디 다녀온다고만…….”
“자신 없어서 도망친 건 아니고?”
“……그건 절대 아닙니다.”
“흥. 두고 보겠소.”
다른 예비 강사들에게 가는 매극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악연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더 이상 늦으면 정말 위험한데…….’
청룡학관 신입 강사 실기시험은 이미 시작되었다.
저 앞에서는 앞 차례인 신입 강사 지원자들이 강단에 올라가, 선별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 강의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흠흠. 태극의 이치에 따르면…….”
“문파마다 음양오행의 해석이 조금씩 다르고, 그에 따라 비급을 풀이하는 방법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혈교의 전신은 수백 년 전 사라진 천마신교입니다. 혈교 초대 교주는 당시 천마신교의 이주 결정에 반대하는 이들을 규합해…….”
다들 열심히 자신의 무론을 펼치거나, 때로는 강단에서 내려와 직접 무공을 시연해 보였다.
그러나 학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하거나 짓궂거나, 둘 중 하나였다.
“흐암. 졸려 죽겠네.”
“와, 강사가 그것밖에 못 해요?”
“잠깐만요. 방금 하신 말씀. 지나치게 편향적이고 개인적인 의견 아닌가요?”
악연호는 그런 되바라진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와, 요즘 애들 장난 아니네.’
그중에는 악연호와 나이 차이가 크게 안 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위에서 시키는 대로 군말 없이 무공을 수련한 악연호와 달리, 이곳 청룡학관 학생들은 납득이 되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따지고 들었다.
‘……조금 부럽기도 하네.’
강단의 왼편에는 청룡학관주, 부관주, 그리고 기존의 강사들이 무언가를 적으며 신입 강사 지원자들을 평가하고 있었다.
“후우…….”
방금 시범 강의를 돌아온 마치고 명일오에게 악연호가 수통을 건넸다.
“일오 형님. 고생했어요. 직접 해 보니까 어때요?”
“말도 마. 애들은 뭐 하나라도 물어뜯으려고 노려보지, 옆에서는 강사님들 눈치 보이지……. 나 뭐 실수 한 거 없었지?”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 제일 잘하던데요.”
조금 과장이긴 했지만, 실제로 명일오의 시범 강의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아마 학생들이나 강사님들 평가도 좋을 거예요.”
그 말에 한숨을 돌린 명일오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그나저나 백 형은 아직도 안 왔어?”
“감감무소식에요.”
“큰일이네. 이젠 진짜 와야 하는데…….”
어느덧 악연호의 차례도 가까워지고 있었고, 그 다음 차례가 바로 백수룡이었다.
두 사람은 초조한 마음에 청룡학관 입구 쪽을 바라봤다.
끼잉…….
정문 옆에서 웬 똥개 한 마리가 낑낑대며 똥을 누고 있을 뿐,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도 안 온 게로군.”
잠깐 학생들을 둘러보러 갔던 매극렴이 두 사람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어렸다. 그리고 목소리에는 은은한 노기가 배어 나왔다.
“역시 그 애비에 그 자식인가…….”
매극렴의 몸에서 스산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한기에 자기 차례를 기다리던 강사들이 흠칫흠칫 몸을 떨었다.
매극렴이 싸늘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안 온 것을 보면 할 마음이 없다는 거겠지. 백수룡 지원자는 탈락으로 처리하겠소.”
“자, 잠깐만요!”
생각보다 먼저 말이 나왔다.
앞으로 나선 악연호는 한 자루의 예리한 검처럼 자신을 향한 매극렴의 시선을 마주 보며 침을 삼켰다.
‘망할 인간! 뭘 하느라 이렇게 늦는 거야!’
속으로 백수룡을 원망하며, 악연호는 최대한 시간을 벌어 볼 생각으로 말했다.
“학생주임 선생님! 수룡 형님은 곧 올 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그 말만 네 번은 들은 것 같군. 그래서 언제 온다는 거요? 시험이 다 끝난 후에 올 건가?”
악연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솔직히 언제 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무슨 일이 생겼겠죠. 하지만 절대로 도망갔을 리 없습니다.”
“어찌 그렇게 장담하는 게요? 알고 지낸 지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면서.”
“그건.”
말을 멈춘 악연호는 백수룡의 뻔뻔한 얼굴을 떠올렸다.
면접관들이 자신을 떨어뜨리면, 청룡학관 앞에 백룡학관을 짓고 십 년 안에 능가해 보이겠다고 말하던 그 얼굴을.
“……이건 청룡학관의 미래를 위해 드리는 말씀인데요.”
“청룡학관의 미래?”
“수룡 형님이 그랬거든요. 자길 떨어뜨리면 청룡학관 건너편에 백룡학관을 짓겠다고요. 십 년만 지나면 백룡학관 학생들이 청룡학관 학생들을 쥐어팰 거라고요.”
“하. 뭐라?”
“지금 형님을 떨어뜨리시면 내일부터 당장 터를 알아보러 다닐지도 모릅니다.”
그 말이 얼마나 황당무계했는지, 주변에 있던 예비 강사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꾹 다문, 일자에서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학생주임의 입술마저 씰룩였다.
매극렴이 웃음을 참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배포가 크고 당당한 것은 내 딸을 닮았군.”
“예?”
“……아무것도 아니오.”
악연호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기분 변화였지만, 어쨌든 나쁜 신호는 아니었다.
매극렴이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많이 봐주었소. 차례가 될 때까지 오지 않으면 탈락시킬 수밖에 없지.”
“저, 학생주임 선생님.”
그때, 명일오가 악연호 옆에 서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백수룡 지원자의 순서를 조금 뒤로 미뤄 주실 수는 없을까요?”
예상대로 매극렴이 눈에 불을 켰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당신들은 이게 장난으로 보이오?”
“그런 것이 아니라…….”
“한 번만 더 그딴 말을 하면 당신들도…….”
그때였다. 멀리서 그들의 실랑이를 지켜보고 있던 누군가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새로운 목소리의 등장에 다들 돌아보니, 삼절검 남궁수와 화염도 곽철우가 걸어오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한 남궁수가 뒷짐을 지며 부드럽게 웃었다.
“학생들이 많이 피곤해하기에, 일각만 쉬기로 했습니다.”
“…….”
청룡학관 일타강사의 등장에 대부분의 신입 강사 지원자들이 동경 어린, 혹은 질시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악연호는 둘 다 아니었다. 그는 불편해 보이는 시선으로 남궁수를 바라봤다.
‘이 사람이 여긴 왜 왔지?’
남궁수는 악연호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고 매극렴에게 물었다.
“학생주임 선생님. 일하시는 데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소란스럽기에 걱정되어서 와 봤습니다.”
“걱정은 무슨.”
매극렴이 손을 저으며 무덤덤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별일 아니오. 아직 오지 않은 지원자가 있어서 지금 탈락시킬지 좀 더 기다려 볼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소만…….”
“그 지원자가 혹시 백수룡입니까?”
“……맞소.”
그 순간 남궁수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맺혔다.
악연호와 명일오가 보기에는 매우 불길해 보이는 미소였다.
“저런. 급한 사정이 생긴 모양이군요. 설마 시범 강의에 나서는 것이 두려워 도망쳤을 리는 없고……. 그렇다고 대련에서 망신을 당할까 도망쳤을 리도 없으니…….”
“…….”
대놓고 말만 하지 않을 뿐, 도망친 것이 아니냐는 조롱이었다.
악연호와 명일오, 그리고 매극렴의 이마에 동시에 힘줄이 돋았다.
“도망친 거 아닙니다.”
“백 형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아니라는군.”
남궁수는 매극렴의 싸늘한 시선에 조금 당황한 눈치였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말을 못하지는 않았다.
“흠흠. 그렇다면 이렇게 하지요. 백수룡 지원자에게 사고가 생긴 것 같으니, 그의 순서를 맨 마지막으로 미루어 주는 것이 어떻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하면 형평성이…….”
매극렴이 문제를 제기하려 했으나, 남궁수가 그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물론, 본래 마지막 순서이신 지원자께서 허락해 주신다는 가정하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 저는 좋습니다!”
얼굴이 창백해져 있던 지원자가 손을 번쩍 들더니 외쳤다.
“제가 양보하겠습니다! 얼마든지 양보해 드리겠습니다!”
“…….”
당사자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자, 매극렴도 더 이상 뭐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남궁수는 순식간에 모든 상황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였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 부관주님. 제가 건방지게 먼저 나섰습니다만……. 저희 청룡학관이 지원자에게 조금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 줄 필요도 있지 않겠습니까?”
“아, 물론이지. 남궁 선생 편한 대로 하시게. 관주님이야 어차피 신경도 안 쓰실 거야.”
남궁수를 따라온 곽철우가 “아암! 그래야지!” 하고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청룡학관 최고의 강사라고 해도…… 누가 더 상급자인지 모르겠군.’
순식간에 상급자의 결재까지 받아낸 남궁수가 몸을 돌려 악연호를 바라보며 웃었다.
“백수룡 지원자에겐 잘되었군요. 도망친 것이 아니라 사. 정. 이. 있어서 못 올 뻔했는데. 저희도 이만큼 배려해 드렸으니 충분히 시간에 맞춰 오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
악연호는 대답하지 않고 지그시 남궁수를 노려보았다.
‘처음부터 이걸 노렸군.’
마지막 순서.
그때까지도 백수룡이 오지 않는다면 도망자로 모두에게 낙인이 찍힐 것이고, 온다고 해도 엄청난 부담감 속에서 수많은 시선을 견디며 시범 강의를 해야 한다.
시범 강의는 뒤에 할수록 부담감이 크다.
아무래도 앞서 강의를 들은 학생들과 강사들의 피로도가 쌓이고, 그에 따라 평가 기준도 높아지기 때문.
‘반대로 말하면, 마지막이니 잘할수록 더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지만…….’
그만큼의 실력을 보여 주는 것은 10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친 강사들도 힘든 일이었다.
남궁수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촌에서 어린애들이나 가르치던 촌뜨기에게 그런 실력이 있을 리는 없지.’
남궁수는 면접 때 백수룡이 자신에게 한 말을 잊지 않았다.
-내가 외공으로 이 자리에서 당신을 묵사발 내면 어때?
적어도 배짱은 있는 줄 알았다.
설마 시범 강의에도 나타나지 못할 정도의 겁쟁이였을 줄이야.
하지만 도망쳤다고 해서 용서해 줄 생각은 없었다.
‘청룡학관의 모두가 네 녀석이 겁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설령 뒤늦게 나타나 시범 강의에 나선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이 도시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망신을 줄 테니까.
남궁수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개인적으로 백수룡 지원자의 시범 강의,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꼭 제 시간에 도착했으면 합니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운 남궁수가 몸을 돌려 자기자리로 돌아갔다.
“…….”
그 뒷모습을 악연호, 명일오, 매극렴이 나란히 서서 노려보다가 한마디씩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수룡 형님이 꼭 와서 본때를 보여 줘야 하는데.”
“분명 올 거야.”
“……손자 놈. 만약 안 오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라.”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갔고, 마지막 차례가 점점 가까워짐에도 백수룡은 나타나지 않았다.
* * *
“하하하! 그러니까 제가 주작학관에 재학하던 시절에…….”
곽두용은 두꺼운 팔로 자신의 가슴을 퍽퍽 때려 가며 이야기했다.
그 앞에 앉은 학생들 대부분은 질린다는 표정이었지만, 일부는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강사석에 앉은 강사들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곽두용을 평가했다.
“곽두용 지원자. 의외로 잘 가르치네요.”
“저 주작학관 얘기만 아니면 괜찮아 보입니다. 여러 가지 도법에 관한 지식도 풍부하고요.”
“허풍이 심하긴 해도 말재주가 있어요. 여학생들은 싫어하지만, 남학생들에겐 의외로 반응이 좋군요.”
의외로 쏟아지는 호평에, 부관주인 화염도 곽철우가 헛기침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나 때문이라면 다들 그만해도 되네.”
곽두용은 곽철우의 오촌 조카였다.
어린 시절에는 실제로 주작학관에서 공부할 정도로 뛰어난 후기지수였지만, 어느 사건을 계기로 한동안 완전히 무공을 놓았던 가문의 아픈 손가락.
정신 좀 차리게 해 달라는 사촌 형님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응시 원서를 받아 주긴 했는데, 설마 면접에 붙고 시범 강의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부관주님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강사의 자질이 있습니다. 혈육이라 해서 너무 엄격한 잣대로 보진 마십시오.”
남궁수가 부드럽게 웃으며 곽철우에게 말했다. 민망했는지, 곽철우가 큼큼 헛기침을 했다.
“……술만 취하지 않으면 괜찮은 녀석이라네. 대부분 술에 취해 있어서 문제지.”
“술을 끊지 못하는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곽철우가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20년 전, 천주봉 혈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라네.”
“아…….”
한순간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자 곽철우가 급히 손을 저으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다들 신경 쓰지 마시게. 지금은 강사 평가에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하. 예. 그렇죠.”
“그, 그나저나 올해는 지원자들의 수준이 높네요.”
다들 딴청을 하더니 다시 강의에 집중했다.
곽두용의 차례가 끝나고, 그다음 지원자의 차례가 되었다.
남궁수는 눈을 빛내며 강단 위로 올라오는 청년을 바라봤다.
‘산동악가 출신이라고 했던가.’
“산동악가에서 온 악연호라 합니다.”
악연호는 짧은 자기소개를 마친 후 창을 들고 직접 앞으로 나서서 시범을 보여 주었다.
휘익! 휙휙휙!
연습용 창이 낭창낭창하게 휘며 찌르고, 베고, 후려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하게 움직이며 빈 공간을 점했다.
학생들과 강사들 사이에서 연신 감탄이 터져 나왔다.
남궁수는 미간을 가늘게 좁혔다.
‘역시 명문의 자제라 그런지 제법이군.’
그러나 악연호 이후에는 그럴듯한 실력을 지닌 지원자가 없었다.
대부분은 수준 이하였고, 그 외에는 평범했으며, 극히 일부만 눈에 들어오는 정도.
대부분의 학생들과 강사들은 시범 강의를 점점 지루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궁수는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도 제법 즐거웠다.
‘곧 마지막 차례가 오겠군.’
백수룡.
면접에서 감히 자신을 도발한 촌뜨기.
녀석의 시범 강의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오지 않은 것을 보면 결국 오지 않을 모양이다.
“마지막 시범 강의는 외공 기초 수업이다! 일각 후에 시작할 테니 시범 강의에 참여할 학생들은 그때까지 착석해라. 그리고 백수룡 지원자는 강단 위로 올라오시오!”
외공 기초 수업 참관을 신청한 학생들이 하나둘 자리에 앉았다.
‘으음?’
남궁수는 조금 놀랐다.
자리에 앉은 학생 중에 동아리 연합회 회장인 팽사혁부터 학관의 문제아로 유명한 헌원강, 그리고 학생회 부회장 당소소까지 눈을 빛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아이들이 왜…….”
“기초 수업을 들을 학생들이 아닌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다른 강사들도 비슷한 의문을 가지는 가운데, 일각이라는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지원자 서류를 확인한 곽철우가 소리쳤다.
“백수룡 지원자! 안 왔습니까?”
대답은 없었다. 악연호, 명일오, 매극렴이 초조한 표정으로 정문 밖을 바라봤다.
웅성웅성.
학생들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남궁수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저런. 결국 안 올 모양입니다.”
“실망이군요. 차례까지 바꿔 줬는데.”
“쯧쯧…….”
“허우대만 멀쩡하지, 속 빈 강정이었군.”
강사들이 혀를 차고,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도 이게 뭐냐는 식으로 투덜거리며 불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본 남궁수의 입가에 가느다란 비웃음이 맺혔다.
‘결국 그 정도였군.’
주위의 반응을 확인한 곽철우가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만큼 기다려 줬으면 학관에선 할 만큼 했소. 백수룡 지원자는 탈락을……!”
그 순간, 그때까지 조용히 정문 밖을 바라보던 관주 노군상이 입을 열었다.
“부관주. 잠깐 기다려 보게.”
“관주님?”
“저기서 뭔가가 날아오는군.”
“……예? 날아와요?”
노군상의 올라간 시선을 따라 곽철우와 남궁수,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쐐애애액!
작은 점이 포물선을 그리며 청룡학관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속도가 실로 무시무시했다.
“저, 저게 무슨…….”
남궁수가 입을 떡 벌리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잠시 후, 점이 점점 커지더니 그 정체가 사람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포, 포탄?”
“여기 떨어진다! 옆으로 비켜!”
“으아악!”
한곳에 뭉쳐 있던 신입 강사 지원자들이 당황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휘리리릭!
머리부터 떨어지던 신형이 허공에서 멋들어지게 공중제비를 돌더니, 바닥에 가볍게 착지했다.
탁!
“후우…….”
한 폭의 그림처럼 잘생긴 청년이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넘겼다.
다들 할 말을 잃은 채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주위를 둘러본 백수룡이 머쓱하게 웃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백수룡입니다.”
앞선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며, 마지막 신입 강사 지원자가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