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711
710화
94. Someone In, Someone Out (9)
ㅁ 2017-18 Memphis Grizzlies
IN @ DRAFT
딜런 브룩스(SG/오레건), 아이반 랩 (PF / 캘리포니아)
IN @ FREE AGENT
코비 시몬스(PG/애리조나), 마리오 찰머스 (PG/FA)
웨인 셀든 주니어(SG/재계약), 벤 맥클 레모어 (SG/새크라멘토)
타이릭 에반스(SF/새크라멘토), 자마이 칼 그린(PF / 재계약)
* * *
OUT @ FREE AGENT
웨이드 볼드윈(PG/포틀랜드), 토니 알렌 (SG/뉴올리언즈)
빈스 카터(SF/새크라멘토), 잭 랜돌프(PF / 새크라멘토)
++++
2017년 12월 1일. 멤피스, 테네시. 191 빌 스트리트. 페덱스 포럼.
□ 경기시작 20분 전
SPURS : GRIZZLIES
과연 올 시즌, 멤피스만큼이나 홈 팬들을 실망시키는 팀이 또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불과 7개월여 전, 이들은 우리와 더불어 지난 시즌 챔피언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가장 끈질기게 괴롭혔었던 팀이었다.
현대 농구의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느린 페이스. 강력한 수비와 스페이싱이 아닌 포 스트-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공격.
이런 강력한 개성으로 모든 팀이 상대하 기 까다롭다고 생각했던 무시무시한 회색 곰(Griz기ie Bear)의 모습은, 여름날을 지나는 동안 마치 신기루였기라도 한 것처럼, 어 디론가 사라져버려 코트 위에서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상태였다.
“1년만 더라고 했죠?”
“하하. 응. 솔직히 내가 팀에 뭘 더 기여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 들이 설득해준 덕분에 좀 더 민폐를 끼치게 됐지.”
“아, 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 당신은 제가 아는 가장 뛰어난 투수니까요.”
“와-우! 그거 영광이네.”
작년 멤피스 원정 때에도 이곳을 찾아줬던 소니 모리슨은 올 해도 어김없이 날 보 고자 내쉬빌에서 이곳까지 여행을 떠나왔다. 다만, 마이크 색슨은 쌍둥이를 임신한 부인을 돌봐주느라 아쉽게도 만날 수가 없었다.
대신 소니의 곁에는 그의 부인과 세 딸이 함께했는데, 시끌벅적한 성격의 자니 푸에 스토와 클레이튼 커쇼와 더블어 현역 최고의 좌완으로 불리는 브래드 쇼어도 각자의 부인들과 함께 페덱스포럼을 방문한 상태이다.
본래라면 2017 시즌 후 은퇴를 결심했었던 소니였지만, 여전한 12승 투수였던 데다 단장인 조나단의 간곡한 만류로 1년을 더 뛰게 되었다.
“그나저나 너야 말로 어때?”
“뭐가 말이죠?”
“소문 말이야. 그거 진짜야?”
“하하. 확실히 주목을 끌고 있기는 한가 보네요.”
소니에게서도 카와이와 관련 된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럴 때면 언제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 꼭 달갑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순간 나는 고민을 했다. 과연 이 사내에게도 언제나처럼 교육 된 잘 포장한 단어들 로 거짓을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인가를 말이다. 순수한 프로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래야만 했지만, 내가 세운 철칙 하나가 내 발 목을 붙잡고 있다.
가족과 친구에게는 절대로 거짓을 말하 지 않을 것. 만약 거짓을 말할 때면 그것은 언제나, 하얀 거짓말일 것이다.
“하아- 아무렴 어때.”
“응?”
“네, 소니. 대부분은 진짜에요. 우리에겐 문제가 있죠.”
난 소니를 믿는다. 우리가 비록 예전부터 알던 사이라든가 평소에도 왕래가 잦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내 뒤통수를 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한다.
이는 결코 미숙한 행동은 아니었다.
‘나도 사람은 좀 볼 줄 안단 말이지.’
짧은 시간 안에 타인에서 친구로. 그리고 그 친구를 가족의 품 안으로 빠르게도 끌어 들인 사람이라면. 게다가 지금까지 나에게 거짓 없이 행동했다면, 신중하게 주어야 할 믿음과 신뢰라는 단어를 다소 헤프가 사용 해도 됐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 일 뿐이다.
“이런, 유감이야. 잘 버티고 있는 거야, 젊은 친구?”
“어느 때보다도 좋죠. 우린 강해요, 소니.”
“멋지네. 보통 그런 일을 통해, 남은 이들이 더 단단하게 뭉치기 마련이니까.”
동감이다. 괜히 타인과의 유대를 돈독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공통 된 적을 가지는 것이겠는가? 함께 미워할 누군가를 공유하게 된다는 건, 다른 경험으로는 가질 수 없는 매우 특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현재의 스퍼스는 이러한 상황의 긍정적인 요소만을 가져갈 수 있을 정도로 노련하고 영리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베테랑들이 있기에 가능 한 일이다.
“가끔은 겁이 날 정도라니까요?”
과연 나 역시도, 그런 베테랑이 될 수 있을지가 말이다.
하지만 소니는 크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려줬다.
“이미 넌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뭔가를 고민한다는 건, 네가 그것을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니까. 절대로 그 고민을 멈추지 마. 쌓이고 풀어가는 고민들이 경험이 되고, 그것이 겹치고 겹치면 넌 반드시 네게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하하. 다른 사람도 아니라,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특별한데요?”
“내가 장담한다니까? 내가 사람 하나는 좀 잘 보거든.”
소니가 나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언 제만나도 푸근하고 듬직한 이 남자와 가족 들에게 인사를 건네곤, 다음에 만약 AT&T 센터에 오면 최고로 모시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 후에는 자니 푸에스토와 브래드 쇼어 와도 인사를 나눴는데, 고맙게도 푸에스토는 내 시그니처 슈즈를 신고 페덱스포럼을 찾아주었다.
“저기, 이 신발 리미티드 컬러가 나오지 않았어?”
“아, 네. 집에 잔뜩 있죠. 사이즈가 어떻게 되죠?”
“DAMN!! 정말이야? 그걸 그냥 공짜로 주겠다고?”
“하하. 절 보러 여기까지 찾아 왔는데 당연한 거죠. 에이전트를 통해 내쉬빌 구단으로 보낼게요. 제 휴대폰으로 사이즈만 보내 줘요.”
“들었어, 브래드? 얜 진짜 멋진 녀석이라니까!!”
“하하하. 행운을 빌어요, 킴. 요즘 잘 보고 있어요.”
2년 연속 30-30을 기록한 사내와 작년 사이영(Cy Young)위너에 빛나는 이들에게 서 응원을 받는 느낌이란, 대단히 특별한 것이었다. 그래서 난 이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고, 재빠르게 동료들의 틈으로 들어가 활발히 움직여댔다.
평소와 똑같이 이틀 만에 치르는 경기였지만, 기분이 좋아서인지 괜히 평소보다 더 컨디션이 좋은 것만 같았다.
‘우린 강해.’
어린 시절에는 그랬다. 아버지의 권유로 읽게 된 ‘ 슬램덩크 ’ 라는 만화책에서, 북 산의 안감독이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 ” 우린 강해요. ” ] 라며, 이 말을 각인시키고 강 조하려는 마음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기억해보면 그 때의 나는 아마, 함께 만화책을 읽던 친구에게 유치하지 않느 냐며 낄낄거렸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느끼는 건, 안감독이 옳았다는 것이다.
시즌은 길고, 시간이 흐를수록 주위는 온 통 우리의 강함을 시험해보려는 온갖 난관들로 가득 차게 된다. 멈춰있지 않으려면 어떠한 방향으로든 나아가야만 하는데, 일 보 전진을 할 때마다 바로 이 강함이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결연한 의지와 굳건한 신뢰가 필요한 거다. 미국에서는 그것을 팀 케미스트리라 부르고, 난 이를 매우 잘 체감하고 있다.
“오늘 밤은 네가 정말로 중요해, Brother. 널 지원해 줄게.”
“언제든 나야 환영이지.”
“Give me some food. 아하. 바로 이거지.”
스마트와 함께 사전 의식(?)동작을 치르는 동안, 나는 이 팀이 얼마나 큰 오해를 받고 있는지를 생각했다. 이것은 결코 카와이 레너드와 관련 된 부분이 아니다. 현재의 그는 이런 영역까지 간섭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하지 않다.
내가 말하고 있는 오해란, 외부의 사람들 대부분이 스퍼스가 나와 알드리지의 팀이 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부끄러운 말이지만, 내부적으로도 그렇게 여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런 척 연기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왜냐하면 상징적인 구심점은 9개월이 넘는 여정에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허나 정작 한 꺼풀을 벗고 진실 과 마주하게 되면, 감춰져 있던 이들의 역
할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어떻게 우리가 18승 3패라는 성적을 거 두고 있겠는가? 그리고 여전히 부족한 내 수비력이 어떻게 이토록 잘 감춰진 채로 드러나지 않고 있겠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도 많지만,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여 기에서 나와 춤을 추는 내 친구에게 있었다.
우리 모두는 일단 스마트가 그만의 방식으로 불이 붙기 시작하면, 어떠한 방법으로 든 기어코 모멘텀을 이끌어 온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제 아무리 잘 숨어 있어도, 스마트가 내 미는 손길을 피할 수 없다.
“이제 Show Time 이야, Buddy.”
“그렇지. 이제부터 우리가 늘 해왔던 것을 하면 돼.”
“내가 빼앗고, 네가 연결해.”
“그리고 네가 패스하고, 내가 슛을 던지지.”
“That’s what I’m Talking About, Brother. Let’s Go!!”
진행석 앞에서 한껏 전의를 끌어 올렸던 스마트와 나는 악수와 가벼운 포옹을 나누 며, 코트로 들어섰다. 물론 그 전에 머레이 와도 함께 의식을 나누는 걸 잊지 않는다.
“Let’s go, let’s go. 저 녀석들을 박살내는 거야!”
만약 이곳이 홈이었다면, 지금쯤 우리를 향한 뜨거운 함성을 보내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사실은 원정이었다 고 하더라도 지금쯤이라면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어야만 하는 게 또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페덱스포럼의 분위기는 시 끄러운 음악을 뛰어넘는 목소리는 들려오 지 않는다. 여전히 열성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곤 있지만, 군데군 데 비어있는 관중석에서 잘 드러나듯 멤피 스의 농구 열기는 굉장히 많이 식어버린 상 황이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도, 얼마 전에 불거졌던 마크 가솔 VS 피즈데일 감독의 승자가 정해졌다. 멤피스는 마크 가솔을 달래기 위 해, 피즈데일 감독을 해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는 J.B 비커스태프가 임시로 감독직을 수행 중이다.
[ ” 따지고 보면, 멤피스가 이렇게 된 건 너 때문이야. ” ]
아직까지도 올리버는 2016년 여름의 일 들을 내게 말하고 있었다. 드래프트란 프랜 차이즈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별 것 아니기 도 하지만, FA와 맞물려 돌아가게 되면 팀의 미래에 커다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 다고 했었다.
2016년 멤피스가 전체 17번째로 지명했던 웨이드 볼드윈 4세는 불과 한 시즌 만에 팀에서 방출이 되었고, 그 해 FA 시장에서 영입한 챈들러 파슨스는 NBA 역사에 남을
최악의 먹튀로 평가받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번 피즈데일의 해고는 일 종의 꼬리자르기라고 봐야만 했다. 리셋 버 튼을 누르고 일찌감치 탱킹 레이스에 돌입한 멤피스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감독이 아닌, 프런트의 몫이었으니까 말이다.
만약 프런트에서 높은 드래프트 픽을 손에 쥐길 원한다면, 현대 농구의 트렌드상 감독은 고의적으로 승리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행운을 빌어요, 마크.”
“그래. 너도 마찬가지야.”
팁-오프를 준비 중인 마크 가솔은 지금의 내 말을 단순한 경기 전의 파이팅 정도
로 받아들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오늘 경기가 아닌, 멤피스에서의 그의 미래를 위해 행운을 빈다는 말을 전했던 거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피즈데일의 해 고로 인해, 우리가 파우로 마크를 영입하는 일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프런트는 만기계약자가 가지는 장점을 십분 활용해, 샐러리를 비우고자 하는 팀과 협상 테이블을 차리려고 한다.
일단은 카와이 트레이드가 먼저가 될 것이며, 파우의 트레이드가 뒤를 따를 것 같다. 그리고 이 트레이드가 모두 일어났을 때, 스퍼스는 정말로 많이 바뀌게 될 것이다.
[ ” 누군가가 들어오려면, 누군가는 나가야지. ” ]
단 15명만이 로스터에 살아남을 수 있는 NBA의 잔인함은 곧, 많은 이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끌 것이 틀림없었다.
“내가 잡았어-!”
그래서 난 더욱, 현재 팀 분위기가 더욱 치열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
ㅁ 4쿼터 0 : 00
SPURS 91 : 66 GRIZZUES
On Court
San Antonio Spurs
PG : No. 05 디존테 머레이(6-5)
SG/PG : No. 11 브린 포브스(6-3)
SG/SF : No. 33 재비어 크로포드(6-6)
PF / SF : No. 42 데이비스 베르탕스 (6-10)
PF / C : No. 52 조던 벨(6-9)
VS
Memphis Grizzlies
PG : No. 06 마리오 찰머스(6-2)
SG/SF : No. 05 앤드류 해리슨(6-6)
SF : No. 25 챈들러 파슨스(6-10)
PF : No. 01 자렐 마틴 (6-10)
PF / C : No. 21 디욘타 데이비스(6-11)
.
.
26분. 3쿼터까지 내가 뛴 시간이다. 1쿼터부터 31 : 17로 앞서나간 우리는 경기 내내 멤피스와의 거리를 벌려가며 3쿼터 종료가 되었을 때에는 25점차 리드를 잡게 되었다. 망설임 없이 가비지 멤버를 투입하 기로 결정한 폽은 사실상 오늘 경기의 끝을 알렸다.
과거 NBA를 압도했던 강팀들.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 1기라든가, Big-3가 함께했던 보스턴 셀틱스. 그리고 최근 3년 동안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대부분의 정규시즌 경기를 가비지타임으로 이끌었다.
주전들의 출전시간이 30분 전후로 보장 되면서 체력이 보존되고, 벤치 멤버들은 10 분 안팎의 출전시간을 보장받으며 경기력을 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런 선순환은 매우 많은 부분에서 장점을 지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강팀이 계속 강팀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다소 불합리한 구조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철썩-!
“YEEAAH!! 바로 그거지!!”
4쿼터 시작과 동시에 코너 3점을 쏘아올린 브린 포브스의 슈팅에 자리에 앉았던 우리는 곧장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셀레브레 이션을 해댔다. 현재 나를 비롯한 주전으로 투입되었던 동료들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남은 12분을 관전하는 중이다.
반면, 정반대편의 멤피스 벤치는 잔뜩 가라앉아 있는 상태다. 1쿼터 첫 3분 정도는 열심히 본인들의 플랜대로 경기를 이끌려 고 노력했지만, 그 이후부터 급격히 무너져 버렸다.
“바로 앞이야!”
“그렇지!!”
농구 역사상 가장 비싼 가비지 플레이어 일 챈들러 파슨스는 확실히 기량이 많이 내려앉아 있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그는 코너에서 맞이한 오픈 기회를 놓치고, 뒤늦게
돌파를 시도하려다 재비어의 디플렉션을 받았다.
다행히도 공격권은 유지했지만, 과거 파 슨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지금은 무리 없이 오픈 슈팅을 올라가야만 했다. 이런 건 자신감보다는 보통, 감각의 문제다.
슈터들은 보통 수비수와의 거리를 재거 나 얼마만큼의 거리가 떨어져야 무리 없이 슈팅을 던질 수 있을지를 전부 계산하고 있다. 그러다 일단 리듬을 타기 시작하면, 풀-업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거리와 상관없는 슈팅을 던지곤 한다.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간 관중이 많은 페 덱스포럼은 NBA의 정규시즌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빈자리가 너무 쉽게 눈에 들어왔다.
{” 넌 개똥같은 녀석이야 챈들러 파슨 스!!! ” }
{ ” 와하하하하- ” }
{ ” 차라리 내게 네 연봉을 달라고!! 내가 너보다는 더 잘 뛸 것 같으니까. ” }
이런, 이런. 아무래도 오늘의 경기내용에 격분한 관중이 화풀이 대상을 찾은 것 같다. 하지만 저렇게 불만을 토해내면, 곧장 경기장 바깥으로 내쫓기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경비원 두 사람이 소리를 질러댄 관중을 바깥으로 몰아낸다.
“Damn, 이런 곳에서는 정말로 뛰고 싶지 않을 거야.”
“그러게. 누가 아니래?”
NBA의 관중들은 결코 인내심이 부족하 지 않다. 미국의 다른 프로스포츠를 생각해 보면, NBA의 팬들만큼이나 충성심이 높고 인내심이 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이들은 탱킹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한편, 젊은 재능들의 성장을 보는 맛으로 1년을 보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탱킹 레이스에 돌입 한 NBA의 팀들은 시즌권이나 입장 티켓의 가격을 대폭으로 낮춰 최대한 많은 관중들을 유치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결국엔 이런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낸 팬들이 다시 적정가를 찾은 티켓을 다시 또 구매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책정한 멤피 스 그리즐리스의 티켓 가격은 플레이-오프 컨텐더팀의 평균적인 티켓가격을 아주 약 간 상회하는 정도였다.
누구라도 비싼 돈을 지불하고, 형편없는 경기력을 관전하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챈들러 파슨스처럼, 눈치 없이 SNS를 해 홈 팬들의 미움을 사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봐, 왔다. 왔어.”
“난 준비됐어. 준비하고 있었어. 준비 했다고.”
쾅-!
“히이이이익-?!?!”
“…”
앤드류 해리슨의 불안정한 드리블을 가로채는 것에 성공한 머레이가 농구공을 앞으로 보낸 순간, 벤치는 또 한 번의 셀레브레이션을 할 준비를 마쳤다. 스크리너 디펜 더였던 조던 벨이 앞으로 빠르게 달려 나가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조던 벨의 덩크가 이뤄지자, 우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악했다는 반응 만을 보여주게 되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오버액션이 섞인 행동이지만, 놀란 것은 사 실이다.
빈 코트를 향배 찔러 넣은 머레이의 패스를 손에 쥔 조던 벨은 평범한 덩크가 아니 라, 백보드에 농구공을 맞춘 뒤에 그대로 원-맨 앨리웁을 꽂아 넣었다. 난 터져 나오는 목소리를 막고자 입을 가로막았고, 스마트는 몸을 잔뜩 움츠렸다.
황급히 폽의 곁으로 달려간 마누가 뭐라 고 말을 하자, 고개를 끄덕인 폽이 벤치를 향해 손짓해 윌리 리드를 진행석으로 보냈다.
“DAMN!! 진짜 끝내주긴 하네.”
“아무것도 없는 덩크였어. 중력도, 상식도, 존경심도.”
그러니까 바로 이런 의미다. 만약 이곳이 AT&T 센터였고 경기가 10점차 이내의 리 드였다면, 지금 조던 벨의 덩크는 기세를 끌어올리고 모멘텀을 가져오는 완벽한 촉 매제가 되었을 거다. 하지만 보라. 지금 스
코어는 31점 차이고, 여긴 페덱스포럼이다.
룰-북에는 적혀있지 않은 불문율은 흔히 스포츠맨십으로 대체가 가능한데, 바로 아 까의 덩크가 그런 것을 위배하는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던 벨이 잘못한 건 결코 아니다.
폽이 조던 벨을 벤치로 불러들이려는 것은 그저, 자칫 과격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벗어나고 뜻밖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앤드류 해리슨이 거 친 동작으로 브린 포브스를 밀쳐냈다.
평소라면 신경전이 발발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재빨리 끼어든 주심이 무안하리 만치 브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파울을 받아 들였다.
“폽이 뭐라고 했어?”
“너무 오버했다고요.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는데요?”
“그렇군. 그래도, JB.”
“??”
“지금 건 아마 이 달의 덩크에 오르게 될 거야.”
“하하하.”
경기를 조금 더 뛰지 못한 조던 벨은 아 쉬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프로 답게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 같기도 했다. 덩크를 한 직후 멤피스 벤치의 표정을 보면서 자신이 실수했음을 직감적으로 받아들였던 거다.
그로기 상태에 접어든 상대에게 K.0 펀 치를 날리는 것이 예의가 아닌 것처럼, 이런 일방적인 상황에서는 특히나 지고 있는 쪽 이 홈 팀이라면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 패배 로 얻게 될 굴욕감을 더해주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도 우린, 방금 전의 덩 크를 떠올리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이런, 아직도 엉덩이가 들썩거리네.’
마치 앞으로 남은 셀레브레이션을 모두 한꺼번에 쏟아내기라도 한 것처럼, 남은 시간동안 우리는 내내 조용히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삐이이이이-
경기의 종료를 알리는 버저 뒤에는 곧장 라커룸으로 향했고 말이다.
하지만 난 만날 사람이 있어, 코트사이드 좌석으로 걸어갔다.
“새 해에 한 번 샌안토니오로 놀러갈게. 알겠지?”
“물론이죠, 소니. 스테이시가 정말로 좋아할 거예요.”
빠르게 퇴장한 멤피스의 선수들은 관중 들의 사인요청에도 응할 기분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고갤 들어 올려 전광판을 쳐다봤고, 예상 이상으로 차이가 벌어진 그들과 우리의 점수 사이에는 전력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아마도 피즈데일이 팀을 떠나면서 함께 들고나간 무언가가 아닐까라 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나갔으니, 그렇다면 분명 누군가가 그 자리에 들어왔을 거다.
과연 그것이 비커스태프일까? 아니면 마크 가솔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었을까? 여 기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도 쉬웠고, 난 손 쉽기 때문에 결정한 아쉬운 판단 하나가 멤 피스라는 프랜차이즈에 가져올 영향력을 우려하게 되었다.
물론, 그 우려는 손톱만큼의 감정밖엔 되지 않는다.
‘휴우우- 이젠 당분간 쉬운 길은 끝났어.’
12월 한 달 동안 만나게 될 힘겨운 상대를 생각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그 외의 것들은 모두, 불필요한 낭비에 불과할 뿐이었다.
++++
□ 경기결과
SPURS 120 : 86 GRIZZUES
Min-Hyuk Kim / 26분 47초 출전
: 20PTS / 4AST / 3REB / 1STL / 1PF
: 8/13 FG, 4/6 3P
: +/-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