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287
삐익-!
□ 후반 11 : 09
WSU 53 : 39 WVU
On Court
Weber State University
G : No. 11 카이런 카트롸이트(5-11/Soph.)
G : No. 25 듀렐 맥도날드(6-2/Sr.)
G : No. 30 제레미 센글린(6-3/Jr.)
F : No. 22 김민혁(6-8/Jr.RS)
F : No. 21 조엘 볼럼보이(6-9/Sr.)
VS
West Virginia University
G : No. 02 제본 카터(6-2/Soph.)
G : No. 05 제이션 페이지(6-2/Sr.)
G : No. 12 타릭 필립(6-3/Jr.)
F : No. 01 조나단 홀튼(6-7/Sr.)
F : No. 41 데본 윌리엄스(6-9/J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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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카탈론)
“멋지군요. 파울을 얻어냅니다. 그리고 득점도 성공시켰죠. 7점까지 점수를 좁혔던 웨스트버지니아입니다만, 이제 다시 14점 차가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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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White 컨셉으로 등장한 웨스트버지니아의 관중들은 자신들을 노려보는 조엘을 향해 아무런 화도 내지 못했다. 몇몇 혈기 좋은 남자들이 야유와 욕설을 섞어서 내뱉어보지만, 그마저도 어쩐지 애처롭게 느껴질 정도이다.
이런 순간엔 굳이 호들갑스럽게 기뻐할 필요는 없다. 우린 도도하면서도 산뜻한 자세로 조엘과 가볍게 기쁨을 나눴고, 오히려 이 모습이 저들을 더욱 좌절하게 만든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들어갔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기라도 하듯이 외친 조엘의 목소리가 통했던 것일까?
조금은 길어보였던 자유투가 림의 끝부분과 백보드를 차례대로 맞은 뒤에 튀어 올라, 림 안으로 쏙하고 들어가 버렸다. 후반전 한 때, 웨스트버지니아의 압박수비에 고전하며 실책이 이어져 7점까지 좁혀졌던 점수는 어느덧 15점까지 벌어져 버렸다.
이것은 경기 시작 후 가장 커다란 점수 차임과 동시에, 이번 시즌 웨스트버지니아가 허용한 리드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격차였다.
이제는 조금씩 승리라는 단어가 아른거리고 있지만, 아직은 방심할 때가 아니었다.
“이런!!”
그리고 이런 생각을 뒷받침이라도 해주듯, 느슨한 우리의 수비를 제이션 페이지와 데본 윌리엄스가 공략했다. 앞 선의 수비를 뚫어낸 페이지가 안쪽으로 들어온 순간, 자연스럽게 프런트 코트 중 하나는 그에게 달라붙어야만 했다.
내가 돌파를 저지하기 위해 진로를 막아선 순간 제이션 페이지는 랍(Lob)패스를 띄워 올렸고, 데본 윌리엄스가 그것을 앨리웁으로 가볍게 마무리를 해 내었다.
“헤이!! 집중 하라고! 아직 끝난 게 아니잖아!”
“미안, 내 실수였어.”
가슴팍을 두들기며 말하는 듀렐이 농구공을 받아들기 위해 가까이 다가오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카이런이 함께 자리했다. 우리가 계속해서 웨스트버지니아의 풀 코트 프레스에 실책을 저지르던 순간, 스탠리가 듀렐을 코트로 내보냈다.
처음에 우리 모두는 이것이 카이런의 교체일 거라 믿었다. 실제로 카이런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벤치로 움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스탠리는 오히려 바카리를 불러 들였고, 동시에 코트를 누비게 된 두 명의 포인트가드는 효과적으로 상대의 프레스를 파훼해 버렸다.
“이번에도 박스를 할 거지?”
“물론. 계속 잘 먹히고 있잖아?”
“좋아, Let’s Go!”
그리고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볼 소유권의 문제도, 카이런이 듀렐에게 리딩을 양보하며 간단히 해결되었다. 본래 보조리딩을 맡았던 제레미도 스스로 스팟-업 역할을 자처하며,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이러한 부분이야말로, 지난 시즌의 실패가 우리에게 안겨다 준 가장 큰 교훈이라 생각했다.
이 펼쳐지는 곳의 분위기는 대단히 오묘한 것이어서, 잔뜩 앞서나가는 순간에 작전타임이 불리기라도 하면 마치 축제가 펼쳐지기라도 한 듯 환호하며 달려오는 동료들이 보였다.
는 비록 케이블 채널이었지만 로부터 정식 중계권을 따낸 회사 중에 하나였고, 이를 관리하는 은 이 토너먼트 기간 동안의 패키지를 통해 제법 쏠쏠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상 전국중계나 다름없는 시합. 그것도 슈퍼볼(Super Bowl)에 이어 전미 스포츠 시청률 2위를 기록 중인 경기에서, 돋보이고자 하는 마음을 억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린, 제대로 이를 해내는 중이다.
“3! & 41! 3! & 41!!”
탑에 선 듀렐이 보내는 사인을 확인한 남은 선수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우리는 페인트존을 구성하는 박스에 숫자를 정해두고 숫자의 순서에 따라 스크린의 방법과 움직임을 달리하는 방법을 택했었다.
허나 시즌 중반부터, 이러한 패턴이 조금씩 분석을 당하고 있다 느꼈다.
그래서 본래라면 시즌 막바지나 에서 전술적 변화를 꾀하려고 했지만, 스탠리는 이러한 결정을 토너먼트 뒤에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 “우린 3월 15일 이 후에도 경기를 할 생각이니까. 그렇지 않나?” ]당시에 우린, 이런 스탠리의 배짱에 매우 즐거워했던 것 같다.
“조엘, 스위치!!”
아무튼, 이런 스탠리의 판단은 매우 유효했던 것 같다.
우리가 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카이런과 듀렐이 모두 코트에 투입되고 난 다음 부터였는데, 지금까지 버지니아의 대처를 보면 그들이 우리의 패턴을 낱낱이 분석하고 왔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스케줄의 특성상, 64강과 32강전 중 제대로 된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은 64상전 외에는 없으니까 말이다.
다만, Sweet 16에 진출한 순간부터는 제법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나는 편이다.
“에이! 왼쪽이야!!”
“내려서! 내려서라고!!”
“스위치! 스위……응? SHIT!!”
우리의 바뀐 패턴은 매우 정직했다. 기존에 각 꼭지점에 붙여놨던 번호를 선수들의 포지션으로 옮겨왔고, 이것은 공격이 시작되기 전 듀렐의 시그널로 인해서 결정이 된다. 방금 전에 3이라 먼저 외친 것은 3번인 제레미가 1번이 된다는 뜻이었다.
순서대로, 제레미-나-조엘-카이런이 1부터 4까지가 되고 우린 제레미와 카이런에게 찬스를 만들어주기 위한 두 개의 스크린을 걸어주어야만 했다.
-> Plan A : 민혁과 조엘을 통한 두 개의 다운 스크린과 이를 통해 돌아나온 제레미와 카이런에게 나는 첫 번째 찬스를 활용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이다.
-> Plan B : 만약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스크린 후에 코너로 빠져나온 민혁에게 코너 3점을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 Plan C :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코너로 빠진 민혁이 다시 한 번 골밑으로 쇄도하는 조엘에게 패스를 찔러 넣을 수도 있다.
++++++++++++
하지만 언제나 그러하듯, 전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회의 다양화이다.
애초에 이러한 패턴이 제레미와 카이런을 위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수비의 대응에 따라 반응 할 수 있는 또 다른 계획은 세워두어야만 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느냐도, 좋은 농구선수가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만 하는 덕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코트 위에서 뛰는 5명 전원은 좋은 농구선수라 할 수 있었다.
쾅-!
“아아아아아아아-!!!”
Plan A였던 제레미와 카이런이 미끼 역할을 한 셈이 되었고, Plan B였던 나도 슈팅을 던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금 공격을 마무리한 것은 Plan C인 조엘 볼럼보이였다.
내가 코너에서 띄워 올린 랍(Lob)패스가 정확히 조엘의 손에 안착한 순간, 나는 결과를 기다릴 것도 없이 자리에서 폴짝 뛰어올랐다. 펩시 센터를 가득 채우는 괴성과 함께 림을 쥐고 흔든 조엘이 포효를 듣는 순간, 살짝 닭살이 돋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이렇게 준비를 해 온 패턴이 성공하는 순간이면, 알 수 없는 짜릿함이 온 몸을 휘감고는 한다. 그리고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은 아닌 것 같았다.
“워우-우후후후!”
좀처럼 이상한 소리를 내지르지 않는 듀렐마저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원했던 거야! 안 그래? 이게 바로 내가 말했던 거라고!”
“빠르게 온다! 디-맥!”
“접수했어!”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환하려, 웨스트버지니아가 빠른 공격을 시도해보지만 이번에는 우리의 백코트가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서든 공격을 만들어내려는 제이션 페이지는 기어코 제레미를 따돌리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코트를 종단하던 제본 카터를 따라 골밑까지 들어섰던 듀렐이 노차징 에어리어 바로 바깥에서 제이션 페이지를 마중했다.
삐빅-!
농구공은 절묘하게 밖으로 빠져나가 제본 카터에게 오픈찬스를 제공했지만, 그가 슈팅을 집어 던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푸싱! 오펜스 파울!!”
“바로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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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카탈론)
“제이션 페이지의 오펜스 파울입니다! OH MY! 여기 침통한 표정의 얼굴을 좀 보시죠. 아마 절대로 예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상황을 말이에요! 56 : 41, 웨버 스테이트가 무려 15점을 앞서가고 있습니다. 오늘 정말 여러 종류의 업셋이 있었지만, 이런 것은 또 처음인 것 같군요. 그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웨스트버지니아에 리드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스티브 라파스)
“사실 전반전이 끝났을 때, 우리끼리 이야기를 했죠. 웨스트버지니아는 분명히 좋은 팀이고, 뭔가 반전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틀렸네요. 오히려 웨버 스테이트가 더 멀리 달아나고 있어요.”
(앤드류 카탈론)
“목요일 밤, 이곳 펩시 센터에서 또 하나의 업셋이 일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팀 전체가 돋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볼을 쥔 킴이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중입니다. 지금 그에게 망설임이란 보이지 않습니다. 킴! 오프 밸런스. 미스. 하지만, 풋백! 워-호호!”
(스티브 라파스)
“제 생각에 킴은 첫 번째 슈팅이 빗나갈 거라고 예측을 했던 것 같아요. 슈팅 후에 빠르게 림으로 돌진해 두 번째 득점을 연결시켰죠. 오늘 경기 내내 마찬가지입니다. 웨스트버지니아가 어떠한 수비를 하던 상관없어요. 웨버 스테이트는 조나단 홀튼과 데본 윌리엄스를 확실히 바깥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앤드류 카탈론)
“18점인가요? 아니, 20점이로군요. 전반전에 비해 킴의 득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군요. 웨버 스테이트는 오히려 점수차를 더 벌렸으니까요! 58 : 41! 믿을 수 없는 차이입니다!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로 뒤덮인 밤이 되겠군요! 웨스트버지니아의 사람들에게는 말입니다! 잠시 뒤에 돌아오죠! 우리는 펩시 센터, 우리는 Tru TV입니다.”
++++++++++++
누군가 만약 2년 전에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면, 나는 틀림없이 아주 특별한 감정이 들 것 같다는 대답을 했을 것이다. 우리가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냈으며, 이곳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이 꿈만 같다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딱히 특별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난 내 앞에 있는 제이미 에르달(Jamie Erdahl)에게 이렇게 대답을 해야만 했다.
“팀의 승리가 기쁠 뿐이에요. 우린 충분히 승리할 자격을 갖췄고, 그것을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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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결과
x14. WSU 78 : 64 x3. WVU
Min-Hyuk Kim : 35Min(24PTS/4AST/6REB/1STL/1BLK/3TO/2PF)
(9/13 FG , 4/6 3P)
(+/-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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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웨스트버지니아에 단 한 차례의 리드도 허용하지 않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버저가 울려 퍼진 순간, 벤치에 앉아있던 동료들은 모두 코트로 달려 나가 서로를 얼싸안고 그 무엇보다도 달콤한 승리를 마음껏 즐겼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것은 난 결코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을 아름다운 미모의 제이미 에르달이 질문해오고 있었다.
“경기가 끝난 순간, 당신만이 유일하게 벤치에 남아있는 선수였죠. 당신은 그저 스탠리에게 걸어가 그의 어깨를 두들겼고, 악수와 포옹을 나눴어요. 그 땐 무슨 말을 했죠?”
“그게, 그러니까.”
지금의 질문은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어서, 난 거짓말을 지어낼 수밖에는 없었다. 왜냐하면 결코 건방진 남자로 비춰지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우리가 해냈으며, 이 결과가 너무 행복하다는 말을 했다는 이야기 따위를 대충 지어냈다. 제이미는 이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는데, 누구나가 할 법한 평범한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녀와 인사를 나눈 뒤에 돌아섰고, 라커룸으로 들어서는 입구 근처에 늘어서서 손을 뻗어오는 이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그러던 중, 내 다리를 붙잡는 깜짝 놀랄만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이런, 세상에나! 두 사람 여기까지 왔던 거예요?”
바로 나의 No. 1팬이라고 할 수 있는 대니와 제인 보넘 부녀(父女)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대로 라커룸으로 들어서려던 걸음을 멈춰, 나는 카메라를 들이대는 제인과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왼팔에 끼고 있던 보호대를 벗어 선물로 줬다. 두 사람은 인근 모텔에서 머물고 있다는 말을 했는데, 이대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내가 마누라에게 잔뜩 바가지를 긁혀가며 유나이티드센터로 가는걸 보고 싶지 않아?”
“하하! 그거 기대되네요. 전 이만 가봐야 하는데, 괜찮겠죠?”
“물론이지. 모레도 우린 여기에 있을 거야! 그땐 친구들도 올 거라고! 알지? 패트릭과 그와 어울려 다니는 머저리들 말이야!!”
“기대 할게요!! 와줘서 고마워요!!”
복도로 들어서는 길에 나는 몇 번이고 등을 돌려 대니와 제인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오늘은 분명 출근을 하는 날이었을 건데, 로드-트립을 하고 왔을 것이 분명한 대니 보넘은 틀림없이 회사에 휴가를 제출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유는 분명, 내 경기를 지켜보기 위함일 테고 말이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고는 하지만, 오그던에서 펩시센터까지는 차로 대략 8시간 정도가 걸리는 거리였다. 수고를 아까지 않은 그들 부녀에게 내가 감사하지 않아야 할 이유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복도로 들어섰을 때, 나를 가장먼저 기다리던 사람은 기대했던 대로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수고했어.”
“하하. 이젠 내가 자랑스럽다고 하지 않는 거야?”
스테이시와 포옹을 나누며, 나는 생각 외로 덤덤한 그녀의 반응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에서의 첫 번째 승리에 잔뜩 흥분한 사람들 중에서, 오로지 나와 그녀만이 조금 동떨어진 세계에서 온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비록 기쁨을 드러내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스탠리는 잔뜩 상기 된 볼과 붉게 충혈이 된 눈으로 감정을 살짝 보여줬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잖아? 이건 너무 쉬웠어. 자기나 사람들이 노력해왔던 것에 비하면, 너무 쉬운 승리였다고.”
“……그래. 자기 말이 맞아.”
나는 스테이시가 결코, 우리의 승리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속으로는 누구보다도 더 이를 기뻐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녀였다. 버저가 울리기 한참 전부터, 눈물을 터트리는 치어리더들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했다.
화장이 번진 눈을 감출 수 없었던 지라, 몇몇은 눈 밑이 까맣게 되어 억지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종료가 된 순간, 그녀들은 응원솔로 얼굴을 가리며 펑펑 울었다.
에서의 승리란, 반드시 그렇게 멋지고 감격적인 것이어야만 했다.
“틀림없이 스탠리에게 말한 것도 그러한 것일 거야. 그렇지?”
“하하. 이번에도 맞아. 바로 그거였어.”
“…….”
T자로 이루어진 복도의 한복판에 서서, 스테이시와 나는 서로를 끌어안은 채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중이었다. 주위의 스태프들이 정신없이 오고갔지만, 벽에 찰싹 달라붙은 우리는 특별히 남에게 방해를 주진 않았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들이 우리 둘만의 세계를 방해한다고 여기지도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여자와 함께라면, 어떠한 곳에서든 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처음에 애리조나와의 경기가 끝났을 때, 나는 내가 거기에 두고 온 것이 어떠한 것인 줄 잘 몰랐어. 실패한 나라는 것은 분명했지만, 과연 내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를 알지 못했지. 그리고 다시 손을 잡았을 때, 난 알았어.”
“……뭘?”
나는 틀림없이 스테이시가 이를 잘 알면서도, 일부러 한 번 더 질문을 던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그녀의 등에 있던 손을 머리로 가져가며, 스테이시의 정수리에 입을 살짝 맞췄다.
그리고는 다시 그녀를 꼬옥 끌어안고는 말했다.
“내가 절대로 3월의 광란 승리에 미친 듯이 기뻐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야.”
“…….”
“우린 좀 더 나아갈 거야. 얼마가 될지는 몰라. 당장 모레 패배를 해 짐을 쌀 수도 있겠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그저 화가 난 것(Upset)에 불과했고, 그 분노 때문에 대학에 남기로 결심을 했던 거야. 난 정말로 패배하는 것이 싫어. 특히나 애리조나와 같은 경기라면 말이야.”
전에도 한 번 말을 했었지만, 카터 콜로넬의 말이 옳다.
LA에서 있었던 워크아웃의 결과와 정신이 없던 와중에 겪은 신선한 문화충격들은 내겐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것만 같았다. 다만 그것이 내 삶을 방해하지는 않았기에,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일 뿐이다.
카터 콜로넬도 이것을 굳이 치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니, 나를 더 강하게 만들 거라면서 말이다.
“내가 전에 세스의 이야기를 했었지?”
“응. 기억하고 있어.”
“난 녀석에게 절대로 코트 위에서 분노한 상태로 뛰어다니지 말라고 말을 했었어. 정작 내가 그렇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야.”
“……자긴, 그렇지 않아.”
“정말?”
“물론. 난 자기를 알아. 자기라면, 절대로 그러지 않을 거야.”
“…….”
아무래도 스테이시는 지금, 중요한 문장을 하나 빼먹은 것 같다.
“자기가 지금 하나 빼먹은 게 있어.”
“그게 뭔데?”
“우리가 계속 함께이기 때문이라는 거 말이야.”
“…….”
내가 스탠리에게 했던 이야기는 정확히 이러했다.
[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스탠리? 저는 전혀 기쁘지 않아요.” ] [ “뭐라고?” ] [ “제가 지금까지 바라보고 있다 믿었던 것은 3월의 광란이 아니었다고요.” ] [ “…….” ]이야기를 모두 들었을 때의 스탠리가 지어보인 표정은 아마도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만 같았다. 그것은 마치, 장성한 자녀를 외지에 홀로 떠나보내는 부모의 것과도 닮아 있었다.
내가 미국으로 처음 출발하던 전날 밤, 부모님이 지어보인 표정도 스탠리의 것과 거의 비슷했다. 아마도 그는 알았을 거다.
우리의 시즌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내가 더 이상 웨버 스테이트의 소속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계속해서 난 학교를 위해 뛰겠지만, 우리가 그리는 지향점은 앞으로 방향을 달리한 채 나아갈 것도 깨달았을 거다.
난 스탠리에게 이별을 고했던 것이고, 그는 의미를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내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 그 손길은 언제나처럼 따뜻했다.
“이젠 가 봐. 사람들이 기다릴 거야.”
“그래. 그거 알아, 스테이시?”
“응?”
“당신을 만난 건 내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었어.”
“……어서 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선 스테이시는 분명히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런 그녀를 조금 더 지켜보다, 다시 몸을 돌렸다. 라커룸에 있을 동료들과 내가 또한 감사해야 할 한 사람이 기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이끌었다.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곁으로 나 자신을 이끄는 일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거다.
무엇보다, 난 아직도 스탠리에게 감사함을 다 표현하지 못했다.
“모두 모였나? 오늘은 정말로 멋진 승리였다!!”
휘이이익-!!
나를 마지막으로 전원이 라커룸에 들어서고, 의 촬영 스태프가 늦은 밤에 있을 방송에 이를 내보내기 위해 카메라를 돌렸다.
업셋의 이변을 일으킨 팀 중에 하나가 된 우리의 목소리가 비로소 화면에 담기게 된 것이다. 브라켓 직 후에 있었던 전국 미디어들 중 그 어디에도, 우리가 웨스트버지니아를 꺾고 나아갈 것이라는 예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에 관한 이야기는 유타 주(州)의 지역 언론을 통해서만 비중 있게 다뤄졌을 뿐이다. 하지만 유타 유티스가 짐을 싸게 되었으니, 이제는 우리가 주(州)를 대표하는 유일한 팀이 되었다.
이런 관심을 받을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이건 절대로 끝이 아니다! 우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며, 남아있는 팀들에게 계속해서 경고장을 보낼 것이다. 우리의 업셋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이다.”
스탠리의 호기로운 말에, 우리는 또 한 번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마도 여전히 몇몇 사람들은 우리의 승리가 오늘 있었던 7개의 업셋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딱히 중요하지 않다.
“이봐요, 스탠리.”
“?”
라커룸에서의 대화가 끝나고 난 뒤, 나는 카메라가 꺼진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스탠리의 곁으로 다가섰다.
“저는 아직 당신에게 감사함을 다 표시하지 못했어요. 그러니, 말해 봐요.”
“……뭘 말이지?”
“얼마만큼 승리를 간절히 원하죠?”
“…….”
내 질문에 잠깐 당황했던 스탠리는 잠시 뒤,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내게 대답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우리의 승리를 업셋이라 생각하지 않을 때까지.”
그리고 난, 그의 대답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
[ Weber State Second Game Schedule ] [ 3/19/2016 @ Pepsi Center, Denver ] [ VS Gonzaga ]**
[ First Round : Weber State Upsets West Virginia – NCAA.COM ] [ 웨버 스테이트는 마치 자신들이 더 강한 팀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웨스트버지니아로부터 승리를 강탈해갔다. 토너먼트 첫 날의 업셋들 중에서, 가장 감흥이 적었던 시합. – ESP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