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Illusion Hunter RAW novel - Chapter 119
117화. 포유류
S급 헌터, 정하성.
그는 몇 개월의 공백기가 있었음에도 금세 다시 화제의 중심이 됐다.
누가 뭐래도 그는 국민의 영웅.
또한 각성 이래 단 한 번도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각성자였으니까.
[T*** : 와 정하성 복귀하자마자 게이트를 몇 개나 작살내는 거냐;;] [제*** :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살벌하네요. 혼자 다니는데 어떻게 저런 공략 속도가 나오는 건지.]정하성은 한국 최고의 헌터다.
적어도 이 국가에서만큼은 그 문장에 반박하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정하성이 최강의 헌터인가?’라고 물으면 그때부터는 달라지지.
인터넷에서는 그 주제를 놓고 항상 의견이 분분했으니.
한국은 아직 S급끼리 전투를 벌인 선례가 없었다.
그래서 정하성이 가장 강하느냐는 물음도 쉽사리 답을 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불꽃 튀는 논쟁이 어느 남자의 말 한마디로 끝을 맺게 될 줄이야.
어느 함박눈 내리는 오후.
마켓에 들렀던 헌터들은 일동 충격에 빠졌다.
그곳의 정문에서 상상도 못한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 Hunternet > 자유 게시판 】
[p** : 방금 마켓 정문에 있던 분들 정 헌터랑 김 헌터 대화하는 거 들으셨음?] [j*** : 내가 진짜 뭘 본 거지] [k***** : 둘이 사이 나쁜 거 아니었나요??]랭킹 1위 기절 사건.
응급실 앞 실랑이.
그리고 미필연한 악성 이후 정하성이 매스컴에서 보였던 태도 등등.
이제 인터넷에서는 국민 영웅과 4번째 S급이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이 되지 않았던가.
그런데….
막상 오늘 두 사람이 대화하는 걸 지켜보니. 정하성은 상대에게 날을 세우긴커녕 퍽 서글서글한 태도였다.
[k** : 선입견 있는 눈으로 봐도 딱히 사이가 나빠 보이진 않던데요?] [j** : 어떤 미친놈이 자기가 미워하는 사람한테 버선발로 달려가서 밥 먹었냐고 물어보냐]그래서 익명의 사람들은 정하성의 태도를 두고 여러 가지 추론을 늘어놓았다.
사실 정하성은 김기려 헌터랑 딱히 사이가 나쁜 게 아닌데 소문이 부풀려진 거라느니.
아니면 예전 일은 이미 다 화해한 거라느니.
심지어 혹자는 그 두 사람이 원래 친한 친구 사이이고, 그렇기에 매스컴에서도 편하게 저격 인터뷰를 한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모두가 입을 모아 그들의 불화를 부정한 것이다.
[p** : 솔직히 그 뒤에 있던 대화만 아니면 그냥 두 사람이 시선 의식해서 이미지 관리하는구나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데…….]게시판에 글을 작성하고 있던 헌터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
[p** : 살다 살다 가리온에서 헌터 모집하는 걸 다 보게 되네요 ㅋㅋ]그래.
사실 보다 중요한 화젯거리는 이쪽이지.
정하성과 김기려가 안부 인사를 했다는 건 대충 넘어간다 쳐도.
이 길드명이 언급되면 헌터로서는 말을 얹지 않고 못 배기니까.
[블*** : [속보] 가리온 길드 입사컷 S급 [속보] 가리온 길드 입사컷 S급 [속보] 가리온 길드 입사컷 S급] [j*** : 이럴 거면 우리 이력서 왜 받았었냐고!!!] [T*** : 100% 기사 메인 감임 이거 ㅋㅋㅋ]가리온(加里溫).
그곳은 한국의 소형 헌터 길드다.
하지만 지명도로만 따지면 한국마탑에도 감히 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표가 그 유명한 국민 영웅이었으니.
[[선한일보] 정하성 ‘가리온’ 길드 설립… 헌터들의 지원 대란]상위 1%의 감정사.
국내 최고의 힐러.
S급 본인이 편의를 위해 최고의 인력을 꾸려놓았기 때문에 환경이 우수한 건 당연지사.
-랭킹 1위가 길드 설립했대!
-오, 지금 들어가면 나도 원년 멤버인가?
하성이 길드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업계는 한동안 난리가 났었다.
오죽하면, 이력서를 내려는 헌터들의 물결로 가리온의 이메일이 잠시 마비될 정도였다.
“하하, 나도 당시에는 분위기에 떠밀려 이력서를 냈었는데…….”
툭.
댓글을 작성하고 있던 모 헌터는 자판에서 손을 내려놓는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는 참 다들 열정적이었어.
단순히 정하성을 향한 동경심으로 입사하려던 헌터들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영웅의 이름값을 노리는 하이에나들도 우글우글했으니까.
‘A급 정도면 장비만 잘 맞춰도 S급이랑 비벼볼 수 있을 거고, 그러다 운 좋게 정하성이랑 정규 팀이라도 되면 인지도 떡상이다……. 뭐, 그런 마인드 가진 애들이 많았지.’
그런데 이런 계획을 세운 이들이 결국 어떻게 됐는지 아는가?
자신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지금부터 최종 면접이 있겠습니다.
그야, 각지에서 모인 서류 합격자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꺄아악!
-흐악!
-으뜨뜨뜨!
가리온의 최종 면접은 바로 길드 마스터인 정하성의 화염을 견뎌내는 것.
하지만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처참했다.
정하성이 진심으로 스킬을 발동하자, 기고만장하던 헌터들이 불과 몇 초 만에 우르르 쓰러졌으니까.
사람에게 직접 불을 댄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들 대부분은 속성 내성 장비를 꽁꽁 두른 상태였다.
-아아악! 잘못했어요! 그만!
그런데, 그럼에도 그 많은 강자가 주변에 흐르는 열기만으로 일제히 좌절하다니.
‘내가 그때는 미쳤지. 허 참, 그런 시험 내용을 알고도 어떻게 면접 동의서에 사인했는지.’
당시의 면접은 헌터들에게 있어서 한 가지 사실을 시사했다.
장비를 쓰든. 버프를 받든.
A급과 S급의 사이에는 절대 메울 수 없는 깊은 간격이 있었음을.
[j*** : 그래서 그때 면접자들 다 바닥에 굴러다니니까 정하성이 되게 딱하게 보면서 말하더라. 이 정도도 못 버티시면 저랑 팀으로 다닐 수가 없다. 그러니 정말 죄송하지만 여러분 모두 탈락 처리하겠다고…….]게다가 가리온은 길드가 설립된 이듬해부터 헌터의 지원서를 받지 않게 됐다.
그것도 상당히 자극적인 사유로.
【 20XX 헌터 인터뷰 】
[리포터 : 대표님! 지난 23일. 가리온 길드는 공식적으로 길드원을 모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요. 갑자기 이런 결정을 하신 이유는 뭔가요?] [정하성 : 가리온은 원래부터 소수정예 지향이었습니다. 그래서 각성자를 채용하게 되면 저랑 팀이 될 몇 분만 모시려고 했는데…….] [리포터 : 아무도 (최종 면접을) 통과하지 못한 건가요?] [정하성 : 예.]본인의 불길을 견딜 수 없는 각성자는 들이지 않겠다니!
‘미친.’
덕분에 가리온은 1인 길드의 대명사가 되었다.
국민의 영웅은 정말 그날 이후로 자신 외의 헌터를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으니까.
이를 본 네티즌들은 우스갯소리로 가리온은 S급만 들어갈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놀려댔지만…….
현실은 그보다 각박했다.
정하성은 1년 전. 어느 던전 브레이크 당시 업계 동료에게 의도치 않은 화상을 입혔기에.
[익명 : 아이고 이러면 마탑이랑 손잡는 것도 나가리. ㅜㅜ] [ㄴ작성자 : ㅇㅇ예전에 에스더 헌터님도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자기는 정하성이랑 팀 맺을 의향 충분히 있는데 모의전 해보니까 저주 영향 때문에 무리였다고]물론 동급의 각성자끼리는 속성 내성 장비만 제대로 갖추면 그럭저럭 동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각성자의 생태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종종 고급 장비를 도배하면 한없이 강해질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이는 불가능했다.
헌터들은 소위 [장비 슬롯제]라고 불리는 특수한 한계를 지니고 있으니까.
‘우리는 100% 효율로 다룰 수 있는 아티팩트 수가 정해져 있어.’
아무리 S급이라도 몸에 주렁주렁 아이템을 달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면 불꽃을 막기 위해 속성 내성 장비를 쓰면 자연스럽게 다른 주장비를 빼야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는 던전 공략에 그다지 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S급들은 효율을 위해 암묵적으로 따로 다녔던 것이다.
-김기려 헌터님, 혹시 저희 길드에 들어와 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그 가리온이 길드원을 받다니.
-권유는 고맙지만 그건 힘들지 않을까? 아무래도 우리는 수준 차이가 너무 심하잖(아)…….
게다가 천하의 국민 영웅이 이런 말로 까이다니!
목격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은 김기려라는 인물이 꺼낸 말을 이렇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j*** : 와 대체 어떻게 하면 랭킹 1위에게 넌 수준 떨어져서 같이 못 다니겠다고 할 수가] [블*** : 더 놀라운 건 정하성 반응임…. 걍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 끄덕이고 말던데] [ㄴ g* : 진짜로요. 여기 말대로 후속 반응이 더 충격적입니다.]뒤집힌 ‘수준차’의 방향.
이로써 네티즌들은 한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 어쩌면.
4번째 S급은 정하성을 낮잡아볼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실력자가 아닌가 하는…….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정하성은 최강의 헌터인가?’라는 질문도 답을 낼 수 있을 터.
[H* : 1위 이겨 먹을 정도면 진짜 괴물 중에 괴물이네ㄷㄷ] [블*** : 그럼 브루클린이랑 김기려가 싸우면 누가 이김?] [a*** : VS무새들 또 시작]새로운 S급의 언행 덕택에 게시판은 한동안 시끄러워졌다.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어쨌든, 그 강한 헌터가 결국은 한국의 소속인 거니까.
[a*** : 지금까지 협회장 지시로 등급 숨기고 있었다는 거 보면 협회 쪽 직속 라인인 거 같은데, 그럼 던전 브레이크 대응 하나는 잘해줄 것 같아서 든든하네요.]이 익명 사이트의 헌터들은 김기려의 등장에 희망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모두 같은 의견을 낼 수는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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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헌터넷 반응 보소 ㅋㅋ]ㄱㄱㄹ 걔가 있으니까 앞으로 던브 걱정이 없겠다고??
아니 걔는 딱 봐도 협회가 그동안 등급 조작 못 잡은 거 인정하기 싫어서 날조로 실드친 거잖아 ㅋㅋ
하여간 저 개돼지들은 짐승이란 소리 들은 지 얼마나 됐다고 S급이면 그냥 빨아주네
어휴 답이 없다 답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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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모 커뮤니티 사이트는 방금의 게시판과 대조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김기려는 일전의 임시 기자회견에서 집으로 찾아온 언론인들을 이렇게 칭했기 때문이다.
-노코멘트 하겠다고 포유류 자식들아.
포유류.
미물을 가리킬 때나 쓰는 말로 사람을 칭했으니 당연히 뒤따르는 반발.
[COMMENT(2)] [짐승남 저 ㅅㄲ는 분명 창호과다. 마탑주가 다 잡아놓은 몹 날먹하다 등급 걸릴 때부터 알아봤지] [막상 사고 나면 잠수탈듯]솔직히 말해 김기려는 등급을 정정한 이후로도 평판이 바닥을 기었다.
임시 기자회견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상대가 내뱉은 생소한 단어를 일부 변질시켜 매우 자극적으로 헤드라인을 뽑았으니까.
이제는 몇몇 누리꾼들에게 ‘짐승남’이라는 조롱조의 별칭으로 불리게 된 상황.
[제목 : 짐승남 직무유기 할거라는 데에 내 귀때기를 걸겠다] [내용 :(예상 변명)
아 이거는 A급 이하 던전 브레이크라 제가 아니어도 다른 헌터들이 해결할 수 있어서 어쩌고저쩌고~] [COMMENT(1)] [ㄹㅇ진짜 상급 애들은 돈 안 되는 던브는 거들떠도 안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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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데, 이 대중 인식은 며칠 뒤에 일어난 모종의 사건으로 뒤집히게 되었다.
[헐] [???] [머임?]그야말로, 한 방에.
[답이 없는 건 우리였고] [;;저런 존엄한 분의 눈에는 다른 것들이 금수로 보이는 게 당연했다…….] [안녕하세요 매니저입니다. 오늘부로 이곳은 국내 김기려 팬카페이며 해당 헌터분에 대한 비방글 작성 시 재가입 불가 강퇴 처리하겠습니다. 꼬우면 나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