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1493
1494화 겨우 이런 것들로 나와 놀아보겠다고?
만 년에 한 알씩 열리는 열매!
이 말을 듣자 성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게 사실인가?”
막념이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거짓말이 아냐! 하지만 네게는 특별히 한 알을 주도록 하지.”
막념은 사탕 한 알을 성사에게 건넸다.
잠시 망설이던 성사는 사탕을 받아 살포시 혀끝을 가져다 댔다.
순간, 온몸이 짜릿해졌다. 사탕의 단맛이 달콤한 향기가 함께 밀려드는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이봐… 만 년에 한 번 열린다는 신물에서 왜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거지?”
성사의 합리적인 의심에 막념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똑똑한 성사를 납득시킬만한 변명이 생각나지 않았다.
다행히, 사탕의 맛에 푹 빠져든 성사는 더 이상 깊게 물어보지 않았다.
“음… 달짝지근하고, 상큼하고…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맛이야.”
“맛있어?”
성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군! 하지만… 이런 귀한 물건을 그냥 받을 순 없지.”
성사가 손을 펼치자, 순백의 영과 하나가 떠올랐다.
영과가 등장한 순간, 정순한 기운이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건…….”
“우리 부족의 성과(聖果)다. 만 년에 하나씩 열리는 것으로 먹으면 벌모세수한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중요한 건… 아주 맛있다는 거다.”
“그걸 날 주겠다고?”
막념이 눈을 깜빡이며 묻자 성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환이라고 보는 게 맞겠지.”
이에 막념이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사실 사탕은 그렇게 귀한 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굳이…….”
“알고 있어. 이 시대 사람들이 흔히 먹는 간식 종류겠지. 안 그런가?”
“으, 응.”
“어쨌거나 나는 빚지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 우선 받아 둬.”
막념이 고개를 저었다.
“네가 너만의 원칙이 있듯, 나도 내 원칙이 있어. 나중에 사탕이 생기거든 그것으로 갚아.”
“음… 그것도 좋겠군.”
“하하, 그럼 다시 그 여자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
성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그녀의 의중을 알게 되었는데 이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지?”
성사가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얼마나 강한지를 모르니, 어찌해야 할지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성사가 고개를 들어 막념을 향해 물었다.
“너는 액체의 영향을 받고 있으니 대놓고 출수할 순 없는 상황이겠지?”
막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그렇다면 참 까다로운 상황이로군.”
“내가 잘못 짚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다음 한 수를 준비 중일 거다. 그게 무엇일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더욱 중요한 건, 그녀라면 우리가 이 계략을 간파했다는 사실조차 예상하고서 그에 대한 대책을 이미 마련해 놓았을지도 모른다는 점이지.”
성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후… 원래 그 여자와 대화를 나눠 볼 생각이었는데, 이제 보니 큰 의미가 없을 것 같군.”
“아니면… 우리와 손을 잡는 건 어때?”
“…….”
“왜 말이 없어? 혹시 액난지인 때문에 그러는 건가?”
성사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막념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네 부족 사람들을 살해하고 이용했지. 설마 이대로 넘어갈 생각인 건가?”
“맞는 말이긴 하지만,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없이 덤볐다간 더 많은 희생이 따를 뿐이다. 게다가… 그녀가 노리는 것은 결국 우리가 아닌 너희지 않나. 그러니 우리는 이 흙탕물 싸움에 굳이 끼어들 필요가 없는 거지.”
“음, 이해해.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그 여자가 이 정도로 너희를 놓아줄 리 없을 테니까.”
“충고는 고맙게 받지. 그럼 다음에 또 이야기하는 걸로.”
이 말을 끝으로 성사는 사탕을 입에 쏙 넣고는 자리를 떠났다.
막념은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과연 ‘그 여인’의 다음 수는 무엇일까?
* * *
이 시각.
엽현은 어검에 몸을 의지한 채,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자신도 알지 못했다. 그저 지도가 인도하는 방향대로 따르고 있을 뿐.
정 소저!
엽현은 이 여인의 정체가 몹시 궁금했다. 도대체 누구기에 술집 주인이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찾으라 한 걸까? 그녀라면 작은이모를 막을 수 있을까?
바로 이때, 엽현 정면의 공간이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에 엽현이 주변을 경계하며 검에 손을 가져갔다. 살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날아드는 것인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
바로 이때, 살기가 사라지더니, 한 여인이 어두운 공간을 찢고서 밖으로 걸어 나왔다.
다름 아닌 무변성지의 신비한 여인이었다.
여인이 먼저 말없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엽현을 향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어딜 그리 급히 가는 게냐? 도움 줄 사람이라도 찾고 있는 게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바람이나 쐬러 나온 것뿐입니다.”
“하하! 그거 아느냐? 네 헛소리도 자꾸 듣다 보면 정감이 가는 거.”
“…….”
“각설하고, 돌아가거라.”
“제가 도움을 구하는 것이 두렵습니까?”
여인이 고개를 저었다.
“별로 두렵진 않다. 하지만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건 참을 수가 없구나.”
“…….”
“왜 가만히 서 있느냐? 그냥 돌아가든지 아니면 맞고 가든지 선택하거라.”
“정말 한 판 붙어도 됩니까?”
“후후,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으로! 다만… 비무 형식으로… 살수는 쓰지 않는 걸로 하면 어떻습니까?”
“하하, 또 잔머리를 굴리는구나. 사실은 내 실력을 가늠해 보고 싶은 것 아니냐? 덤벼 보거라. 네 능력이 그 정도가 되는지 어디 보자꾸나!”
이 순간, 엽현이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사라졌다.
쉭-!
여인 정면의 공간이 갈라지면서 한 자루 검광이 그녀의 미간을 향해 불쑥 튀어 나왔다.
순살일검!
하지만 전력을 다한 이 공격은 손가락 두 개에 허무하게 막히고 말았다.
“후후, 빠르긴 검기이긴 하다만, 설령 청운이 직접 펼쳐 보인다 해도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여인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쾅-!
굉음과 함께 엽현이 검을 쥔 채로 백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다시 덤벼 보거라!”
엽현이 고개를 번쩍 든 순간, 그의 신형은 이미 여인의 앞에 도달해 있었다. 뒤이어 네 개의 역이 여인을 휘감음과 동시에, 엽현이 양손으로 검을 잡고 힘껏 내리쳤다.
마찬가지로, 전력을 담은 일검이었다.
물론, 혈맥지력이 빠진 상태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성역 하나 정도를 파괴하기엔 충분한 위력이었다.
하지만 그의 검은 이번에도 여인의 손가락에 막혀 전진하지 못했다.
검날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여인이 손가락으로 검면을 살며시 때렸다.
쾅-!
네 개의 역이 파괴되면서, 엽현이 재차 백 장 밖으로 밀려났다.
엽현은 손안의 검을 바라보며 침묵에 잠겼다.
완패!
여인의 실력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설령 신앙지력을 이용한다고 할지라도 어찌할 수 없어 보였다.
이때, 여인이 다소 의외라는 표정으로 엽현을 위아래로 살펴보았다.
“네 개의 역을 겹쳐서 사용하더니, 칭찬해 줄만 하군! 하지만 애석하게도 ‘역’의 정수를 아직은 깨우치지 못한 것 같구나.”
“역의 정수? 내 역이 그렇게 형편없다는 소립니까?”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이란 게 이렇게 약한 줄 알았단 말이냐?”
“그럼 더 강해질 수도 있습니까?”
“하하! 물론이다! 네 개의 역을 합치기는 했지만, 정수에 도달한 것은 한 개도 없다. 그러니 위력도 이렇게 거지 같을 수밖에!”
“어떻게 하면 진짜 위력을 끌어낼 수 있습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묻느냐?”
“…….”
“하하하! 네가 강해지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내게 돌아올 텐데, 내가 왜 가르쳐 준단 말이냐?”
“제가 강해지는 게 두렵습니까?”
“뭐?”
여인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네가 나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려면 최소 삼십 년은 더 필요할 게다. 어쩌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지. 그러니 네가 얼마나 강해지던 나와는 상관없다. 하지만 너를 죽여야 하는 내가 널 강하게 하는 건 다소 이상하지 않느냐?”
“…….”
“대신 한 가지 약속하겠다. 너를 제외한 네 주변 사람들을 죽이거나, 인질로 삼아 널 위협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은 안심해도 좋다.”
“…눈물 나게 고맙군요.”
여인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네 맘 이해한다. 선조들의 은원을 네가 짊어져야 하는 게 억울하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일은 너도 깊게 관련돼 있으니까. 게다가 그들 중 몇몇은 내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이기에 너를 노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솔직하시군요. 말이 나온 김에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혹시 제 모친에게도 큰 원한이 있는 것입니까?”
“하하, 그렇다고 말할 수 있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 자매가 어떻게 이런 원수 사이로 변할 수 있단 말입니까?”
여인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이유에 관해서는 말 하고 싶지 않구나.”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엽현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외조부는 어찌 된 겁니까? 정말로 제 부친에게 살해당한 겁니까?”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실대로 말하자면… 인과응보였다. 자식 된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는 건 도리가 아니겠지만, 실제로 그는 너무나 많은 일을 저질렀다. 심지어 갓난아기인 널 죽이려 하기도 했지.”
엽현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외조부가 손자인 절… 죽이려 했단 말입니까?”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엽현은 문득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훔쳐냈다.
역시나 이놈의 인생은 날 때부터 쉽지가 않았다.
“자, 다 들었으면 돌아가거라.”
“…제가 제안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제한? 하하! 들어는 보겠다.”
엽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래의 일이 어찌 진행되든, 오유계는 건들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제 곁의 사람들도 포함해서. 물론 그들 역시 이모님을 공격하진 않을 것입니다. 이 일은 결국 우리 둘 사이의 은원이니까요. 괜찮습니까?”
“후후, 받아들이마. 하지만 예외는 오유계 뿐이다. 이전 세대 중 널 도우려 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나도 사정을 봐 주지 않을 것이다.”
“…좋습니다.”
말을 마친 엽현은 그대로 돌아서서 떠나갔다.
엽현이 떠난 후, 그녀의 뒤에 허영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영은 점점 사람의 형체를 갖더니, 마침내 녹색 치마를 입은 여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녀의 머리에는 나뭇잎 같은 것들이 둥둥 떠 있었는데, 겉보기에 매우 기괴했다.
여인의 시선은 곧장 멀리 떠나가는 엽현에게로 향했다.
이때, 그녀의 눈에는 살기가 충만했다.
“지금은 아니야. 지금 녀석을 죽이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 결국, 네가 원하는 건 천명의 목숨이니까.”
이 말에 녹색 치마를 입은 여인이 딱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저 아이가 죽으면 그 여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테지.”
“후후, 그런 다음엔? 그녀 손에 처참하게 죽는 것밖에 없잖아. 게다가 지금도 엽현 곁에는 막념이라는 강자가 버티고 있어서 쉽지 않아.”
“…….”
“그들과는 연락이 닿았어?”
무변성지의 여인이 묻자 녹색 치마의 여인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몇몇과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 대부분은 참견하지 않겠다는군. 다들 천명을 무서워하고 있어. 그러는 네 쪽은 어때? 그 여자와 남자를 상대할 방법은 준비됐어?”
이에 무변성지의 여인이 허공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걱정하지마. 우리가 나타난 건 액난지인에게도 좋은 기회가 분명해. 그놈이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 우리를 도와주는 것은 물론… 조만간 어떤 행동을 취할 거야. 반드시!”
* * *
어느 이름 모를 성역. 한 여인이 천천히 어둠을 뚫고 나아가고 있다.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었다.
이때, 그녀가 걸음을 멈췄다. 순간, 그녀 뒤를 따르고 있던 붉은 선들이 갑자기 발작하더니 천명의 주위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마치 파도처럼 밀려든 실선들은 순식간에 그녀 주변으로 하나의 거대한 구체를 형성했다.
하지만 감히 그녀의 곁에 접근하진 못했다.
바로 이때, 여인 정면의 공간이 갑자기 붉게 변하더니, 하나의 붉은 공간을 형성해 냈다. 공간 안에는 붉은 차원문이 있었다.
잠시 눈을 감고 뭔가 생각하던 여인은 비웃음과 함께 주변을 돌아보았다.
“겨우 이따위 것들로 나와 놀아보겠다고? 그의 어미만 아니었으면 이미 일검에 목숨을 끊어버렸을 것이다. 아들도 못 알아보는 쓰레기 주제에!”
말을 마친 여인은 붉은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