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300)
〈 300화 〉꽃의 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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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바깥이 나와야 정상이 아닌가!”
정글의 공포에 심령을 완전히 사로잡혀버린 콥슨이 패닉을 일으키며 방방 뛰면서 소리를 질렀다. 나조차도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어서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분명 정글의 외곽 쪽에는 긴 수풀이 자라나 있는 상태였다. 우리는 분명 그런 수풀들을 베어 넘기고 정글에 진입을 했었다.
그렇다면 나갈 때도 똑같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만 움직였기 때문에, 수풀 너머에서 다시 정글이 나온다는 것도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아니, 잠깐만.
설마 주변 지형이 다 똑같아서 그만 방향을 잘못 잡고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와 버린 것인가? 아니, 그럴리가 없다. 우리가 누군가. 몇 년 동안 모험가로 구른 역전의 사나이들이란 말이다.
그런 우리가 실수를 한다고?
물론 실수를 할 수도 있기는 하다. 실수한 것이 아니라면 그새 정글이 더 커진 것일 수도 있고… 아무튼 혼란스럽다.
“콥슨. 진정해. 일단 다시 저쪽으로 돌아가 보자고.”
“후, 그래야 할 것 같군.”
완전히 다른 길로 들어와버렸으니, 다시 돌아가는 것이 맞다. ㅡ서걱. 수풀은 방금 베어넘겼음에도 빽빽했다. 그새 자란 것인가? 설마 그럴 일은 없을 텐데… 의심스러운 일 투성이다.
ㅡ남미 오지의 전설.
“씨발.”
연기처럼 차오르는 불안한 생각을 애써 억누르며 다시 수풀지대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여긴?”
“이, 이곳이 그곳이 맞는가?”
…다시 나온 곳도 어딘지 낯설었다.
풍경이 전부 엇비슷했기에 시간이 잠깐 흐른 것만으로도 뇌내 기억에 착오가 온 것 같았다.
아니, 씨발?
이거 진짜 개좆됐는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모르겠다. 씨발. 야, 우리 쌉좆됐다.”
“좆망이라네! 이걸 어쩌나, 바바리안!”
“좆망!”
“좆망!”
좆망의 구호를 외치면서 심령을 안정시킨 우리들은 심호흡을 하면서 주변을 살폈다. 길을 잃은건 잃은건 잃은 것이고, 잃었다면 찾아야 하는 것이다.
밤이 오기 전에.
다행히 아직 한낮이다.
시간은 충분하다. 굳센 정신과 전사의 혼. 그리고 모험가로서의 경험이 있다면 길을 찾는 것 정도는 어린애 손목을 비트는 것 보다 쉬울 것이다.
나와 콥슨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천천히 주변 풍경을 눈에 새겼다.
“좋아. 콥슨. 일단 길을 잃은 것 같아.”
“알고 있다네… 제길! 대체 이걸 어쩌나…!”
“진정해 새끼야. 이런적 한두 번이냐? 길 찾아야지. 애초에 우리 그렇게 깊숙하게 들어온 것도 아니라고.”
시간으로만 따지면 느린 속도로 두 시간 정도 움직인 것이 전부다.
“후우, 이런 일은 종종 있었지만… 정글이라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두려워지는군. 벌레들이 나타난다면 끔찍할 것 같다네.”
이 새끼 이거 고독의 쟁패를 거친 세대가 아니라서 그런지 벌레에 약한 모양이다. 내가 어릴 적의 소년들은 잔혹한 벌레들을 전혀 겁내지 않았었다.
“정신차려 임마. 일단 우리가 이쪽 수풀을 따라서 쭉 걸어왔으니 다시 왔던 곳으로 가면 돼.”
“알겠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중간중간 보이는 우리들의 발자국이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려 줬으나, 그것마저 빠른 속도로 흐릿해지는 중이다.
아니, 시팔.
대체 어디서 길을 잘못 든거지?
계속 길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리 20분쯤 걸었을까.
“바바리안. 저기 뭔가가 있네.”
“…”
ㅡ스윽.
조용히 말한 콥슨이 미끄러지듯, 나무의 뒤쪽으로 엄폐했다. 나도 자연스럽게 소리를 죽이고 그의 뒤를 따랐다.
“…뭐지? 저건?”
“으음, 자세히는 모르겠네.”
아무래도 저것이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염폐를 한 것 같다. 탁월한 감각이다. 나와 콥슨은 침묵을 유지하며 목을 길게 빼서 정체불명의 그것을 관찰했다.
“사람? 사람인가? 사람이냐 저거?”
“잘 모르겠군. 가까이 가보도록 하세.”
ㅡ슬쩍.
칼을 천천히 뽑은 우리들은 까치발을 들고 목표물을 향해 나아갔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그것의 형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것에 다가갔을 때.
“이런.”
ㅡ시체.
물체의 정체는 바로 사람의 시체였다.
아니, 모험가의 시체라고 하는 편이 더 알맞을까.
갈색 계통의 가죽 옷과 망토를 걸친 지극히 스탠다드한 타입의 모험가였다. 낡은 신발과 장갑… 무장은 빈약했고,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오른쪽 손에는 사브르가 하나 들려져 있었다.
칼집은 어따 던졌는지 보이지 않는다.
“바바리안. 우리가 아까 올 때, 이런 것이 있었나?”
콥슨이 사나운 눈빛으로 좌우를 살펴보면서 물었다. 그는 이미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겁을 먹은건 먹은거고, 싸워야 할 때는 싸운다.
나도 이미 비슷하게 경계를 하고 있는 상태다.
“…없었지.”
물음에 답한다.
이렇게 눈에 띄는 곳에 시체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ㅡ그러나.
이상한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모험가는 적어도 오늘 뒤진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였다. 어디 굴러다니다가 갑자기 와서 죽은게 아니라 애초부터 이곳에서 ‘죽어 있었던’ 것이다.
ㅡ무엇보다.
“이 꽃은… 대체 뭔가? 바바리안, 알고 있나? 불안하군. 빨리 대답을 해주게.”
“아니, 나도 처음 보는 꽃이다.”
“시체에 피는 꽃이라… 어째서인지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하는군.”
“나도 그래.”
시체에는 구더기가 피어난 대신 봄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분홍색의 꽃들이 잔뜩 피어 있었다. 식어버린 살점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꽃은, 마치 죽은 자의 진액을 빨아먹고 활기를 얻는다는 듯이 화사해 보였다.
ㅡ불길함.
대체 이 남자는 왜 이런 곳에 죽어있으며… 시체에는 벌레조차 없이 꽃만이 피어있는 것인가. 시꺼먼 공포가 심장에 채워지기 시작했다.
어드벤처였던 장르가 순식간에 미스테리 호러로 뒤바뀌고 말았다.
“…아무래도 이거 길을 또 잘못 들은 것 같다.”
“개 좆됐군… 씨발 바바리안. 분명 제대로 찾아오지 않았었는가? 내 생각에는 분명히 그랬을 걸세.”
“내 생각도 그래. 그리고 목소리 낮춰라.”
어떤 장난기 많은 살인악동(殺人惡童)이 그새 시체를 이곳에 옮겨두고 도망쳤다는 악질적인 장난을 친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100% 또 주변 환경에 동화되어 길을 잘못 들은 것이다.
“…”
그래서 시체가 갑자기 생겨난 것처럼 느꼈을 뿐이다.
씨발 길 잃었다.
정글을 둘러싼 수풀은… 아직도 그대로 있다. 저것을 베어 넘기면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어쩌면 수풀 자체가 인간의 판단력을 흐리는 마물일지도 모른다.
“일단 물건을 챙기도록 하세.”
“아니. 기다려.”
콥슨이 시체를 건드리려 해서 급히 제지했다.
“시체에 벌레가 없잖아. 내 생각엔 저 꽃에 독성이 있는 것 같은데.”
“흐음, 그렇군. 일리가 있어. 시체에 꽃이 먼저 피어나서 벌레들이 오지 못하게 된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렇겠지.”
그렇다고 시체를 건너 뛸 수는 없는 법이다.
“나뭇가지나 뜯어라.”
꽃의 독성을 차단하기 위해 천을 코 부분에 두르고 긴 나뭇가지를 하나 뜯었다. 이걸로 원거리에서 공략을 하면 될 것이다.
다른건 몰라도 저 칼은 챙겨두는 편이 좋다.
“사람이 머리를 써야지. 그럼 뒤져 보자고.”
“알겠네.”
ㅡ뒤적뒤적.
우리는 제법 긴 나뭇가지를 이용해 원거리에서 시체에 피어난 꽃을 쳐내고 수색을 했다.
역시나 신기한 점은 벌레를 단 한 마리도 찾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지극히 이상한 일이긴 하다. 아무리 꽃에 독성이 있다고는 해도, 정글은 온갖 생명체의 온상이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시체에는 딱정벌레와 유충들이 달라붙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이 시체는 죽은지 좀 된 것이 분명함에도 그러한 손상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잠에 든 것처럼 깨끗하게 죽어있었단 말이다.
역시 꽃의 독성 때문인가?
그 정도로 독성이 치명적인가?
독성이 무서우니 도망칠까?
알 수 없고, 모르는 일 투성이다.
갑자기 생겨난 정글은, 그 의문스러운 원인만큼이나 불가사의함을 선사해 줬다. 더욱 이상한 점은 외상 또한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진짜 존나 무섭네 이거.
대체 먼 일이냐.
시체에서는 특별한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독이 무서워서 뭐가 나왔다고 해도 챙기기가 꺼려진다.
“아, 씨발. 이 칼을 챙겨? 말어?”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불안하군.”
“씹탱 진짜.”
나뭇가지의 끝을 사브르의 손잡이에 걸어 천천히 끌어왔다. 그리고 마치 맨손으로 잠자리를 잡는 것처럼, 천천히 손을 뻗어 손잡이를 잡았다.
“으음…”
“괜찮나? 어지럽거나 하지는 않는가?”
“괜찮은 것 같은데.”
잎사귀를 하나 뜯어서 수통을 살짝 기울여 물을 조금 묻히고, 조심스럽게 칼날을 닦아 보았다. 잎사귀가 변색이 된다거나, 가루 같은 것이 묻어 있지는 않았다.
ㅡ휘익.
잡고 휘두르는 동시에 던져 보았으나, 딱히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꽃이 피어 있던 것은 시체의 노출된 살점이었고, 칼 쪽에는 없어서 괜찮았던 것인가?
아무튼 장비템 획득이다.
“흐흐흐, 그래도 챙긴 것이 있으니 마음이 놓이는군.”
“그러게 말이다.”
불길한 시체를 보긴 했으나, 돈 될만한 물건을 하나 주웠기 때문에 급속도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시간은 아직도 한낮이다. 길을 찾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라고 스스로를 세뇌를 하듯이 중얼거리며 우리들은 미친듯이 움직였다.
우리는 이미 광기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으아아아아아.”
“으어어어어어.”
ㅡ서걱! 서걱!
광인의 손속으로 수풀을 베어내고 정글에서의 탈출을 꾀하려 했으나, 우리를 반겨준 것은 바깥이 아닌 또 다른 정글이었다.
돌아버리겠네 씨발.
남미 오지의 전설이 자꾸만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밤이 되면 진짜 좆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뭔지 모를 야간 습격자들이 호시탐탐 우리를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 아닌가…!
“제길…! 바바리안! 미안하다네! 괜히 들어오자고 해서!”
“아니! 미안해 할거 없어! 우린 동료니까!”
“흐흐흐! 그렇군!”
“클클클! 그래!”
발작적으로 질주한 우리들은 좌우를 살펴보고 다시 원 지점으로 돌아왔다. 일종의 실험을 해본 것이었는데, 방금 이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풍경이 변한 것처럼 느껴졌다.
칼질로 나무에 표시도 해 봤는데, 이상하게도 그럴 때마다 뭔가가 어긋나고 있다는 것이 애매하게 전해져 왔다.
아마도 나와 콥슨은 정글의 안쪽으로 진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절망에 빠져 울부짖으려 한 그때였다.
ㅡ스슥!
“뭐, 뭔가 있다네…!”
“나도 봤다!”
발작적으로 몸을 숨긴 우리들은 칼을 겨누고 미친듯이 흔들리는 덩굴을 지켜보았다. 대체 뭐지? 또 몬스터? 아니면… 살인강도? 차라리 후자라도 만났으면 소원이 없겠다.
제발. 제발 사람이여라…!
ㅡ사악!
“허억!”
“뭐, 뭐야! 씨발!”
덩굴을 가르고 나타난 것은ㅡ
ㅡ두 발로 서는 사람 비슷한 것이었다.
“미녀?!”
“…”
“바, 바바리안! 미녀! 미녀가 나타났다네!”
ㅡ미녀.
그것은 지난날에 강림했던 화염의 마검사 김캇트가 살해했던 전력이 있는 저주 받은 식물들의 마물인 ‘드라이어드’였다.
“야이, 씨발.”
미녀는 이 미친 새끼가!
몬스터잖아!
“미녀…!”
돌연 콥슨이 벌떡 일어났다.
그것으로 어그로가 끌려, 드라이어드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야, 야 임마! 제정신이냐!”
콥슨은 마치 내 말 따위는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입을 떡 벌린 채로 드라이어드에게서 눈을 떼지를 못했다.
물론 콥슨이 반응한 것처럼 제법 볼만하게 생긴 몬스터기는 했다.
ㅡ…?
탄력적으로 보이는 연두색의 육체와, 건강해 보이는 몸매.
그리고 풍만한 가슴과 찬란한 금색 머리칼은 남자라면 거부할 수가 없는 것이었고, 순진해 보이는 얼굴에 비해 휘어져 있는 눈꼬리는 은근한 색기를 자아냈다.
무엇보다 복장 자체가 그저 덩굴과 잎사귀로 주요 부위만은 가린 음란한 차림이었다. 눈이 돌아가는 것도 이해는 간다.
물론 클라우디에 비한다면 10% 조차 미치지 않는 미모다.
ㅡ사아?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드라이어드가 싱긋 웃으면서 우리에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 저 씨발년이…!”
이빨을 드러내는게 아니라… 웃는다고? 웃는다는 것은 제법 고차원적인 의사전달 행위다. 결코 몬스터 따위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명백하게 느껴지는 불길함.
칼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ㅡ저벅.
그때.
“이 씹새끼야! 정신 차리라니까!”
돌연, 콥슨이 한 걸음을 내딛었다.
이 새끼가 갑자기 왜 이러나 싶어서 보니까, 눈이 풀려 있는 상태였다! 이런 씨발! 이거 홀렸잖아! 이새끼 완전히 돌아버렸다!
ㅡ시시싯.
그 모습을 본 그녀가 기괴하게 웃었다.
그런데 잠깐만.
가만 보니까 드라이어드는 내가 봤던 녀석이랑 조금 달랐다.
ㅡ머리에 꽃이 달려 있었다.
아까 시체에서 봤었던 그 분홍색의 커다란 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