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142)
〈 142화 〉무협(無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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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협(俠) 따위는 없다.
그러니까 무협(無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세계 판타지는 무협이다.
“내가 말했지? 너는 훌륭한 연쇄 살인마의 자질이 있다고.”
보라, 눈 앞에 있는 이 여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미친 소리를 즐겁다는 듯이 지껄이는 그녀의 이름은 바로 카린이었다. 아가리를 터는 꼴만 봐도 협 따위는 저기 어디 시궁창에 처박은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이 살인자는 검술이란 무도(武道)를 무려 이십년 이상이나(추정) 수련한 고수였다.
그래서 무협이다.
칼질 좀 한다는 것들은 죄다 머릿 속에 어떻게 하면 사람을 더 잘 죽일 수 있을까 하는 광적인 생각 말곤 들어 있는 것이 없다. 거기서 조금 순화해서 생각하면 몬스터가 되겠지만, 그래봤자 뭔가를 죽이겠다는 생각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결국 무술이란 상대방을 죽이는 기술인 것이다.
거기 어디에 협이 있고 의가 있겠는가.
정말 끔찍이다.
하지만 나는 협 따윈 개나 준 남자이다.
무협남(無俠男) 김캇트다.
오늘은 그 살인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곳 검사길드를 찾아왔다.
“예… 생각해 보니까 많이 죽이긴 했는데, 이게 결코 자의가 아니라 어쩔 수가 없었던 일이었거든요? 불가항력(不可抗力)이었다구요. 진짜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그렇게 됐습니다.”
“살인마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곤 하지.”
“제기랄.”
ㅡ채앵!
내 검이 하늘을 날았다. 자신있게 카린의 목검을 휘감았으나,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반격이 들어왔다. 실전이었다면 손목이 날아갔을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순조롭네. 생각보다 실력이 많이 늘었는데? 방금만 해도 상당히 날카로운 공격이었어. 살기가 쌓인 수준을 보니 그 동안 한 열명은 죽인건가? 좋아. 아주 훌륭해! 우리 길드의 귀감이야!”
카린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고 일어섰다.
생각해 보니 마지막 강습을 받은 뒤로 몇명인가 죽이기는 한것 같았다.
아마 열명은 안되겠지 싶은데 일단 사교도랑 강도는 사람으로 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셈을 한다 치면, 단 한명도 죽이지 않은 것이 된다.
기적의 계산법.
더 이노센스(more Innocence) 김캇트다.
“그래서, 누굴 죽이고 온거야? 난 그런 이야기 듣는게 제일 재밌더라. 어디, 오랜만에 본 김에 제자의 이야기나 한번 들어 보도록 할까?”
“보통 사람들은 입에 담는 것 조차 꺼릴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만.”
목검을 집어 던진 카린이 오크통을 끌고 와서 걸터 앉았다.
“그게 좋은거지. 사람이 사람 죽이는 이야기보다 재미있는게 세상에 또 어디있겠어? 문학은 역시 살인문학이 최고인 법이라고.”
살인문학이 대체 뭐야.
“글쎄요. 사랑 이야기?”
“치정극에 의한 살인 이야기도 특유의 재미는 있을테지.”
“존나 말이 안통하네요, 씨팔.”
투기장을 졸업한 다음날. 나는 클라우디에게 정기를 빨린 채로 비실거리며 정겨운 검사길드에 찾아왔다. 더 큰「강함」을 손에 넣이 위해서 말이다. 이러쿵저러쿵 해서 곧바로 5실버를 지불하고 재교육을 시작했다.
다른 수련생들도 있기 때문에 카린이 직접 칼질을 가르쳐 주는 시간은 한시간 정도다. 그런데 지금 카린은 그 귀중한 시간을 까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보라, 저 얼굴을.
“빨리 이빨 좀 털어 봐. 안 말해주면 오늘 강습은 없어.”
“아, 이거 갑질이에요. 갑질.”
“뭐 갑질? 이 씹새가. 내가 너는 특별히 더 손봐주는거 몰라?”
카린이 말하기를, 나는 다른 애새끼들에 비해서 열의도 있고, 재능도 있어서 손이 더 간다고 한다. 그 말은 고맙지만, 그녀의 ‘손’이라는 것은 관심을 빙자한 구타 비슷한 것이여서 솔직히 말해서 개오바였다.
“알겠으면 빨리 해.”
뽑아든 보랏색으로 빛나는 서슬퍼런 검을 붕붕 휘두르며 재촉했다.
이건 무언의 시위가 아니라 폭력의 억제였다.
“제길.”
뭐, 못해줄 이야기도 아니긴 하다.
나는 적당히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기로 했다.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하나, 카린을 마지막으로 만난던 것이 분명 축제 전이었으니까… 축제? 내가 축제때 사람을 죽였었나?
“아, 맞다. 그게 있었지.”
그러고보니 축제때 강도들을 많이 죽였던 것 같기도 하다. 산에서 만난 녀석들이랑 리나 그 씨팔 파랑새년한테 소매치기를 당하고 추격전을 했을 때.
그때 분명 몇 명쯤 죽였었다.
“그, 축제 기간때 산에서 강도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요.”
“호오? 축제 기간에? 하기사 범죄자들은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않는 법이지.”
클라우디와 콥슨. 그리고 나와 함께 행동을 했을 때다.
“여섯명이었나? 아무튼 단체로 깝치길래 기습적으로 한명 죽여주니까 오합지졸인지 두 놈이 머뭇거리더군요. 그래서 동료들이랑 합심해서 몇명 더 죽여주니, 겁에 질려서 도망치더래요?”
기습과 선빵이야 말로 최강의 기술이었다.
일단 선공을 처박아서 한 새끼를 죽이고 나면, 남은 놈들은 공포에 질리게 된다. 전문적인 전사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강도질이나 하고 다니는 놈들이 죽음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을리는 없다.
“그래서 뭐, 동료 튀어서 당황한 놈 또 죽이고. 남은 놈 협공으로 죽이고. 그렇게 상황 해결 했어요. 전리품도 챙겼는데, 세상에 이럴수가. 그 씹새들이 달란트를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네. 달란트요. 달란트 기억 하시죠?”
“축제때 뿌렸던 그건가? 딱히 관심 두진 않아가지고. 잘은 모르겠네.”
카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튼 그 달란트라는게 교회에서 언데드 정화했으니까 선행의 대가로서 축제를 즐겨 보라는 의미로 뿌린 이벤트 재화인데, 강도들이 그걸 들고 있었던 겁니다. 감히 살인자 주제에 축제를 즐겨려고 한다니, 준법시민인 선량한 저로서는 꼭지가 돌아버릴 지경이었죠.”
당시엔 진짜로 야마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 범죄자들이 도시를 활보하면서 축제를 즐길 것이라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어졌다.
“그거 본인한테 하는 말?”
그때 카린이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렇다.
결과야 어찌됐든지 간에 나도 사람을 죽이기는 한 것이다. 물론 그걸 살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조금 애매한 것이지만, 카린은 누구를 죽이든 다 똑같은 살인이라는 사상을 지닌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조금 더 제대로 생각을 할 줄 알았다.
살인이라고 해서 다 같은 살인이 아니다. 정쟁이 터져서 징집이 된 병사가 쳐들어오는 적국의 병사를 쏴 죽였다고 해서 그것이 살인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비슷한 맥락으로, 사람이나 죽이고 금품을 갈취해가는 살인강도들을 죽이는 행위 역시 살인(殺人)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오히려 구제(驅除)에 가까웠다. 그걸 살인이라고 말 할수 있는 것은 카린 같은 진정한 살인자나 강도들 뿐이다.
내가 봤을때, 죄가 없는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살인이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파악해 보자면, 나한테 안깝치는 착한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내 기준에서는 살인인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예전부터 마음 먹었다.
자꾸 나보고 살인마라고들 하는데, 나는 사람을 죽이긴 했지만, 위의 설명대로 살인자는 아니다. 하나 같이 전부 정당한 이유가 있지 않았는가?
내 빵을 빼앗은 거지를 죽이고, 통수를 친 녀석을 죽이고, 돈을 빼앗은 놈을 죽이고, 그리고 산적과 강도. 사악한 사교도 무리들을 죽인 것이 전부다.
이런 것은 결코 살인이라고 할 수 없다.
“아, 말 끊었어. 나 안해요. 후딱 칼질연습이나 합시다.”
기분이 팍 상해버린 나는 완전히 삐져서는 볼을 부풀리고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틀었다. 나의 마음을 도려내는 카린에게 해 줄 이야기 따위는 없다.
“아 씨발. 미안.”
그러자 카린이 사과를 해 왔다.
“존나 흥칫뿡입니다, 씨팔.”
“아 왜 삐졌어.”
뭐, 대충 그런 느낌으로, 시시덕거리면서 칼질 수행을 진행했다.
그러고 보니 지하 수로에 둥지를 틀었던 사교도들은 대체 어떻게 되었는가. 교회에 신고한 뒤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아서 뭐가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다.
생각해보니까 완드도 안팔고 구석탱이에 처박아 놨었네.
그것도 팔아야 되는데, 분명 혼자 오라고 했던가?
일단은 수련에 집중이다.
ㅡ촤작!
선공을 걸어오는 카린의 목검이 날아드는 궤도를 눈으로 확인하고 그것에 맞는 대응을 하며 내려베기를 시전했다. 목검이 크로스 가드에 틀어 박히고 나는 손을 휘감아 카린의 목젖을 노린다.
힘을 주고 찔러 넣으려 하니, 비틀린 목검이 내 칼날에서 빠져 나오며 가슴팍을 노리고 들어왔다. 이것에 대응하기 위해 칼날은 곧바로 아래로 내려 쳐낸다. 하지만 바로 치고 들어오는 반격.
여기서 더는 대응을 할 수가 없다.
목에 목검이 닿았다.
“좋네. 반응은 괜찮아. 생각을 놓지 말고, 싸움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해. 먼저 생각을 포기하는 쪽이 뒤지는거니까.”
“잘 알겠습니다.”
“그럼 체력단련 열심히 하고. 저기 굴러다니는 놈 아무나 붙잡고 같이 하자고 해 봐. 좋아할거야.”
약 한시간 남짓했던 개인 교습 시간이 끝이 났다. 카린은 다른 길드원의 검술을 봐 주러 가야 된다며 자리를 떴다. 이렇듯, 개인 교습 시간이 끝나면 체력 단련으로 뽕을 뽑아야 한다.
가볍게 한시간 정도만 달리고 근육 트레이닝에 돌입을 해 보도록 할까.
곧바로 상의를 탈의하고 연병장을 뛸 준비를 했다.
ㅡ훌렁!
그러자 내 야성적인 매력을 간직한 상체 근육이 드러났다. 상체를 만천하에 드러내니, 어쩐지 기묘한 포즈를 취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참기로 했다.
이곳은 투기장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좋다. 달려볼까.
지금부터 유산소 운동 시작이다.
“오, 너 몸이 좋잖아?”
“으음?”
그리 달리고 있으니, 누군가 옆에 따라 붙어서는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같은 길드원인 것이다. 말하자면 얼굴 한번 본 적은 없지만, 동료나 다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는 너도 몸이 좋아 보이네. 단련 좀 했구만, 이거.”
그래서 나도 친근하게 말을 하기로 했다.
그는 특징적인 은발을 지닌 앳된 얼굴의 미소년이었다. 굳이 미소년이라고 특정을 한 것은 그가 웃통을 까고 있었기 때문이다. 키는 콥슨보아 작아 보이는걸 보면 미성년자인가?
이런 사람이 있었던가…
아니면 최근에 들어온 신입인가?
뭐, 내가 길드에 강습을 받으러 오긴 했어도, 다른 사람들을 그다지 신경쓰지는 않았기 때문에 딱히 아는 사람이 없었다. 같은 길드원인데 얼굴도 모른다. 유일한 식별 수단은 귀걸이였다.
“뭐? 하핫. 이 작은 몸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거야?”
“아니, 걍 해본 말인데.”
몸이 좋다는건 그냥 반사적으로 한 말이다.
이 미소년은 키가 작아서 그다지 몸이 좋다고 할 수가 없었다.
“뭐야, 그게.”
“그래. 난 캇트다. 너는.”
“나는 셰이트. 실례가 되지 않으면 단련법을 좀 배울 수 있을까? 몸이 굉장한걸?”
그의 이름은 셰이트라고 한다. 흘깃 보니, 휘날리는 은발이 상당히 관리가 잘 된 것으로 보였다. 딱 보니까 없이 사는 놈은 아닌 것 같고, 어디 좀 잘사는 집 자제인가? 검술은 교양으로 배우러 왔고? 아무튼 인상을 보니 그렇게 나쁜 녀석인 것 같지는 않았다.
몸 얘기를 꺼내면서 단련법을 물어보는 걸 보니 그냥 내 빵빵한 근육을 보고 호기심이 생긴 것이겠고.
“단련법이라… 근육을 키우고 싶은 건가?”
“바로 그거야.”
나는 그와 잡담을 하면서 뛰었다. 달리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자꾸만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통에 내치기도 뭐해서 그냥 말을 받았다.
“그냥 존나 달리고, 존나 운동하고, 존나 싸우면 돼.”
이것이 바로 내 강함의 비결이었다. 체급이 우월한건 내가 고향에서 워낙 잘먹고 잘 살아서 그런 것이다. 오히려 지구에서 난 그냥 쭈구리에 불과했다. 사방에 180cm가 넘는 거인들이 도사리는 곳이 바로 21세기 한국이었으니까.
178cm인 나로서는 결코 그들에게 비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운동을 했다.
이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F급일때부터 시간이 날때, 체력이 허락될 때면 항상 운동을 했었다. 그것은 E급이 되어서도 마찬가지 였고, 그나마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 그때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힘은 간단하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흐음, 그런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뭔가 특별한 방법은 없는거야?”
“저게 특별한 방법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