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er is too good at sailing RAW novel - Chapter 156
155화 제2차 주주총회 (2)
상단의 간부들을 불러모았다.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이번 주주총회 안건 중 눈을 의심케 하는 게 있어서.”
통신의 한계로 인해, 주주총회의 안건은 틈날 때마다 받는다.
모아두었다가 주주총회 때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식이다.
주주가 많아지고 안건이 다양해질수록 자연스럽게 제약이 붙겠지만, 현재까지는 딱히 별다른 기준 없이 모든 안건을 다 받았다.
왜냐하면, 그동안 안건을 건의하는 이가 한 명도 없었으니까.
이번에는 달랐다.
주주들은 저마다 안건을 말했고, 그 대부분은 자기가 속한 나라나 상단에 더 투자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밑도 끝도 없이 그냥 투자하라는 건 아니다.
이러한 좋은 상품이나 특산품이 있으니 창해 주식 상단에서 취급하거나 개량해봤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하나.
딱 하나가 매우 심각했다.
“창해 주식 상단의 상단주 해임안이 올라왔어.”
창해 주식 상단의 상단주는 나다.
즉, 나를 갈아치우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안건의 발의자는…… 광동공소의 허관영이고.”
내 아내, 허신애의 큰아버지.
대가족이 모여 사는 이 시대 특성상 장인어른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존재다.
“백부님이 말씀입니까?”
허신애도 무척 놀란 모양이다.
“그런 기색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백부님께서는 항상 분에 넘치는 사위를 들였다고 자랑스럽게 여기셨지요.”
“허가장의 가주가 나를 몰아내려고 음모를 꾸몄다고는 생각 안 해.”
“…….”
“정말로.”
그를 믿어서가 아니다.
권력과 돈 앞에서는 혈육도 없다는 데, 창해 주식 상단이라는 거대한 기업을 삼키기 위해서라면 조카사위쯤이야 우습게 쳐버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허관영의 지분은 그리 많지 않다.
창해 주식 상단의 주식은 1주당 은자 100냥.
초기 발행량은 1,000주.
따라서 초기 자본금은 은자 10만 냥이다.
여기에 황태자 주고치의 권유로 주식을 열 곱절 더 발행하여 은자 100만 냥이 되었고.
이 중 허관영이 움직일 수 있는 주식은 100주.
은자 1만 냥 어치로 전체 주식의 1%다.
고작 1%의 주식으로 나를 해임하려고 든다?
“허관영이 나를 몰아내고 싶은 게 아니라, 나를 몰아내고 싶은 사람이 허관영을 움직인 거지.”
“백부님을 움직일 수 있는 상인은 없습니다. 어지간한 고관대작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어지간한 고관대작을 넘어서는 사람이 원하나 보지.”
예를 들면…….
영락제라든가.
잠깐만.
더 이상한데?
나를 견제하고 싶었다면 원정대를 안 맡기면 됐잖아.
뭐 하러 이렇게 귀찮은 수단을 쓰는 거지?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나?
“큰아버님께는 제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안건은 조용히 없던 일로 처리하지요.”
“창해 주식 상단의 주인은 주주다. 주주가 원하는데,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지. 그것이 나를 해임하는 것이라고 해도.”
“전하의 말씀대로 주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창해 주식 상단은 각국의 지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까?”
“응. 제대로 이해했네.”
“너무 이상합니다. 고생한 것은 우리인데, 아무것도 안 한 그들이 왜 마음대로 가져간다는 겁니까?”
“그게 주식 상단이니까.”
자본주의이기도 하고.
“처음 설립했을 때 말했다시피 주식 상단의 주인은 주주다. 이 원칙은 상단이 망하지 않는 한, 절대로 깨지면 안 돼.”
그래야 나중에 백성들이 주식을 살 수 있게 되었을 때, 제대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전하께서는 어째서 전하의 지분을 확보해 두시지 않으셨던 겁니까?”
“하하하. 설마 나를 몰아내려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지.”
“…….”
농담이다.
당연히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염두에 두고 있었다.
많은 돈을 벌어다 주는 나를, 이렇게나 빨리 몰아내려고 하는 이가 있을 줄은 몰랐지만.
“어쩌면 함정일 수도 있고.”
“무슨 함정이요?”
“그런 게 있어.”
금의위가 부활하고, 동창이 비밀리에 만들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그만큼 영락제의 의심병이 극에 달해가고 있다는 뜻.
사대부와 상인들의 충성심 테스트로 이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를 시험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어쨌든 두고 보자고.”
“방책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없는데?”
“…….”
진짜로 없다.
정말로 아무런 대책도 세워두지 않았으니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떠한 대책도 세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라도 진짜 해임된다면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휴가를 즐기면 되지 않을까?”
창해 주식 상단의 간부들은 약속한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이 새끼가 드디어 정신줄을 놓아버린 건가?’라는 듯한 표정이다.
“너무 걱정하지들 마라. 너희의 능력이야 너희를 뽑은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너희는 상단에 귀속된 노예가 아니잖냐.”
꼬우면 사표 쓰고 나오면 된다.
애초에 그렇게 계약했으니까.
“혹시 상단을 나오게 되면 대만국에서 받아주십니까?”
간부 중 하나가 간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참파에서 빈곤층 생활을 하다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간부다.
“나야 좋지.”
“하하하. 전하를 모실 수만 있다면 환경이 문제겠습니까.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내가 흔쾌히 수락하자, 다른 간부들도 걱정을 한층 던 모양이다.
“만약…….”
하지만 한 명만큼은 끝까지 표정을 풀지 못했다.
허신애였다.
“상단주 해임안이 통과된다면, 저는 허가장과 연을 끊겠습니다.”
“너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허가장도 결국 바둑판의 바둑알에 불과하니까.”
상대한다면 바둑알이 아니라 바둑 기사를 상대해야겠지만…….
솔직히 승산이 없을 것 같았다.
명나라의 번왕을 상대로 적대적으로 움직였다는 건, 영락제가 움직였다는 뜻일 테니까.
***
시간이 흘러 제2차 주주총회 날이 다가왔다.
안건은 정리하여 주주총회가 시작되기 전에 각 주주에게 보낸 상태.
주주들의 표정은 1차 주주총회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불안, 걱정, 투지, 탐욕 등 온갖 감정을 무표정이라는 가면 아래 숨긴 채 속속 왕궁으로 들어왔다.
명나라는 물론, 조선, 왜국, 류큐, 참파, 아유타야, 믈라카, 팔렘방 등 온갖 나라의 사람들이 모이는 회의.
새삼 시대가 변했음을 느낀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빨라지겠지.
이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제2차 주주총회에 온 주주들을 환영한다.”
주주총회가 열린 곳은 대만의 모든 부족장과 장로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본회의장.
대한민국 국회의 본회의장을 본떠서 만든 곳이다.
좌석은 넓은 부채꼴 형태로 배치되어 있고, 꼭짓점에는 보통 내가 앉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고.
“주주들의 표정을 보자니, 창해 주식 상단도 꽤 성장한 것 같구나.”
신분제는 이래서 조금 귀찮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자리다 보니, 명나라의 번왕으로서 격을 신경 쓸 수밖에 없으니까.
이럴 때는 정중한 말투가 편한데 말이다.
“이번에도 주주총회의 진행을 맡은 대만 국왕 강해인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말하지. 주주총회에서는 명나라말을 공식 언어로 사용한다.”
미리 만들 수 있는 서류는 여러 문자로 함께 적지만,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할 수는 없으므로 명나라 말을 공용어로 사용한다.
아쉽다.
이럴 때 조선말을 공용어로 채택한다면, 600년 뒤에 후손들이 무척 고마워할 텐데.
명나라의 위엄이 넘사벽이라 그럴 수는 없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지.
“먼저 총회 안건 결의에 앞서 창해 주식 상단의 실적을 공개하겠다.”
처음 주식 상단을 만들 때 공언했던 대로,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자본금은 어디에 썼는지.
매출, 매입, 순수익, 인건비, 세금, 투자금 등 모든 내역을 상세하게 밝혔다.
또, 나중에 따로 확인할 수 있도록 복식부기로 기록한 보고서도 배포하였다.
“보다시피 창해 주식 상단은 1차 주주총회 때와 비교하면 다섯 배 이상 커졌다.”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최대한 내실을 다지면서 했는데도 이 정도다.
단순히 몸집만 불렸다면 열 배 이상은 커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 각국에 분산하여 투자했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 변고가 일어나도 창해 주식 상단에는 큰 문제가 없도록 여러모로 대비하고 있지.”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는데, 아직까지는 명나라의 기술력과 생산력이 넘사벽이라 의존도가 심하다는 점이다.
즉, 특정 국가 중 명나라는 제외된다.
명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필연적으로 큰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해서 질문이 있는가?”
“…….”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다들 굿에는 관심이 없나 보다.
떡에만 관심 있을 뿐.
경영자는 주주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겠지.
“다음은 주주총회 안건이다. 제일 먼저 나올 안건은…….”
모두의 시선이 뜨겁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창해 주식 상단의 상단주, 정확히 말하자면 경영자인 강해인의 해임안이다.”
“그게 정말이었습니까?”
한 주주가 어눌한 말투로 물었다.
아유타야 사람이라 명나라말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정말이고 말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체 누가 용왕 전하를 대신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 일에 대해서는 발의자인 제가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실적 보고할 때는 침묵을 지키던 허관영이 입을 열었다.
평소의 여유 있고 관대해 보이던 모습과는 달리, 무척 진지하고 입을 일(一)자로 다문 상태였다.
“그러시게.”
“감사합니다.”
허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왔다.
그리고 주주들을 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전하의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항해술이든, 상재든, 인품이든, 관리 능력이든 어떤 걸 보아도 불만이 있을 리 없지요.”
어느 정도 말이 된 상태인 건지, 명나라 사람들의 반응은 덤덤했다.
“그렇다면 왜?”
반면 동남아 국가의 주주들은 무척 의아한 표정이었다.
여기까지는 영향력이 미치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제 바다는 안정되었고, 바닷길은 개척되었습니다. 굳이 전하만큼의 능력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전하니까 더 잘하지 않겠소이까?”
“전하께서는 더 큰 일을 하셔야지요. 창해 주식 상단의 기틀은 잡았으니, 이제부터는 다른 이가 해도 됩니다. 이제는 전하의 부담을 덜어드립시다.”
명분이 이상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이 일을 주도한 높으신 분께서는 내가 재력으로 세력을 계속 키워나가는 꼴을 보자니, 이 부분에서는 손을 떼게 하고 공무원으로 부려먹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까.
“다시 묻겠습니다. 대체 누가 전하를 대신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한 주주가.
아니, 주주 대리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다름 아닌…… 장영실이었다.
조선의 대주주인 킬방원의 대리.
아마 다른 조선인 주주의 권리도 받았겠지.
험난한 바다를 넘어 대만까지 오고 싶어 하는 조선인은 드물 테니까.
조선의 주식 수는 창해 주식 상단 전체 주식의 1할.
모든 나라 중 명나라 다음가는 지분율을 자랑한다.
……근데 언제 장영실이 명나라말을 익혔다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원 역사에서도 명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명나라 역법을 배웠다는 기록도 있으니까.
다만 공돌이가 문과적 재능을 발휘하여 너무 빨리 중국어를 익히니 어색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저는 휘룡회관의 가풍기를 추천합니다.”
“아…….”
허관영의 말에 이번 사건의 전모를 알아차렸다.
휘룡회관의 가풍기.
명나라 10대 거상 중 한 명이자, 명나라 사대부의 대표 격인 이부상서 공손하의 친구.
동시에 명 사대부들의 자금줄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영락제가 명 사대부를 매우 싫어한다는 것.
그들을 조지기 위해 금의위와 동창을 가동할 정도로.
반면 명 사대부들은 황태자 주고치라는 보호막이자 든든한 후원자가 사라진 상태다.
안 된다.
분명 영락제는 창해 주식 상단을 이용해 눈엣가시 같은 명나라 사대부들을 제거할 계략을…….
잠깐만.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 명나라가 문화대혁명 급으로 자체 너프하겠다는데 나쁜 건가?
오히려 응원해줘야 하지 않나?
“휘룡회관의 가풍기는 대명의 10대 거상 중 한 명으로 경험과 연륜이 풍부한 원로 상인입니다. 그라면 창해 주식 상단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멋진 발성으로 열정적으로 주장하지만, 이상하게도 영혼이 빠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명나라 사람이 아닌 이들은 미묘한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반대합니다. 명나라는 오랫동안 해금령이 내려졌고, 10대 거상이라고 해도 해상 무역 경험은 없을 터. 이미 확실히 검증된 대만 국왕 전하를 두고, 굳이 모험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매우 안타깝게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한 사람은 다름 아닌 조선 주주들의 대리.
장영실이었다.
“…….”
“…….”
장영실이 반대하자, 명나라의 주주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윽고 ‘약속한 것처럼’ 장영실을 매섭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야.
나를 옹호해줘서 고맙긴 하다만, 조선은 이제 엿 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