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597
597화. 그 아이는
경공 비무의 우승자가 확정되었지만, 아직 결승선을 통과하지 못한 학관의 주자들이 남아 있었다.
“아직 안 끝났다! 달려!”
“끝까지 포기하지 마라!”
신월빙백무의 냉기에 몸이 굳었던 주자들이 뒤늦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과 같은 학관 소속의 학생들과 강사들이 소리쳐 응원했다.
“세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한 것은 백호학관입니다! 네 번째는 현무학관…… 그리고…….”
사회자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서대로 학관의 이름을 외쳤다. 최선을 다한 학생들이 들어올 때마다 관중석에서 응원과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천무학관의 옥진이 힘겹게 숨을 헐떡이며 결승선을 겨우 통과한 순간, 경기장에는 짧은 정적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주자는…… 처, 천무학관입니다…….”
사회자는 천무학관이 최하위라는 말을 내뱉는 것이 어색하다는 듯 눈치를 보며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지만, 관중들 모두가 분명하게 들었다.
경공 비무 최하위, 천무학관.
물론 그것이 경공 대결 종목 전체의 최하위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첫 번째 종목인 계주에서는 청룡학관과 천무학관이 공동으로 우승했고, 단체전인 장애물 달리기는 천무학관이 단독 선두로 들어왔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관중들의 뇌리에는 천무학관이 경공 비무에서 최하위로 들어왔다는 충격적인 결과만이 남았다.
“천무학관이…… 꼴찌로 들어오다니…….”
“설마 어제에 이어서 오늘까지 이런 이변이 생길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청룡학관이 대단한 것인지, 천무학관이 명성에 못 미치는 건지…….”
“너무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 안주한 대가를 치르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경공 비무를 지켜본 관중들은 충격을 받거나 혹은 실망한 얼굴로 많은 말을 쏟아 냈다.
천무학관의 학생들과 강사들은 표정을 굳힌 채 말이 없었다. 그들 중 누구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돌아오는 옥진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패배자와 거리를 두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그럼 시상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종목에 참가한 학생들은 모두 나와 주십시오!”
다행히 사람들의 관심은 금세 패자가 아닌 승자에게로 향했다.
청룡학관의 마지막 계주 주자이자, 경공 비무의 우승자인 여민이 등장하자 ‘빙백린’을 연호하는 환호성이 절정에 이르렀다.
사도들은 그 떠들썩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고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신월빙백무를 익혔더군.”
일사도의 무덤덤한 목소리에, 이사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일사도가 무엇을 더 말하고 싶은지 알고 있었다.
“나와는 달라.”
이사도는 시상식 단상에 올라선 여민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웃고 있었지만, 사도는 그녀가 몹시 피곤한 기색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신월빙백무를 전력으로 펼쳐 냈고, 곧바로 경공을 극성으로 펼쳤다. 멀쩡할 리가 없지.’
지금 당장이야 괜찮아 보이지만, 자칫하면 며칠은 끙끙 앓게 될 수도 있었다. 이사도 자신도 몇 번이나 비슷한 경험을 해 봐서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경기가 끝났으니 어서 들어가서 휴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내가기공의 고수에게 추궁과혈을 받고, 몸을 따뜻하게 해야…….’
저도 모르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이사도는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삼사도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호. 어딜 가려는 거지?”
“더 볼 게 있나? 시상식 따위를 볼 만큼 시간이 남아돌진 않을 텐데.”
평소보다 더 싸늘한 목소리에 삼사도의 눈썹이 꿈틀댔다. 왜 나한테 시비지? 라고 말하는 듯했다.
“나 먼저 숙소로 돌아가겠어.”
이사도는 친우들을 남겨 두고 돌아섰다.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혼란스러웠다. 혼자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여민이 펼쳐 보인 신월빙백무.
다른 사도들에게는 그저 이사도가 익힌 것과 조금은 다른 무공에 불과했겠지만, 같은 무공을 계승한 자신은 알 수 있었다.
그건 분명, 자신에게 전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그렇다면 더 이상한 일이었다. 정파무림의 축제 한복판에 혈교의 사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어째서 주변에 알리지 않은 것일까.
도무지 이성적으로는 생각하기가 힘들었다.
신월빙백무에 저렇게 온기를 담아 펼칠 수 있다는 사실도, 그것을 가르친 자가 옛 스승일 수 있다는 것도.
“도대체 왜…….”
이를 꽉 악문 이사도는 관중석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출구로 향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은 그때였다.
“경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겠소!”
내공이 담긴 외침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분노와 적의가 느껴지는 목소리였기에, 이사도는 출구 앞에서 몸을 돌려 그 방향을 바라봤다.
구파일방의 진영에서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사내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곤륜 장문인?”
단상 위에 올라온 학생들에게 덕담을 건네며 상패를 수여하던 천무학관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돌아봤다.
“본인은 이번 비무가 공정하지 못했음을 지적하고자 하외다!”
곤륜파 장문인의 발언에 관중석은 물론이고 오대학관이 전부 술렁였다.
다름 아닌 구파일방의 장문인이 경기 결과에 수긍하지 못한다는 발언을 했다. 그 무게감이 막대할 수밖에 없었다.
“공정하지 못하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청룡학관의 학생들이 황당하다는 듯 웅성거렸다. 강사들도 화를 꾹 참는 얼굴들이었는데, 몇몇은 백수룡의 눈치를 살폈다.
“형님. 일단 진정하시고…….”
“폭력은 절대 안 됩니다!”
그러나 정작 누구보다 화를 낼 줄 알았던 백수룡은 오히려 느긋하게 팔짱을 꼈다.
“뭔 소리야? 어디 뭐라고 지껄이는지 계속 들어 볼 생각인데.”
이곳에 있는 누구보다 도발과 모함에 익숙한 사람이 백수룡이었다. 이까짓 도발로는 그의 눈썹 하나 까딱이게 할 수 없었다.
곤륜파의 장문인이 말을 계속했다. 그의 시선은 고개를 푹 숙인 옥진을 향했다.
“옥진은 산중에서 무공만 수련하는 아이요. 속세의 유희와는 인연이 없었소. 그만큼 순진하다는 뜻이외다.”
말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묘했다. 즉시 상대가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지 눈치챈 백수룡은 피식 웃었다. 섬뜩한 조소였다.
“헌데 청룡학관 학생의 춤은 지나치게 자극적이었소. 이 자리는 경공과 무공을 겨루는 자리라고 알고 있소이다. 그런데 흡사…… 객잔에서나 볼 법한 무희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니 어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겠소이까?”
말이 객잔이지, 기루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눈치 빠른 자들은 곤륜 장문인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눈치챘다.
“물론 옥진의 수양이 부족함을 모르진 않으나, 청룡학관 학생의 방식이 대회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 생각하여 부득불 발언하게 되었소이다. 또한…….”
곤륜의 장문인은 잠시 고민하는 듯했으나, 이내 할 말은 해야겠다는 듯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청룡학관의 학생이 펼친 빙공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바, 그 부분을 명확히 하였으면 좋겠구려.”
곤륜의 장문인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들을 덤덤히 받아넘겼다. 그의 시선은 감히 곤륜의 장문제자에게 망신을 준 여아를 향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다고 하던데, 누구에게 무공을 배웠느냐?”
곤륜의 장문인은 천무제 경공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학생의 학생기록부를 미리 살펴보았다.
서류에 적혀 있는 여민의 가족관계에는 분명 ‘고아’라고 적혀 있었다. 당연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고아가 저토록 뛰어난 빙공을 익히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소속된 문파도, 가문도 없이 홀로 무공을 익히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 저토록 높은 성취를 얻기란 더더욱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둘 중 하나일 터.
대단한 기연을 얻었거나, 사마외도의 무공을 익혀 연배에 맞지 않은 성취를 얻었거나.
“말해 보거라. 당당하다면 숨길 것도 없을 것이 아니더냐?”
곤륜.
본산이 과거 천마신교의 본거지였던 신강과 맞닿은 탓에, 수백 년 동안 정마대전의 선봉에서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쌓아 온 구파일방의 일좌.
때문인지 그 기질이 다른 구파일방과 다르게 호방하고 거칠기로 유명했다.
흑도맹의 맹룡휘가 나타났을 때, 청성이 먼저 나서지 않았다면 곤륜이 그 자리를 대신했을 거라는 말까지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학생의 개인사를 모두에게 조롱하듯 밝히는 건 성향 정도로 치부하기 어려운 모욕이었다.
곤륜 장문인의 도를 넘은 발언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남의 말을 떠들기 좋아하는 자들은 이야깃거리에 살을 붙이며 동조하고 나섰다.
“고아라고? 헌데 어떻게 평범한 무공도 아니고 빙공을 익혔지?”
“당연히 북해빙궁 출신인 줄 알았는데…….”
“예끼 이 사람아! 북해빙궁이 봉문하고 중원으로 나오지 않은 것이 오십 년도 더 된 일일세. 그래서 이번에 저들이 왔을 때도 난리가 나지 않았던가!”
“아까 그 춤. 넋이 나갈 정도로 대단하긴 했지……. 눈앞에서 보면 저라도 홀렸을 겁니다.”
여론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곤륜 장문인의 말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여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흐음.”
천무학관주는 이 상황을 중재할 생각이 없다는 듯, 옆으로 비켜서며 흥미로운 표정으로 사태를 관망했다.
“저는…….”
여민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들이 바뀐 것을 느꼈다. 호의에서 의심으로, 정파무림의 후기지수를 보는 눈에서 가진 것 없는 고아를 미심쩍게 바라보는 눈으로.
그래서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할 때, 한 사내의 등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곤륜의 장문인께서는 예의를 갖춰 주십시오.”
남궁수였다. 백수룡과 헌원강도 거의 동시에 움직였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남궁수가 조금 더 빨랐다.
“……예의? 남궁가의 소가주가 지금 내게 예의를 갖추라고 한 것이 맞나?”
곤륜 장문인의 눈썹이 크게 꿈틀댔다.
웃어른에게 예의를 갖추라니. 배분을 중요시하는 정파 무림에선 상상하기 힘든 말이었다.
그러나 남궁수의 표정은 단호했다.
“손아랫사람만 손윗사람에게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청룡학관의 일타강사는 곤륜의 장문인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 목소리는 분명 잔잔했으나, 많은 이들이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장문인께서는 자신의 나이의 절반도 되지 않은 학생을 증거도 없이 사마외도로 모함하셨으며, 절세의 무학을 기녀의 춤과 비교하여 희롱하셨고,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대답을 강요하며 압박하셨습니다. 이것이 예의를 갖춘 행동입니까?”
“무슨 소리를…….”
남궁수는 상대가 반박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배분으로는 곤륜의 장문인이 분명 위일 것이다.
하지만 남궁세가의 소가주라는 위치도 천하에서 비교할 상대가 드물 정도로 높았다.
무엇보다.
“장문인께서 하신 말씀을 취소하지 않으신다면, 앞으로 무림의 어른으로서 존경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허……!”
뇌신(雷神) 남궁수는 배분을 초월할 만큼 고강한 무공을 증명한 무인이었다.
십존이 지닌 명성과 영향력은 구파의 장문인과 비견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으니, 일순간 곤륜의 장문인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남궁수뿐만이 아니었다.
“곤륜 장문인. 지금 청룡학관의 학생을 모욕한 것이오?”
청룡학관의 관주 대리로 앉아 있던 매극렴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서슬 퍼런 예기가 그의 몸에서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수십 년 전 이미 검치라는 별호를 얻은 노고수의 배분은 결코 곤륜 장문인의 아래가 아니었다.
“듣자 듣자 하니까…… 해보자는 거지?”
옥면신검이라는 별호를 얻은 청룡학관의 새로운 학생주임 또한 옛 망나니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검파를 만지작거렸으며.
“지들이 져 놓고 누구 탓을 하는 거야? 이쁜 걸 어쩌라고!”
“구파일방이면 다야?”
“꼬우면 다시 한판 붙든가!”
청룡오망을 비롯한 학생들, 강사들마저 전부 달려 나와서 여민을 중심으로 호위하듯이 섰다.
“뭐, 저런…….”
곤륜의 장문인은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학생 한 명을 건드렸을 뿐인데, 청룡학관 전체가 전투태세를 갖출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형형한 눈빛들이 정말로 들이받을 기세였다.
화룡점정은 그들 사이에서 느긋하게 걸어 나온 백수룡이었다.
고개를 삐딱하게 옆으로 기울인 그가 모두가 들리도록 내공을 담아 혼잣말을 했다.
“이상하네. 관중들이야 그럴 수 있다지만, 경기에 참가한 학생이 비무 중에 넋을 놓은 게 자랑인가? 나 같으면 부끄러워서 얼굴도 못 들겠는데.”
“감히……!”
“청룡학관 여민. 내 제자입니다. 본인 제자가 망신당해서 분한 건 알겠는데, 남의 제자 귀한 줄도 아셔야지요.”
백수룡의 섬뜩한 미소에 곤륜 장문인은 아무런 반박도 못 하고 이를 갈았다.
청룡학관에는 구파일방 장문인의 권위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된 순간이었다.
주변의 반응에 오히려 가장 당황한 것은 당사자인 여민이었다.
“다들 왜 그래요? 그냥 내가 해명 좀 하면 끝날걸…….”
“네가 해명을 왜 해? 잘못한 게 있어야 해명을 하지.”
“백수룡. 너는 가만히 있도록. 내가 상식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겠다.”
“그래서 싸울 거예요?”
“다 뒈졌어, 진짜.”
“허허. 내 손을 보태진 못하겠지만 뒤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네.”
그러나, 청룡학관과 곤륜파가 충돌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쏴아아아아아-
무시무시한 냉기가 몰려와 달아오른 분위기를 단숨에 식혔다. 한서불침에 가까운 고수들조차 저도 모르게 옷깃을 단단히 여밀 정도의 추위였다.
“본인은 북해빙궁의 궁주. 은휘령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은휘령에게 모두의 시선이 쏟아졌다.
그 순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은휘령과 여민의 얼굴을 번갈아서 보기 위해 고개를 휙휙 돌렸다.
두 사람의 얼굴이 묘하게 닮았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는…….”
은휘령은 여민의 무공과 출신을 놓고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것도 아주 확실한 방법으로.
“북해빙궁의 소궁주가 될 아이다. 그러니 곤륜의 장문인은 조금 전의 언행을 사과하도록.”
“소궁주? 분명 고아라고…….”
곤륜 장문인의 목소리에 당혹스러움이 담겼다. 두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릅떠져 있었다.
여민 또한 놀라서 큰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은휘령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조카를 바라본 후, 다시 고개를 돌려 곤륜의 장문인을 매섭게 쏘아봤다.
“지금 본 궁주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가? 손님을 초대하고 모욕을 주다니. 이것이 중원의 방식인가!”
북해빙궁주의 엄중한 경고에, 조용히 지켜보던 무림맹주 야율황이 중재에 나섰다.
“장문인. 이번 일은 장문인께서 실수하신 것 같소.”
불존과 검성, 그리고 다른 구파의 장문인들도 눈치를 주었다.
북해빙궁의 소궁주의 무공과 그 출신을 의심했으니, 잘못은 명백히 그에게 있었다.
“북해빙궁에 사과……하겠소.”
결국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곤륜파의 장문인은 마지못해 사과한 후 자리에 앉았고, 둘째 날의 대회는 완전히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여민을 바라보며, 이사도는 조금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
모든 것을 얼리는 자신과 달리, 저 아이는 포근한 눈처럼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여민이 보여 준 신월빙백무 속에 담겨 있던 온기를, 비로소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