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er is too good at sailing RAW novel - Chapter 65
064화 백가쟁명 시즌2 (4)
“그 일은······.”
“되었다. 그것도 제 놈 팔자니.”
그런 것치곤 날 극도로 원망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뭘 했다고?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 불환빈이환불안(不患貧而患不安).”
재물이 적다고 걱정하기보다는 분배가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하고, 가난을 걱정하기보다는 불안을 걱정한다.
공자의 재분배 사상을 단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라 할 수 있다.
“상업을 중시하는 국가는 부국을 이루지만 금·은은 소수 계층에게만 돌아갈 뿐, 백성을 부유하게 하지는 못한다. 이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저도 하나 질문드리겠습니다. 다 같이 가난한 세상이 좋겠습니까, 누구나 먹고 입을 것이 충분하되, 빈부의 차가 있는 게 좋겠습니까?”
“다 같이 부유하게 사는 세상이 좋겠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앞에 놓인 길은 둘 뿐인 것 같군요.”
영원히 그럴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 존재하는 한 사회주의 지상낙원은 오지 않을 테니까.
“대명의 거상을 본 적이 있나?”
“어느 정도 되어야 거상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명 10대 상인 정도를 거상이라 한다. 동주회관의 정심영, 휘룡회관의 가풍기, 광동공소의 허관영 같은 이들이지.”
장인어른······ 은 아니고, 처가인 허가장이 진짜 큰 가문이긴 하구나.
하긴. 그러니까 한때 천하제일의 명문가였던 이선장의 가문과 사돈을 맺을 수 있었겠지.
전에 정화가 소개해줬던 정심영도 엄청난 거상이었고.
“그들은 어마어마한 부를 부리지. 그들에겐 법도 잘 통하지 않는다. 막대한 부를 이용해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니까.”
“그렇습니까?”
흔한 재벌이네.
“자네의 말대로 지금보다 훨씬 더한 부국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때의 거상은 조정의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 들 것이다.”
“그렇겠죠.”
정경유착으로 국민 등골 뽑아먹는 거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맥 빠지는 대답이구나. 분명 반박할 거라 생각했는데.”
“대인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러니 반박할 게 없습니다.”
“그렇다는 건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것이냐?”
“아니요. 미리 알고 있다면 대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좋다. 어찌 대비해야 하느냐.”
“세금입니다.”
“쭉 토론을 지켜봤는데, 네놈은 세금을 전가의 보도로 아느냐?”
후우.
잠시 심호흡했다.
부의 재분배.
세금 문제가 나왔다.
드디어 클라이맥스다.
“그간 세금은 수확량, 땅의 크기, 사람의 숫자, 공물 등으로 세금을 매겼습니다.”
“그런데?”
“불합리합니다.”
“뭐라!”
“땅의 크기가 같다고 해서 어찌 황무지와 기름진 논밭의 산출량이 같겠습니까. 인두세도 그렇습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보부상과 거상의 수입이 어찌 같겠습니까.”
놀랍게도 진짜 이렇다.
세금은 전부 일률적으로 처리했다.
부족한 세금은 여러 잡세를 신설하여 거둬들이고.
이를 개혁한 것이 고려 천자로 유명한 만력제 시기의 재상 장거정.
그가 일조편법이라는 세제 개편을 하면서 확 바뀌었다.
동시에 세금을 은으로 받게 되었고······ 조선은 세금을 쌀로 받았다.
대동법이 대단한 개혁인 건 아는데, 경제의 온도 차가 느껴져.
“세금의 기준은 복잡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타 잡세를 폐지하더라도, 정확하게 측정하고 거둬들이면 그것만으로 세수가 크게 늘어나지요.”
“정말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는구나. 토지세, 그러니까 양세법은 그렇다 치자. 인두세는 재산비례세로 바꾸자는 뜻 같은데, 그런 걸 시도한 이가 없을 것 같으냐?”
“있겠지요. 모두 실패했을 테고요.”
“놈들은 절대 정확하게 수입을 신고하지 않아. 어떻게든 축소하여 세금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하지.”
그렇긴 하다.
고대 국가가 국정을 운영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을 말하라 하면, 바로 세금을 정확히 걷는 것이라고 할 정도니까.
“세금을 내고 싶게 하면 됩니다.”
“내고 싶은 세금? 하하하하! 지금까지 들었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인정한다. 그대는 기담꾼의 재능이 있구나.”
한참을 웃던 그는 이제 표정을 굳히고 입을 열었다.
“그래. 어찌하면 세금을 내고 싶게 할 수 있겠는가.”
“납부한 세금의 양에 따라 혜택을 주면 됩니다.”
“대체 어떤 혜택을 줘야 세금을 더 내고 싶을까? 관직이라도 주고, 사대부로 인정이라도 해줄까?”
“단발성으로는 안 되지요. 쭉 내고 싶어야 합니다.”
현대에서는 자유와 평등의 원칙 때문에 하기 어렵지만 여기서는 가능할걸?
“아시다시피 저는 100일 만에 은 천 냥을 벌어왔습니다. 원정대의 일과 해적왕과의 전투 등으로 시간을 보냈음에도 말이죠.”
“그런데?”
“사실 이는 제 공이 아닙니다. 황공하게도 황실에서 물건을 지원해주고, 임시로 해외 사무역을 허락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민간에 해금령이 내려진 상태다.
할 만한 사람들은 죄다 밀무역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런데 이거 저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지 않겠습니까. 해외 무역권, 그리고 상품 취급권 등등. 그야말로 천하의 부를 끌어모을 수 있는 엄청난 권리가 많지 않습니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그러하다.
내수는 물론, 무역으로 대체 얼마나 땡길 수 있을지 감도 안 잡힌다.
“칼자루는 여러분이 쥐고 있습니다. 납세량, 민심, 혹은 다른 여러 평가를 통해 매년 재선발하게 되면 서로 그 권리를 원하겠지요.”
“하하하. 너무 이상적이다. 상인들이 정직하게 경쟁한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저는 어디까지나 주장할 뿐입니다. 또한, 한순간에 다 바뀌리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국가의 중대사인데 어찌 제 말만 믿고 이 거대한 개혁을 하겠습니까.”
처음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떡밥에 불과하다.
“또, 만에 하나 네 말대로 된다고 해도 문제다. 네 말대로 대외 무역이 그렇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준다면, 부의 분배는 완전히 끝난다. 더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안다.
그래서 일부러 말했다.
나중에 내가 엄청난 돈을 벌어온다고 해도 딴지를 걸지 못하도록.
그리고.
지금부터가 진짜 본론이다.
“누구나 교역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농민들도 말이지요.”
“지금껏 네놈이 주장한 내용과 전혀 다르지 않으냐! 그간의 주장을 전부 철회하겠다는 뜻이냐?”
“아. 잘못 표현했군요.”
일부러 잘못 표현했다.
조금이라도 집중을 더 끌어내기 위해서.
이 안건 하나만 바라보고 뛰어 왔으니까.
“제 자리에서 농사만 짓고 아무 신경 쓰지 않아도, 배를 타고 나가 무역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게끔 하겠습니다.”
“······뭐?”
“상단 하나를 설립하고자 합니다. 그 상단의 배로 대명, 조선, 왜, 남해 등지는 물론 차차 천축국이나 파사국, 그 너머까지 무역로를 확장할 생각입니다.”
흑사병으로 무너진 실크로드를.
바닷길로 재건한다.
“그리고 여러분께, 혹은 농민들에게 그 상단의 주인 되는 권리를 팔겠습니다.”
“······.”
내 말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이해를 못 해서.
“주인 되는 권리를 증명하는 문서. 이를 주식이라 하겠습니다. 주식을 가진 자는 주주로서 상단의 경영에 참여할 수 있고, 혹은 상단의 수익을 배당받습니다. 쉽게 말해 투자입니다. 저에게 투자하시는 것이죠.”
“······혹여 그 주식이 한 장이 아니라는 뜻이냐?”
“예. 그렇군요. 처음 보는 개념일 테니, 시작은 가볍게 1,000주로 할 생각입니다.”
한 주의 가격은 100냥.
그래서 은 10만 냥을 초기 자본으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최대 천 명의 주인이 생긴다는 건데, 주주 간의 이견은 어떻게 조율하지?”
“지분에 따라 갈리겠지요. 1주당, 1 의결권을 지닙니다. 물론 배당 역시도 한 주당 똑같이 적용됩니다.”
개념은 이해시켰다.
아마 정확한 뜻은 이해 못 했겠지만, 이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배당받는 사람이 얼마나 받아가는지.
지금은 한 주당 은 백냥인 주식이 나중엔 얼마에 팔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대체 뭐 하러 그러지? 나는 그대가 그리 탐탁지 않다만, 그대를 인정해주는 이는 많지 않은가. 투자라면 얼마든지 받을 수 있지 않나?”
“같이 부유해지기 위함입니다. 지금은 천 주에 불과하지만, 상단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만주, 십만 주, 백만 주가 될 수도 있지요.”
“추가로 발행하겠다는 뜻이냐? 네 마음대로? 아서라. 원나라에서 발행했던 지폐가 어떻게 종이 쪼가리가 되었는지 너는 모른다.”
“물론 압니다. 당연히 주식의 추가 발행은 주주의 투표로 결정할 겁니다. 당연히 반대하리라 생각하시겠지만, 사업을 더 확장하기 위해서라면 의외로 잘 협조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목적을 물으셨습니까?”
목표는 경제적으로 얽는 것이다.
사대부들이 사게 하고.
백성들이 사게 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사게 하고.
주식으로 서로를 섞어버리면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내 상단을 위할 수밖에 없으니까.
세금으로 많이 뜯어가도 상관없다.
너희의 배당이 줄어들 테니까.
“묻겠다.”
처음으로 영락제가 토론에 끼어들었다.
지금까지는 계속 재롱 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달랐다.
상당히 심각한 표정이라고 할까.
“그대는 왜 이런 일을 하는가. 돈이 필요한가? 짐이 지원하지. 정치 지원이 필요한가? 그 역시 짐이 지원하겠다. 이만하면 되겠느냐?”
아니지.
돈은 수단이지 목표가 아닌데.
“남해에서 듣자니, 저 바다 너머 아득한 곳에도 큰 세상이 있다 하였습니다.”
중국과 조선은 여기가 세계의 중심이자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변두리에 불과하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니까.
“시대가 지금 이대로만 간다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게 천하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땅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인식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영락제는 이해한 듯했지만, 이해 못 한 사람이 많이 보였다.
“하주시대 중원은 현재 관중 지역을 의미했습니다.”
삼국지의 낙양 그 지역이다.
함곡관, 호로관 등 여러 관문 안에 있는 지역이라서 관중이라 한다.
“춘추전국시대 중원은 화북 지역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낙양에서 기주 정도까지다.
괜히 원소의 세력이 강했던 게 아니다.
당시 기주는 말 그대로 중원의 핵심이었으니까.
“한당시대 비단길의 개척이 이뤄졌고, 중원은 파사국과 국경을 맞대게 되었습니다.”
고구려 출신 장군 고선지가 엄청난 활약을 하였고, 동시에 엄청난 뻘짓을 해서 이 지역의 패권을 영영 잃어버리게 된다.
중앙아시아 지역에 유교가 아닌 이슬람이 퍼진 이유다.
“남송시대 장강 이남에 대대적인 개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곳도 중원이라 부르지요.”
이 덕에 지금도 세수는 대부분 장강 이남에서 나온다.
“비록 예의가 없고 잔혹한 야만족이었지만, 원나라는 파사국(페르시아)을 넘어 구라파(유럽) 동쪽까지 점령함으로써 천하관을 구라파까지 확장했습니다.”
원나라 이야기가 나오자 다들 인상을 찌푸렸다.
명나라 북쪽에 있는 북원은 현재에도 대적이니까.
적의 업적을 칭찬하는 게 기분 좋을 수는 없겠지.
그래서 일부러 말했다.
전에 연회 때 원정대 기록을 낭독할 때, ‘원나라를 몰아낸 천자의 군대다!’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다들 하나 같이 엄청나게 좋아하더라고.
“따라서 원나라를 몰아낸 대명은 그보다 훨씬 더 큰 목표를 노려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헛소리냐!”
“조용히 하라.”
“송구하옵니다.”
대신 하나가 반발했지만, 영락제가 곧바로 침묵시켰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지 않겠나.”
“당장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제나라의 관이오는 중상주의를 펼치며 상인을 각지로 보내어 여러 소식을 소집했습니다. 그랬기에 정확한 전략과 작전을 짤 수 있었지요.”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관중은 정치하면서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일도 복이 되게 하고, 실패할 일도 돌이켜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는 이해를 분명하게 따지고 득실을 재는 데 신중히 하였다.
이는 그의 판단력이 훌륭하다는 점도 있지만, 그만큼 정보가 정확했다는 뜻이다.
“정나라 상인 현고가 진나라 군대를 마주친 건 우연이 아닙니다. 정나라 상인들은 중원 전역을 돌아다녔기에 견문이 넓고 빨랐으니까요.”
현고 외에도 정나라 상인에 대한 일화는 수도 없이 많다.
유학을 깊게 파는 여기 사대부들은 그 일화를 들어보긴 했겠지.
“따라서 대명에서도 상업을 중시하여 부국을 이룩하는 한편, 곳곳에 상인을 보내어 천하의 소식을 정확하게 수집하여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배울 게 있으면 배우고, 얻을 게 있으면 얻어야 합니다. 상업은 물자만 오가는 것이 아닌 기술이나 사상까지도 오가는 것이니까요.”
“정나라 때와는 다르다. 상인이 그 먼 곳까지 가겠는가?”
“돈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상인의 욕망을 이용하면 됩니다. 감히 장담하건대, 만금이 된다는 증명만 있다면, 배를 타고 구라파까지 가고자 하는 이가 수도 없이 많을 것입니다.”
“누가 어떻게 증명한단 말이냐.”
“제가 그 항로를 개척하겠습니다. 이전에 폐하께도 말씀드렸듯이 제 야망, 욕심,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목표는 천하에서 처음으로 세상 끝까지 가보는 것이니까요.”
이건 거짓말이 아니다.
유럽으로 향하는 신항로 개척.
아메리카나 호주로도 향하고.
세계 일주에도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당연히 엄청난 돈이 필요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걸 위한 주식입니다. 모두가 부유해져야 할 수 있습니다.”
“모두란 누굴 말하느냐?”
“대명은 물론이고, 대명 천자를 떠받드는 모든 조공국을 포함합니다.”
그걸 위해 국가 간 무역과 분업을 주장했으니까.
“그리고 때가 되었을 때, 이곳은 물론, 남해, 천축, 파사, 비주(아프리카), 구라파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욕망은 시대를 바꿀 거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온 천하의 질서를 대명 천자를 중심으로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국뽕에 취해라.
현실 문제를 외면하고, 공상에 빠져들어라.
영락제는 너무 쎄.
그러니까.
황태자 주고치.
한왕 주고후.
건문제와 화인세력.
그리고.
킬방원과 조선.
일본, 류큐, 대만.
레 리와 대월 독립세력.
참파, 아유타야, 팔렘방 등 동남아의 여러 국가 등등.
전부 뒤섞인 연합 한가운데, 역사상 최초이자 압도적인 수익을 자랑하는 주식회사라는 먹잇감을 만들어 던져 놓겠다.
지분을 나눠서.
지들끼리 싸우도록.
그리하여 명나라가 무리한 대외원정으로 국력을 낭비할 때.
다른 나라의 부국강병을 도모하여, 아시아의 질서를 다시 설계하겠다.
나를 중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