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331)
〈 1331화 〉마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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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을 수.”
사선으로 쪼개진 마왕.
“없는 일이다.”
놈의 눈에 허무가 서린다.
마왕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읊조렸다.
“그러나 분명한 현실이지.”
끓어넘치는 전능감을 곱씹으며 내 승리를 전한다.
검격은 은밀했으나 그 반동은 결코 은밀하지 않았다. 소모된 대량의 힘이 쭉 빠져나가면서 흩어진다. 하지만 그 힘은 마왕의 모든 방어술식과 육체를 쪼개고 흩어지는 것이었다.
제왕의 즉위식이 성대하듯이. 검격은 은밀했으나 끝은 성대했다.
막대한 힘이 빠져나간 와중에도 체내에서는 전능감이 끓어 넘친다. 이 무한한 힘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다는 전능감이. 그리고 자신감이. 나의 정신과 육체를 사로잡는다.
“이게… 현실.”
“그래. 이게 현실이다.”
머리와 목. 왼쪽 가슴과 어깨. 팔뚝만이 남은 마왕이 은색의 긴 머리칼을 흩날리면서 추락한다. 절단면이 재생하는 일은 없었다. 마왕의 초월적인 힘이 지금 내 눈앞에서 가루가 되어 소멸해간다.
밤하늘이 맑았다.
수천만 별들이 반짝이고, 커다란 달과 그 위성들이 하늘을 밝힌다. 그것을 배경 삼아 나는 마왕 펠레이저와 함께 추락한다.
“내가 이겼다.”
“…!”
그 말에 마왕의 두 눈이 커진다.
“크.”
그리고.
“크하하하하…!”
놈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마지막으로…!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과연! 초월 경지조차도 끝이 아니었단 말인가! 초월자 위에 더 강한 초월자가 군림할지니! 힘의 세계는 끝이 없었구나!”
그걸 이제 알았니.
나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에야 눈치챘느냐.”
하늘 위에는 더 높은 하늘이 있다. 이 김캇트는 그러한 하늘을 끝없이 올라간다. 자신의 한계를 정해 둘 필요 따윈 없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네 패인이다.”
더 높은 곳으로.
더 강한 곳으로.
자신이 원하는 한. 우리들은 어디까지고 올라갈 수 있어.
“너는 초월자라는 경지를 자신의 끝으로 삼았지. 하지만 이 김캇트는. 고작해야 초월자 따위 지나가는 경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더 높이 올라갈 것을 추구하니까.”
내 목표는 무한이야.
“그런… 거군.”
내 말에 펠레이저가 납득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려 했다. 물론 몸이 쪼개진 상태라 그런 고등한 동작을 취할 수는 없었다.
“납득이… 되었다.”
“그래.”
“나는… 고작해야 초월자라는 경지에 사로잡혀서… 스스로의… 한계를 규정했는가…”
그것이 바로 마왕의 패인.
“…”
마왕의 동공이 풀리기 시작한다. 입이 벌려지고, 육체가 천천히 붕괴한다. 추락하면서 놈의 몸이 흩어진다. 마치… 따뜻한 우유에 풀어버린 네스퀵처럼. 밤하늘에 은빛이 수놓아졌다.
“리, 리샤… 나의 딸아이는…”
마왕은 마지막으로 그런 말을 하려고 했으나.
내가 해 줄 말은 단 하나뿐이다.
“내 것이다. 말했듯 리샤의 모든 것이 전부 나의 소유지.”
“…그런가.”
끝이었다.
ㅡ사르륵.
붕괴를 마친 마왕의 육신이 소멸한다. 그것으로 놈은 완전히 사라졌다. 고대의 마왕. 옛 마계의 지배자였으며, 지금 다시 나타나 인간들을 학살한 공포의 마왕은 이것으로 내게 개씹창이 나면서 뒤졌다.
실로 압도적인 승리로다.
“목 놓아 울어라. 죽어간 영혼들이여.”
승리의 쾌감이 전신으로 뻗어져 나간다. 펠레이저는 이 나를 패배시킬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놈은 하늘에 이르러 정지했다. 나처럼 더 높은 곳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가 승리하는 것이 당연했다.
전신이 나른하다.
힘이 쭉 빠져나간 상태였지만, 동시에 나는 경지의 상승을 강하게 느꼈다. 이 김캇트는 이전보다 더욱 강해졌다. 새로운 경지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또한 초월적인… 다른 지식들도 어렷품하게 느껴진다. 내 영적인 격이 상승했다.
“만족스럽군.”
만족스럽다.
펠레이저는 마지막에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인가. 생각을 해 보았지만, 놈은 이미 죽었다.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는 없다.
ㅡ화아아아악!
마치 침대에 누운 것처럼.
나는 이 밤하늘을 침대 삼아 누운 채 추락했다.
ㅡ…
ㅡ…
ㅡ…
죽어간 영혼들은 이것으로 만족했을 것이다. 공중폭격을 당해 죽어간 사람들도. 형무소의 죄수들도. 그런대로 만족을 했을 것이다. 물론. 죽은 자는 이딴 것만으로 완전히 만족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이 내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지.”
마왕을 쪼갠 그 제왕절개의 힘이라면 하고도 남는다.
제왕절개의 위력은 실로 막대했다. 광범위. 저 하늘에 흔적이 전부 남을 정도로 넓고 큰 범위를 베어내는 실장절개와는 달리, 제왕절개는 그러한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은밀하다. 그리고 비밀스럽다. 하지만 위력은 절대적.
절대적인 힘으로 나의 적인 제왕을 절개해 죽인다.
“그리하여 제왕절개다.”
절대적인 힘을 지닌 제왕인 내가 나의 적을 절개해 죽인다.
“그 또한 제왕절개고.”
적을 절개해 죽이고.
그 안에서 마치 자궁에서 아이를 꺼내듯 평화를 꺼냈으니.
“이 또한 제왕절개다.”
깊은 깨달음.
“그렇군.”
이것이 바로.
제왕절개의 드높은 묘리이자 검리였다.
적인 제왕을 죽인다. 제왕이 되어 적을 죽인다. 그리하여 평화를 꺼낸다. 그것이 바로 제왕절개다. 이 압도적인 진리에 나는 순간 전율했다. 비로소 나의 힘을 제대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 육신을 가로지르는 바람의 느낌이 무척이나 포근했다.
ㅡ쿠웅!!
그리고 나는 대지와 충동했다. 물론 피해는 전혀 없었다. 단지 부유감이 사라지고 대지가 내 침대가 되었을 뿐.
“이 김캇트의 승리다.”
잠깐 쉬어볼까.
* * *
그로부터 몇십 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돌연 저편에서부터 내 여자들의 기운이 느껴져 나는 벌떡 일어났다.
“캇트!!!”
보니까 저쪽에서부터 그녀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뭐지? 어디서부터 달려왔지? 갑자기 기운이 나타났다고? 클라우디의 뒤로 보인 것은 리샤였다.
아… 그런 건가.
숨어있던 리샤가 모두를 데려온 모양이었다.
아무튼 달려오는 그녀들을 보니 웃음이 흘러나왔다. 힘은 아직 회복이 덜 됐다. 마왕을 죽이고 딱 몇십 분 정도가 흘렀을 뿐이니까. 물론 그럼에도 이 김캇트는 강하다. 이 정도 힘만 있다면 못할 게 없다.
나는 웃어 보이면서 양팔을 펼쳤다.
“이리 와라! 나의 예쁜 클라우디! 그리고 나의 여자들이여!!!”
클라우디는 그런 나를 향해 점프를 해왔다.
“캇트…! 전부 다 보고 있었어!”
“뭐?”
내게 안긴 클라우디가 환희에 찬 목소리로 그리 말했다. 근데 다 봤다고? 어떻게?
“전부 다 봤다고? 어떻게?”
“으으으으읏!”
클라우디는 설명을 하질 못했다.
그저 내게 매미처럼 달라붙은 채 볼을 비벼댈 뿐이었다.
펠레이저와의 격전으로 나는 현재 팬티만 입고 있는 상태였다. 신화적인 전투였지만, 생각을 해보니 마지막에 펠레이저는 알몸이었고, 나는 팬티맨 상태였다. 초인끼리 싸우다 보면 흔한 일이다. 옷 따위가 초월적인 힘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결국은 팬티 대전으로 귀결된다.
아무튼 이런 상태라서 몸을 마구 터치 당하면 자연스럽게 발기가 될 수밖에 없는데…
“고생이… 참 많았느니라.”
곧 리샤가 다가왔다.
아주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래. 리샤. 내가 이겼다. 펠레이저는 내게 죽었어.”
전해줄 말은 이것뿐이다.
“아아…”
내 당당한 태도에 리샤가 입을 작게 벌렸다.
그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 전부 다 보았느니라. 아주 멋진 모습이었느니라.”
“흐흐흐, 그래. 멋지긴 했지.”
“그토록 강해진 그대에게, 찬사를 보내겠느니라.”
나는 리샤의 찬사를 음미했다.
“근데 대체 어떻게 본 거여? 나 보러 왔었어?”
“그것이.”
클라우디 대신 리샤가 설명을 해줬다.
나와 마왕이 전투를 시작한 시점부터 리샤는 몸을 숨기고 있었는데, 내가 천장을 뚫고 날아간 것까지 전부 확인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하늘로 튕겨 나가자마자 따라서 밖으로 나왔는데.
그 순간 저 밑에서 다른 그녀들이 전부 나온 걸 보고 합류했다는 모양이다.
“엄청난 힘의 격류가 느껴졌으니까. 그런 힘이 느껴지는데 나오지 않고서는 배기질 못하지. 그래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리 마녀님이 나타나더라고.”
팔짱을 낀 카린이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은 채 말을 덧붙였다.
“그래서 뭐. 다 같이 따라가서 봤어. 이런 싸움인데 못 보면 손해잖아.”
“그렇긴 하지.”
그런가.
“네 캇트님! 딱 그 상황이에요! 정말 엄청난 싸움이었어요! 하지만 결국! 캇트님이 이길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꺄아아악! 만세!”
힐데가 오두방정을 떨면서 나를 찬양했다.
그녀들이 전부 합류를 한 뒤로는 날아가는 나의 위치를 추적하면서 이동했고, 그러다가 결국 내가 마왕과 싸우는 모습을 직관했다고 한다.
물론 리샤의 흑마법으로 가려진 채 조금 멀리서 구경했다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이건 위험했다.
“그래도 진짜 위험했다. 막 왔다가 다치면 어쩌려고 그랬어? 솔직히 힘이 어디로 튈지 몰랐는데.”
“네. 저도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와 준 것은 기쁘지만 이거는 제대로 지적하고 넘어가야 했다. 내 말에 아리가 동의를 표했다.
“그, 그렇기는 한데요, 캇트님.”
“야, 야. 위험해도. 다 같이 위험해야지 너 혼자만 위험하냐?”
“그래요. 혼자 위험하게 싸우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요?”
아, 아닛!
그런 생각이었다니!
“맞아. 캇트. 도저히… 그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어.”
내게 안겨있던 클라우디도 그리 말했다.
“그래…! 고마워!!!”
감동한 나는 포효하듯이 감사를 전했다.
“깜둥이 지랄하지 말고.”
“이건 지랄이 아니야!”
“아무튼 진짜… 깜둥이 대단해.”
그럼 내가 대단하지.
“그래. 확실히 마왕인 만큼 어려운 전투기는 했다. 물론 이 김캇트가 극복하지 못할 시련은 아니었지. 다시 말할게. 내가 이겼다. 내가 마왕을 무찌르고 승리했다.”
“캇트님 만세!”
“캇트 최고!”
그 선언에 다들 박수를 치면서 찬양을 노래했다.
그런데.
지금 이 조합은 조금 드문 조합이었다.
“본 성녀는… 정말이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더군.”
그래.
카디아도 있었던 것이다.
카디아는 놀라운 것 그 이상. 어쩌면 기적을 보고 온 사람 같은 얼굴로 나를 보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싸우는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한 모양이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분명한 진실이지요. 카디아님. 저것이 바로 캇트님의 진정한 힘이랍니다. 아, 이렇게 캇트님이 직접 싸우는 것은 처음 보신 건가요?”
“…그래. 지금 처음 봤다고… 할 수 있겠군.”
진짜로 어안이 벙벙한 태도다. 나와 같이 싸워왔고, 내가 싸우는 모습을 여러 번이나 직접 목격한 그녀들과는 달리 카디아는 처음이다.
“이건 그야말로 지상에 강림한 신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
카디아의 눈이 빛난다.
이제야 진짜 신이라고 인정을 한 것인가.
“카디아. 언제나 말하잖아.”
“아, 아앗…”
클라우디를 풀어준 나는 카디아의 어깨를 잡아 주무르면서 말했다.
“이 내가 바로 신이라고.”
“…”
그녀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잠시 입을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하던 카디아는.
“훗, 이제 그 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군. 우리 팔라딘은… 진정한 신이라고 할 수 있을 터다. 아니. 신 그 자체가 맞겠지. 그런 힘을 지닌 존재라면 마땅히 신이라고 불러야만 한다.”
어깨에 얹어진 내 손을 잡고는 엄숙하게 말했다.
“그래. 이 내가 신 김캇트다.”
내 말에 카디아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리고 말한다.
“이제 종교를 갈아탈 때가 된 것인가?”
그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성녀가 할 말이냐고.
* * *
“하아… 정말. 감동밖에 없었어요. 보면서 저 울었다니까요.”
“그래. 옆에서 눈물 줄줄 흘리더라.”
“지도 눈물 찔끔했으면서.”
아무튼 우리는 자리에 주저앉아서 휴식시간을 가졌다.
나는 마왕이 최후의 순간에 초월자로 각성한 것까지 전부 설명했다. 물론 그러면서 리샤랑 은밀하게 대화를 나눴는데, 지금 카디아는 리샤가 마족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 사실은 지금 묻어두기로 했다.
“그런데 캇트님. 그래도 아직 끝난 건 아니지요.”
힐데가 말했다.
“아직 공중요새가 남아 있어요. 그리고 비공정들도. 제가 봤을 때 마왕을 잃은 녀석들이… 폭격을 시작해도 이상할 것은 없을 것 같아요.”
“그래. 그건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진 가만히 있는 모양이다. 수도가 멀쩡한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나는 힘을 조금만 더 회복하고 그쪽으로 갈 것이다. 그 새끼들이 뭔 짓을 할 지 모르니까.
“확실히. 그것이 두 번째로 큰 문제겠지.”
카디아가 말했다.
근데 두 번째?
“첫 번째는?”
“이미 해결됐다. 마족들의 왕을 죽이지 않았나.”
“그러네.”
그게 제일 큰 문제긴 했지.
그럼 이제…
“어찌할 생각이더냐?”
“캇트. 어떻게 할 거야?”
그때 리샤와 클라우디가 내 의견을 물었다.
“일단 당장 할 일은 비공정이랑 공중요새를 완전히 제압하는 거지.”
근데 제압이라… 뭐 어떻게 하지?
다 죽이면 되나?
“아니… 근데 진짜 이걸 뭐 어떻게 해야 하지?”
요새 씨발 그거 진짜 어떻게 하냐?
말하자면 지금 마족들의 공중요새를 통째로 노획한 셈이 되는데.
그럼 일단은 그게 다 내 소유란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