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I Am a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12
212
70) 마왕의 목적 – 4
성우가 강석을 명계로 끌고 들어가는 그 순간, 모든 게 정리될 수밖에 없었다.
“무기 버려.”
지수가 말했다.
드래곤, 이사벨라가 글레이프니르에 묶여 움직일 수 없는 가운데, 그레이스와 비보나 단둘이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두 번 말 안 해.”
지수는 비보나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그레이스는 이미 지팡이를 내려놓은 상태였다.
“시발······.”
비보나는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으며 거대한 그림자를 거두었다. 여기서 저항한다고 한들 개죽음이 분명했다.
직후, 허스트가 지상으로 내려와 글레이프니르의 상태를 확인했다.
“음, 이상 없어.”
아직 테스트도 거치지 않은 아이템이기에 혹시 모를 고장을 대비한 것이었다.
“이 드래곤 계집애, 혹시 모르니 세계수 넝쿨로 더 단단히 묶어놔. 이왕이면 저 입도 좀 구속하지? 드래곤이 앵무새보다 시끄러운 동물인지는 몰랐네.”
“뭐!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으으, 기필코 다 죽여버릴 테다······.”
이사벨라는 악을 써대고 입을 쩍 벌리며 브레스를 쏘려고 했지만, 회색 입김만 뻑뻑 나올 뿐이었다.
글레이프니르는 구속된 이의 능력을 제한하고 스킬 효과도 무효로 만들었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소용없다. 괜히 힘 빼지마. 그게 보통 물건으로 만든 건 줄 알아? 글레이프니르 베이스에 온갖 최상위 마법 아이템들을 갈아 넣은 명작 중의 명작이다.”
“닥쳐! 늙은 인간! 감히 누구 앞에서 주저리주저리 떠드는거야?”
“음, 그래, 다음에는 널 잡아 처넣을 가시 감옥을 만들거나 널 통째로 삶을 수 있는 무쇠솥을 만들어야겠다.”
한호는 그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무언가 떠올랐는지 손뼉을 쳤다.
“오! 그래! 그거야!”
그리고는 허스트에게 달려갔다.
“저! 아저씨! 아저씨!”
“응? 뭐야?”
한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흐흐, 혹시 잠자리채 같은 것 좀 만들어주실 수 있나요? 엄청 긴 잠자리채요!”
그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부탁에, 허스트는 그 어느 때보다 격하게 얼굴을 구겼다.
* * *
랭킹 1위, 한강성, 이 정체불명의 남자는 언제나 성우보다, 아니, 그 누구보다 앞서 있었다.
물론 랭킹이 전부가 아니다. 성우는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를 수없이 무너뜨려 왔다.
하지만 이 사람은 어딘가 달랐다.
’한순간도 변함없이 정상에 서 있었다.’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가 정상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이유가 하나 있었다.
이 게임에서 살아남은 게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은 다르다.’
성우는 그를 ‘명계’로 끌고 들어왔다. 그도 알 것이다. 이곳은 네크로맨서의 권역인 만큼, 자신의 힘이 약화된다는 걸 말이다.
그 잘난 중국 서버의 ‘황제’ 역시 그걸 아는 순간, 좌절하며 자비를 베풀어주기를 애원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이상할 정도로 침착하다.’
그는 그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볼 뿐이었다. 그리고는 한 마디 툭 내뱉었다.
“······취향이 꽤 고약한데?”
그게 전부였다.
“아주 기괴한 곳이야.”
“윽! 별로야! 나가고 싶어!”
강석과 나비는 한 마디씩 불만을 토해냈지만, 성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했다. 성우는 곧장 언데드 군단을 움직였다.
덜그럭! 덜그럭!
수천 마리의 언데드, 수백 마리의 귀신, 그것들이 단 하나의 적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강석은 피하지 않았다.
파지지지지!
그의 지팡이에서 백색의 전류가 솟구치더니, 옴몸을 뒤덮으며 일대를 짓이겼다.
그런데 언데드는 물론이거니와 귀신들조차 그 안으로 접근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신성한 힘이다.’
성우는 알 수 있었다. 정확히는 어떤 불쾌함으로 다가왔다. 그가 내뿜어내는 전류에는 분명 ‘신성함’이 담겨 있었다.
‘아이템인가?’
아이템인지 스킬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가 네크로맨서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준비했다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것만으로는 성우를 압도할 수 없을 것이었다.
「이것도 한번 피해봐.」
성우의 목소리가 세계 전체에 울려 퍼지며, 그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 당신의 ‘권역(명계)’에 ‘악업 징벌’이 시작됩니다.
고一오一오一오一오一
모든 귀신을 소모하여 명계 전역을 강타하는, 염라의 권능 중 최강의 무기였다.
황제를 쓰러뜨릴 때처럼, 수천 마리에 달하는 숫자는 아니었지만, 단 한 사람에게 쏟아붓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숫자였다.
아니 오히려 과한 숫자였다.
허공을 맴돌고 있던 귀신들이 멈췄다. 그리고 하얗게 불타올라, 시퍼런 연기로 증발하며, 놈을 향해 내리꽂혔다.
“강석! 위험해!”
강석은 무표정했지만, 나비는 위기를 직감했다. 녀석은 강석의 머리맡으로 날아오르며 방어막을 펼쳤다.
우웅一
그 위로 수백 마리의 귀신이, ‘악업 징벌’이 우박처럼 내리꽂혔다.
텅! 텅! 텅! 텅! 텅!
방어막은 어느 정도 버텨내는 듯했으나, 결국 깜빡이며 사라졌다.
강석은 전류를 온몸에 둘렀으나, 악업 징벌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다.
촤좌좌좌좌!
귀신들이 그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이리저리 튕겨 나가다가 먼발치의 흙바닥에 내리꽂혔다.
“······.”
그는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으나 온몸이 너덜너덜해졌다. 그러나 나비의 방어막 덕분인지 즉사는 피했다.
“후······.”
그는 비틀거리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얼굴 위로 무색의 피가 흘러내렸다. 그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며 성우를 찾아왔다.
“그래, 분명 너는 골칫거리가 될 것 같았어. 그래서 일찍 처리해야하나 고민했는데······.”
그런데도 그 목소리는 담담하기만 했다. 성우는 대답없이 그의 말을 들었다.
“······네가 성장해서 더 많은 골칫거리를 처리하는 게 이득이라고 여겼고, 역시나 너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줬어. 진화 학회, 중국 서버, 미국 서버 그리고 월드 이터까지 제거해줬으니 말이야.”
「그래서? 지금 계산대로 된 건가?」
성우는 그에게 다가갔다.
「성공적인 계획을 이야기하기에는 죽기 일보 직전인 것 같은데?」
하지만 그는 싱긋 웃었다.
“그래. 전부 계산대로야.”
그의 턱을 따라 색깔이 없는 피가 흘렀다. 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네크로맨서, 미안하지만, 지금 이러고 있는 동안 내 권속들이 악마 종족을 공략하고 있다. 네가 생각보다 더 빠르게 날 따라와서 계획을 바꿨는데, 역시 성공적이야.”
바닥에 흘러내린 강석의 피가 꿈틀꿈틀 기어가며 어떤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
그러면서 마치 산성 용액처럼, 바닥을 녹이기 시작했는데, 그 부근에 붉은 색이 감돌기 시작했다.
무색의 세계 속, 오로지 그의 피만이 본디 색깔을 되찾은 것이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월드 시드를 챙기고 이 세계를 지배할 거야. 너는 줄을 잘 섰어야 했어. 아까운 인재야. 그들이 좋아했을 텐데······.”
성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월드 시드······‘
월드 이터가 되기 위한 퀘스트, 그건 아무래도 ‘월드 시드’라는 걸 일정 개수 모으는 것인 듯했다.
‘놈은 이미 지옥 차원, 천사의 전당의 월드 시드를 보유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마지막 하나······.‘
악마들의 본진, 그곳에 마지막 월드 시드가 있을 것이었다.
“네크로맨서, 분명 넌 잘했어. 단지 경험이 부족했을 뿐이야.”
그의 발아래, 그의 붉은 피가, 어느새 거대한 마법진을 그렸다.
“······아쉽지만, 너에게 다음은 없겠군.”
강석의 첫 번째 신격이 뭔지 알 수 없었으나 두 번째 신격은 명확했다.
일명 ‘마왕’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신은 아니었으나 격이 다른 존재는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그 힘이 무언가를 일으키려고 하고 있었다.
마법진이 허공으로 치솟으며 훨씬 거대한 크기로 확장되더니 이내 하늘을 뒤덮었다.
– ‘마왕의 침공’이 시작됩니다.
* 일대의 모든 ‘방어’ 효과가 약화됩니다.
* 일대의 모든 ‘권역’의 효과 붕괴합니다.
판타지 속, 마왕이란 존재는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침략 전쟁을 펼치기 마련이었다.
‘마왕의 권능’ 역시 침략에 맞게 설계되어 세계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듯했다.
“네 세계는 이제 없다.”
강석이 서 있는 곳에서부터 균열이 일어나며 성우의 권역이, 명계가 깨졌다.
– 당신의 ’권역(명계)’가 붕괴합니다.
무색의 공간이 조금씩 벗겨지며 현실 세계로 복구되기 시작했다.
“윽······.“
강석이 머리를 움켜쥐며 신음을 토했다. 그의 머리에 붉은 뿔이 자라나고 있었다.
– 보스 몬스터 ‘마왕’이 출현했습니다.
분명 플레이어건만, 월드 이터처럼 몬스터로 인식되었다.
“성우씨!”
지수의 목소리였다. 이제 명계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끝은 아니었다. 비록 놈을 처리하지는 못했으나 엄청난 피해를 준 건 확실했다.
“놈을 잡아!”
허공에서 본 드래곤이 낙하하며 놈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쩌저저저저!
붉은 번개가 거미줄처럼 쏘아지며 본 드래곤의 앞발을 강타했다. 한동안 힘 겨루기가 이어지는 듯했는데, 이내 본 드래곤의 앞발이 으스러지며 뒤로 날아가 버렸다.
성우는 그사이, 그림리퍼에 ‘악령 폭격’을 적용한 뒤 놈의 옆구리를 향해 쇄도했다.
“안돼!”
나비가 눈치채고 성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동그란 빛줄기가 쏘아졌다.
“어? 어디 갔어!”
성우는 그림자 이동을 통해 강석의 뒤로 이동, 그를 향해 악령 폭격을 쏘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재빨리 돌아서며 왼손을 들어 올려, 붉은 파동을 발사했다. 그것이 검은 구체를 밀어내며 궤도를 틀어 버렸다.
구一 구一 구一 구一 구一 궁一
검은 구체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놈의 주변에서 터졌다.
성우는 겨울 포식자를 쏘며 대형 스켈레톤을 움직였지만······.
지이이이이!
놈의 머리, 두 개의 뿔 사이에서 광선이 생성되더니 사방으로 뿜어져 나가며 주변의 모든 것들을 녹여 버렸다.
성우는 그 공격을 막기 위해 몸 앞을 ‘본 샐러맨더’로 가로막았지만, 엄청난 충격에 멀리 튕겨 나가고 말았다.
뒤이어 지수와 에인헤랴르 부대가 달려들었지만 붉은 파동에 맞고 밀려났다.
“······마왕님!”
어디선가 그레이스가 소리 쳤다. 그들은 포박된 채 ‘특별공격대’에 둘러싸여 있었다.
“놈을 막아!”
“오지 마! 드, 드래곤을 죽이겠다!”
쩌저저저저!
하지만 특별공격대라고 해도 마왕 상태의 강석을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강석의 손짓 한 번에 붉은 번개가 쏟아지자 무력하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갈게!”
나비가 재빨리 날아가 그레이스와 비보나의 포박을 풀었다.
“그레이스, 이사벨라의 구속을 풀어라.”
그레이스는 서둘러 이사벨라에게 다가가, 그녀의 몸을 구속하고 있는 글레이프니르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리 쉽게 해제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마왕님? 죄, 죄송합니다! 이건 지금 당장 푸, 풀 수 없습니다. 궁극 단계의 해제 마법이 필요해서 준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럼 그냥 데리고 간다.”
그레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맨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이사벨라를 공중으로 띄었다.
우웅一
그사이에 나비가 황금색 가루를 흩뿌리며 어딘가로 가는 포탈을 열었다.
“강석! 열었어!”
탈출하려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포탈 너머로 사라지려던 찰나, 바람에 의해 공중으로 떠올라 있던 이사벨라의 몸이 어디론가 끌려가는 게 아닌가?
“어이! 그 시끄러운 드래곤은 두고 가라!”
허스트였다. 그는 리모컨을 쥐고 있었는데, 그의 발 옆에 어떤 기계 장치가 하나가 있었다.
위이이이!
그 기계 장치는 거칠게 돌아가며 밧줄을 휘감았고, 그 밧줄은 이사벨라의 몸을 구속하고 있는 글레이프니르에 연결되어 있었다.
“최고의 대장장이들이 방지용 안전 고리도 안 해뒀을 것 같냐?”
성우와 강석이 명계에 가 있는 사이에 추가 조치를 해둔 것이었다.
“윽! 가, 감히!”
이사벨라는 밧줄에 의해 질질 끌려가는 수모를 당하면서 이를 갈아댔다.
강석이 인상을 찌푸리며 돌아봤지만, 그의 앞을 성우와 지수가 가로막았다.
강석은 나직이 탄식을 내뱉었다.
“······어쩔 수 없군. 우리끼리 간다.”
전투가 계속되면 불리하다는 걸,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 말에 이사벨라가 기겁했다.
“안 돼 날 두고 가지 마!”
하지만 강석은 고개를 돌려 아주 잠깐,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았을 뿐, 결국 매정하게 돌아섰다.
그렇게 놈들이 포탈 안으로 발을 들이기 직전······.
“으아아아! 간다!”
또 다른 누군가 달려들었다. 그건 한호였다.
한호는 근처 잔해 사이에 숨어 있다가, 어떤 타이밍이 오는 순간, 미식축구 선수처럼 달려들었다.
텅!
그는 두 개의 방패로 비보나의 몸을 들이받았다. 그리고 그 뒤에 있던 강석을 향해, 무려 4개의 창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뻑!
하지만 강석은 그 창을 가볍게 피해낸 뒤 한호의 방패를 걷어찼다.
그 한 방에 그의 몸이 붕 떠올라, 허무하게 튕겨 나가고 말았다.
쿵!
그리고는 저 멀리, 피라미드의 잔해에 처박혔다. 강석은 곧장 돌아서서 포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런데 그때······.
“······안 돼! 강석!”
페어리, 나비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석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한호의 손아귀에 나비가 붙잡혀 있는 게 아닌가?
웅一
하지만 그 순간, 포탈이 닫혔다.
“으흐흐! 나방, 채집 성공!”
한호가 들고 있던 4개의 창은, 알고 보니 창이 아니라 끝에 망이 달린 ‘잠자리채’였다. 처음부터 나비를 잡을 목적으로 기습한 것이었다.
* * *
강석의 페어리, 나비는 엄청난 역할을 했다. 포탈이나 방어막을 생성하는 등, 강석의 전투와 생활 전반에 강력한 유틸리티가 되어주는 것이었다.
그걸 잡은 건, 드래곤을 포획한 것만큼이나 주요한 성과였다.
“이 나방한테 살충제 좀 뿌려봐도 돼요?”
한호가 마법 공학으로 만들어진 새장을 들어 올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러자 그 안에 갇혀 있던 나비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안 돼! 미쳤어! 더러워!”
한호는 사실 꽤 오래전부터 나비에게 원한이 있었다.
성우와 지수는 기억하지 못했는데, 나비가 한호한테만 꺼지라고 하고 구리다고 했다고 한다.
“으하하! 이날만을 기다렸다! 복수! 고문! 희열! 통쾌!”
“악! 저리 가! 꺼져! 더러워! 냄새나! 끔찍해! 구려!”
한편, 허스트와 대장장이들은 이사벨라를 더욱 확실하게 구속할 방법을 마련했다.
허스트가 새로운 물건을 내밀었다.
“자, 드래곤용 목줄이라고 보면 돼.”
그건 마치 뾰족한 징이 달린 개목걸이처럼, 대검 3자루가 박혀 있는 기계식 목걸이였다.
특별한 점이라면, 그 징처럼 달린 3자루의 대검이 전부 ‘드래곤 슬레이어’ 라는 것이었다.
“자 이렇게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면······.“
철컹!
굉음과 함께 밖으로 튀어나와 있던 칼날이 안쪽으로 파고 들어갔다.
“드래곤의 목에 대검 3자루가 처박히는 원리야. 죽거나 적어도 기절하겠지?”
이걸 이사벨라에게 채운다면, 그녀를 강제로 통제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
이사벨라는 잔뜩 성이 난 상태로 씩씩거리고 있었는데, 성우 등 세계수 진영뿐만 아니라 강석에게도 원한이 생긴듯했다.
“일단 지금은 건들지 말고, 나중에 잘 얘기하거나······ 잘 얘기가 되게 만들거나 해야겠어요.”
물론 뼈로 만드는 것도 좋았지만, 그래도 진짜 드래곤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 * *
“마왕이 마지막 월드 시드를 얻기 전에 어떻게든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해.”
성우의 말에 백색 늑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는데, 강석에게 일격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백색 늑대 역시 상당한 수준의 마법을 다룰 줄 알았기에, 찰나의 순간 신체를 강화하는 주문을 걸었다.
뒤이어 프리스트들이 달려들어 회복 주문을 걸어준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놈의 뒤를 밟을만한 단서가 필요하겠군?”
“그래, 그렇지 못하면 희망이 없어.”
강석은 도주했지만, 그가 ‘월드 이터’의 힘을 얻는다면 과연 이길 수 있을 지 의문이었다. 상황은 아군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자, 이것도 아이템이야. 이 안에 담긴 기억을 읽을 수 있겠지?”
성우는 새장을 들어 올렸다. 그 안에는 볼을 잔뜩 부풀린 나비가 들어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강석이 말하길, 페어리 역시 일종의 귀속형 아이템이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사이코메트리’를 통하여, 안에 담긴 기억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었다.
철컹一
백색 늑대는 새장으로 손을 집어넣어 나비를 움켜쥐었다.
“윽! 더러운 늑대, 저리 가! 윽······.”
나비는 낑낑거리며 저항했지만, 백색 늑대가 눈을 감자 덩달아 축 늘어졌다. 사이코메트리가 시작된 것이었다.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그 아이템 안에 담긴 기억을 읽는 데 성공했고, 성우에게 작게 속삭였다.
강석에게 일격을 당한 뒤에 목소리를 낼 힘조차 없는 모양이었다.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주변에 모여 있던 세계수 진영의 플레이어들에게 말했다.
“우린 지금 당장······.“
다행히도 놈을 막을 방법이 어딘가에 있는 듯했다.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고 다음 목적지가 어디가 될 것인지, 귀를 기울였다.
“······마왕성으로 간다.”
마왕성 토벌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