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53
52화. 첫 출근 (1)
“……이상으로 당부 말씀을 마치며, 신입 강사 여러분들에게 한 번 더 환영한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길었던 노군상의 연설의 끝으로, 청룡학관 신입 강사 환영 인사가 끝났다.
짝짝짝짝짝!
기존의 강사들과 대연무장에 모여든 학생들이 열 명의 신입 강사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 인원만 수백이 넘으니 꽤나 장관이었다.
“신입 강사 대표 제갈소영! 청룡학관의 강사님들과 학생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척!
이번 기수에 수석으로 입사한 제갈소영이 선두에서 포권을 취하자, 그 뒤의 아홉 명이 동시에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감사드립니다!””
그 절도 있는 동작에 노군상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고, 신입 강사들은 뿌듯한 얼굴로 당당히 고개를 들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 하나만…….”
물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새어 나오려는 하품을 간신히 참으며 중얼거렸다.
“대체 마지막이 몇 번째야? 뭔 절차가 이렇게 많은데?”
내가 귀찮은 표정을 짓자, 내 오른쪽에 서 있던 악연호가 내 옆구리 찌르며 복화술로 말했다.
“형님! 표정 관리! 학생들이 다 보고 있다고요.”
“너나 많이 해라. 나는 어차피 잔뜩 찍혀서 더 관리할 필요도 없으니까.”
내가 아예 대놓고 하품을 하자, 저 앞쪽에 서 있는 남궁수의 눈썹이 꿈틀대는 게 보였다.
……이거 재미있는데 조금 더 해 봐?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형님. 그래도 청룡학관은 환영식이 간단한 편입니다. 다른 곳은 종일 하는 데도 있어요.”
이번에는 내 왼쪽, 점잖게 빼입고 머리에는 기름까지 바르고 온 명일오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튼 정파 놈들. 허례허식 좋아하는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누가 들으면 형님은 정파 아닌 줄 알겠어요?”
“나야 물론 태생부터, 뼛속부터 정파지.”
다만 전생이 혈교였을 뿐이다. 전생이.
아무튼 우리가 구시렁거리는 동안 모든 행사가 마무리되었고, 연무장을 가득 채웠던 학생들도 흩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기존의 강사들 중 몇 명이 우리에게로 걸어왔다.
“제갈소영 선생님.”
“아, 네!”
남궁수의 부름에 제갈소영이 바짝 군기가 든 표정으로 차렷 자세를 취했다.
남궁수는 특유의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은 오늘부터 저와 함께 근무합니다. 짐을 챙겨 따라오십시오.”
“아, 네. 알겠습니다!”
자기 할 말만 마치고 몸을 돌리는 남궁수.
제갈소영은 구석에 놓아두었던 커다란 책을 가슴에 안고 허겁지겁 그를 따라갔다.
‘어휴.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구나.’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뿐인지, 다른 신입 강사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제갈소영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제갈소영 다음으로 호명된 사람은 놀랍게도 입사 성적으로 차석을 차지한 악연호였다.
“악연호 선생.”
“네!”
“악연호 선생은 저와 함께 가도록 합니다.”
악연호를 호명한 사람은 군인 같은 인상에 턱이 각진 중년의 사내였는데, 차석을 호명한 것으로 봐서는 짬밥이든 실력이든 남궁수 다음가는 강사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어서 성적 순서대로 신입 강사의 이름이 줄줄이 호명되었다.
“진의협 선생님?”
“여기 있습니다!”
“설수연 선생.”
“네?”
“명일오 선생!”
“무슨 일이든 맡겨만 주십시오!”
청룡학관은 생각보다 무척 넓다.
멋모르고 혼자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일 정도로 넓고, 이런저런 건물도 많다.
때문에 처음 한 달 동안은 기존 강사들이 신입 강사들과 2인 1조를 이루어 함께 다니면서 학관 적응에 도움을 주는 것이 청룡학관의 전통이라고 했다.
그리고 보통은 신입 강사의 특기와 전공에 맞춰 선임 강사가 결정된다고 들었는데…….
‘는 개뿔. 성적순으로 뽑아가는구만.’
어느새 내 앞에 여덟 명이 호명되어 떠나고, 나와 곽두용 둘만 남았다.
그리고 우리 앞에 남은 강사도 단 두 사람.
지금 내 손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설마……. 아니겠지?’
꿀꺽.
침을 삼킨 나는 고개를 돌려 곽두용을 바라봤다. 마침 곽두용도 나를 바라봤다.
‘아, 아니겠지?’
‘아닐 거야…….’
우리는 똑같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서로에게 건투를 빌어 주었다.
확률은 절반.
설마 이놈의 학관이 시작부터 나한테 이런 거대한 시련을…….
“곽두용 선생.”
“네, 네?”
“대답 똑바로 못 하나?”
“네!”
곽두용을 호명한 사람은 부관주 곽철우였다.
한숨을 푹 내쉰 곽철우가 복잡한 표정으로 곽두용을 바라봤다.
“자넨 나와 함께 간다.”
“네…….”
도살장에 끌려가는 표정으로 곽두용이 떠나고, 이제 남은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안 돼…….’
내 표정도 곽두용에 못지않게 나빴다.
왜냐면 내 맞은편에 있는 마지막 강사가…….
“따라오너라.”
“……예. 할아버님.”
청룡학관의 학생주임이자, 내 외조부인 매극렴이었기 때문이다.
내 떫은 표정을 본 매극렴이 하얀 눈썹을 꿈틀거렸다.
“왜? 나랑 같이 가는 게 싫으냐?”
“하, 하하. 그럴 리가요. 너무 좋아서 순간 표정 관리가 안 되었나 봅니다.”
내 대답에 매극렴은 혀를 찬 후 찬바람이 날 정도로 몸을 홱 돌렸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만 할 거면 그냥 입 다물고 따라오너라.”
“……넵.”
나는 공손히 대답한 후 매극렴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젠장. 차라리 남궁수랑 함께 가는 게 낫지.’
앞으로 한 달.
나는 학생주임과 함께 근무하게 되었다.
* * *
“너는 오늘부터 생활지도부 소속 선생이다.”
“…….”
“모든 강사들이 그래야겠지만, 생활지도부에 소속된 강사는 특히 학관 구석구석을 잘 알아야 한다. 왜 그래야 할 것 같으냐?”
“강의 장소를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
“그거야 당연한 거고.”
내 대답에 매극렴은 혀를 차더니, 일순간 냉혈동물처럼 눈을 차갑게 빛내며 말했다.
“구석에 숨어서 연초 피우는 놈들, 술 마시는 놈들, 그리고 불순 이성 교제하는 것들……! 학관 구석구석을 모두 알아야 놈들을 잡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차마 상상도 못 했던 대답에 나는 입을 떡 벌렸다.
‘가르치는 것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잖아?’
이쯤 되면 강사가 아니라 범인 잡는 포두에 가까운 것 아닐까.
그런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매극렴이 자세를 바로 하고 나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무공만 가르치는 것이 선생이 아니다. 학생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 그것도 선생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너는 왜 청룡학관에 지원했느냐?”
“일타강사가 되려고…….”
“그리고 또?”
“……좋은 선생이 되고 싶어서 지원했습니다.”
내 진지한 대답에 매극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선생이란 학생을 바른길로 인도하고, 만약 그릇된 길로 가고 있으면 다시 방향을 잡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말이라도, 수십 년 동안 한 곳에서 일한 사람의 말은 그 무게가 다르다.
“때문에 특별히 관주님께 부탁해 너를 생활지도부로 보내 달라고 한 것이다.”
“……예?”
이런 말은 말고…….
“잔말 말고 따라와라. 직접 보여 주면서 설명하는 것이 빠를 테니.”
……그리하여, 나는 종일 매극렴에게 끌려다니며 청룡학관의 지도를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이곳은 경공수련장이다. 여러 가지 환경을 조성해 놓고 경공을 펼칠 수 있게 만들어 놓았지. 저기 함정이 보이느냐?”
“예.”
“저런 함정에 숨어서 연초를 피우는 놈들이 종종 있다. 잘 봐두어라.”
“…….”
“여긴 학생회 건물이다. 학생회 소속이라고 방심하면 안 돼. 이놈들이 자기들의 지위를 이용해 학관에 술을 들여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
“이곳은 동아리연합회 건물이다. 주요 경계 대상이지. 불순 이성 교제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만약 현장을 적발하게 되면…….”
“적발하면?”
“그 자리에서 참해도 좋다.”
“…….”
“저긴 폐관 수련동이다. 주로 고학년들이 깨달음이 필요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종종 이용하지. 아주 간혹 연초나 술을 숨겨서 들어가는 놈들이 있는데…… 걸리면 폐관 수련을 두 배로 늘려 주는 형벌에 처한다.”
“…….”
악마다! 이 노인은 악마야!
피도 눈물도 없는 학생주임과 학관 전체를 한 바퀴 다 돌았을 땐,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시간이었다.
“저녁 시간이군.”
우리는 학생식당으로 가서 정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감히 누구도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 같은 강사들마저도 멀리 떨어져 앉았다.
“오늘 둘러본 곳 중에 궁금한 것이 있느냐?”
식사할 때도 매극렴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눈을 형형히 빛내며 젓가락을 들었다.
대충 “아니오”라고 대답하면 경을 칠 게 분명해서,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본 후에 대답했다.
“지금 당장은 없습니다. 아직 머릿속으로 정리 중이라서요.”
“……생각나면 물어봐라.”
“예.”
종일 같이 다니며, 매극렴이라는 무인에 대해서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았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흘러나올 것 같은 외모와 달리, 매극렴은 아주 꼼꼼하고 친절하게 학관 전체를 안내하고 설명해 주었다.
비록 대부분이 비행 청소년들이 주로 어디 숨어서 흡연과 음주를 하고, 어떤 식으로 강사들을 속이며, 어떤 잘못에 어떤 벌을 줘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또한 그는 항상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여도, 좀처럼 진짜로 화를 내는 법은 없었다.
오히려 이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운 겉모습은 학생주임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면이었다.
그 속은 사실 따뜻한 사람이 아닐까?
“할아버님은 청룡학관을 무척 아끼시는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밥이나 처먹어라.”
“예…….”
아니면 말고.
그렇게 둘이서 묵묵히 식사를 하던 중에, 매극렴이 지나가듯이 물었다.
“왜 그런 말을 한 게냐?”
“……예?”
“천무제 우승 어쩌고 말이다. 그런 말을 하면 합격에 유리할 거라고 생각한 게냐?”
나는 태연히 젓가락질하며 대답했다.
“아니요. 오히려 불리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왜?”
나는 젓가락으로 콩 반찬을 집어 먹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오늘 알게 된 건데, 청룡학관 학식은 더럽게 맛이 없다.
“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학생들과 강사들에게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
“음?”
왜 아무 반응이 없나 궁금해서 고개를 들어 매극렴을 보자, 그가 기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건… 웃는 건가?
30년쯤 웃어 본 일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웃으려고 하면 저런 얼굴이 되지 않을까 싶은, 그런 얼굴로 매극렴이 나를 보고 있었다.
“큽…. 당돌하고 무모한 것이 똑 닮았구나.”
“하하. 어머니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 네 애비, 그 개잡놈 말이다.”
“…….”
미소 비슷한 것을 지으려던 매극렴의 얼굴이 싹 굳으며 나를 노려봤다.
나는 긴장해서 젓가락을 든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혹시라도 반찬이 암기처럼 날아오면 막아야 하니까.
‘망할 아버지! 왜 나랑 닮아가지고!’
정확히는 내가 아버지를 닮은 거지만, 누구라도 이런 상황 앞에서는 아버지를 원망하게 될 터였다.
여전히 딸 도둑놈을 용서하지 못하는 매극렴은, 한 번씩 나를 볼 때마다 그 천하의 죽일 놈 얼굴이 생각나서 감정이 요동치는 모양이었다.
날 노려보던 매극렴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거 아느냐? 그 개잡놈… 아니, 네 애비 말이다. 지난 삼십 년 동안, 그 녀석이 있을 때 거둔 성적이 청룡학관이 천무제에서 거둔 가장 높은 성적이었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