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of-standard grade analyst RAW novel - Chapter 342
341화
-히로익 에이지(1)
찌리릿!
이현은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뒷골을 타고 올라오는 섬뜩함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가 온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그것이 위기를 알려주는 직감임을 깨달았다.
이현은 곧바로 [판타소스의 꿈]을 거대한 방패 형태로 펼쳐 들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그런 그의 코앞으로 다가오는 건 거대한 빛의 기둥, 브레스였다.
‘막아야 한다.’
이현에게로 날아오는 브레스에 담긴 힘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이걸 막아내지 않는다면 그를 뒤따라 게이트에서 나올 리코스와 사우레노르 부대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게 분명했다.
‘그렇게 둘 순 없지!’
이현은 브레스를 막아내기 위해 그에 버금가는 규격 외의 힘을 방패에 쏟아부었다.
우우웅.
[판타소스의 꿈]이 막대한 힘을 견디지 못하고 진동하기 시작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조금 더!’
이현은 이를 악물고 규격 외의 힘을 더 쏟아부었다.
그 순간, 방패 전체에서 청아한 푸른빛이 밝게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검에 검기를 실 듯, 방패에 기를 두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직후, 브레스가 이현의 방패를 직격했다.
콰아앙!
대기가 없는 우주 공간이라 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충격을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이현은 전신으로 충격과 소리를 느끼고 있었다.
“흐아아압!”
이현은 규격 외의 힘 말고도 내공까지 끌어올려 방패를 세차게 옆으로 뿌렸다.
그 덕에 이현을 덮치던 브레스는 굴절되어 다른 곳으로 꺾여 날아갔다.
“와, 죽을 뻔했네. 시작부터 필살기야?”
겨우 브레스를 튕겨낸 이현이 혀를 내둘렀다.
브레스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판타소스의 꿈]이 더는 그 힘과 열을 견디지 못하고 달군 쇠처럼 주황빛으로 빛나고 있을 정도였다.‘새로 얻은 능력이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죽었다.’
이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게이트를 나서기 직전을 떠올렸다.
* * *
“보스, 완성했어요. 새로운 골렘이에요!”
이현이 두 번째 게이트를 넘어 사도를 사냥하러 나가기 직전.
릭이 [히치하이커의 우주복]을 토대로 새로 만들어낸 이현 전용의 골렘이 완성되었다.
“전의 그 놀라운 골렘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성능 면에서는 자신이 있습니다.”
릭은 아주 자랑스럽게 이현에게 골렘을 내보였다.
이현이 규격 외의 힘으로 강화하고 티타니아의 [사물 빙의]로 아주 잠깐 동안 사용할 수 있었던 3세대 골렘 랜슬럿.
릭은 그런 랜슬럿의 성능을 보고 규격 외의 충격을 받았었다.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차원의 골렘이다.’
천성이 골렘 기술자였던 릭에게 목표가 생겼다.
자신의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서라도 랜슬럿과 맞먹는 아니, 그것을 뛰어넘는 골렘을 만들겠노라고.
그래서 랜슬럿의 잔해를 들고 연구하기를 반년.
그 성과가 지금 여기에 나타난 것이었다.
“2.5세대 골렘, 나이트(Knight)입니다.”
이현은 릭이 내민 새로운 골렘을 보고 놀랐다.
기존 골렘의 거대한 몸체가 아닌 랜슬럿처럼 매끈하고 유려한 유선형의 몸체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주복에 장갑을 덧붙이는 식으로 만들어봤어요. 그 덕분에 방어력이나 근력 강화 같은 능력치는 조금 부족합니다.”
릭은 분하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이현이 우주 공간에서 싸울 것을 위해 생존 기능에 치중하다 보니 전투 기능은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에 보여주신 그 놀라운 스킬이라면, 랜슬럿에 버금가는 능력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생했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해.”
이현은 릭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칭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트는 릭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증거였다.
2세대 골렘인 갓파더 Mk. 2에 티타니아가 빙의하면서 3세대인 랜슬럿으로 업그레이드됐었다.
그러니 2.5세대인 나이트가 같은 과정으로 업그레이드된다면 더 대단한 성능을 발휘할 거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이현은 그 성능을 바로 시험해보기로 했다.
“티타니아, 빙의해 봐.”
“알겠어요.”
티타니아가 이현이 장착한 나이트에 스며들어 빙의하자 랜슬럿 때처럼 골렘이 업그레이드되었다.
「3세대 골렘-베디비어(S)
– 뛰어난 아티팩트와 진화의 힘이 합쳐져 태어난 신형 골렘.
– 사념 에너지를 흡수해 움직이는 동력 체계를 지님.
– 그 어떤 상황에서도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생존 슈트.
– 기반 골렘에 적용된 향상된 기술로 인해 기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
– 스킬 : [사념 에너지 흡수(S)], [생존(A)]」
EX등급까지 올라갔었던 랜슬럿에 비하면 등급이나 스킬이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베디비어의 장점은 그 아쉬운 면을 만회하고도 남았다.
“이야, 이건 정말 대단한데.”
베디비어는 랜슬럿처럼 시한부 골렘이 아니었다.
릭의 피를 깎는 노력 덕분에 기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정말 고생했어.”
“뭘요. 더 대단한 걸 만들어 낼 겁니다.”
이현의 칭찬에도 릭은 고개를 저으며 열의에 찬 눈빛으로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부탁해. 너라면 언젠가는 티타니아 없이도 랜슬럿이나 베디비어 같은 골렘을 만들어 낼 것 같네.”
“꼭 그러겠습니다!”
릭이 물러나자 이현은 착용한 베디비어를 움직여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면 우주 공간에 나가서도 자유롭게 싸울 수 있겠어.”
사념 에너지를 소모해 산소를 자체적으로 생산해내는 기능은 물론이고 에너지를 분사해 우주 공간에서 유영할 수 있는 기능도 존재했다.
모두 [히치하이커의 우주복]에 내장된 기능 덕분이었다.
“디르케, 사우레노르 부대는 어때? 준비는 다 됐어?”
“네, 보스. 모두 리코스의 등 뒤에 타서 함께 이동할 예정이에요.”
리코스의 커다란 등 위에 빽빽하게 들어찬 사우레노르 부대는 이현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었다.
“그럼 이제 출발해 볼…….”
“아, 잠시만요, 주인님.”
이현이 던전 게이트 바깥으로 향하려 할 때, 티타니아가 빙의를 해제하고 밖으로 나오며 그를 멈춰 세웠다.
“뭐야, 티타니아?”
“가기 전에 확인할 게 있어요.”
티타니아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을 때는 그녀의 손에 독특한 모양의 사념 에너지 결정이 하나 들려 있었다.
“이게 뭔데?”
“이번에 던전수에 맺힌 스킬 결정이에요.”
“스킬 결정?”
이현이 티타니아의 말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름 던전 물 많이 먹은 그도 처음 듣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걸 사용하면 새로운 스킬을 얻을 수 있어요.”
“그렇게 쉽게?”
물론, 던전 마켓에서 스킬북을 사서 스킬을 습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던전에서 생산해낼 수 있다니?
이현은 던전의 구성원들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에 눈을 반짝였다.
“이게 갑자기 왜 맺힌 거지?”
“스킬 결정의 스킬 명을 보면 알 거예요.”
티타니아의 말에 이현이 [분석의 안약]을 눈에 넣고 결정을 확인해보았다.
「[히로익 에이지]의 스킬 결정」
스킬 결정의 정체를 알게 된 이현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이건…….”
“맞아요. 성이경의 스킬이 결정화된 거예요.”
이현의 적이었다가 패배해서 포로로 잡힌 성이경.
이현은 그녀의 악행을 용서하지 않고 산채로 던전수에 비료로 바쳐 버렸다.
“설마 스킬 결정이 열리는 조건이 산 채로 제물을 바치는 거야?”
“네. 격이 높은 제물을 바치면 그자가 가지고 있는 스킬 중 하나가 임의로 결정이 되어 던전수에 맺혀요.”
“적극적으로 사용할 방법은 아니네.”
이현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성이경처럼 악질인 적이라면 그렇게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스킬을 얻겠다고 산 제물을 바치는 건 문명인인 이현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이건 대체 무슨 스킬이지?”
[히로익 에이지]는 그녀가 가지고 있던 스킬 중 하나였다.그리고 이현과의 목숨을 건 싸움 중에서도 그녀가 끝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스킬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현이 그 정체를 몹시 궁금해했었다.
“어떤 스킬인지는 습득하면 알 수 있겠죠?”
“…….”
이현은 스킬의 정체가 분명 궁금했다. 하지만,
“제길, 이거 찝찝해서 쓰겠어?”
이현은 마치 손에 든 스킬 결정이 성이경의 유해라도 되는 듯 느껴져 잠시 망설였다.
‘아니다. 지금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때도 아니고.’
이현은 당장 사도와 맞서 싸워야 하는 처지였다.
이현은 눈 딱 감고 결정을 손안에서 부수었다.
그러자 사념 에너지 결정과 마찬가지로 결정 안에 담겨 있던 기운이 이현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스킬 [히로익 에이지]를 습득합니다.]스킬을 습득했다는 던전 알림이 울려 퍼졌다.
“어때요? 어떤 스킬이에요?”
기억을 모두 되찾은 티타니아에게도 [히로익 에이지]는 처음 듣는 스킬이었다.
티타니아가 기대에 찬 눈으로 이현을 보고 있자, 그가 슬며시 감은 눈을 떴다.
“대박이야.”
이현의 입꼬리가 잔뜩 올라가 있었다.
“이런 스킬을 놔두고 쓰지 않은 성이경은 정말…….”
이현이 기가 막힌다는 듯한 얼굴로 웃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쓰지 않은 게 아니구나. 못 쓴 거지.”
「[히로익 에이지] : 자신과 동료들에게 영웅의 능력을 임의로 내려준다.」
정말 좋은 아니, 사기에 가까운 스킬이었다.
이경이 애용했던 [영웅화]에 비하면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의 급이 떨어졌지만, 다수의 동료에게 능력을 부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 스킬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써보지도 못했다.
던전에 같이 휘말렸던 동료들을 모두 제 손으로 죽여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동료를 만들려고 했던 거였군요?”
“어떻게든 나진 누나를 동료로 삼으려고 했던 게 이상하다 싶긴 했어.”
그녀는 오크 마피아들을 부렸었지만, 성이경에게 그들은 도구였을 뿐 동료라고 할 수 없었다.
거기다 인간 불신에 걸려 있던 성이경은 이현을 믿지 못하는 걸 넘어서 혐오할 정도였다.
결국, 그녀는 나진을 동료로 삼는 데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진은 그걸 원치 않았고 이경은 이 좋은 스킬을 쓰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 괴팍한 성격과 가치관이 제 목을 졸랐네.”
이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대신 잘 써주마.”
“우선 나한테 한번 써볼까? [히로익 에이지].”
이현은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오우!”
“뭐예요? 어떤 능력이에요?”
이현이 눈을 크게 뜨자 궁금해진 티타니아가 물어왔다.
이현은 그런 그녀를 보며 히죽 웃었다.
“방금 내 규격 외 감각이 찌릿찌릿했어.”
보지 않아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기를 직감적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어떤 영웅의 감각이 이현에게 부여되는 순간이었다.
* * *
바로 그 직감 덕분에 이현은 던전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누다르의 브레스를 감지하고 방어해낼 수 있었다.
“천운이 따랐네요.”
“그러게 말이야.”
이현이 티타니아가 빙의된 베디비어 안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맞장구를 쳤다.
만약 스킬을 통해 이 직감을 얻지 못했다면, 지금쯤 이현의 몸은 흔적도 없이 증발했을 터였다.
비유가 아니라 누다르의 브레스에는 그 정도 위력이 있었다.
신의 금속 오레이티토스로 만든 [판타소스의 꿈]이 마치 달군 쇠처럼 뜨겁게 변해 있을 정도였으니까.
“릭한테 고마워해야겠네.”
베디비어의 장갑이 아니었다면 이현의 손은 뜨겁게 달아오른 방패를 견디지 못하고 타들어 갔을 터였다.
이현이 브레스를 막아내고 숨을 돌리고 있을 때였다.
“어머, 신기해라. 이걸 막아낸 거니?”
요사스러운 목소리가 이현의 머릿속을 파고들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