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476
475화
64. Rodeo-Trip (2)
2017년 2월 9일. 디트로이트, 미시건. 23825 존 R 로드. 메이블 그레이(Detroit, MI. 23825 John R Rd. Mabie Grey).
개인적으로 맞이하는 첫 번째 로데오-트 립의 다음 원정지는 더 모토 시티(The Motor City). 미시건 주(州) 디트로이트다. 과거에는 산업도시의 상징으로 불렸고, 모 토 시티라는 애칭도 자동차 산업이 발전한
것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 디트로이트는 ‘ 영화에 고담 시티가 있다면, 현실에는 디트로이트가 있다. ’ , ‘ 만약 영화나 드라마에서 디트로이 트에서 범죄가 일어난 장면이 나온다면, 그 건 현실. ’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치안이 불안정한 동네였다.
미국 전역에 있는 KFC 체인점 중 유일하게 방탄유리로 직원을 보호하는 동네이기 도 하며, 심지어 경찰들도 디트로이트만은 피하고 싶단 말을 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래서 우린 디트로이트 시내의 좋은 호 텔을 대신해, 북쪽 워런(Warren)에 있는 레지던스 인 매리엇이라는 3성급 호텔을 숙박 장소로 결정했다.
내일 오전, 인근 고등학교에서 따로 연습을 가진 뒤 마찬가지로 워런에서 식사를 해 결하고 경기 시간에 맞춰 디트로이트로 향 할 예정이다.
“헤에에-이!!”
그렇지만 오늘 저녁, 우리는 한 남자의 초대를 받아 디트로이트 북쪽 외곽지역을 찾았다. 존 R 로드에 있는 메이블 그레이는 디트로이트에서 가장 값비싼 레스토랑 중에 하나였고, 호스트는 작년까지 스퍼스에서 뛴 보리스 디아우였다.
지난 드래프트 데이 때 성사 된 4-Way 트레이드 때, 복잡한 교환 조건 중에 일환으로 피스톤즈로 향했었다. 이번 시즌 성적은 19분 정도 출전에 4.9득점으로 썩 좋지
못하다.
이를 두고 디트로이트 지역 언론에서는 [ ‘ 스퍼스의 시스템에서 뛴 노장선수를 영입 하는 일은 늘 좋지 못하다. 우리가 스퍼스가 아닌 이상. ’ ] 이라는 촌평을 내어 놓았다.
2015-16 시즌 살짝 하락세가 오기는 했어도, 18분을 뛰며 52%의 야투율과 37%의 3점 슛 성공률을 보여준 보리스 디아우는 충분히 요긴한 퍼즐로 평가를 받았었다. 특유의 다재다능함도 여전했고, 팀 디펜스 에서도 좋은 2선 수비를 보여줬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에서는 느리고 거의 쓸 곳이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황이다. 정작 본인은 이에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는데, 내년부터는 고국으로 돌아가 선수 생 활의 마지막을 정리할 거라고 말했다.
“그나저나, 네가 만약에 정말로 못했다면 난 정말로 억울했을 거야.”
” 하하.”
처음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는 보리스 디 아우는 뭐랄까, 푸근한 엄마와도 같은 느낌을 전해주었다. 남자인 그에게 엄마라니 조금 우습긴 하겠지만, 정말로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마치 그의 주위로 부드러운 바 람이 부는 것만 같다.
디아우는 커리어 동안 3D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돌파 (Drive)-수비 (Defense)-어시스트(Dish)에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다고 해서 붙은 것이었다.
실제로 NBA에 데뷔하기 전에는 장신 포 인트가드로 리포트가 올랐었고, 피닉스에서의 첫 번째 시즌 때에는 시즌 평균 6.2 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저기, 폽! 이 꼬마는 어때요? 이젠 제가 그립지 않나요?”
“흥-! 그 녀석은 리더감이야! 누구와는 다르지.”
“워-우! 나 싱’처받았다고요. 진심으로요.”
방금 전 포포비치의 말은 농담이라 생각 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이야기는 디아 우의 캐릭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보리스 디아우를 두고 포포비치는 한 때, [ ” 걔는 거의 공기 같다니까? 도무지 존재 감을 보여주지 않아! 그런데 그거 알아? 공 기가 없으면 어떻게 되게? ” ]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피닉스에서의 좋은 4년을 보내던 중, 보 리스 디아우를 눈여겨 본 샬럿의 구단주가 그를 트레이드로 영입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 알다시피, 샬럿의 구단주는 NBA의 영원한 No. 1 Player로 기억 될 마이클 조 던이다.
조던은 NBA 덩크 콘테스트 타이틀 홀더 인 제이슨 리차드슨(Jason Richardson)과 자레드 더들리를 내어주는 것을 조건으로, 라자 벨(Rqja Bell)과 션 싱글터리(Sean
Singletary). 그리고 보리스 디아우를 데려 오는 트레이드를 실행했다.
당시 샬럿의 감독이던 래리 브라운은 팀의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을 했는데, 수뇌부 들이 상의한 결과 다재다능한 보리스 디아 우의 재능이 팀을 한 단계 높여 줄 거라 결 론을 내렸다.
하지만 트레이드 후, 처음으로 진행 된 미팅에서 래리 브라운이 리더의 역할을 요 구하자 보리스 디아우가 한 대답은 이러했다.
[ ” 리더라고요? 전 그런 사람이 아니에 요, 래리. 만약 당신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사람을 잘못 본 것 같아요. 다만 전, 나름의 방법으로 팀에 기여 할 수 있어요. ” ]
래리 브라운은 처음에 보리스 디아우가 겸손을 떠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 나자 그것이 곧 사실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 디아우도 당시를 회상하며, [ ” 나는 누가 이끌어주면, 그 옆에서 보조하는 것을 즐기는 남자다. 에이스가 되어 누군가를 이 끄는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는 방식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대충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알겠는가? 디아우는 정말로 순진한 곰 같은 남자였다.
“어때? 이제는 완전히 적응이 된 거야?”
스몰 플레이트 방식의 식사가 이어지던 와중, 자리를 옮긴 디아우가 다시 내게 다 가와 질문을 던져왔다. 처음엔 NBA에서의
삶을 물어보는 것으로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샌안토니오 스퍼스란 팀에서 뛰는 것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래서 난 고개를 끄덕이며, 내겐 아주 행운과도 같은 일이었다고 대답했다. 그러 면서 트레이드가 되어 유감이라는 말도 전 했다.
“하하. 계속 스퍼스에서 뛸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뭐.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니까. 그리고 피스톤즈에서 뛰는 것도 나쁘진 않아. 도시가 조금 위험하긴 해도, 그 외의 부분들은 괜찮거든. 그러니까 코트 위에 서.”
“그거 다행이네요. 스탠리는 어때요? 잘 지내요?”
“응? 너 스탠을 아는 거야?”
아무래도 스탠리 존슨은 디트로이트에서 스탠이란 별명으로 불리는가 보다.
“조금요. 그의 고등학교 은사를 알거든요. 예전에 메이터 데이에서 뛸 때 만나기 도 했고요. 함께 농구도 한두 번 했어요.”
“그래? 그래서 녀석이 그랬군. 네 경기를 가끔 보고 있더라고.”
“하하. 그래요?”
“흐음- 알다시피, 상황이 썩 좋지는 않아. 냉정하게 말하는 거야.”
“…”
애리조나로 진학하기 전, 그러니까 메이 터 데이 졸업반 시절의 스탠리 존슨은 각종 리쿠르팅 사이트로부터 만점을 받았다. 에서만 유일하게 전체 랭킹 6위에 올렸을 뿐, 외의 신뢰도 높은 5개 사이트는 그를 모두 Top 4안에 위치시켰다.
치열한 리쿠르팅 끝에 스탠리 존슨은 애 리조나로 향했고, 루키 시즌 13.8득점과 6.5리바운드. 44.6%의 야투율과 37.1 %의 3점 슛 성공률이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선보이며 원앤던을 선택했다.
그리고 디트로이트는 2015년 드래프트에서 보유하고 있었던 전체 8번째 픽을 활 용해 스탠리 존슨을 지명했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이들은 디트로이트가 정말로 커다란 엔진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에, 그에겐 뭔가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그런가요? 그는 제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재능 있는 남자였어요.”
“하하… 이곳이 늘 재능만으로 통하는 곳은 아니지.”
“??”
“어떠한 팀을 만나느냐가 훨씬 더 중요 해. 특히나 스탠처럼, 재능이 특수한 조건 에서만 폭발할 수 있는 녀석이라면 말이야.”
현재 디트로이트에는 스탠리 존슨을 위한공격옵션이 하나도 마련되어있지 않다. 속공 상황을 제외한다면, 그는 대부분의 공
격에서 스페이싱을 확보하거나 패스를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슈팅의 기회라고 해봐야 극히 제한 된 상 황에서 나왔고, 작년 경기당 평균 8.2개의 야투를 기록했던 그의 올 시즌 숫자는 4.0 개로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출전 시간 자체도 11분이나 줄었다. 최근 코트위에서의 플레이를 지켜보면 스스로 위축이 되었다는 것이 정확히 느껴질 지경이다. 어쩔 때에는 거의 안드레 로버슨이나 타보 세폴로샤와 같은 전문 수비수처럼 보 이기도 한다.
그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스탠리 존 슨이 가진 재능이 분명 그보다 더 뛰어나다는 점이 서글픈 부분이었다.
“스탠에겐 미안하지만, 너에게 있어서는 그가 좋은 반면교사가 될 거야. 무슨 뜻인 지 알지? 나도 따지고 보면 스탠하고 똑같았어. 슛이 되지 않았지. 그래서 난 빠르게 내가 할 일을 깨달았어. 주연이 되는 걸 포 기한 거지. 하지만 넌 아냐. 넌 재능이 있고, 이미 내 커리어보다 훨씬 더 많은 3점을 성공시켰어.
“하하하하.”
보리스의 지금 이야기는 농담이 섞인 것이다. 2014-15 시즌에 커리어 400 3점 슛을 돌파한 그는 스퍼스에서 최종적으로 455개째의 3점 슛까지 성공시키곤 트레이드가 되었다.
하지만 커리어 초반이 슈팅이 없었다는
말은 진실이다.
“넌 조연들을 이끄는 역할이 되어야만 해. 분명 주위에 누군가는 나처럼, 좀 더 편 하게 농구를 하고자 하는 녀석들이 있을 거야.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모든 이 들이 승리를 원한다거나 모든 이들이 주연 이 되길 원하지 않아.”
“…”
“네 편을 만들라고, 꼬마. 세력을 만드는 게 아니라, 널 위해서라면 기꺼이 희생해 줄 이들을 가까이에 둬. 대신, 절대로 그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돼. 언제든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겠지. 이곳엔 그런 리더들이 있으니까, 그걸 잘 배워 봐.”
이젠 그만 폽과 대화를 해야겠다며, 보리
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메인 디쉬에 이어 디저트가 각자의 앞으로 옮겨 지고, 스퍼스의 오랜 전통에 따라 원정 때는 함께 저녁을 먹는다는 원칙은 오늘도 잘 지켜지는 중이었다.
나중에 보리스 디아우에게 꼭 고맙다는 말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정신없이 경기에 몰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생각 들이 날 찾아와 손을 흔든다.
조이 랭은 최근 내게 좀 더 코트에서 경 쟁심을 보여주라고 말했고, 디아우 또한 강 한 모습을 보이라고 말을 했다. 물론 지금 당장 내가 스퍼스의 리더가 될 수는 없다. 난 이곳이 카와이의 팀이며, 그가 언제나 팀의 MVP일 거란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카와이가 코트에 없을 때 내가 뛰 고 있다면, 조금은 다르게 할 수 있지 않을 까도 싶었다. 그렇다면 우선, 카와이가 어떠 한 방법으로 팀을 이끄는 지를 파악해야 할 것 같았다.
그가 좋은 선수라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카와이 레너드라는 남자에 대해 깊숙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흐음- 일단은 내일인가?’
우선은 내일, 카와이의 모습을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
2017년 2월 10일. 디트로이트, 미시건. 6 챔피언십 드라이브. 더 팰리스 오브 어번 힐 즈(Detroit, MI. 6 Championship Dr. The Palace of Auburn Hills).
ㅁ 1 쿼터 0 : 00
SPURS : PISTONS
On Court
San Antonio Spurs
PG : No. 09 토니 파커 (6-2)
SG : No. 14 대니 그린 (6-6)
SF : No. 02 카와이 레너드(6-7)
SF/PF : No. 22 김민혁 (6-9)
PF/C : No. 12 라마커스 알드리지(6-11)
VS
Detroit Pistons
PG : No. 01 레지 잭슨(6-3)
SG : No. 05 켄타비어스 칼드웰-포프 (6-5)
PF/SF : No. 13 마르커스 모리스(6-10)
PF : No. 30 존 루어 (6-10)
C : No. 00 안드레 드러먼드(6-11)
.
.
어제 디아우에게 들었던 대로, 확실히 스탠리 존슨은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많이 저하 된 모습이었다. 몸을 풀기 전에 잠깐 만나 인사를 나눴는데, 지난 11월에 보았던 밝은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보이지 않았다.
안타까움에 위로라도 건네려고 했지만, 느닷없는 행동일뿐더러 굳이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행운을 빈다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었다.
“휴우우우우-”
팁-오프가 시작되기 전, 문득 보리스 디 아우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자신의 재능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떠한 팀을 만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말이다. 피스톤즈에는 스탠리 존슨 외에도, 마이클 비니제이도 소속
되어 있었다.
다만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디트로이트 산하의 D-리그 팀인 그랜드 래피즈 드라이 브(Grand Rapids Drive)에서 뛰었다.
‘일단 수빈가?’
드러먼드가 알드리지보다 훨씬 더 높은 타점에서 농구공을 따내고, 일단 머릿속을 정리한 나는 수비를 위해 이동했다. 매치업 상대인 존 루어는 최근에 만난 상대들 중 에서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지만, 방심은 금 물이다.
전형적인 스트레치 4이기 때문에, 2 : 2 수비 상황에 놓이는 때가 많을 것으로 생각 했다. 지난 식서스와의 경기에서 저지른 몇 몇 실수들을 오늘은 만회할 필요가 있다.
“에이!!”
드러먼드가 던진 훅 슛이 빗나가던 순간, 난 곧장 점프해 리바운드를 거머쥐려고 했다. 방향은 조금 엇나갔지만 충분히 손에 넣을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어느새 골 밑으로 접근한 카와이가 먼저 뛰어올랐고, 나는 손을 재빨리 뒤로 빼며 충돌을 방지했다.
분명히 아까 전에는 마커스 모리스를 외 곽에서 마크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내가 선발로 나서면서 리바운드 부분의 적극성을 좀 더 발휘하는 중이었다.
“탑에서 스크린을 좀 서줘.”
“접수했어.”
착지 후에 카와이가 내게 스크린을 요구 했고, 잠깐 인사이드로 이동해 시간을 보낸 뒤에 곧장 탑으로 움직여 스크린을 섰다. 파이트 스루를 선택하는 마커스 모리스이지만, 본래 순발력이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 라 대처가 많이 늦다.
굳이 스크린에 걸릴 것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난 카와이가 충분히 움직였다고 판단 해 몸을 돌려 롤링 (Rolling)을 했다. 돌파를 막기 위해 드롭백을 택한 존 루어의 선택도 나빴다.
자유로운 상황에서 패스를 받아든 난 손 쉽게 페인트존으로 진입했고, 커버를 위해 달려드는 두 명의 수비수를 확인하며 외곽으로 패스를 뿌렸다.
아크라인 밖에서 쉽게 오픈 기회를 맞이 한 토니가 3점 슛을 던진다.
팅-!
‘이크-’
대니 그린이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오펜스 보드를 향해 몸을 띄워 올려본다. 하지만 드러먼드가 앞섰고, 이 후 재빨리 레지 잭슨에게 패스를 넘겼다.
빠르게 공격 진영으로 넘어서는 디트로 이트 선수들의 선택은 얼리 오펜스다.
‘어딜-!’
빠르게 코트를 넘어서서 아크라인 안쪽으로 진입한 레지 잭슨이 각각 골대의 정면을 한 줄로 이어 쇄도하던 존 루어에게 패
스를 전달했다. 트레일링 (Trailing)의 교과 서적인 예시였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로 충 실히 그를 쫓던 중이었다.
스텝을 밟아 레이업을 시도하려던 그의 등뒤에서 힘껏 뛰어올라 스파이크를 하듯 왼 손을 강하게 휘둘렀다.
팡!! 타닥!!
“DAMN!!!!”
벤치에 앉아있던 동료들이 자리에서 벌 떡 일어서고, 균형을 간신히 유지하며 착지 한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주먹과 수건을 휘둘러댔다. 내 손에 이어 백보드 아랫부분을 강타한 농구공이 바닥에 떨어졌는데, 상 황을 파악해보니 어느새 토니가 득점에 성공을 한 것 같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내가 블록해내 농구공을 주워들어 본인이 직접 혹은 누군가의 패스를 받아 빠른 레이업을 올려놓은 것이 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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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랜드)
“토니 파커의 레이업입니다. 와-우. 정말로 멋진 블록이었죠.”
(션 엘리엇)
“아마 이번 시즌 스퍼스의 블록들 중에서 도 손꼽힐만한 장면이 될 것 같습니다. 존 루어의 쇄도는 정말로 일품이었지만, 킴의 추격이 더 멋졌죠. 공중에서 약간의 충돌은 있었지만, 정확히 농구공만 강타했습니다.”
.
.
다시 존 루어의 곁으로 다가서서 주위의 상황을 한 번 살핀다. 이번에는 드러먼드가 레지 잭슨을 위해 스크린을 걸었고, 이 후 아크라인을 따라 움직이던 칼드웰-포프에게로 패스가 이어졌다.
스페이싱을 확보하려 코너에서 코너로 움직이는 존 루어의 행동으로 봤을 때, 다시 한 번 드러먼드의 스크린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첫 2 : 2는 아무런 결과도 만들지 못했었다.
예상대로, 드러먼드는 다시 칼드웰-포프에게로 다가갔다.
“아이스!! 아이스!!”
“?!”
제법 멀리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탓인지, 대니 그린과 알드리지 모두 약간 움찔한 기분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나는 이미 존 루 어를 버리고 이동하던 중이었고, 아이싱을 통해 칼드웰-포프를 사이드나 베이스 라인으로 밀어 붙여주길 바랐다.
제한 된 상황에서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을 테고, 난 그것이 높은 확률로 가까이에 있는 드러먼드에게로 향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약간의 움찔거림이 공간을 허용
했고, 좀 더 넓게 코트를 살필 수 있었던 칼 드웰-포프의 선택지는 반대쪽 코너에 선 존 루어에게로 향해 있었다.
‘젠장!’
높이서 움직이는 농구공을 향해 손을 뻗 어보지만, 한참 모자라다.
이래서야 괜히 내가 멋대로 콜-플레이를 해 수비를 망가뜨린 셈이 된다. 존 루어는 제한 된 공격옵션을 지녔지만, 오픈 상황에서 던지는 캐치&슛만큼은 위력적인 선수였다. 그러니까 NBA에서 지금껏 버틸 수 있는 거다.
‘응?’
헌데 그 순간, 카와이가 나타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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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랜드)
“카와이의 스틸! 좋은 예측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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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았다는 생각에 절로 가슴이 쓸어내려 지고, 공-수가 바뀐 상황에서 카와이가 주 위로 달려든 수비수들로부터 볼을 지키고 자 온 몸으로 농구공을 감쌌다.
하프라인을 넘어서기 전, 대니가 내게 한 마디를 해온다.
“이제 이해했어.”
뒤늦게 나 역시도, 대니가 이해한 것이 아이싱의 목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에이, 스크린-! 스위치!!”
다시 한 번 카와이를 위해 스크린을 건 순간, 직전에 수비에 실패한 모리스가 단호 하게 스위치를 외쳤다. 존 루어가 카와이에게 달라붙는 것을 보며 거리를 벌리자, 자 연스러운 1 : 1 상황이 만들어진다.
드리블의 속도를 늦춰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려는 카와이의 행동에 존 루어는 잔 뜩 긴장해 몸을 조금 낮추는 것 같다. 그런 다고 딱히 대응이 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춤주춤 물러서봤자 좋을 것이 없을 텐데 말이다.
카와이가 돌파를 제법 잘하기는 하지만, 미들레인지 게임 역시도 가지고 있다. 아마 도 존 루어는 자신의 약점에 지나치게 예민 하게 구는 건 아닐까 싶었다.
스스로가 슬래싱에 약한 수비수라는 걸 인정해버리고 저런 자세를 취하면, 영리한 공격수는 어떻게 하면 공략을 할 수 있을 지를 쉽게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예상대로, 카와이는 아크라인 안 쪽으로 한 발 진입하자마자 풀-업을 시도 했다.
철썩-!
‘그러니까 말했잖아.’
지나치게 물러서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이다.
수비에서의 영향이 공격에서도 영향을 미쳤는지, 존 루어는 다소 무리하게 슈팅을 시도하려고 했다. 제한시간도 10초나 남아 있었고, 나도 똑바로 그의 앞에 붙어있는지 라 굳이 컨테스트를 감수 할 필요는 없었는 데 말이다.
“짧아—!!”
슈팅을 던지기가 무섭게 경로를 깨달았는지, 존 루어는 바닥에 착지하기도 전에 짧다는 목소리를 크게 내뱉었다.
드러먼드가 얼른 인사이드로 진입하지만 농구공은 알드리지의 앞으로 향해버렸고, 112초가 지나는 동안 디트로이트는 여전히 득점을 올리지 못한 상태였다. 시작 때에는
자리에 앉아있던 스탠 밴 건디도 어느새 자 리에서 일어선 상황이다.
“대체 뭘 하는 거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밴 건디 형 제는 참으로 안 닮았다.
휴스턴 로켓츠에서 마지막 감동생활을 한 제프(Jeff)는 현재, 감독 생활에 환멸을 느껴 오랫동안 의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지식에서 나오는 맛 깔 나는 설명과 듣기 좋은 목소리로 전국에서 매우 인기가 높다.
50대의 나이에도 날렵한 체구를 지닌 것이 제프라면, 퉁퉁한 전형적인 옆집 아저씨 체격을 지닌 쪽이 스탠 밴 건디였다. 얼굴 도 솔직히 닮았는지 잘 모르겠고, 목소리는
아예 딴판이다.
그나마 비슷한 부분이라면 정도는 다르지만, 머리가 벗겨졌다는 것이다.
“슛 해-!!”
스탠 밴 건디가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 효 과가 있었을까? 이번 디트로이트의 수비는 정말로 좋았고, 덕분에 제한시각이 거의 남 지 않은 상황에서 보내진 죽은 패스가 내게 당도했다.
어떻게든 슈팅을 던져야만 하는 상황이었기에, 난 곧장 원드리블 후 스텝-백 동작을 취하며 농구공을 밀어 올렸다.
림을 보기는 했지만,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팅-!
예상대로 슈팅은 멋대로 날아가 림과 백 보드를 차례대로 맞고 튀어 오른다. 순간 리바운드 경합이 펼쳐졌는데, 사실 난 백코트를 할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드러먼드를 상대로 누군가가 오펜스 보드를 따낼 거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드레 드러먼드는 클리퍼스의 디안드레 조던, 마이애미의 하산 화이트사이드와 함께 NBA에서 가장 리바운드에 특출한 재능을 지닌 이로 평가를 받는다.
현재까지 평균 14.2개로, 평균 6.7개를 잡는 알드리지의 배가 넘었다.
‘응?’
하지만 난 섣부른 판단을 반성해야만 할 것 같았다.
드러먼드와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던 알드리지가 오펜스 보드를 획득한 것은 물론 이거니와 풋백과 앤드원까지 얻어냈기 때문이다. 모처럼의 기분 좋은 장면이니 기뻐 해도 될 것 같았지만, 그는 마치 티미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 정 도만 나눴을 뿐이다.
‘그가 원래 저렇게 조용했었던가?’
포틀랜드 시절에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하아- 조용한 남자는 하나면 충분한데 말이야.’
확실히 남들이 보기에, 우리의 농구는 그 리 재미없을 수도 있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