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1147
1146화
150. Unpredictable (3)
스티브 커가 이번 원정에서 주전들을 제 외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몇몇 사람들은 그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한 때 세계 최고의 팀이라 스스로 자부했었던 팀이, 겨 우 1년 만에 겁쟁이가 되어버렸다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난 커의 결정을 100% 이해하 고 있다. 3위에 세 경기 앞선 넉넉하지 않은 리드라곤 하나, 워리어스의 남은 일정 중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은 우리를 빼면 없는 상태였다.
플레이오프를 목전에 둔 지금, 부상위험 이 높은 상황을 피해가고 체력 소모가 심했었을 주전에게 휴식을 주기로 결정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만약 상황이 반대였더라 하더라도, 폽도 틀림없이 커와 같은 판단을 내렸을 거다.
‘거의 보너스였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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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밴 건디)
“전 솔직히 이런 상황들을 좋게 보지는 않아요. 커의 판단을 이해는 하지만, 전 세계의 농구팬들이 멋진 경기를 보길 바라거 든요. 특히나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골든스 테이트 워리어스가 가진 이름값이라면 더 더욱요. 허나 그렇다고 해서, 커의 결정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팀을 위한 최 선의 길을 택했을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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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3쿼터 9 : 54
SPURS 91 : 68 WARRIORS
많이 일렀지만,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은 방금 전에 끝났다. 나뿐만이 아니라, 오늘 나와 함께 스타팅 라인업에 들어선 다른 네 명의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다. 많게는 23분에서 적으면 21분가량을 뛴 우리들은 오늘 경기에서는 더 이상 출전을 하지 않는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되었기 때문이었고, 스티브 커 역시 이궈달라와 루디 게이를 벤치로 불러들이면서 코트 위의 전원을 벤치 혹은 가비지 라인업으로 채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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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브린)
“오늘은 매우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2 쿼터 7분경, 킴이 403번째 3점 슛을 집어넣으면서 스테판 커리가 보유하고 있던 NBA의 3점 기록을 갈아치웠죠. 그리고 3쿼터에
두 개를 더 추가하면서, 그 숫자를 405개까지 늘렸습니다. 정말이지, 굉장한 선수입니다.”
(제프 밴 건디)
“그래도 이곳 스퍼스의 팬들은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보다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그들의 멋진 선수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봤으니까요.”
(마이크 브린)
“랜들 OH- He made 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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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 윌리엄스에게로 거의 기울어진 Six-man of the Year 이지만, 랜들 역시도 우리 팀에서 멋진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그는 우리의 득점생산력이 48분 내내 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였으며, 제한 된 출전 시간 속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현재 워리어스에서 뛰는 선수들로는, 랜 들을 막을 수 없을 거다. 사실 오늘 내내, 랜들은 거의 아마레 스타더마이어처럼 보였다. 물론, 전성기 시절의 아마레.
파앙-!
“그렇지-!! 바로 그거라고!!”
그리고 또 한 명. 제한 된 출전 시간 속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가 있다. 밀워키로부터 트레이드 되어 온 쏜 메이커 역시, 공수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머레이와 하트가’ 없어 완전체라 할 순 없지만, 시즌 전 기대했던 숨 막히는 로테이션이 시즌 막바지로 와서야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최초에 폽이 세웠을 플랜보다는 많이 늦은 상태겠지만, 이제라도 전력이 올라 온 것이 어딘가 싶었다.
시즌 중간중간 부상자들이 속출했었을 때에는, 나도 내심 아찔했었으니까. 물론 지금도 여전히 알드리지는 완전하지 않고, 로테이션에 약점이 없는 것도 아니기는 하다.
그렇지만, 난 우리가 가장 강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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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밴 건디)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이라면, 워리어스가 그들이 가진 기록을 깨트리도록 상대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죠. 많이 이르지만 사실상 승부는 결정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스퍼스는 이로써 프랜차이즈 첫 2 년 연속 70승을 이룩하게 됐죠. 남은 일정 이 필라델피아-멤피스-레이커스-킹스-재 즈인데, 전 스퍼스가 남은 시합에서 두 번 패배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이크 브린)
“알다시피 그렉 포포비치는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입니다만, 최근의 기록들을 통해 누구도 반박하기 힘든 영역에 들어갔다고 봐야 되겠죠. 20년 동안 6개의 우승반지와두 번의 70승 시즌을 만들어낸 셈 이 될 테니까요. 그러니, 마음껏 자랑스러워 해도 됩니다. 틀림없이 그렇고말고요. 위대 한 감독과 함께, 위대한 시즌을 만들어가는 중인 스퍼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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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쿼터의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고,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코트에서 뛰고 온 동료들을 마중하며 그들의 어깨나 엉덩이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리곤 폽이 지시를 내리는 동안,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이야기를 경청하거나 힘껏 박수를 치며 사기를 높였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70이란 외침. 늘 세계 최고의 농구팀을 응원한다고 믿었던 팬들 에겐,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생겨난 셈이다. 장담하는데, 당장 내일부터 시내의 펍 등지에서 70과 관련 된 이벤트를 열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작년에도 그랬으니까.
내일 회복훈련을 하러 향하는 길에, 상가 건물을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이 도시는 지금 농구를 통해 움직이며, 농구를 통해 활기를 띤다.
그러한 분위기의 중심에 내가 있다는 건, ‘So Damn Good.’
말도 못하도록, 멋진 기분이 드는 일이었다.
* * *
□ 경기종료
SPURS 124 : 96 WARRIORS
Min-Hyuk Kim / 24분 30초 출전
: 26PTS / 7AST / 7REB / 1BLK / 3TO / 1PF
: 8/15 FG, 4/7 3P, 6/6 FT
: +/-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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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은 오늘과 같은 경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미 리 일정을 잡아두었던 터라 차마 일정을 바꿀 수 없었던 기자들은, 다소 맥이 빠진 모습으로 우리들을 취재하고 있었다.
시즌 네 번째. 그리고 3달 연속으로 이 달의 선수상을 수상한 것도, 크게 관심을 가질 요소는 아닌가 보다. 지난 2주간에 있었던 밀워키-휴스턴과의 경기가 끝난 뒤로, 사람들은 나의 MVP를 기정사실화한 느낌 도 들었다.
“그렇잖아요. 그건 그냥, 당연한 뉴스였어요.”
“그래요? 저는 뭐 그냥, 여러분들이 하도 침울해 있어서 뭐라도 던져줄까 싶었죠. 오늘 우리가 이겼는데, 어쩐지 이긴 기분이 영 들지 않아서요.”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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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NBA Player of the Month
서부 : 김민혁(샌안토니오 13W/1L) – 네 번째 수상
: 14G/14GS 평균 35.1 분 출전
: 31.2PTS / 8.6AST / 8.4REB / 0.9STL / 1.1BLK
: 50.5 FG%, 49.0 3P%, 97.4 FT%
: +/- :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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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짧았던 인터뷰가 끝나고, 하나둘 씩 라커룸을 떠나기 시작하며 고요함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물론 라커룸 밖은 여전히 시끌벅적했고, 경기장을 관리하는 이들은 이제부터 자신들의 하루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가방을 챙겨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많은 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겨우겨우 차 안에 몸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어째 경기보 다 이 후의 일들이 날 더욱 진이 빠지게 만 들었다는 투정을 부리면서, 난 아내의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시즌 77번째 경기. 신인시즌 기경기와 1년차 시절의 74경기에 이어, 나는 매년 정확히 3경기씩을 늘려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올 시즌은 전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목 표이기에 최종숫자는 82에서 끝날 것이다.
개막 직전에 등록된 450명의 선수들 중, 나를 포함한 단 8명의 선수만이 결장 없이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넌 진짜 대단한 녀석이야. 그거 알지?”
하나씩 목표를 이루어가는 날 보며, 마이크는 진심 섞인 감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전 경기 출장이 내게 가지는 의미에 대해 아는 사람들 중에 하나였으며, 자신이 거기에 도움이 되고 있어서 기쁘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했었다.
리사와 화해를 한 마이크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는데, 부부싸움이란 30년을 살아도 계속 된다던 어머니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가 만약, 그런데도 결혼이 좋으냐고 묻는다면 난 틀림없이 그렇다고 대답을 할 것이다. 비단 내가 행복 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함께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모두에게 말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린 개인으로써 너무나도 약하기에, 예 측이 불가능한 삶 속에서 흔들리지 않으려 면 곁에 있어 줄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했다. 가족이나 친구도 좋지만, 난 기왕이면 그것이 연인이었으면 하는 거다. 당연히 누 군가는 이런 내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을 거
다.
어쨌거나. 변하지 않는 하루를 산다는 것 보다, 날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것도 결국에는, 사랑을 주고 또 사랑을 주는 이가 함께하기 때문이었다.
탁-!
“고마워요, 마이크. 리사에게 잘 해주라고요.”
“하-!! …”
뭐가 할 말을 찾는 것 같았던 마이크. 하 지만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며 차를 출발시켰다. 그런 그를 우리 부부는 미소와 함께 바라보았고, 다정히 몸을 기대어 현관에 올라 문 뒤에서 우릴 반기는 이들을 만 나게 되었다.
언제나처럼 메리가 가장 먼저 환영을 해 주었고, 그 다음으로는 잠이 오지 않았는지 깨어있던 민지와 동생의 품에 안긴 애나가 우릴 만나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것이, 내가 인생에서 가장 바라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유지 하기 위해, 난 후퍼(Hooper)로써 충실한 삶을 이어가는 것이고 말이다.
행복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
그저, 지독하게 잡히지 않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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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Post Game Interview
1. 그렉 포포비치
On 2년 연속 70승.
(축하한다는 말에) ” 고마워. 내 인생에서 이 일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순간이 있는데, 오늘이 아마 거기에 아슬아슬하게 포함될 것 같아. 비단 70승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빌어먹을 정도로 좋은 팀이란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으니까. 언젠가 시간이 많이 지났을 때에 도, 이 시대를 살지 않았던 이들이 기록지를 보면서 { ” 와-우! 이 팀 진짜 끝내주게 잘 했는데? ” :} 라고 할 수 있게 되었잖아?”
On 스티브 커의 인터뷰
(주전들을 제외한 건, 전부 폽에게서 배운 거다) ” 진짜? 걔가 그렇게 말을 했다
고? 젠장! 스티브는 언제나 골칫거리였어. 자존심이 얼마나 센지 도무지 나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거든. 그래서 그가 제대로 경 청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항상 소리를 질러야 했어. 지금 내 목 상태가 좋지 못한 건 전부 그 때 소리를 질렀기 때문일 거야. (웃 음) 스티브는 최고의 감독이야. 그가 최근 몇 년 동안 이룩한 것들을 좀 보라고. 워리어스의 선수들은 존경할 만한 감독과 함께 하고 있어서 기쁘고 편안할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고맙다고 전해줘.”
On 김민혁을 계속해서 뛰게 하고 있는 것
“난 그에게 쉬라고 말했어. 농담이 아니 라, 열 번도 넘게 그 이야기를 했을 걸? 근
데 계속 이야기를 했다간 싸움밖에 안될 것 같았지. 걔는 진짜 놀라워. 대체 그런 체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가 궁금할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여기까지 온 거, 난 그가 전 경기를 출전하는 것을 경험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해. 아마, 내년부터는 그것이 얼마나 쓸모없는 일인지를 깨닫지 않을까?”
On 알드리지의 부진(최근 5경기 9.8PTS / 7.2REB)
: ” 흐음- 일단 이렇게 시작을 해보자고. 그는 지난 1년 동안 거의 온 몸에 부상을 당했었어. 그리고 컨디션이 올라올 무렵이 면 어김없이 또 팀을 떠나 있었어야만 했지. 지금 아마 누구보다도 괴로운 것은 그일 거
야. 그러니 부탁하고 싶어. 그냥 LA를 내버려 둬. 그는 베테랑이란 말이야. 가만히 내 버려 두면, 그는 곧 본래의 모습을 찾을 거야.”
2. 마누 지노빌리
On 2년 연속 70승
: ” 와-우. 다 늙어서 이런 경험을 하는 것이 조금 신기하긴 하네요. 솔직히 거의 한 것이 없어서 미안하기도 하고요. 동료들이 땀을 흘리는 동안, 전 그걸 밖에서 구경만 했었죠. 아무튼, 전 이 팀이 너무나도 자랑 스럽습니다. 저의 또 다른 고향이자 제가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집이고, 또 앞으로도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 될 거예요.”
On 은퇴
: ” 시즌 전부터 말했었죠. 올 시즌은 저의 마지막 시즌이 많아요. 하지만 우리에겐 더 중요한 무대(플레이오프)가 남았고, 전 그것에 좀 더 집중하고 싶네요. 다음 질문으로 가죠.”
3. 폴 조지
On 70승
: ” 이 곳에 있어서 정말로 기쁘네요. 진 심으로 말이에요. 환상적인 문화를 가진 조 직이거든요. 전 지금껏 이토록 잘 정비가 된 팀에서 뛰어보지 못했어요. 물론 인디애나는 절 키워준 곳이고, 거긴 특별해요. 어쨌 든, 환상적인 시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린 멈추지 않을 거고, 좀 더 나아갈 거예요.”
++++
2019년 4월 3일. 샌안토니오, 텍사스. 리온 밸리, 포레스트 미도우 스트리트.
“말했지? 쟤네들 진짜 좋은 팀이라니까.”
“그래- 근데 어쩐지 신나 보인다?”
사실은, 그랬다. 난 약간의 흥분상태다.
“내년에 더 재미있어 질 거야. 강한 팀이 더 많아질 거라고.”
“Dude. 대체 그런 게 왜 좋다는 건데?”
“Come on, Marcus. 더 많은 경쟁이란 거잖아.”
물론 우리가 그릴에서 직접 구워낸 콘도 그가 환상적인 맛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 기도 했지만, 나는 TV 속의 이들이 펼치는 활약에 잔뜩 고무되어 있는 상태였다. 동부 2위 자리가 확정적인 필라델피아를 상대로, 젊은 애틀란타는 선전을 넘어선 모습을 보 여주고 있다.
1쿼터, 호크스는 무려 42점을 퍼부으며 식서스에 4점을 앞선 상태다. 물론 경험이 란 측면에서 역전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계속해서 지켜 볼 생각이다.
“응? 어딜 가는 거야?”
“소시지가 좀 더 있어야 될 것 같아. 케첩 도.”
“그럼 내 것도 부탁해. 알겠지?”
“이런! 그런 것까지 해달라는 거야?”
괜히 툴툴거리긴 했지만, 난 순순히 스마트가 내민 접시를 뺏어들어 다시 테라스로 나왔다. 거기에는 맥주병을 든 두 명의 베 테랑이 있었는데, 알드리지와 빈스 역시 나의 초대에 응해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상태다.
1쿼터 경기를 지켜보다 잠깐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우는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을 이곳에 서서 대화를 나누는 것에 사용하고 있었다.
“죄송해요. 방해하진 않을 게요. 전 그냥 소시지가 좀 더 필요해서요.”
“하하. 여긴 네 집 아니었어?”
“Yup. my house, my rule 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좀 더 친절한 안주인이 되고 싶거든요. 두 분 것도 좀 구워드려요?”
“아니, 우리가 챙겨 먹을게.”
“좋을 대로 하세요. 그럼.”
치이이익-
아직 불을 빼지 않아 달구어져 있는 그릴 위에서, 오늘 직접 만들었다는 소시지가 멋 진 소리를 내며 익어간다. 메뉴를 고민하며 아내와 장을 보던 나는 시내의 정육점 주인 이 직접 뽑아내는 솜씨에 반하여 소시지를 잔뜩 사온 상황이다.
버터를 발라 펼쳐낸 빵 두 개도 그릴에 얹은 난, 침묵이 찾아온 분위기 속에서 불 편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빈스와 LA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어쩐지 무거웠기 때문인데,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마, 내게 들려주기 싫은 이야기를 하던 중인가 보다.
“진짜 죄송해요. 케첩 좀?”
” …그래.”
사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최근 알드리지는 우리가 눈치를 보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부진이 워낙에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묵묵히 버텨오던 그 역시도 조금씩 한계에 부딪친 듯한 목소리나 제스처를 하
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폽을 필두로 한 코칭스태프의 강력한 지 도력과 그 동안 쌓아둔 단단한 케미스트리가 그것을 억누르곤 있었지만, 우리가 가진 약점 중에 하나가 바로 알드리지의 불안정 한 상태라는 건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 실이었다.
그래서 폽은 줄리어스 랜들과 조아킴 노 아를 선발로 출전시키고, 날 처음부터 3번 포지션에서 뛰도록 만드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제프 그린과 함께하는 지금이야, 3번에서 뛰기는 해도 트위너라고 부르는 편이 옳았다.
소시지 위에 케첩과 머스터드를 뿌리곤, 다시 거실로 들어서서 소파로 향한다. 그러던 길에 잠깐 고개를 돌렸는데, 두 베테랑은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흐음-’
저곳에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이 서운하 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알드리지로써도 굳이 다른 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싶지는 않았을 테니까. 개개 인과의 문제가 아닌 팀 전술과 본인의 컨디 션 때문이라, 답답할 것 같기도 했다.
“Dude, Dude!!”
“응?”
“뭐하고 있어? 냉큼 내 콘도그 좀 내 놓으라고.”
“오, 이런. 그래. 여기에 있어.”
이해하기 힘들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젓는 스마트에게 접시를 건네준 뒤, 나는 앉던 자리를 바꿔 테라스를 정면으로 바라 볼 수 있는 곳에 엉덩이를 붙였다. 경기에 집중을 하려고 노력을 해봐도, 자꾸만 저곳에 시선이 가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내가 팀에 합류한 뒤, 알드리지는 그 누 구보다 많은 일을 겪었던 사람이다. 티미의 다음을 잇는다는 시선 속에서 느꼈을 부담감도 있을 것이고, 2016-17 시즌부터는 폽 이 미드게임으로 플랜을 바꾸면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고 느꼈었다.
겨우 좀 자리를 잡아가는가 싶었을 무렵 에는 폴 조지가 불쑥 등장해버렸고, 본인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점차 자리를 잃어갔다.
전(前) 올스타 파워포워드로써, 자존심이 구겨지지 않았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나도 그렇고, 주위에서도 여전히 그가 충분한 기회를 제공받는다면 예의 그런 강 인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충분한 기회. 이제와 팀의 플랜을 바꾸기 엔, 너무나 시즌이 많이 흘렀다. 플레이오프 로 가서도, 팀은 여전히 조지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갈 거다. 로테이션 상황에서는 랜들 과 빈스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고, 알드리지에겐 다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마치, 티미의 말년처럼 말이다.
“워-우!! 지금 봤어? 응? 봤냐고!”
“왜, 왜? 뭔데?”
엉덩이를 들썩인 스마트가 TV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침을 튀겨댄다. 그래서 나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화면 속에서는 트래 영이 벤 시몬스의 무게중심을 멋지 게 무너뜨리곤 그를 지나쳐 플로터를 얹어 놓는 장면이 느리게 흘러 나왔다.
이젠, 트래 영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NBA의 미래가 되었다. 개인의 컨디션 차이 때문이겠지만, 불과 5일 전에 만났었던 그보다 오늘 움직임이 더욱 날카로워 보 인다.
‘젠장. 지금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빈스와 알드리지가 평소와 같은 얼굴로 집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았다. 어느새 두 사람의 손에는 콘도그가 담긴 접 시가 들려 있었고, 둘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를 잡고 앉아 TV를 보는 것에 가세했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되어가?”
평소라면 내가 빈스의 질문에 답을 했겠지만, 경기에 제대로 집중하고 있지 않았던 난 스마트를 쳐다볼 수밖엔 없었다.
그러자 약간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 빈스.
하지만 속편한 내 친구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방금 전 트래가 완전히 죽여줬어요. J. 콜. 벰브리. 애틀란타 녀석들 전부 다 잘해 주고 있어요. 이래서야, 내일 식서스가 힘 전부 빠져서 오겠는데요?”
“하하. 그럼 우리한테는 좋은 거 아냐?”
“바로 그거죠.”
띵 _
서로 병을 부딪치는 빈스와 마르커스. 잠시 뒤에 빈스는 병을 내게 내민 채로 넌 어 째서 얼른 병을 들어 올리지 않는 것이냐는 눈빛을 보내오고 있었다.
얼른 내가 그에 호응하자, LA도 함께 병을 마주했다.
“What’s Next? 기이지‘?”
“그래. 기승이야. For 71!”
“For 71!! ” , ” or 에브니워어언…”
어눌하게 따라하는 나를 향해, 또 한 번 이상하다는 시선이 쏟아진다.
“크흠. 목이 좀 메여서 그래요. 크흠. 흠!”
“…”
난 모두가 행복농구를 했으면 좋겠다.
그건 너무 커다란 욕심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