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mber One Star Instructor Master Baek RAW novel - Chapter 92
91화. 어르신을 지켜! 대련이 끝난 후, 비무대에서 내려온 공손수와 독고준은 가벼운 덕담을 나눴다.
“잘 모르고 무례하게 굴었던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허허. 괜찮네.”
“…….”
공손수를 바라보는 독고준의 눈빛에는 존경심마저 엿보였다.
처음에는 그저 부유한 노인의 취미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부딪쳐 보면서, 공손수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저 손의 굳은살은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독고준은 평소에 잘 짓지 않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합격하시면, 제가 선배이니 다음부터는 말을 높이셔야 합니다.”
독고준 딴에는 농담이었다.
학생회장의 농담은 썰렁하기로 유명했지만, 다행히 공손수에게는 먹힌 모양이었다.
그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알겠네. 내 청룡학관에 다니게 되면 꼬박꼬박 선배라 부르겠네.”
그렇게 말하는 공손수의 표정은 어쩐지 조금 씁쓸해 보였지만, 독고준은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짐작했다.
“의원에게 가서 상처를 보이십시오. 큰 부상은 아니지만 빨리 치료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자네는?”
“괜찮습니다. 다음 대련들이 남아 있기도 하고요.”
손바닥이 찢어지고 의복이 엉망이 된 공손수와 비교하면 독고준은 아주 멀쩡했다.
비무 도중에 옷깃 하나 베이지 않았고, 숨도 거의 거칠어지지 않았다.
공손수가 민망하다는 듯 웃었다.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군.”
“의원은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저는 다음 대련을 준비해야 해서…….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잠깐.”
공손수는 인사한 후에 몸을 돌리려는 독고준을 불렀다.
“……늙은이의 오지랖일 수도 있네만, 내 자네에게 충고 하나만 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다시 돌아선 독고준은 경청하겠다는 듯 자세를 바로 했다.
참으로 가정교육을 잘 받았구나, 라고 생각하며 공손수는 웃었다.
“내 무공은 잘 모르지만, 자네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네.”
“…….”
“뛰어난 재능에, 훌륭한 가정교육에, 그렇다고 노력을 게을리하는 사람도 아니야. 그러니 이렇게 어린나이에 이만한 경지에 오른 것이겠지.”
“과찬이십니다.”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과분한 칭찬에 독고준은 고개를 숙였다.
독고준은 독고세가 내에서 백 년 이래 최고의 천재라고 불렸다.
어릴 때부터 큰 기대를 받으며 성장했고, 가문의 역량이 집중된 교육을 받았다.
게다가 성실하기까지 해서, 가문의 형들보다도 독고구검의 성취가 훨씬 빨랐다.
“……아마 자네는 많은 사람들에게 천재라고 불렸을 게야.”
분야는 다르지만, 공손수는 천재라 불리는 청년들을 수없이 봐 왔다. 그 또한 어린 나이에 장원급제한 천재였다.
그렇기에 해 주는 조언이었다.
“절망하지 말게나.”
“……예?”
“살아가면서 자네보다 빛나는 재능이 나타날 것이야. 그 앞에서 절망하지 말게. 작아질 것도 없지. 인생은 길거든.”
독고준은 공손수가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저보다 뛰어난 재능은 이미 여럿 보았습니다.”
다소 떨떠름한 표정으로 하는 대답에, 공손수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내가 괜한 소리를 했군. 노파심에 한 말이었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말게.”
“아닙니다. 더욱 수련에 정진하라는 말씀으로 알고 깊이 새기겠습니다.”
“허허. 바쁜 사람 시간을 너무 빼앗았군. 나는 이만 의원에게 가 보겠네.”
두 사람은 그렇게 헤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독고준은 공손수가 한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
* * *
“위지천 지원자! 올라오시오!”
공교롭게도 위지천의 대련 상대도 독고준이었다.
잔뜩 긴장한 표정의 위지천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마음껏 실력이 펼쳐 보도록.”
“네!”
밝게 대답한 위지천이 검을 뽑아 독고준을 겨눴다.
그 검과 마주한 순간, 독고준은 지금까지 자신이 한 노력이 모조리 배신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
강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검을 마주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직접 보니 이건……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어떻게 저 나이에…….’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자신의 수준으로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독고준은 지금껏 천재라고 불리는 동년배들을 여럿 만나 보았다.
그중 가장 뛰어난 이들은 대부분 천무학관 출신이었다.
위지천은…… 그들을 떠올리게 했다.
“저, 선배님? 시작해도 될까요?”
“……아.”
위지천의 말에 독고준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으득.
자기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입안에 피 맛이 돌자 정신이 차츰 맑아졌다.
“……봐주지 마라.”
“예?”
“전력으로 덤비란 뜻이다.”
“……정말 그래도 되나요?”
“…….”
독고준은 검을 단단히 쥐었다.
이 대련에서 자신이 질 수도 있을까?
‘어쩌면.’
하지만 독고준은 질 수 없었다.
그는 청룡학관 학생회의 학생회장이자 학관 제일의 후기지수였다.
누구에게도 그 수식어는 양보할 수 없었다.
설령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천재라 할지라도.
스윽.
기수식을 취한 독고준이 말했다.
“와라. 아니, 내가 먼저 가지.”
독고준은 땅을 박차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처음으로 힘을 아끼지 않았다. 상대가 죽을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정신을 집중해 단숨에 베겠다는 작정으로 휘둘렀다.
후우웅!
거력이 담긴 독고구검이 위지천을 일도양단할 기세로 휘둘러졌다. 위지천도 그 검을 경시하지 못하고 마주 휘둘렀다.
까아앙-!!!
두 검이 충돌한 순간, 그들을 중심으로 기파가 터져 나오며 주변의 모든 잡음이 사라졌다.
* * *
“세상에…….”
악연호는 입을 멍하니 벌린 채 두 소년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악연호뿐만이 아니었다.
관중석에 있는 모두가 두 소년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와…….”
“무슨…….”
다른 비무대에서 싸우고 있던 지원생과 학생들조차 싸움을 멈추고 두 사람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심판들조차 그걸 뭐라고 하지 못했다.
그들의 시선도 독고준과 위지천을 향해 있었으니까.
까가가가각!
쉴 새 없이 검과 검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비무대 바닥에는 이미 날카로운 검흔이 가득했다.
“후우…….”
“하아…….”
잠시 뒤로 물러나 호흡을 고른 두 소년은 동시에 기합을 지르며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타핫!”
“하압!”
두 소년은 막상막하의 실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고수들은 그들의 검술이 판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독고준의 검은 단단하고 올곧다.
그는 부단한 노력으로 검술의 형을 완벽하게 몸에 체득했기에, 어느 때라도 원하는 초식을 사용할 수 있었다.
‘독고구검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검술이다.’
반면 위지천의 검은 자유롭고 유연하다.
정해진 초식으로 싸우기보다는 흐름에 몸을 맡긴다. 상대에 맞춰 대응이 변하며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위지천의 검은…… 상대와 어우러지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악연호는 위지천의 검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독고준의 검보다 위지천의 검이 더 낫냐고 누가 묻는다면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
단지 추구하는 검도(劍道)가 다를 뿐.
둘 중에 누가 더 나은지 그 우열은 가릴 수 없었다.
“독고준도 제법이네.”
“……저게 겨우 제법이라고요?”
악연호는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홱 돌렸다.
아마도 청룡학관 내에서 유일하게 저 대결에 감탄하지 않은 사람, 백수룡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형님은 저런 천재들의 대결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어요?”
“천재들? 독고준은 그냥 연습 벌레야.”
냉정한 평가였다.
독고준의 실력에는 백수룡도 나름 놀라고 있었지만, 그것은 그의 타고난 재능 때문이 아니었다.
“……노력에도 천재가 있다면 저 녀석도 천재겠지만.”
지금은 타고난 재능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머지않아 벽에 부딪칠 것이다.
‘조금만 더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다면 좋았겠지만.’
모두가 뛰어난 재능을 타고날 수는 없다.
천재라고 불릴 수 있는 재능은 사막의 모래알처럼 많은 무림인들 중에서도 한 줌에 불과하며, 그 재능을 꽃피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진짜 천재라는 건 저런 녀석을 두고 하는 말이지.”
위지천의 재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검의 사랑을 받는 소년.
평소의 수줍은 표정은 어디로 가고, 독고준과 검을 나누는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못 말리겠구만.’
오랜만에 만난 호적수에 위지천은 진심으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반면 독고준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대결 자체는 독고준이 미세하게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초조하고 불안해 보였다.
“……형님이 보기엔 누가 이길 것 같아요?”
“오늘은 독고준이 이길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다음에도 독고준이 이길지는, 독고준 본인도 자신하지 못할 것이다.
‘그보다…… 왜 살수들이 움직이지 않는 거지?’
백수룡은 위지천의 대결을 보면서도 살수들의 움직임을 계속 신경 쓰고 있었다.
‘어르신이 시험을 치르는 중에, 아니면 대결이 끝난 직후에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살수들에게선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공손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연신 감탄하며 위지천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 곁에는 흑영이 은신술을 펼치고 숨어서 호위하고 있었다.
‘조만간 움직임이 있을 거야.’
백수룡은 그렇게 확신했다.
“연호야. 긴장 놓지 마라.”
“네? 아, 네.”
백수룡은 다른 동료들에게도 전음을 보내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는 동안 위지천과 독고준의 대결도 서서히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후우……. 후…….”
“하악……. 학…….”
마주선 두 사람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단정했던 무복은 엉망이 되었고, 몸 곳곳에 얕은 자상이 새겨졌다.
“지쳤나?”
“아직…… 괜찮습니다!”
독고준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위지천을 향해 얕은 한숨을 쉬었다.
“더 늦기 전에 승부를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각자 가진 최고의 절기로 승부를 내는 건 어떤가?”
“……좋아요!”
두 사람이 동시에 내공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잠시 후, 두 개의 검에서 검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거, 검기다!”
“세상에. 둘 다 저 어린 나이에…….”
“청룡학관이 올해는 정말 사고를 칠 모양이야!”
검기까지 목격한 관객석은 거의 아수라장이 되었다.
점잖은 정파의 고수들도 놀라서 연신 헛기침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이유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마, 말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부관주의 말에 노군상과 남궁제학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 다, 두 소년의 검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었던 것이다.
“조금만 더 두고 보세나.”
“위험해 보이면 내가 나서지.”
“……예.”
까라면 까야지 별 수 있나.
곽철우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동안, 충분히 검기를 끌어올린 두 소년이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꿀꺽.
관객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백수룡의 긴장감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살수들이 움직인다면 지금이다.’
모두의 시선이 위지천과 독고준에게 빼앗긴 이 순간이, 살수들이 움직이기에는 최적의 순간이었다.
[살수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마.]그의 전음에 다들 알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백수룡의 예상은 대부분 맞았다.
다만, 적들은 그가 상상한 것보다 더 대담했을 뿐이다.
푸화아아악!
관중석 한가운데서 비명과 함께 피가 솟구쳤다.
“살인이다!”
“으아악!”
한두 곳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동시에 대여섯 곳에서 피가 솟구쳤고 비명이 잇따랐다.
순식간에 벌어진 참극에 관중들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
“도, 도망쳐!”
“사파의 자객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서로 밀고 넘어지며 일대에 혼란이 벌어졌다.
“이게 무슨!”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강사들이 상황을 진정시켜 보려 했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고, 그들 절반 이상이 무림인이 아닌 민간인이었다.
순식간에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자, 잠깐만!”
“여러분! 제발 진정하시고…….”
살수들을 경계하고 있던 임시 강사들도 그 혼란 속에서 신경이 분산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밀려드는 사람들 탓에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어르신을 지켜!”
백수룡이 고함을 질렀을 땐, 이미 수십의 살수가 공손수를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