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606
606화. 가장 중요한 건
“……기세등등하군.”
천무학관 학생회의 부회장, 무당의 취소옥은 진형을 짜는 청룡학관 학생들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작년 용봉비무에서 용봉에 들었을 만큼 뛰어난 후기지수이자, 무당 장문인의 제자였다. 즉, 빛나는 미래가 보장된 신분이었다.
근래에 검성께서 무슨 변덕인지 주작학관의 연소하에게 작은 가르침을 주셨다고 하지만, 취소옥의 위치는 굳건했다. 소년은 자신이 훗날 무당파의 장문인이 될 것임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검성께선 워낙에 별난 분이시니, 당신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아이에게 정이 가는 것이겠지.’
취소옥의 시선이 주작학관 대기석에 앉은 연소하를 힐긋 바라봤다가 다시 청룡학관의 진형을 향했다.
솔직히 말해서 조잡한 진형이었다.
객잔처럼 좁은 공간에서의 패싸움이라면 저런 진형이 유리할지도 모르겠으나, 이곳은 넓은 대연무장이었다.
탁자 다리를 부숴서 휘두르는 것도, 술병이나 음식이 담긴 접시를 암기처럼 뿌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지형지물이란 변수도 기대할 수 없었다.
‘독고준. 헌원강. 위지천. 셋은 나오지 않았군. 하기야 간밤에 그렇게 날뛰었으니 몸이 성할 리 없을 터.’
반면 천무학관은 불존에게 하루 동안 면벽수행을 명받은 일각만 참석하지 못했을 뿐, 그 외에는 전력손실이 없었다.
“청룡학관의 망둥이들…….”
지난밤 취소옥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저속한 싸움에는 끼지 않았다.
옥진처럼 어리석은 자들이 예외일 뿐, 구파일방의 장문제자들은 아무 데서나 함부로 손을 쓰는 법이 없었다.
사소한 언행 하나가 문파의 명예와 직결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구파의 장문제자들은 대부분의 싸움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청룡학관을 비롯해 사대학관의 전력을 대략적으로 가늠한 취소옥은 고개를 돌려 천무학관 학생들을 보았다.
“훈계는 사문의 어른들께 충분히 들었을 터,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사실을 굳이 강조하진 않겠소.”
“…….”
모의전투에 출전한 천무학관 학생들 모두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청룡학관에 대한 소문이 들려왔을 때, 그들이 느꼈던 감정은 작은 호기심 정도였다.
그리고 처음 그들과 맞붙었을 때 느낀 감정은 당혹스러움이었다. 소림의 일성과 초일이 외공 대결에서 연달아 쓰러졌기 때문이었다.
곤륜의 옥진이 경공 비무에서 패배하고 큰 망신을 당했을 땐, 비로소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천무학관 학생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청룡학관은 강하다. 천무학관의 위치를 위협할 수 있을 만큼.
“오늘 경기는 관주님께서도 유심히 지켜보실 것이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리라 믿겠소.”
천무학관주가 언급되자 학생들의 표정이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변했다. 일부는 살짝 몸서리를 치기도 했다.
오늘 아침, 천무학관주 진량은 모의전투에 참가하는 학생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그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점잖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희는 자랑스러운 천무학관의 학생이다. 그 말은 즉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후기지수이자 고귀한 신분이며 천하일절로 불리는 무공을 익힌, 무림에서 가장 특별한 아이들이란 뜻이지.
처음에는 힘을 북돋워 주려고 그런 말을 하는 줄 알았다.
학생들은 차오르는 자부심에 고개를 끄덕이고, 어깨를 폈다.
그러나 천무학관주는 돌연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연히 특별해야지. 사문에서 가장 뛰어난 고수들의 지도를 받고, 온갖 영약을 받아먹으며 무공을 수련했으니 말이다. 알량한 자질과 천운이 맞아떨어져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고의 노력으로 이 자리에 있는 것일 테니 말이야.
천무학관주가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게으른 가축을 보듯 멸시를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단 한 마디도 반박하지 못했다.
-청룡학관 학생들이 기연으로 하루아침에 강해진 것 같더냐? 너희가 저들에게 기연을 얻었을 뿐이라고 치부하는 것들은, 너희에게는 지금껏 일상이었다. 헌데도 이런 실망스러운 결과가 계속된다면…….
천무학관주는 별다른 기세를 일으키지 않았다.
학생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 데는 경멸을 섞은 몇 마디의 말과 싸늘한 미소면 충분했다.
-과연 그때도 너희들이 지금까지 누려 온 특혜를 계속 누릴 수 있을지, 선생님은 무척이나 궁금하구나.
그것은 단 한 번도 특권을 놓쳐 보지 않은 후기지수들에게, 두려움을 불어넣어 정신을 새롭게 무장시키기 충분한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들은 이후, 천무학관 학생들의 눈빛이 변했다.
그들의 눈에서 상대를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가 비쳤다. 결코 청룡학관에 못지않은 집념이었다.
때마침, 말 몇 마디로 학생들의 마음가짐을 바꿔 놓은 천무학관주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모의전투를 시작하기에 앞서, 간단히 규칙을 설명하겠습니다.”
오대학관에서 각각 삼십 명씩 출전해 집단전을 벌여 최종 승자를 가린다.
전투 중 바닥에 등이 닿을 정도로 크게 넘어지는 학생은 그 자리에서 실격으로 처리된다.
또한 각 학관의 대장으로 선발된 학생이 머리의 영웅건을 빼앗기거나 떨어뜨리는 경우, 그 학관 전체가 패배한 것으로 간주된다.
즉, 자신들의 대장을 지키면서 다른 학관의 대장을 노리는 것이 중요했다.
육합전성으로 규칙을 설명한 천무학관주는 관중들을 크게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혈교의 발호가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지금, 집단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여 전년과 달리, 이번 모의전투는 다섯 개 학관이 동시에 참전하여 한 번에 승부를 결정짓고자 합니다.”
백 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 번에 집단전을 벌일 거라는 말에 관중석이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오대학관이 전부 다 나온다고?”
“허어. 이렇게 되면 결과를 예측하기가 더 힘들겠는데…….”
학관 대 학관이 일대일로 맞붙는 게 아니라 다섯 개 학관이 동시에 집단전을 벌인다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혼전양상이 펼쳐질 터였다.
어찌 보면 객관적인 전력이 높은 천무학관이 가장 불리할 수도 있었다.
분명 집중견제의 대상이 될 테니까.
그러나 천무학관주 진량은 오히려 기대감이 어린 표정으로 자신의 학생들을 바라봤다.
“후기지수들은 부상을 각별히 조심하되, 실전이라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임해 주길 바랍니다.”
“예-!”
천무학관 학생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들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기세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맹했다.
자리에 앉아 설명을 듣고 있던 남궁수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부상자가 많이 발생하는 종목을…….”
다섯 개의 학관. 그리고 학관 당 서른 명. 총 백오십 명이 부딪치는 전장이다. 그 규모가 큰 만큼,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하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지난밤의 일로 천무학관과 청룡학관의 경쟁의식이 잔뜩 날 선 상황.
천무학관주가 활활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더 넣은 격이었다.
남궁수만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다.
많은 강사들이 우려 섞인 표정으로 학생들을 바라볼 때였다.
“직접 보고 싶은 거야. 후기지수들이 실전과 같은 난전 속에서 꽃피워낼지 모르는 무공의 성장을……. 그 순간은 꽤나 짜릿하니까.”
백수룡은 팔짱을 낀 채로 천무학관주를 올려봤다.
그 역시 전생의 교관 시절에 비슷한 경험을 해 봤기에, 천무학관주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누구보다 저런 인간을 혐오했다.
마침 천무학관주도 고개를 돌려 백수룡을 바라봤다. 두 사람의 시선이 짧게 마주쳤다.
‘변태 새끼.’
백수룡은 웃으며 입 모양만으로 벙긋거렸고, 천무학관주는 전혀 알아보지 못한 것처럼 부드럽게 마주 미소지었다.
“빨리 시작해 주시오!”
“기다리다 목 빠지겠소이다-!”
오대학관이 모두 참여하는 집단전이 예고되자, 기대감에 찬 관중들은 빨리 시작하라고 성화였다. 진형을 갖춘 오대학관의 학생들은 모두 준비를 마치고 대기했다.
주변의 강사들은 걱정이 많아 보였으나, 백수룡은 일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해진 학생들을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뭐가 걱정이야? 집단전이야말로 청룡학관이 가장 잘하는 종목이잖아?”
“하기야…….”
“크게 걱정은 안 되지만.”
“오히려 다른 학관 학생들이 다칠까 봐 문제긴 하죠.”
강사들 중 누구도 그 말을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 학생들이 많이 다치지 않기를 기원했다.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기대 속에서, 오대학관이 동시에 참전하는 대집단전이 시작되었다.
천무학관주가 경기 시작을 선언하자, 각 학관이 짜 둔 진형대로 천천히 움직였다. 초반에는 서로를 탐색하듯 움직임이 조심스러웠다.
고요함 속에 팽팽한 긴장감만이 감돌던 그때, 천무학관의 취소옥이 대장의 징표인 영웅건을 한 번 더 질끈 묶으며 외쳤다.
“천망회회(天網恢恢) 개진(開陣)!”
천망회회소이불실(天網恢恢疎而不失)
하늘이 친 그물은 성긴 듯 보여도 굉장히 넓어 누구도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
옛 성어에서 따온 천무학관의 집단전 진형으로, 스스로를 하늘이라 칭하는 천무학관의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천무제에서 구파에 내려오는 절진을 펼칠 수는 없었다. 그것은 각자의 사문에 전해지는 비전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묘리를 조금씩 담는 것만으로도, 천무학관 후기지수들의 기운이 공명하며 한층 더 강하게 북돋웠다.
콰콰콰콰콰!
학생들의 몸에 폭풍과 같은 기파가 번졌다.
무당의 취소옥이 진형의 선두에 서고, 화산과 종남이 뒤를 받쳤다.
그들을 중심으로 서른에 달하는 후기지수들이 한 자루의 절세보검이 되어 전장을 질주했다.
“마, 막아!”
“양익으로 흩어진 다음에 포위해!”
천무학관은 가장 가까이 있던 백호학관의 진형을 단숨에 둘로 나누며 관통했다.
백호학관은 날개를 펼쳐 포위하려 했으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천무학관은 그들의 진형을 분쇄하며 빠져나갔다.
천무학관이 백호학관을 완전히 돌파하고 나왔을 때, 취소옥의 검 끝에는 백호학관 대장의 영웅건이 걸려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
천무학관의 압도적인 모습에 관중석이 뜨겁게 끓어올랐다.
그러나 천무학관 학생들은 들뜨지도, 방심하지도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곧바로 다음 목표를 향했다. 주작학관 학생들이 천무학관의 좌측에서 쇄도하고 있었다.
주작학관은 백호학관과의 싸움 직후 천무학관의 진형이 흐트러진 점을 노렸다. 선두에 선 사마현이 두 손에 불꽃을 휘감고 달려오고 있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천무학관은 이 정도로 허점을 보이지 않는다네.”
취소옥은 몸을 돌려 사마현과 직접 부딪쳤다.
채채채챙!
천무학관과 주작학관의 대장이 충돌하고, 연이어 학생들과 학생들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무공의 고하가 명백하게 드러났다.
주작학관 학생들도 분전했지만, 독기가 오른 천무학관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사마현은 취소옥에게 꽁꽁 묶였고, 주작학관에서 실격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자 나중에는 소수만 남아 합공을 견뎌야 했다.
결국 사마현도 천무학관 학생들의 합공에 오십여 합을 버티고 무너졌다. 그의 영웅건을 어렵게 빼앗은 취소옥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용봉비무에서 만났다면 꽤나 좋은 승부가 되었을 텐데. 집단전이라서 아쉽군. 꽤 지쳐 보이기도 하고.”
“……많이 배웠습니다.”
두 학관을 차례대로 무너뜨린 천무학관은 다음 목표를 노리고 움직였다. 현무학관과 청룡학관이 맞붙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천무학관이 다가오자 현무학관은 뒤로 물러나며 청룡학관과 거리를 벌렸다. 천무학관의 다음 목표가 청룡학관이라는 것을 눈치챈 듯했다.
현무학관이 물러나자, 자연스럽게 천무학관과 청룡학관이 마주 보는 형태가 되었다. 양측의 거리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취소옥은 주변의 학생들에게 신속하게 지시를 내렸다.
“현재 청룡학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상대는 빙백린, 맹호권, 그리고 권……패. 이 셋이다.”
천무학관에 굴욕을 선사한 별호를 말하는 것을 잠시 주저했지만, 취소옥은 이내 표정을 굳혔다.
‘셋 다 며칠 만에 완전히 회복되었을 리 없다. 최상의 몸 상태가 아닐 터. 묶어 두는 것은 어렵지 않아.’
지법과 암기 등으로 빙백린의 빠른 발을 봉쇄하고, 맹호권과 권패를 상대로는 최대한 거리를 두고 장병기 위주로 상대한다.
미리 짜 둔 전략이었다. 청룡오망을 상대하기 위한 조가 따로 있었다.
“나머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방심하지 마라. 관주님의 말씀을 잊지 말도록!”
학생들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구파일방의 후기지수, 혹은 천무학관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특권을 누리며 살아 왔다. 오늘은 그 자격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였다.
타닷!
두 학관이 거리를 빠르게 좁히더니, 이내 충돌하며 진형이 출렁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관중들이 비명을 질렀다.
“청룡학관이 밀린다!”
“상대도 안 되는군!”
청룡학관의 어설픈 진형은 충돌과 동시에 산산조각이 난 것처럼 보였다.
거상웅, 야수혁, 여민은 각각 두세 명의 천무학관 학생들에게 발이 묶였고, 나머지 청룡학관 학생들은 인원수가 더 많음에도 일방적으로 밀렸다.
‘정면으로 붙으면 이 정도로 오합지졸일 줄이야!’
청룡학관의 진형이 붕괴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실망한 것도 잠시, 취소옥은 잡념을 떨치고 곧바로 청룡학관의 대장인 목형우에게 쇄도했다.
목형우는 창으로 겨우 공격을 막으면서 연신 뒷걸음질 쳤다. 버텨 내는 것만으로도 힘겨워 보였다.
‘기본기가 전부인가…….’
취소옥이 보기에는 그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이미 목형우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청룡학관 학생들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도망치고 있었고, 천무학관 학생들은 그 뒤를 사냥하듯 쫓고 있었다. 싸움은 사실상 끝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취소옥은 잠시 호흡을 고르고 말했다.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뭔데?”
목형우가 숨을 헐떡이며 되물었다. 끊임없이 원을 그리는 무당의 검이 그의 영웅건을 노렸지만, 목형우는 필사적으로 그것을 지키며 버티고 또 버텨 냈다. 몸에 나는 생채기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취소옥은 그 끈기에 감탄하면서도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투지, 포기하지 않는 신념. 물론 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순식간에 번뜩인 검이 목형우의 창을 반으로 잘랐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반으로 나뉜 창을 움켜쥔 목형우에게, 취소옥이 다가가며 읊조렸다.
“본신의 무공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싸움은 천무학관이 이길 수밖에 없습니다.”
의외로 목형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게 용봉비무였다면 네 말이 전부 맞겠지.”
“……다르다고 생각하시는 건지?”
그 순간, 목형우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사람 좋은 미소가 맺혔다.
“무당파 학생. 자네가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 나는 아마 전장에서 구르고 있었을 거야.”
“갑자기 무슨 소리를…….”
취소옥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목형우를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표정. 둘로 나뉜 하나뿐인 창.
누가 봐도 압도적인 수세에 몰린 상황이었다. 그런데 저 여유로움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한테 싸움이 어쩌고 하는 게 웃겨서 말이야. 물론 무공이 강하면 유리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꼭 이기는 건 아니거든?”
목형우는 둘로 나뉜 창을 양손에 하나씩 나눠 쥐었다.
애초에 전장에서 창술을 익힌 그에게 무기의 상태는 중요하지 않았다.
부러지면 부러진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충분히 싸울 수 있었다.
그리고 우직하게 버티는 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너희들의 진형, 천망회회라고 했지? 하늘을 덮는 그물이라…….”
비로소 취소옥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사방으로 도망친 청룡학관 학생들을 쫓아간 동료들 중, 아직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 그물. 전부 찢어진 것 같은데?”
“설마…….”
급히 주변을 돌아보자, 사방으로 도망친 줄 알았던 청룡학관 학생들이 역으로 천무학관 학생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제삼자로 물러난 줄 알았던 현무학관 학생들과 함께!
“무슨 짓을……!”
“싸움은 모르겠고, 전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전략이란다. 애송아.”
목형우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어른의 관록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