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059
1059화 대단하구나
소도가 여러 차례 부인하긴 했지만, 엽현은 여전히 소도를 천도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도는 다방면에 모르는 것이 없는 신비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 여인이 천도가 아니면 과연 누가 천도란 말인가!
“내 생각에 그대는 천도가 맞는 것 같소. 그러니까 이름도 소도라고 한 것 아니오?”
“세상에 소도란 이름을 가진 자는 죄다 천도란 말이냐?”
“이뿐만이 아니오. 그대의 전당포도 ‘천도 전당포’이지 않소? 나는 처음부터 뭔가 이상한 것 같았소.”
“맘대로 생각하려무나. 어차피 아니라 해도 믿지 않을 표정이니.”
“…….”
“소도 낭자는 천도가 아니야.”
엽현이 아목을 돌아보자, 아목이 소도를 힐끔 쳐다보며 설명했다.
“나 역시 소도 낭자의 진짜 신분은 알지 못하지만, 그녀가 천도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아목의 말에도 소도를 바라보는 엽현의 시선엔 여전히 의심이 가득했다. 그러자 소도가 흰자를 드러내며 엽현을 노려보았다.
“뭘 봐? 불만 있으면 한 판 붙던가?”
“…….”
엽현은 곧바로 눈을 내리깔았다.
분위기로 봐서는 정말로 한 대 칠 기세였던 것이다.
비록 육신이 불멸금신에 이르긴 했지만, 엽현은 소도의 일격을 막아 낼 자신은 전혀 없었다.
까불 땐 까불더라도 상황은 봐가면서 해야 하는 법!
엽현이 침묵하자 흥미를 잃은 소도가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피곤하니까 불주신산이든 허무계든 빨리 가버려. 나갈 때 문 닫는 거 잊지 말고.”
이때 아목이 엽현을 향해 한쪽 눈을 깜빡였다.
아목의 신호를 이해한 엽현이 웃는 탈을 쓰고 소도 앞으로 다가갔다.
“헤헤, 소도 낭자. 우리 좀 배웅해주면 안 되겠소?”
“내가 왜?”
퉁명스레 대답하는 소도.
하지만 엽현은 이에 굴하지 않고 미소로 대답했다.
“에이, 우리끼리 나가면 죽는 거 알지 않소?”
“싫다!”
소도의 딱딱한 태도에 엽현은 작전을 바꿨다.
“다음에 그 하얀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되면 내가 잘 이야기해서 자기를 왕창 얻어다 주겠소. 어떻소? 좀 구미가 당기시나?”
“…….”
“거짓말 아니오. 진짜로 많이 얻어다 준다니까?”
엽현의 말에 흔들리는 듯한 소도.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엽현의 예상과는 다른 것이었다.
“외발 여인을 찾아가거라.”
그녀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신비한 힘이 엽현과 아목을 감싸더니 두 사람을 전당포 밖으로 튕겨 내 버렸다.
엽현이 황당한 얼굴로 다시 전당포로 들어가려 하자 아목이 그를 만류했다.
“그 외발 여인을 찾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흠… 알겠소.”
고개를 끄덕인 엽현은 주변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곧 그의 시야에 외발 여인이 포착된 순간, 두 사람은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무변지하성 외곽의 어느 냇가.
이곳에 도착한 두 사람은 어렵지 않게 빨래를 하고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이때 엽현이 쏜살같이 여인 곁으로 다가가 그녀 손에 있던 빨랫감을 뺏어 들었다.
“아이구, 귀하신 분이 손에 물을 묻혀서야 되겠소? 이건 내가 할 테니 쉬고 계시구려.”
“…….”
가만히 엽현을 바라보고 있던 여인이 아목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지?”
엽현과는 말도 섞기 싫다는 여인의 의지.
이에 아목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실 부탁이 있어 왔소.”
“부탁?”
“헤헤, 우리를 좀 저쪽까지만 안전하게…”
“넌 닥쳐!”
“…….”
엽현을 잠재운 여인이 다시 아목을 바라보았다.
“우리를 어느 곳까지 안전하게 호위해줄 수 있겠소?”
“…소도가 보낸 건가?”
“바로 맞췄소.”
“…….”
여인이 뭔가 생각하기 시작하자 아목은 그녀를 내버려 두었다.
이때 입이 근질거린 엽현이 참지 못하고 또 입을 열려다가 아목의 눈빛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에 엽현은 울컥하고 말았다.
소도도 그렇고 외발 여인도 그렇고 왜 자신을 이렇게 홀대한단 말인가?
궁금한 게 많은 것도 죄가 된단 말인가?
여전히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엽현이었다.
이때 여인의 입에서 의외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부탁을 들어주지.”
“만세!”
여인이 승낙하자 엽현이 들고 있던 방망이를 내던지며 손을 번쩍 들었다.
이때, 여인이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가기 전에 이 빨래들부터 끝내거라!”
“…….”
엽현은 반 시진이 걸려서야 여인의 빨래를 모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여인은 곧 엽현과 아목을 데리고 넓은 성공으로 이동했다. 그녀가 소매를 펄럭이자, 거대한 성함(星艦)이 세 사람 앞에 나타났다.
이에 엽현이 조심스레 물었다.
“어찌 전송진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오?”
“바보 같은 녀석. 천도가 봉인해 놓은 곳에 전송진 따위가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아하!”
이때 엽현이 거대한 배를 가리키며 다시 질문했다.
“근데 이거 안전한 것이오? 좀 낡아 보이는데?”
“맘에 안 들면 혼자 따로 오던지.”
“…….”
여인은 엽현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아목과 함께 성함 위에 올라탔다. 이에 빼놓고 갈세라 엽현 역시 황급히 몸을 날렸다.
그가 막 배 위에 착지한 순간, 성함이 굉음을 내며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야말로 빛과 같이 빠른 속도였다.
처음에 제대로 가긴 할까 걱정했던 엽현은 자신의 생각이 기우란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성함의 속도는 검을 타고 가는 것보다도 훨씬 빨랐던 것이다!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성함 위에서도 정면을 보며 꼿꼿한 자세로 서 있는 외발 여인.
“대제사장,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가려 하는 이유가 뭐지?”
“왜냐하면, 이것이 우리에겐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오.”
외발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때 아목 곁으로 다가온 엽현.
“그나저나 그 불주신산은 정확히 어떤 곳이오?”
“아까 말하지 않았더냐? 천도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최후의 유적지이자 천도에 의해 봉인 당한 곳이라고.”
“근데, 그런 곳에 갔다가 괜히 큰일 나는 건 아니오?”
“후후 예상과 달리 아무 일 없을 수도 있다. 천도는 이미 네게 호감을 드러내지 않았느냐?”
잠시 뭔가 생각하던 엽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오? 굳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가는 목적이?”
“네 말이 맞다. 따로 목적이 있지.”
아목이 순순히 시인하자 엽현은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왜 더 묻지 않지?”
“어차피 나를 해치진 않을 것 아니오. 그렇지 않소?”
“…….”
“우리는 어차피 한배를 탄 몸. 그렇다면 그대의 목적은 나의 목적이기도 하오.”
이 말에 아목의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갔다.
“네 말이 맞다. 우리는 지금 운명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둘 사이에 좋은 분위기가 형성된 이때였다.
“마치 악당들이 작당 모의를 하는 것 같군. 대제사장도 저놈과 다니다간 음흉해질 수 있으니 웬만하면 멀리하도록.”
“…….”
“…….”
바로 이때, 아목이 고개를 돌려 어두운 성공을 쳐다보았다.
잠시 후, 아무 것도 없던 성공 중에 거대한 천룡의 형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본 순간 아목이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팔부천룡!”
엽현은 고개를 들어 팔부천룡을 바라보았다. 팔부천룡의 허영은 너무나 거대해서 눈에 보이는 성공 전역을 뒤덮을 정도였였다. 주변으로 무형의 위엄을 쏟아내고 있었다.
천룡위압(天龍威壓)!
천룡족에서 유일하게 남은 팔부천룡, 그의 시선이 엽현 일행에게로 천천히 움직였다.
“대제사장, 어디로 가는 건가?”
“음, 놀러?”
아목이 장난스레 대답하자 팔부천룡이 크게 웃어 젖혔다.
“놀러 간다니, 대제사장이란 것이 그리 한가한 자리인지 몰랐군.”
말이 끝난 순간, 천룡이 돌연 아래쪽을 향해 포효했다.
쾅-!
한 줄기 용엄이 성공 전체를 뒤흔들며 엽현 등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를 본 엽현의 안색이 금세 어두워졌다.
상대의 실력이 생각한 것보다 더욱 강했던 것이다.
이때 아목이 외발 여인을 바라보자, 외발 여인은 떠넘기듯 엽현을 바라보았다.
“제길, 내가 한다! 내가 해!”
자리를 박차고 날아오른 엽현, 그의 신형이 한 줄기 검광이 되어 허공을 가로질렀다.
“참!”
어두운 성공에 눈부신 검광이 번뜩이자 천지를 뒤흔들 것 같던 용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에 팔부천룡이 다소 의외라는 시선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엽현 역시 지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그의 눈빛을 받아냈다. 두려움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
잠시 긴장감이 흐르는 순간, 거대한 천룡이 사라지더니, 그 자리에 우람한 체구의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팔부천룡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었다.
“천룡 고기가 그리도 맛있더냐?”
“맛이 참 좋더군!”
엽현이 입술을 핥으며 대답하자 팔부천룡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에 네 팔과 다리는 내 입속에 들어가 있을 거다. 산채로 잡아먹히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 주지.”
“후후… 과연 네까짓 게?”
엽현이 비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사라졌다.
순간 팔부천룡이 정면으로 주먹을 뻗었다.
쾅-!
이 일권이 방출 된 순간 성역 전체가 또다시 진동했다.
이때 때마침 도착한 엽현의 검.
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엽현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팔부천룡 역시 십여 장 뒤로 뒷걸음질 쳤다. 이때 검에 베인 천룡의 주먹은 길게 찢겨져 흥건히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를 본 순간 팔부천룡의 표정에 큰 변화가 일었다. 자신의 육신이 얼마나 단단한지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전체 천족 중 그의 육신은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갔다. 심지어 신마시대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여전히 일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강력한 육체가 놀랍게도 상처를 입은 것이다!
이때 팔부천룡이 엽현 손에 들린 천주검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왜 천룡들이 죽어 나가나 했더니, 원인은 네 놈의 그 신검이었구나!”
말을 하는 동시에 팔부천룡이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찰나의 순간.
주변의 우주 공간에서 갑자기 신비한 기운이 출현하더니, 마치 파도처럼 팔부천룡에게로 몰려들었다. 이내 팔부천룡의 뒤편에 용의 주먹을 닮은 권인 하나가 나타났다.
순간 엽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건 또 무슨 비술이란 말인가?
이때 뒤편에서 아목의 음성이 들려왔다.
“조심해! 저건 천룡족의 절학(絕學) 중 하나인 천룡권(天龍拳)이다!”
이 말에 엽현은 경계심을 끌어 올리는 동시에 천주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검 안에 강대한 검의와 힘이 집중된 순간, 엽현의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한 줄기 한기가 팔부천룡 정면으로 날아든 순간, 팔부천룡 역시 맹렬히 주먹을 휘둘렀다.
콰쾅-!
성공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강대한 기운!
순간 팔부천룡을 향해 날아오던 검광이 사라지고 그림자 하나가 빠르게 튕겨 나갔다. 바로 엽현이었다!
무려 수백 장을 날아가고서야 멈춰 선 엽현.
어렵사리 자세를 바로잡는 엽현을 보며 팔부천룡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방금 경합에서는 자신이 이기긴 했지만, 엽현 역시 실질적인 타격은 전혀 입지 않았던 것이다.
순간 엽현에게서 뭔가를 발견한 팔부천룡.
“너 역시 불멸금신이로구나!”
말없이 씩 웃으며 가슴을 툭툭 털어내는 엽현.
순간 그의 신형이 사라지고 팔부천룡을 향해 또 다시 검이 날아들었다.
이에 무심한 표정으로 팔을 들어 방어하는 팔부천룡.
쾅-!
검이 상대의 팔을 때리자 팔부천룡이 그대로 수십 장 뒤로 밀려났다. 이때 그의 팔에는 깊은 검흔이 생겨나 있었으나, 이는 눈 깜빡할 사이 원래대로 아물었다.
이를 보자 엽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팔부천룡은 최강의 치유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네게 상처 입히지 못하는 것처럼, 너 역시 그를 죽일 수 없어!”
아목의 말에 엽현이 묵묵히 팔부천룡을 응시했다.
방금 전 두 차례 교전에서 본 것처럼, 확실히 둘은 서로를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분명했다.
이는 둘 모두 불멸금신이기 때문이었다.
팔부천룡 역시 자신의 힘으로는 엽현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다소 당황한 상태였다.
만약 서로 목숨을 걸고 달려든다면 승부를 보기까지 족히 열흘 밤낮은 필요하리라!
“빨리 타! 무시하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