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138
1138화 검종을 이끌어라
쾅-!
찰나의 순간, 엽현의 육신에서 강렬한 기운이 회오리치듯 쏟아져 나왔다. 비록 엽현은 매우 떨고 있었지만, 그의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생기지 않았다.
무적검체(無敵劍體)!
바로 이때,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음령족 강자들이 마치 사나운 맹수처럼 일제히 울부짖기 시작했다.
이때, 이들 중 하나가 엽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놈! 저 놈의 몸에서 그 남자의 냄새가 난다! 으아아아악-!”
성난 야수처럼 울부짖는 음령들.
엽현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마치 부모를 죽인 원수를 만난 듯 붉게 빛나고 있었다.
엽현은 다소 당황스러웠다.
그는 음령들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뭘 잘못했기에 불구지천의 원수를 만난 것처럼 행동한단 말인가!
바로 이때, 삼베 장포의 여인이 가볍게 신호를 보내자 길길이 날뛰던 음령들이 순식간에 얌전해졌다.
하지만 엽현을 향한 그들의 눈빛은 여전히 붉게 빛나고 있었다.
이때, 삼베 장포의 여인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엽현을 위아래로 훑기 시작했다.
“검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다더니… 그게 정말 사실이었구나. 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 나도 좀 알려다오!”
“하하, 그건 영업비밀이라 곤란한데.”
“…….”
“그나저나 눈빛들을 보니 날 꽤나 죽이고 싶은 모양이군?”
엽현이 사방의 음령들을 둘러보며 묻자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라도 널 던져 주면 산채로 찢어버릴걸?”
“음… 그렇군. 하지만 정말로 나 하나 죽이겠다고 이렇게 우르르 몰려나온 건가?”
엽현의 물음에 여인이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대충 맞췄다.”
“…….”
다소 표정이 굳은 엽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로 돌대가리들만 모였구나. 너희 선조들을 죽인 것은 검종 조사인데, 왜 날 찾아와서 이러느냐? 그자는 강해서 무섭고, 만만한 내게 화풀이나 하자는 건가?”
“맞아, 화풀이.”
여인이 웃으며 말하자 엽현은 순간 욕지거리를 뱉을 뻔했다.
엽현이 부들거리는 모습을 본 여인은 깔깔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나저나 어떻게 널 찾아갈까 고민 중이었는데, 이렇게 제 발로 나타나 주니 고맙구나.”
말을 마친 여인은 새로운 검을 꺼내 들고서 공격 자세를 취했다.
바로 이때, 엽현 뒤편에 있던 검수 여인이 돌연 맨손을 칼날처럼 만들어 허공에 일자로 그었다.
쉬익-!
공간이 길게 갈라지며 틈을 만든 순간, 검수 여인이 엽현의 목덜미를 잡은 채 그대로 틈 사이로 몸을 날렸다.
이를 본 삼베 장포의 여인이 재빨리 검을 휘둘렀다.
쾅-!
굉음과 함께 공간이 와르르 무너졌지만, 이미 엽현과 검수 여인은 사라진 후였다.
“공간도칙…….”
삼베 장포의 여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린 이때, 그녀의 곁에 관음이 다가와 섰다.
“아가씨, 이대로 검종을 치시겠습니까?”
“후후, 아니다. 검종의 검진을 뚫으려면 우리 쪽 손실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여인은 고개를 돌려 한쪽 성공을 바라보았다.
“검종을 건너뛰고 곧장 오유계로 간다. 그리하면 놈들은 알아서 기어 나오겠지.”
말을 마친 여인은 오유계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러자 그녀의 뒤로 무수히 많은 음령족 강자들이 일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성역을 새카맣게 뒤덮은 음령들의 위용은 흡사 종말의 날을 보는 듯했다.
수만 년 전, 검종에 의해 사라졌던 음령족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 *
오유계.
한 손에 구운 생선을 꽂은 꼬챙이를 들고서 성공을 여유롭게 가로지르는 여인이 있었다.
다름 아닌 오유계의 천도다.
이때 천도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순간, 무언가를 발견한 그녀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한참이 지난 후, 천도가 다시 물고기를 뜯으며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채 몇 걸음 떼지 않았을 때, 한쪽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저들이 도착하면 오유계는 멸망할 것이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려는 건가?”
천도가 다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익숙한 얼굴의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소도.
천도는 웃으며 소도를 향해 돌아섰다.
“저 음령족의 천재 족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지?”
천도의 질문에 소도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글쎄, 보통 존재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겠지.”
이에 천도가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녀에게 조금만 더 참을성이 있었더라면, 이쪽 우주는 틀림없이 음령족의 손에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녀는 내가 생각한 정도의 인물은 아닌 것 같군.”
“무슨 말이지? 그녀가 너무 일찍 출수했다는 건가?”
소도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묻자 천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이번에는 소도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우주에는 그들을 막을만한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틀렸다.”
“틀려?”
소도가 되묻자, 천도가 손가락을 들어 아래쪽을 가리켰다.
“이 우주에는 아직 수많은 강자들이 남아있다.”
“대체 누가 있다는 거지?”
“훗, 사유계의 유명전, 생명금구. 오유계에는 그 봉분 안에 있는 여인… 아참, 어딘가 있을 선각자의 도칙들도 빼놓을 수 없군. 그 소복의 여인 때문에 주목받지 못한 것뿐이지, 이쪽 세상에도 음령족만큼 강한 자들은 얼마든지 있다.”
“네가 지금 나열한 자들은 모두 엽현과 관련 있는 존재들이 아닌가?”
“하하, 용케 알아차렸구나!”
“갑자기 무서워지려고 하는군.”
소도는 무거운 표정으로 천도를 바라보았다.
이때의 그녀는 지금 눈앞에 있는 여인이야말로 음령족보다 더 무서운 존재란 걸 깨달았다.
잠시 후, 소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 녀석을 이용할 속셈인가?”
“물론이지!”
“그걸 그렇게 쉽게 자백해 버려도 괜찮은 거냐?”
“하하하! 그게 다 편견인 거다. 상대가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 이게 바로 나 같은 천재들의 수법이지!”
“…….”
“사실 제대로 따지자면 내가 그를 이용한다고는 볼 수 없다. 단순히 대세에 편승한 것일 뿐. 음령족의 족장은 타고난 천재에다가 나이에 비해 그 수완도 대단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복수심 때문에 자신과 부족 전체를 망치게 할 운명이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음령족도 결코 만만치 않다.”
소도가 반박하자 천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령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도 무적은 아니란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저 강력한 힘을 가진 음령족이 소복의 여인이 떠날 때까지 숨소리도 내지 않은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
소도가 말이 없자, 천도는 고개를 돌려 한쪽 허공을 응시했다.
“소도, 앞으로 있을 상황에선 웬만하면 그를 위해 출수하지 않기를 바란다. 필경 이 일은 검종과 음령족 사이의 은원이니까. 게다가 지금의 너와 아라는 음령족을 막아내기엔 다소 부족하지 않으냐.”
“…….”
“그 녀석도 성장할 기회를 줘야지.”
이 말을 끝으로 천도는 천천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홀로 남은 소도는 한참 동안 고민에 빠진 채 자리를 지켰다.
* * *
검종.
검종으로 돌아온 엽현과 검수 여인.
검수 여인은 곧장 엽현을 데리고 어느 전각 안으로 들어섰다.
대전 안에 마주 보고 앉은 두 사람.
“저… 육 사제?”
“육이(陸姨)라 부르거라.”
육이!
이름을 들은 엽현의 표정이 어떤지 다소 이상하다.
이때 육이가 엽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범검 제 이중에 들었느냐?”
“그렇습니다.”
“음… 훌륭하구나.”
대화가 이어지던 이때, 문이 열리고 육운선이 대전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시선은 처음에는 엽현에게, 다시 육이에게로 향했다.
“육 사제, 부상은 괜찮소!?”
“팔 한쪽 가지고 호들갑 떨 건 없다.”
육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음령족은 이미 제 집을 떠났느냐?”
“그렇소. 이미 음령계를 벗어난 상태요.”
“그런데 왜 이리 조용하지? 지금쯤이면 이곳에 도착했어야 하지 않나?”
이에 육운선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들은 검종을 지나쳐… 오유계로 향했소.”
순간, 엽현의 안색이 사색으로 변했다.
오유계에 음령족을 막을만한 자가 있던가?
“당장 가봐야겠습니다!”
엽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순간, 육이가 고개를 저으며 그를 만류했다.
“네가 가면? 네 힘으로 음령족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그건….”
이때 육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육운선을 향해 말했다.
“지금 바로 검종의 모든 무인들을 집합시키거라.”
“알겠소, 사제.”
막 자리를 벗어나려던 육운선이 엽현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너무 충동적인 것은 때때로 독이 된다.”
이 말을 끝으로 육운선은 대전 밖으로 사라졌다.
다시 엽현과 육이 둘만 남게 된 상황.
육이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대전 입구로 향하더니,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청삼남을 지그시 응시했다.
“우리가 놈들을 너무 얕본 모양이구나.”
“음령족 족장을 말하는 것입니까?”
어느새 육이의 곁에 나란히 선 엽현.
그의 물음에 육이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이름은 소음(關陰), 음령족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 여겨지는 인물이지. 처음에 나는 그녀가 단순히 경지만 높은 줄 알았다. 하지만 검수… 거기에 검도조예마저 그렇게 깊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육이는 엽현을 향해 돌아서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파악된 그들의 목표는 총 두 가지다. 하나는 널 죽이는 것, 다른 하나는 오유계의 지배자가 되는 것이다.”
“나를 노리는 이유가 정확히 무엇입니까? 내가 검종 종주의 전인이기 때문에?”
육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것 때문이다.”
엽현은 말없이 청삼남의 동상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어쩐지 첫 만남부터 이상하더라니, 이런 결과가.
바로 이 순간, 하늘이 환하게 밝아오더니, 전각 앞으로 거의 백 개의 이르는 검광이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빛이 흩어지고 모습을 보인 것은 백십구 명에 달하는 검수들이었다.
비록 숫자는 적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풍기는 기운은 그야말로 공포스러울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중 가장 실력이 약한 것이 무려 범검 제 일중에 주재경 강자였던 것이다.
게다가 파허경 강자 역시 서른이 넘었다.
이 정도 진용이라면 가히 우주 하나를 평정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게다가 모두 검수라는 것을 고려하면, 단체전에서의 이들의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 정도 무시무시한 전력에도 음령족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는 결코 장담할 수 없었다.
아니 실제로는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만큼 음령족 강자들의 수와 질이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이때 대전 밖으로 나선 육이가 도열해 있는 검수들 앞으로 다가섰다.
“시간이 없으니 짧게 말하겠다. 음령족이 음령계를 벗어나 오유계로 향했다. 이는 필시 우리를 검진 밖으로 끌어내려는 술수. 기왕 그들이 우리에게 싸움을 걸어 왔으니 이제부터 검종의 모든 제자들은…”
잠시 말을 끊은 육이가 고개를 돌려 엽현을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검종의 모든 제자들은 여기 소종주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소종주!?
순간 엽현의 눈이 크게 튀어나왔다.
뜬금없이 자신에게 검종을 맡긴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란 말인가!
한편, 백여 명의 검수들은 일제히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들 중 대다수는 표정에 호감을 드러냈고, 일부는 호기심으로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이미 엽현의 내력에 대해 알고 있는 듯했다.
이때 육이가 당황해하고 있는 엽현에게 말했다.
“지금 나는 부상이 심한 관계로 싸움에 나설 수 없다. 지금부터는 네가 검종을 이끌도록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