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324
2016년 6월 15일.
[ 디트로이트가 워크아웃을 취소한 김민혁을 대신해 급하게 캐스팅을 마친 6명의 선수와 워크아웃을 치르는 동안, 스퍼스는 작년 1라운드에서 지명한 니콜라 밀루티노프(Nikola Milutinov)를 미국으로 불러들여 워크아웃을 실시했다. – ESPN ] [ 김민혁이 10번째 지명을 약속받았을지도 모른다는 루머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와 같은 현상이 이번 2016년 NBA 드래프티들이 가진 재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말했다.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재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WSU출신의 포워드는 본인에게 찾아 온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 ESPN ]++++++++++++
2016년 6월 20일. 오그던, 유타. 해리슨 불러바드. 킹스턴 드라이브.
밀워키가 나를 지명하기로 약속했다는 소문 때문이었는지, 어제 있었던 보스턴과의 워크아웃에서 나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보스턴의 관계자들은 거숀 야부셀레(Guerschon Yabusele)와 디안드레 벰브리에게 집중하는 듯 했고, 워크아웃 막바지에는 아예 드릴에 참여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 다른 선수들의 드릴을 지켜보기만 했다.
내 스스로 드릴에 불참한 것은 아니기에, 관계자들로부터 특별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무성의하다거나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오히려 브래드 스티븐스는 내게 다가와 미안함을 표하기도 했다.
“자기-! 이것들도 전부 챙기는 거야?”
“응? 어, 맞아. 내가 가지러 갈게!!”
“상자에 넣어뒀어!!”
오전 4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보스턴 워크아웃이 끝나고 난 뒤, 나는 그 날 오후 비행기에 올라타 오그던으로 돌아왔다. 데이비드와 탈렙은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L.A로 향했고, 두 사람과는 드래프트 데이가 열리는 날에 다시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밀워키가 내게 지명을 약속했다는 루머가 본격적으로 퍼진 날부터, 자신이 전 날 너무 분위기에 취했다는 것을 깨달은 데이비드는 좀 더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자 했다.
저스틴 재닉이 몇 번이나 틀림없다는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존 해먼드의 반응은 미적지근했기 때문이다.
[ “과거에도 이런 사례는 있어.” ]단장의 성향과 내부 사정에 따라, 드래프트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라고 들었다. 어떠한 단장은 전문가(스카우트, 분석가)에 철저히 의존하기도 하고, 어떠한 단장은 감독이나 혹은 팀 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선수의 조언을 듣는다.
반면 오클라호마의 샘 프레스티나 보스턴의 대니 에인지, 인디애나의 래리 버드처럼 드래프트의 모든 과정들을 하나에서 열까지 관리 감독하는 남자들도 있었다.
데이비드가 우려하는 부분은 존 해먼드 역시 마찬가지로, 밀워키의 드래프트에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는 부분이었다.
분명 본인의 입으로 이번 드래프트를 저스틴 재닉이 총괄할 것이라 말을 했지만, 데이비드는 만에 하나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을 염두에 두자고 말했다.
[ “밀워키가 널 패스한다고 해서, 그것이 불법은 아니니까.” ]드래프트의 역사를 통틀어 보면, 지명 약속이 틀어지는 경우는 셀 수도 없이 많이 존재했다. 모두가 쉬쉬하고 있을 뿐, 사람들은 ‘비즈니스’ 라는 단어 아래 NBA에 진입하기도 전에 한껏 좌절감을 떠안고 시작하는 신인들에 관해 이야기를 해왔다.
지명 약속의 순번보다 높은 위치에서 선택되는 경우를 불가항력이라고 한다면, 지명에 관한 깊은 교감을 나누고도 지나쳐지는 경우도 존재했다.
“여기에 사인을 좀 해주시겠어요?”
“응? 오, 물론이죠. 사인 할 곳이 생각보다 많은데요?”
“아뇨. 이건 그냥 제 개인적인 부탁이에요.”
“…….”
바로 지금 내가 건네받은 자리에서 과거의 그들은 분명 큰 좌절감을 맛봤을 것이다. 다만 서류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억울함을 본인 스스로만 삼킬 뿐이다. 이 점에 있어서 우리 신인들은 언제나 약자의 위치였다.
NBA 선수협회는 한 때 이런 신인들의 지명 약속과 관련 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결국은 실보다 득이 많다는 판단 하에 묵인하는 중이었다.
다시 말해, 지명 약속이란 언제든 뒤집힐 수도 있는 허울뿐인 가짜 계약서라는 뜻이었다.
“밀워키로 간다면서요?”
“하하. 저도 그랬으면 좋겠네요. 10번째 픽이잖아요. 안 그래요?”
“전 솔직히 유타가 당신을 지명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우린 12번째 픽이고, 10번째라면 어쩔 수 없죠.”
“이름이 어떻게 돼죠?”
“폰. P.A.W.N이에요.”
오늘, NBA 사무국은 내게 그린 룸(Green Room)의 초대장을 보냈다.
며칠 전에 이미 벤 시몬스와 브랜든 잉그램, 드라간 벤더를 포함한 Top 10진입이 확실시 되는 10명이 이것을 받았다고 들었다. 그리고 추가 5명에게 2차로 발송이 된 그린 룸 초대장은 폰 테일러(Pawn Taylor)라는 젊은 우편배달부에 의해 내 손에 쥐어지게 되었다.
난 그가 내민 종이에 사인을 해주었고, 다시 한 번 폰 테일러는 내가 유타 재즈에서 뛰게 되길 바란다며 밀워키가 차라리 날 그냥 지나쳐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하. 잘 가요.”
“당신도요, 보아하니 이젠 이사를 하는가 봐요. 그렇죠?”
“당분간만이에요. 이젠 여길 비워줘야 할 때거든요.”
폰 테일러가 현관을 떠나고, 문을 닫은 나는 정리에 한창인 스테이시와 친구들의 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씨씨와 딜론테, 스테이시. 카이런이 내 방에 틀어박혀 짐들을 모두 상자에 챙겨 넣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직은 그들 모두 내가 그린-룸의 초대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는데, 살금살금 다가가 그들을 깜짝 놀래켜 줄 생각이었던 나를 맥 빠지게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Damn! 대체 여긴 포르노 잡지도 없는 거야? 그럼 왜 내가 이런 수고를 하는 건데?”
찰싹-!
“아오! 씨씨!”
“이제는 그만 철 좀 드는 게 어때? 킴은 결혼을 했다고!”
“맞아, D. 난 이제 결혼을 했지.”
“응? 그건 뭐야?”
씨씨에게 머리를 제대로 한 방 얻어맞은 딜론테가 인상을 팍 찌푸린 채로 내게 질문을 던졌다. 다소 모양새가 빠지는 상황이기는 해도, 난 환한 미소와 함께 봉투를 들어 올렸다.
“그린-룸 초대장이야. NBA 사무국에서 날 정식으로 초대했어.”
“뭐?”
“이런, 세상에나.”
잽싸게 내게 다가온 스테이시를 품에 안으며, 난 초대장을 카이런에게 건네주었다. 작년에 스탠리와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그는 제레미와 함께 공동 주장을 맡은 상태이다. 듣기론 신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선배가 되었다고 한다.
확실히 이 녀석은 책임을 안겨주는 만큼, 더 강해지고. 더 좋은 선수가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아마도 내 다음으로 WSU에서 NBA에 정식으로 진출할 선수가 나온다면, 그건 틀림없이 카이런이 될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스탠리도 나와 같은 의견이었다.
“와-우. 너 진짜로 해냈구나.”
“그래. 해냈지.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너희들이 있었기 때문이야. 무슨 뜻인지 알지?”
“우리 모두는 널 자랑스러워하고 있어, Bro.”
“…….”
카이런과 악수를 하고 가벼운 포옹을 나누자, 잽싸게 주방으로 달려 나갔던 씨씨가 값싼 샴페인 한 병을 들고 돌아왔다. 어느새 그녀를 뒤따라갔던 딜론테가 잔을 나눠주고, 뽕하는 소리와 함께 코르크가 천장을 향해 날아올랐다.
손을 타고 흐르는 거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씨씨는 병을 기울여 모두의 잔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난 뒤, 그녀는 먼저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킴을 위해 건배하자. 좋은 친구이자, 좋은 남편이며, 좋은 사람인 그의 성공을 위해.”
“그거 마음에 드네. 킴을 위해.”
“Man, 나중에 꼭 날 코트사이드로 불러줘야 해. 알지?”
“하하. 그래. 언제든 너희를 꼭 초대한다고 약속할게.”
스테이시와 한쪽 손을 꼬옥 붙잡은 채로, 나는 조촐하지만 멋진 축하의 샴페인을 들어 올렸다. 밀워키의 프런트 오피스에서 마신 샴페인의 1/20도 안 되는 가격의 싸구려인 것이지만, 내겐 이 것이 훨씬 더 맛있었다.
오늘 난 스탠리와 인사를 나눈 뒤에 짐을 모두 차에다 실어, 스테이시의 집으로 잠깐 옮겨놓을 계획이었다. 그리고는 곧장 뉴욕을 날아가 짧은 여행을 즐길 생각이다.
이번 2016 드래프트의 장소는 브루클린에서 열릴 예정이고, 모레 도착할 엄마와 스테이시. 그리고 데이비드와 탈렙이 나와 함께 그린룸에 앉게 될 것이다.
아버지는 일 때문에 오실 수 없는 관계로, 한국에서 민지가 틀어주는 동영상을 통해 내 드래프트를 멀리서 지켜보실 예정이셨다. 민지도 한창 기말고사일 때라, 미국까지 오는 것은 무리였고 말이다.
아무튼, 난 절대로 떠날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킹스턴 드라이브에 자리한 보금자리와 영원한 이별을 나누고자 했다.
“…….”
“자기 괜찮아?”
짐을 모두 차로 옮기고 집을 떠나기 전, 나는 차마 불을 끄지 못한 상태로 한참을 멍하니 방안을 쳐다보는 중이었다. 텅 비어버린 상태였지만, 지금 내 눈에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집기들이 놓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모든 곳에 있는 나와 좋은 사람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셀 수도 없이 많이 가졌던 와 좋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었던 공간에는 과거의 내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손을 뻗으면 그것을 손에 쥘 수 있을 것도 같지만, 막상 그러고 나면 연기처럼 허무하게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기를 반복했다.
“자긴 앞으로 한 발을 더 나가려는 거야.”
“그래.”
“그리고 여긴, 언제나 당신의 가슴 속에 머물 거고. 그건 절대로 변하지 않아.”
“나도 알아, 그냥. 단지.”
미국으로 온 이 후부터, 난 내가 눈물이 지독하게 흔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한국에서 내가 울었던 적이라고 해봐야, 중학교 3학년 때 결승전에서 억울한 판정으로 패배를 했던 날 외에는 없었는데 말이다.
난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것들과 작별을 하기가 지독하게 힘들다고 스테이시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조용히 날 안아주었다.
“여긴 자기의 집었어. 난 언제나 여길 벗어나고 싶어 했지만, 자기에겐 이곳이 유일한 쉼 터였을 거야. 그렇지?”
“…….”
“나도 아마 마찬가지였을 거야. 내가 만약 다른 곳으로 대학엘 갔고 다른 곳에서 지냈다면, 거길 떠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거야. 그래서 난 자기가 너무 자랑스러워. 자긴 언제나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어. 이번에도 틀림없이 그럴 거야.”
“정말?”
“응. 자기도 그럴 거라는 걸 잘 알잖아.”
씨씨와 딜론테가 밖에서 떠드는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아마도 스탠리와 클레어가 가까이 온 것 같았는데, 두 사람은 스테이시와 내가 충분히 여운을 즐길 수 있도록 잠깐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댔다.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어대면, 다 들리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그거 알아? 정말이지 좋은 사람들이야.”
“하하. 맞아.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도 분명, 그런 사람들이 있을 거야.”
“응.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기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지. 사랑해, 스테이시.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당신과 함께이고 싶어.”
“그렇게 될 거야, 여보.”
활짝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오그던의 여름 공기를 잊지 않으려, 난 스테이시의 품안에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안녕, 오그던.
하지만 이 이별은 분명히 길지 않을 거예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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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1일.
[ 2016 NBA 드래프트 그린-룸에 초청 된 선수들의 명단이 확정 되었다. 그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 ESPN ] [ Green Room Invitees ] [ Ben Simmons / Domantas Sabonis / Jakob Poeltl / Jamal Murray / Skal Labissiere / Brandon Ingram / Buddy Hield / Henry Ellenson / Kris Dunn / Deyonta Davis / Marquese Chriss / Dragan Bender / Wade Baldwin / KIM MIN-HYUK / Malachi Richardson / Dejounte Murray ]**
[ Charles Barkley(SirCharlesOnTNT) ] [ “이건 정말 웃기는 일이야. 이번 드래프티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말해 보자고. 벤 시몬스와 브랜든 잉그램을 제외하면, 남은 녀석들은 다른 해였다면 1라운드 중반쯤에나 거론되었을 거야. 그런데 올 해는 그런 녀석들이 그린-룸에 앉는다고? 이건 정말로 불쾌한 일이야. 난 그린 룸의 의미가 퇴색 되는 것을 원치 않아. 특히 마지막 세 녀석은 뭐야?” ]++++++++++++
2016년 6월 22일.
[ Breaking NEWS ] [ 루머만 무성하던 2016 NBA DRAFT의 첫 번째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애틀란타-유타-인디애나 사이의 삼각딜로 인해, 재즈의 12번째 드래프트 픽이 애틀란타로 향하게 되었다. – ESPN ]& Trade Result
Utah Get : George Hill(From. Indiana)
Indiana Get : Jeff Teague(From. Atlanta)
Atlanta Get : 2016 12th Draft Pick(From. Ut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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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뉴욕. 272 시겔 스트리트. 비욘드 스튜디오 NYC(Brooklyn, NY. 272 Siegel St. Beyond Studio NYC).
“아주, 좋아요! 조금 더 아래를 바라볼래요?”
“크흡-”
“OH, SHUT UP!!”
웃음을 터뜨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을 하곤 있지만, 정말이지 못 봐줄 것만 같았다. 어두운 색상의 편안한 차림에 눈에 확 튀는 색의 농구화를 신은 우리는, 카메라의 앞에서 연신 폼을 잡아대며 진지하게 렌즈를 쏘아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어색하게 뻗은 양 손을 재빨리 거둔 헨리 엘렌슨은 본인을 비웃는 무리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일찌감치 스튜디오에 와 먼저 촬영을 끝낸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 드래프트를 생중계로 중계할 은 그린-룸에 초청받은 16명의 선수를 불러 모아 오프닝 영상의 촬영에 들어간 상태이다.
“그런데, 내일이 드래프트잖아. 지금 촬영을 해도 되는 거야?”
“나도 그게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가능한 모양이던데?”
“휘이- 그거 멋지네, 참.”
바로 곁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자말 머레이와 스칼 라비시에는 이제, 내일 입게 될 복장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어쩐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와 나는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스튜디오의 밖으로 나섰다.
어제 하루 종일 뉴욕의 시내를 돌며, 스테이시와 쇼핑을 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내일 입게 될 수트를 맞춤제작하기 위해, 거의 12시간을 움직였던 것 같다.
평생 농구를 하며 살아온 나보다, 스테이시의 체력이 더 대단했던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남자치고는 쇼핑을 즐기는 나이지만, 어젠 정말이지 너무나 힘들었다.
“응?”
“에이. 잠깐 옆으로 가도 돼?”
“물론! 여긴 내 자리도 아닌걸.”
“고마워. 휘이- 이건 정말 괴롭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에서 어떤 영상이 나올지 상상도 못하겠어. 매년 드래프트 오프닝은 멋졌던 것 같은데 말이야.”
내가 2층에 있는 발코니에서 찬바람을 쐬고 있을 무렵, 촬영을 끝마친 것으로 보이는 브랜든 잉그램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처음부터 그랬기는 하지만, 컴바인과 워크아웃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이번 드래프트가 Top 2와 나머지로 구성된 클래스라 말하기 시작했다.
벤 시몬스가 가장 앞서있으며, 브랜든 잉그램이 그 뒤를 따른다면서 말이다.
한편으론 브랜든 잉그램도 결국 벤 시몬스의 들러리일 뿐이며, 이번 드래프트를 볼품없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 이 듀크 출신 포워드의 재능을 뻥튀기하는 것이라고도 이야기를 했었다.
누가 생각할 때에는 배부른 고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잉그램 또한 이런 상처를 입히는 루머들과 드래프트 기간 내내 맞서 싸운 남자였다.
“Damn! 여기 날씨 정말 마음에 안 든다.”
“그러게 말이야, 누가 그러던데 영국 날씨 같다고 하더라.”
“난 한 번도 거기에 가보지 않았어. 넌.”
“나도 마찬가지야.”
“그렇군.”
촬영 때문에 걸쳐 입은 후드의 모자를 쓰며, 브랜든 잉그램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스튜디오 건물 바로 아래를 따라 이어진 4차선 도로를 지나는 차들의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고, 멀리에서 사이렌 소리도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외에도 갖가지 것들이 일으키는 소음들이 계속해서 귀를 때렸다. 분명 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라고 커왔지만, 지난 4년은 이러한 것들에서 멀어져 있었다.
“Dude, 코치 K가 언젠가 이런 말을 했어.”
“응?”
“아마 너희와의 경기가 끝나고 난 다음일 거야. 그는 내게 찾아와, 만약 내가 좀 더 제대로 된 NBA 선수가 되고 싶다면, 널 배우라고 했지. 난 그것이 언제나 플레이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좀 더 정확한 슈팅을 가지는 것 말야.”
전혀 뜻밖의 상황에서 코치 K의 이름을 듣게 되자, 나도 모르게 조금은 긴장을 하게 된 것 같았다. 그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가 궁금하던 찰나, 브랜든 잉그램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 코치 K는 리더십과 코트 밖의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거지. 컴바인에서 난 솔직히 네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 항상 네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였고, 또 그들로부터 신뢰를 얻어냈지.”
“음, 난 딱히 그런 것 같지 않은데.”
“Oh. Come On, 킴. 굳이 겸손할 필요는 없어. 최소한 지금 만큼은. 왜냐하면 이건 우리가 최고라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니까. 앞날은 아무것도 보장 된 것이 없지. NBA에서 우린 먼지처럼 그냥 날아갈 버릴 수도 있으니까.”
잉그램처럼 확고부동한 Top 2로 평가를 받았던 이도, 나와 같은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런 나의 말에, 그는 벤 시몬스를 제외한 모두가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을 거라 대답했다.
자신이 만난 벤 시몬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남자였다면서 말이다. 벌써부터 그는 자신이 차세대 르브론 제임스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했다.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스스로에 대한 엄청난 믿음이 있다고 밖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넌 진짜 놀랍더라. 사실 지금도 난 계속해서 감탄 중이야. 밀워키? 그들에 네게 지명 약속을 했다며? 그 소문이 맞는 거야?”
“…….”
“왜 그러셔. 굳이 비밀로 할 필요는 없어. 난 레이커스로 갈 거야. 워크아웃에서 레이커스의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줬지. 그리고 벤도 필라델피아로부터 같은 이야기를 들었어. 그러니 말해봐. 너도 그래?”
“그래. 밀워키가 날 선택할 거라고 했어.”
“Man, 10번째구나? 그건 정말 놀라운 거야.”
만약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2번 픽으로 뽑힐 남자가 10번째 픽으로 뽑힐 남자에게 놀라움을 표하는 것이 놀리거나 비꼬는 것이라 여길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잉그램은 진심인 것처럼 보였고, 그는 계속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브랜든 잉그램은 이토록 계속 된 성장을 보여준 사람은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또한 빈말이나, 대충 시간을 때우려는 마음에서 나온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고, 고개를 숙이며 생각했다.
듀크와의 경기가 끝나고 난 뒤, 난 1라운드 후반에서 2라운드 초반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이는 시즌 도중 다시 본래의 위치를 찾았고, 을 계기로 1라운드 중반으로 뛰어 올라 컴바인과 워크아웃을 거치며 끊임없이 순위의 상승을 겪어왔다.
그리고 급기야는 10번째 픽을 가진 밀워키로부터 지명 약속을 얻어낸 참이다.
오늘 데이비드는 아직 뉴욕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그는 한 번 더 밀워키로 향해 구단 관계자들과 만나게 될 예정이었다. 신경이 쓰이는 루머도 한두 가지 접한 데다, 여전히 존 해먼드로부터 대답을 듣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밀워키의 제안이 진짜라고 믿는 것이 최선이었다. 어쨌든 부단장과 감독이 나의 지명을 받아들인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고작(?) 신인 드래프트 때문에, 존 해먼드처럼 경험이 많은 남자가 굳이 내부적인 분열을 가져 올 이유는 없어 보였다.
“난 네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던 것 같아. 언젠간 그에 대해 고마움을 표해야 할 것 같았는데, 내일이 지나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았거든. 고마워.”
“…….”
난간에 팔꿈치를 대고 기대어 있던 브랜든 잉그램이 내게 악수를 청해오고, 나 역시도 소파에서 일어나 그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내일 있을 드래프트에서의 선전을 다짐했고, 이 후에 이어질 신인 교육 과정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브랜든 잉그램이 춥다며 안으로 먼저 들어서고, 발코니에 홀로 남은 나는 다시 소파에 앉아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가끔 어떠한 순간이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비현실적인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바로 지금처럼.
부르르르-
“응?”
하지만 내가 현실로 돌아오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항으로 엄마를 마중 나갔던 스테이시가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며 동영상을 보내온 것이다. 탈렙도 스테이시와 함께 이동했는데, 이건 보안을 책임질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브루클린에서의 우린 외지인이었으니까 말이다. 지금 세 사람은 뉴욕에서 유명하다는 이탈리안 피자가게에서 한 눈에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토마토&바질을 먹는 중이었다.
“I Love you~”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키스를 보내오는 스테이시를 보며, 난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어디를 가건, 그리고 내가 어떠한 상황과 마주하건. 이제는 어린아이처럼 뒤로 물러서거나 도망치고 싶진 않았다. 왜냐하면 난 그녀에게 당당한 남편이고 싶었고, 언젠가는 우리의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에게도 멋진 아빠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언젠가 스테이시와 함께 TV를 통해 보았던 아주 오래 된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난 거기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를 조용히 흥얼거렸다.
“If you wanna be somebody. If you wanna go somewhere. You better wake up and pay attention.”
만약 내가 누군가가 되고 싶고, 만약 내가 어디론가 향하고 싶다면.
좀 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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