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1105
1104화
145. Aftermath (4)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네.”
폴 조지가 내게 말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2-17-0-16-4. 이게 뭐냐고? 하프타임이 다 되어가는 현재, 우리 스퍼스의 주전 다섯의 득점 분포다. 차례대로 설명을 하자면, 스마트-조지-잉그램-나-알드리지의 순이다.
조지와 나의 야투율이 50%를 넘어선 (11/21)반면, 남은 셋의 야투는 겨우 15.3%(2/13)에 불과했다. 우려했던 대로, 이번 경기는 매우 어렵게 흘러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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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2쿼터 9 : 24
SPURS 51 : 58 WIZARDS
명백히, 워싱턴은 우리보다 더 많은 야투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진, 공격과 수비 모든 부분에서 평소 기량의 절반정도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 하프타임을 통해 뭔가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후
반전도 전망이 밝지 않았다.
난 이미 포포비치를 통해, 긴장을 하지 않으면 잡아먹혀 버릴 것이란 의견을 전달 했다. 허나 이 후의 다양한 노력에도, 우린 역전은커녕 동점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시즌을 치르다보면, 다양한 이유로 혹은 어쩔 때에는 아무런 이유 없이 실망스 러운 경기력이 나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준비부터가 잘못 된 경우가 많은데, 시합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이유가 무엇인지 깨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경우에 비하면 좋은 상황이었다. 경기 전부터 이런 상황을 경계 해왔었던 나와 폴 조지가 정신을 바짝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티잉-
‘젠장!’
여전히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게, 유일한 문제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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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벅핸츠)
“좋은 수비의 아리자입니다. 지금까지, 위 저즈의 수비가 매우 돋보이는군요. 스퍼스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봉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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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빠르게 진행되려던 위저즈의 공격이 다소 지연된다. 앞으로 뻗어나가던 패스를 폴 조지가 필사적으로 노력해 라인 밖으로 쳐 냈고, 그는 곧 동료들을 향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COME ON!!!”
나 저 짧은 말에 담긴 의미를 몽땅 다 이해할 수 있었으나, 과연 다른 이들도 지금 그럴는지는 다소간에 의문이 들었다. 오늘은 벤치에서 출전한 랜들의 컨디션도 별로였고, 제프 그린과 빈스 역시도 제몫을 다 해내지 못했다.
어거스틴이 9득점, 노아가 3득점을 올려 준 것이 오늘 벤치득점의 전부이다. 나 또한 목소리를 높여 동료들의 수비집중력을 독려하고, 커닝햄의 곁에서 위저즈의 포지션을 확인한다.
야투율은 별로이지만 계속해서 득점을 시도하는 브래들리 빌과 위저즈 합류 후, 연일 뜻밖의 득점포를 뽐내고 있는 바비 포티스가 공격의 중심이다. 지금도 두 사람은 탑에서 2 : 2 플레이를 시도하고 있었다.
핸드오프동작으로 포티스가 빌에게 패스를 건네고, 왼쪽 드리블을 택한 빌이 폴 조 지를 앞에다 두고, 기교를 선보인다.
“인사이드!!”
이어지는 상항을 주시하던 내가 손가락으로 페인트-존을 가리키며 소리를 지르지만, 빌이 보낸 패스는 무사히 포티스의 손에 안착되어 투핸드 덩크로 연결이 되었다.
“…”
분노가 차오른단 얼굴이 된 조지가 굳게 입을 다물면서 몸을 돌리고, 난 아웃오브바 운드 패스를 받아들고자 움직여 랜들을 향해 조지를 좀 더 믿었어야 한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이 친구의 귀엔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야투가 연이어 빗나가기 시작하면서, 랜 들의 시야가 크게 좁아졌다. 레이커스 시절부터 반복된 문제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공격이 정체되면 모든 부분이 꼬여버리는 유 형이었다.
자신의 가장 좋아하고 또 장점이기도 한 부분이 공격이라서 그런지, 거기에 자신의 경기력을 의존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본인 스스로 플레이의 영역을 확장해 내간다면 좋을 거란 생각을 해보지만,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바가 아니었다.
일단 지금은, 전반을 잘 마무리하는 것에 집중코자 한다.
“안쪽으로 들어간다!!”
“코너야!!”
확실히 초반에 비해, 위저즈의 콜-플레이가 더욱 활발해졌다. 스스로도 경기가 잘 풀린다는 것을 알고 흥이 돋아났기 때문일 것이다.
조지에게 볼을 건네고 코너로 움직인 내가 스페이싱을 확보하자, 잉그램과의 2 : 2플레이를 시작한 그가 인사이드로 파고든다. 이번만큼은 아리자도 사전에 차단할 수 없었고, 좋은 위치까지 접근한 조지에게 많은 선택지가 생겨났다.
허나, 커닝햄이 바짝 달라붙어있는 내 쪽은 아니었다. 저대로 직접 마무리를 하거나, 균열이 생긴 위저즈의 수비를 패스로써 공 략을 해도 좋을 거다. 하지만 내가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은, 그려 보일 수 있는 것들 중 최악이었다.
반대편 코너로 볼을 보냈을 때, 본래 그 자리에 있었던 스마트는 다른 마무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윙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결국 볼은 라인 밖으로 빠져나갔고, 이로써 우리는 전반전에만 두 자리 수의 실책을 범하게 됐다.
“휴우우우-”
절로 나오는 한 숨을 내쉬며, 난 고개를 푹 숙인채로 백코트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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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로슨)
“제 생각에 오늘은 이번 시즌 스퍼스가 보여준 모습들 중에서 가장 나쁜 날인 것 같습니다. 실책도 너무 많고, 팀 전체가 너 무 혼란스럽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곧 위저 즈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죠. 스퍼스 같은 강한 팀을 잡아낸다는 건, 현 시점의 위저 즈와 같은 팀에게는 남은 시즌을 잘 치를 수 있는 엄청난 동기부여가 될 겁니다.”
(스티브 벅핸츠)
“바로 그 말 대롭니다. 브래들리 빌, 드리 블 인사-이드. 그대로 득점을 성공시킵니다!! 그리고 추가 자유투에요!! 정말 놀랍습니다, 위저즈! 전반전에만 62득점! 그리고 이 점수는 63점까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스퍼스를 상대로 11점 차 앞서 나가기 시작합니다!!”
* * *
□ 하프타임
SPURS 53 : 67 WIZARDS
Min-Hyuk Kim / 19분 34초 출전
: 16PTS / 4AST / 6REB / 1STL / 1BLK / 1TO / 1PF
: 5/11 FG, 3/7 3P, 3/4 FT
: +/-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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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덖친 격이라고 했던가? 라커룸으로 들어온 직 후, 알드리지가 슬개골 부근에 통증을 호소했다. 건염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윌 세브닝. 선수는 응급치료 후에 뛰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지만, 포포비치는 단호한 태도를 취해보였다.
병원은 경기가 끝난 뒤에 가되, 일단 오늘 경기에서는 더 이상 뛰지 않도록 한다는 게 팀의 결정이었다.
16분가량을 뛰며 4득점과 2리바운드. 평 소 활약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알드리지의 모습은 분명히 아쉬웠다. 허나 오늘 같은 상황이라면, 모두가 실망스럽다고 표 현하는 게 옳았다.
“우린 진짜 못했어.”
폽도 지금, 그런 부분을 이야기 하는 중이다.
“진짜, 진짜 못했지. 내가 요즘 너무 편안히 보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굳이 이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나. 날 괴롭히는 것은 이쯤으로_ 끝을 내줬으면 좋겠군.”
“…”
“너무 소극적으로 굴고 있어.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지더라도 우리답게 져야하지 않겠나. 페이스를 밀어붙이고, 우리가 본래 잘 하던 것들을 코트에서 보여줘야만 해. 요즘은 이런 말을 잘 하 지 않았지만, 조금 더 Nasty 하게 뛸 필요가 있어.”
동의하는 바다. 전반전의 우린 너무나 소극적이고 또 얌전했다. 정작 나 자신도 필 사적으로 경기를 붙드느라, Nasty 하게 굴 지 못했다. 첫 수비 장면에서 브래들리 빌을 막아냈을 때만 해도 분명 나쁘지 않았는데 말이다.
가끔 이럴 때면, 농구가 팀-게임이란 사실이 확 와닿는다. 어느 한쪽에 빈틈이 생 겨나기 시작하면, 모두가 그곳을 매우고자 필사적이 된다. 그리고 그러다보면, 자신이 코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잃어버린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이라면, 이것이 결코 수고롭게 느껴지진 않는다는 거다. 어빙에 겐 조금 미안하지만, 현재의 셀틱스는 그런 노력들이 수고로워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특히나 이런 상황들이 어빙과 헤이워드 없이도 훌륭했던 시즌 직 후에 이어진 것이 라 더욱 문제가 되었다. 어린 선수들은 자신들끼리만 있었을 적의 팀이 훨씬 더 낫다 고 생각할 것이고, 어빙과 헤이워드는 이게
본래 자신들의 역할이라 주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간 역할이 마커스 모리스는 이제, 혼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우린 그렇지 않아.’
나는 하프타임 내내, 후반전을 더 나아지 게 만들고자 노력하는 이들을 볼 수 있었다. 티미와 루올, 라수얼을 중심으로 한 젊은 코칭스태프들이 적극적으로 선수들과 어울리며 찗은 시간동안 많은 대화를 나눈 것이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베테랑들인 빈스와 제프도 마찬가지였다. 실망스러운 하루를 보낸 알드리지 역시도, 시합에 뛸 수 없게 된 미안한 마음을 담아 적극적인 조언을 아 끼지 않았다.
포포비치는 뜻밖에도, 쏜 메이커가 알드리지를 대신한 후반전 스타팅 멤버가 될 것 이라 말을 했다. 전반전에 단 1분도 뛰지 않았기 때문에, 우린 당연히 노아가 선발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조던 벨에게 기회를 주거나.
하지만, 최근 심각할 정도로 경기력이 좋지 않은 조던 벨은 오늘도 벤치를 지킬 것 같다. 전반전에도 그가 나설 타이밍에 오마 리가 대신해서 뛰었었다.
각자의 실망스러움이 묻어나고 있는 지금, 우린 이 나쁜 감정들을 털어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우린 여전히 오늘 경기에서 이길 수 있어. Just Be Us. 스퍼스답게 뛰는 거야! 큰
목소리로! Onetwothree!!”
“TOGETHER!!!!!”
지금의 외침은, 내 바람대로 정말 우렁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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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벅핸츠)
“하하하. 당신의 말이 옳아요, 카라. 이제 3쿼터가 시작되는군요. 알드리지는 오늘 경기에서 뛸 수 없다고 합니다. 부상인 듯 한 데, 위저즈에는 어쨌든 좋은 상황이죠. 물론 그가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랍니다만, 팀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겁니다. 쏜 메이커가 대신 출전을 했군요. 밀워키로부터 트레이드가 되었고, 이틀 전 경기에서 데뷔를 했습니다.”
(카라 로슨)
“7-1의 장신에, 3점을 던질 수 있습니다. 코트에서의 노력이 아주 돋보이는 선수이고, 나이도 아직 21살 밖에 되지 않았죠. 스퍼스의 입장에서, 또 하나의 멋진 거래였다 고 생각을 합니다. 2016년 이 후, 스퍼스는 드래프트와 트레이드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죠.”
(스티브 벅핸츠)
“빌- , 빗나가는군요. 리바운드를 획득하는 쏜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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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이나마 연습을 몇 번 함께하고, 이틀 전 경기에서는 그가 직접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전에서 이렇게, 쏜 메이커와 호흡을 맞춰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내 첫 인 상은, 그가 전혀 빅맨스럽지 않다는 거다.
물론 쏜 메이커는 7-1의 큰 키에다가 보드장악력에서 나름대로의 장점을 발휘해주는 남자였다. 하지만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부분은 리바운드 직후의 모습이었다.
만약 알드리지나 노아였다면, 지금 리바운드를 획득하여 뒤쪽으로 다가서는 스마트를 바라보았을 거다. 그리고 그에게 패스를 전달하여, 우리의 골밑 아래에서부터 공격이 시작되는 지점을 잡아나갔을 거다.
하지만 쏜 메이커는 달랐다. 그는 리바운드 뒤 곧장 앞으로 뛰어나가며 패스를 전달 했고, 이는 하프라인 부근에 있던 폴 조지에게로 향했다.
공격의 시작지점이 앞이었으니, 페이스를 조금 더 쉽게 높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폴 조지는 거침없이 앞으로 달려 나갔고, 아직 백코트가 완전히 이뤄지 지 않는 위저즈의 골밑에서 파울을 이끌어 냈다.
불과 18초 만에 수비에 성공하고, 공격에서 자유투를 얻어낸 건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벤치에서 코칭스태프가 박수를 보내왔고, 난 그것이 조지와 쏜 메이커를 향한다고 생각했다.
철썩-!
“안쪽!!”
폴 조지의 자유투에 이어지는 수비. 첫 번째 공격 포제션에서 다소 무리를 한 브래 들리 빌은, 이번에는 충분한 셋-업을 통하여 확실한 득점을 노린다. 빠르게 진형이 갖추어지고, 탑에서의 바비 포티스의 스크린이 이어진다.
그리고 정말 놀랍게도, 난 바로 다음 장 면에서 엄청난 높이로 솟아오르는 쏜 메이 커를 볼 수 있었다. 점프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9-2와 1/2(약 280CM)에 달하는 엄청난 스탠딩 리치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바비 포티스는 전반전에 해왔던 대로 인 바운드 패스를 받아 골밑 슈팅을 노렸고, 분명 저런 플레이에 우린 전반에만 18득점을 허용했다.
허나, 지금 난 백보드를 맡고 반대방향으로 튕겨나가는 농구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잠깐 멍하게 있을 무렵, 언제 나 그렇듯 스마트가 가장 먼저 볼을 향해 달려들었다. 저건 그러니까, 저 남자의 본성 과도 같은 것이다.
코트에서 주인을 잃어버린 공을 자신이 거머쥐지 않으면, 그는 밤새 잠 못 이룰 지 도 모른다. 아니 장담하는데, 틀림없이 그럴 거다.
‘정신 차려!!’
얼른 스스루를 향해 속으로 소리치며, 나 역시도 곧장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출발지점이 수비진영 베이스라인인지라 앞 서나가기에 좋지는 않았으나, 난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을 통해, 결코 잦지 않은 드문 보상을 얻는다는 것도 말이다. 드 물기 때문에, 더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할 그런 기회라는 의미다.
“비었어!!”
진영이 바뀐지라, 우리가 공격을 진행하는 골대의 앞쪽에 위저즈의 벤치가 자리하 고 있다. 나는 위저즈의 스캇 브룩스가 날 가리키며 소리 지르는 것을 들었고, 곧장 슈팅을 쏘아올린 뒤에는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잠깐 발을 멈춰 섰다.
철썩-!
그리곤, 기대했던 결과에 몸을 돌리며 브 룩스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잠깐 시선이 마주쳤던 그는 말려들고 싶지 않다는 얼굴 로 자신의 선수들을 보며 소리쳤다.
“천천히 해!! 서두를 것 없잖아!!”
“…쯧.”
괜히 아쉬워 혀를 찬 나는, 커닝햄을 찾아 다시 움직였다. 기왕이면 한두 마디 보 태어주었음 좋았을 텐데, 어쩌다보니 난 시합 중에 반드시 말 섞는 것을 피해야 할 남자 중에 한 사람이란 낙인이 찍혀져 버리고야 말았다.
평범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나로서는, 심히 억울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별 것 아닌 농담에 그렇게나 예민하게 반응을 해 서야, 어찌 이 정글에서 살아남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오고 있어.’
전반전 내내 느낄 수 없었던 즐거움이 저 한쪽 구석에서 싹을 틔우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억지로 성공시킨 브래들리 빌의 슈팅에 폴 조지가 엄청난 아쉬움을 표현하지만, 전과 다른 점은 아무도 그것에 짜증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린 그가 최선을 다해 노력을 했으며, 기대했던 만큼 충분한 수비를 보여주었다
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은, 운이 조금 나빴을 뿐이다.
“그걸 다시 회수하러 가 볼래요?”
“그야 물론이지.”
이번에는 내가 조지에게 아웃오브바운드를 보냈고, 굳은 결심을 한 얼굴의 그를 뒤 따르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번엔 웃음을 감추고자 한 것뿐이다. 여전히 우린 위 저즈에 11점을 뒤져 있지만,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오고 있는 방향은, 나의 정 반대편에서 볼을 잡은 쏜 메이커로부터 나오고 있었다.
그는 돌파를 선택한 폴 조지의 아웃패스
를 정확히 캐치했고, 불안정해 보이는 얇은 프레임에서의 준비동작을 거쳐 의외로 꽤 나 훌륭한 슈팅 자세를 만들어냈다. 제대로 된 힘을 담아서 나아간 농구공은 깔끔하게 림 사이를 통과해 버린다.
“YEAH-!!!”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오마리가 커다란 목소리로 반응을 보여주고, 우리가 오늘 내 내 잃어버렸었던 벤치에서의 활기가 피어 오른다.
빠르게 손을 교차한 스캇 브룩스가 타임 아웃을 부르고, 나는 이렇게 되기까지 채 2 분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 까지 있었던 모든 공-수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쏜 메이커. 그를 알드리지의 대
체자로 택한 건 정말 탁월한 결정이었다.
지금에서야 문득 생각한 것인데, 어쩌면 폽은 새로운 영입으로부터 다가오는 신선 한 바람을 기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올 시즌 노아의 영입케이스도 그렇고, 확실히 새로운 선수는 팀에 섞여들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분위기에서 다소 동떨어졌다는 단점이 오히려, 좋지 않은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보여준다는 장점으로 탈 바꿈해 버리는 것이다.
적응이 되고나면 이런 부분은 사라져버 리지만, 그래도 완전히 팀에 섞여드는 편이 장점이 훨씬 더 많다. 다만 지금은, 그렇지 않기에 오는 장점을 취한 것뿐이다.
확실히, 포포비치는 대단한 분이었다.
“이제야 좀 볼 맛이 나는군.”
“훗.”
폽은 말했다. 지금은 어쩌다 던진 펀치가 운 좋게 상대를 비틀거리게 만든 것뿐이니, 긴장을 늦추거나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또, 아직 우리가 8점을 뒤지고 있음을 상기 시켜 주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이 캐피털 원 아레나란 사실도.
“그렇기에 더더욱 다음 포제션이 중요한 거야. 이 흐름을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해. 저들을 한두 번 비틀거리게 마든 것만으로는 안 될 거야. 확실한 K.0 펀치가 필요하
지. 일단 그러기 위해서는 러키펀치를 기대 하지 말고, 확실히 저들을 그로기 상태로 밀어붙여.”
“…저기 폽? 우린 지금 농구 이야기를 하 는데요?”
“아, 제발.”
폽의 이야기가 거의 끝나단다는 것을 안 스마트가 농담을 시작하고, 나는 또 시작이 냐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전 복싱은 잘 몰라서 그런데, 그냥 우리가 이 경기를 뒤집으면 된다는 거잖아요?”
“하아- 좋아. 그럼 어서 나가 봐.”
“COME ON!! 왜 저를 무시하는데요?”
“정말 몰라서 그래? 일어서, 마르커스. 이
제 나갈 시간이야.”
진지함 속에서 적당한 순간에 농담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이제야 비로소 스퍼스 다운 모습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는 스마트를 면박한 나이기는 했지만, 내 심 드디어 돌아왔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폽의 말처럼 긴장을 늦추지만 않는다면, 분명 우리가 시즌 내내 이어왔던 강인함을 코트에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에서 직접 확인이 가능할 거라 고 믿는다.
“목소리를 크게 가져가, 쏘니.”
“그래. 근데 말이야.”
“응?”
“대체 왜 내가 쏘니인 건데? 조금 여자 같지 않아?”
자신의 별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 쏜 메이커에게, 언젠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동세 대를 살아가는 뛰어난 축구선수에 관해 설명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우리와 같은 스퍼스에서 뛰고 있으며,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란 것도 말이다.
수단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성장한 쏜 메이커는, EPL 보다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선호하는 남자였다. 그래도 분명, 이야기를 하면 대번에 알아들을 것 같기도 했다.
“거기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 이야기 하자.”
“쏘니라고 부르지만 않는다면, 뭐든.”
“그래, 쏘니. 그러지 않는다고 약속할게.”
“…”
쏜 메이커를 향해 윙크를 찡긋 보내며, 난 그의 등을 떠밀어 한쪽으로 보내버렸다. 곧바로 이어지는 수비. 타임아웃을 통하여 분위기 전환을 시도한 위저즈가 준비 된 패 턴을 보여주지만, 이번에는 브랜든 잉그램 이 모처럼 자신의 몫을 해내었다.
아리자가 볼을 손에 쥔 순간 그것을 긁어 내는 것에 성공했고, 혼전 중에 볼이 향한 곳을 향하여 스마트와 브랜든 나이트가 동시에 다이빙을 시도했다.
주심들의 눈이 커지며 잔뜩 긴장하는 사이, 기어코 볼을 따낸 스마트가 근처에 보 이는 잉그램에게로 패스를 연결시킨다. 그래서 나는, 앞을 향해 달려 나가는 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B!! 앞이야!!”
“!!”
신뢰라는 건 참 멋지다. 잉그램은 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전방을 확인하기도 전부터 볼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선을 목표지점에 둔 순간, 양 팔을 힘 껏 뻗어 하프라인을 넘어가는 아울렛 패스를 이어갔다.
빠르게 이동한 농구공을 손에 쥔 것은 쏜 메이커였고, 덩크를 시도하려던 그는 바비 포티스의 다소 과격한 파울을 이끌어내며 플로어에 쓰러졌다.
하지만 그는 곧, 벌떡 일어서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봐, 쏘니.”
“??
“절대로 그러지 마.”
“뭐??”
쏜 메이커는 엄격한 표정의 나를 보며, 질문을 던져왔다.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살 벌한 분위기를 보내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 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나의 이야기에, 그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뭐라고 했느냐고?
“만약 네가 플로어에 넘어지면, 그냥 그 대로 있어. 그래야 우리 형제들이 네게 다 가가서 널 일으켜 줄 수 있으니까. 이해했지? 그게 바로 이 팀이 돌아가는 방식이야.”
난 그저, 처음으로 합을 맞춘 실전에 대 한 환영인사를 건넨 것뿐이었다.
비록, 누군가의 말을 그대로 가져온 것에 불과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