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of-standard grade analyst RAW novel - Chapter 484
483화
-최후의 전장(4)
“손이 모자라면, 손을 늘리면 되고.”
스스슥.
이현의 분체들이 마치 새끼를 치듯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무기가 모자라면, 무기를 더 만들어내면 되지.”
수십 명의 분체들의 손에는 규격 외의 힘으로 만들어진 갖가지 무기가 들려 있었다.
이현이 자주 쓰던 도끼나 검, 사우레노르의 무장인 방패와 창, 무 행성 무인들이 쓰던 온갖 병장기들, 그리고 뉴가텀의 스팀건과 한국의 K-2 소총과 수류탄까지.
여태껏 이현이 보고 겪어왔던 무기들이 분체들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리고 재능이 없으면,”
이현의 본체가 도끼날로 손을 탁탁 두드리며 히죽 웃었다.
“재능을 가져오면 되는 거야.”
인간 도이현은 전투에 지독히도 재능이 없었다.
하지만 규격 외의 힘은 한계와 법칙을 넘게 해주는 힘.
규격 외의 신이 된 이현은 재능이 없다는 한계를 가질 수가 없었다.
‘청명의 말대로 아직 인간이라는 한계에 얽매여 있었어.’
당연한 일이었다.
이현은 평생을 인간으로 살아왔고, 우주적 존재가 된 건 정말 최근의 일이었으니.
그렇다면 재능을 가진 분체를 만들어내면 되는 것이었다.
‘나진 누나, 리코스, 유주.’
규격 외의 힘으로 만들어진 애각창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분체.
생전의 리코스처럼 절도있게 중장보병의 창과 방패를 다루는 분체.
날렵한 장검을 휘둘러 주변을 화려하게 빛내고 있는 분체.
이는 지금껏 이현이 보고 겪었던 모든 이들을 이 자리에 소환해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규격 외의 힘을 가진 상태로.
‘분열하면서 태양계에 버금가던 크기는 지구급으로 줄어들었지만.’
이현은 히죽 웃으며 자신이 만들어낸 규격 외의 군세에 신호를 내렸다.
“덤벼!”
재능과 무기는 다른 이들에게서 따온 것이었지만, 마음은 같았기에 규격 외의 군세는 동시에 손발을 맞추어 느아타에게로 달려들었다.
“와아아!”
“이게 바로 분신술이다, 곤충 놈아!”
“야, 그런 말은 솔직히 창피하니깐 하지 말아줄래?”
“입 다물고 덤비기나 해!”
수십 명의 규격 외의 군세가 달려드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제천대성이 된 화과산의 돌 원숭이가 난동을 피우자, 옥황상제는 천계에서 으뜸가는 싸움꾼 나타 태자를 보냈었다.
손오공은 그런 나타 태자를 자신의 털을 한 움큼 뽑아 분신을 만들어 상대했다.
지금 그 모습이 여기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우습구나! 본체로도 상대가 되지 않았거늘, 힘을 쪼개서 나를 상대하겠다고?]느아타는 비웃음을 터뜨리며 혼천릉을 흔들었다.
그러자 혼천릉에서 뻗어 나온 파동이 분체들을 휩쓸었다.
“으아악!”
“고향에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너 그런 거 없어! 그리고 그거 플래그야!”
규격 외의 힘조차도 흩어내는 혼천릉의 파동에 분체 몇이 휩쓸려 사라졌다.
하지만 살아남은 분체들은 혼천릉의 공격을 피해 느아타에게 달려들 수 있었다.
“너, 참요검을 맡아! 내가 감요도를 막는다.”
“한 놈만 가면 썰린다! 둘씩 붙어!”
방패를 든 분체가 칼을 막아내고 캠핑용 로프를 든 분체가 느아타의 손 중 하나를 꽁꽁 묶었다.
박요삭에 당했던 방식을 그대로 돌려주고 있었다.
느아타의 다른 손들도 마찬가지였다.
온갖 병장기를 든 분체들이 느아타의 무기와 손을 막고 봉쇄하고 있었다.
손을 하나씩 봉인 당하자 분노한 느아타가 열심히 혼천릉을 흔들어 분체들을 털어내 보았지만, 그때마다 겨우 몇 마리를 없애는 데 그쳤다.
그리고 그렇게 흩어진 분체의 규격 외의 힘을 회수한 이현은 다시 분체를 만들어 투입했다.
없애도 없애도 계속 생겨나는 분체를 보며 드디어 느아타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이현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머릿수로 상대하는 건 너희들의 전매특허가 아니거든.”
헤아릴 수 없는 수의 권속들로 행성을 차지해왔던 사도들이었기에 그들은 반대로 자신들이 이런 수에 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때? 너희들도 당해보니까 짜증 나지?”
[이런 거머리 같은!]이현의 이죽거림에 분노한 느아타의 외침에 그에게 달라붙어 있던 분체가 킬킬거렸다.
“거머리는 피를 빨아야 거머리지!”
지구-2의 윤나진이 입고 있던 진홍의 드레스를 입은 우스꽝스러운 이현의 분체가 느아타의 옆구리에 창을 찔러 넣었다.
느아타의 반대쪽 옆구리에선 지구-1의 나진처럼 백은갑을 입은 분체가 [화예소휘창]을 펼치고 있었다.
“[화예소휘창-금련성룡金蓮成龍].”
느아타의 등 뒤에는 [페르세우스의 검술]을 펼치는 분체가 있었고, 심지어 크라쉬의 대검을 휘두르고 있는 분체도 있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본체일 땐 상대도 되지 않던 놈이!]아까 이현이 당했던 것처럼 손발이 묶여서 실시간으로 몸을 유린당하고 있는 느아타가 분노의 외침을 내뱉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법이라지?”
얼음은 물의 형태 중 제일 강하지만, 충격에는 약하기에 쉽게 깨진다.
하지만 안개는 약하지만, 아무리 충격을 가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이현은 약한 분체들로 분열했지만, 안개처럼 조금씩 느아타의 힘을 갉아먹는 중이었다.
치이익!
[크아아악!]신격을 지닌 무기를 제외하면 느아타의 몸은 평범한 사도의 것.
분체들이 쏘아내는 규격 외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몸 곳곳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물론, 한계가 있는 분체의 힘에 녹는 부위는 극히 적었지만, 동시에 수십 군데가 녹고 있으니 느아타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타격이었다.
퉁! 퉁!
[크아악! 눈! 내 눈!]“멀가중가중, 내가 군대에서 특등 사수였어, 인마!”
민아의 [악 불카누스]를 들고 있던 분체가 느아타의 눈을 맞추고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오두방정을 떨다가 분노한 느아타가 휘두른 혼천릉에 흩어졌지만, 이현은 다시 분체를 만들어냈다.
다시 총을 들고 나타난 분체는 머쓱한 표정으로 다른 눈도 노리기 시작했다.
[크아악! 이럴 순 없다! 이런 하찮은 전투 따위 인정할 수 없어!]느아타는 파괴와 전투에 미친 사도였다.
자신이 티타누스나 표사트보다도 더 강하고 완벽한 존재라고 자부했던 그였기에, 그 후계자와의 멋진 싸움을 꿈꿔왔었다.
서로 맞부딪치는 주먹의 충격만으로도 우주를 진동시키는, 그런 가슴이 웅장해지는 싸움.
하지만 현실은 자신보다 훨씬 작은 꼬꼬마 분체들에게 사로잡혀 천천히 몸이 녹아내리는 처지였다.
[네가 그러고도 전사냐! 비겁하고 치졸한 인간 놈! 당장 본체로 나와 정정당당하게 붙어라!]원하던 싸움을 하지 못한 느아타의 외침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현의 본체는 어디서 개가 짖냐는 표정으로 귀를 후빌 뿐이었다.
“사도 놈 입에서 정정당당은 무슨.”
이현은 한심하다는 듯 느아타를 내려다보며 도끼를 들었다.
“싸움은 살아남는 놈이 이기는 거야.”
그리고 모든 팔이 꽁꽁 묶여 있는 느아타를 향해 있는 힘껏 도끼를 휘둘렀다.
서걱!
가장 시끄럽게 떠들던 가운데 머리가 잘린 채로 우주 공간으로 솟아올랐다.
“저걸 또 먹고 회복하면 안 되지.”
이현은 규격 외의 힘으로 만들어진 불꽃을 주먹에 휘두른 채 설예린의 불 주먹처럼 머리를 향해 쏘아냈다.
화르륵!
태양보다 큰 느아타의 잘린 머리가 한 줌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느아타의 남은 두 머리가 우는 듯, 웃는 듯 기묘한 표정으로 광소를 터뜨렸다.
[크, 크흐, 크흐하하하!]“뭐 하는 거지?”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느아타의 모습에 이현이 긴장하며 도끼를 꽉 쥐었다.
하지만 느아타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네놈이 이겼다.]“그건 누가 봐도 아는 거고.”
[하지만 나는 벌레 신의 대사도이자 파괴를 가져오는 자.]느아타의 남은 눈들이 광기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러곤 박요삭을 크게 펼쳐 휘둘렀다.
“으악! 잡혔어!”
“이거 못 놔?!”
그전까지 이현의 분체들을 털어내려 용을 쓰던 느아타가 이제는 반대로 이현의 분체들을 박요삭으로 묶어 끌어안기 시작했다.
[크크큭, 몸을 분체로 나눈 건 네 실수다, 티타누스의 후계자여.]“잠깐, 너 지금……?”
그제야 느아타의 속셈을 파악한 이현이 얼굴을 험악하게 구겼다.
[나는 죽더라도 아버지께서 다시 낳아주시겠지. 하지만 너는 그럴 수 없겠지?]이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느아타는 분체들을 끌어안고 자폭할 생각인 게 분명했다.
‘단순히 형태가 흩어진 거라면 규격 외의 힘의 회수는 쉽다. 하지만 느아타가 자폭하면 그 지독한 사기 때문에 힘 대부분이 손실될 거야.’
다른 존재도 아니고 무려 대사도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사기였다.
아무리 규격 외의 힘이라도 다 태워내지 못하고 오염될 수도 있었다.
“당장 멈춰!”
이현의 본체가 분체들을 구하기 위해 도끼를 들고 달려들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삼두육비의 몸이 무너져 내리며 느아타의 몸은 다시 부정형 육체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치 풍선처럼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부푼 육체가 터지기 직전, 느아타의 광기에 물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늦었다, 이 멍청한 놈. 나는 규격 외의 힘을 더럽힌 공으로 죽지만 더 위대하게 태어나리라. 아버지, 제가 아버지께 갑니다!]“안 돼!”
광기와 환희로 가득 찬 목소리와 함께 느아타가 자신의 몸을 희생하려던 찰나였다.
[네 뜻대로 되진 않을 거다.] [뭐, 뭣이?!]영겁의 세월을 살아온 듯한 늙은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부풀었던 느아타의 육체가 다시 쪼그라들었다.
[이, 이럴 순 없다! 나의 영광스러운 죽음을 방해하지 마!]당황한 느아타가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몸은 쪼그라들기를 멈추지 않았다.
종국에 나타난 건 갈비뼈가 훤히 드러나는 앙상하고 마른 노인의 몸.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 느아타가 경악한 얼굴로 하나의 이름을 토해냈다.
[브, 브라흐마……!] [그래, 내가 돌아왔다. 젤라즈니의 원수여.] [너는 분명히 죽었다! 내가 잡아먹었다고!] [그랬지. 분명 그랬지.]노인의 얼굴을 한 브라흐마가 잔혹하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킬킬댔다.
[오만한 네놈은 3억 3천만이나 되는 우리를 모두 집어삼켰으니 끝이라고 생각했겠지.]3억 3천만의 신들은 비록 잡아먹혀 신격을 빼앗겼지만, 한때 신이었던 존재들이었다.
그들의 지성은 흩어지지 않고 남아 언제고 찾아올 복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느아타가 자폭을 위해 자신의 육체를 포기하는 기적 같은 기회가 그들에게 찾아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을 모두 브라흐마에게 몰아주어 육신의 통제권을 상실한 느아타의 몸을 빼앗았다.
[내가 분명히 끝없는 네 오만함이 언젠가는 너를 죽일 것이라고 했지? 지금이 바로 그때다.] [닥쳐! 닥쳐! 나는 이 자리에서 저놈과 함께 죽어야 한다고!] [그럴 일은 없을 거다.]노인의 팔이 자신이 잡고 있던 이현의 분체들을 놓아주었다.
느아타가 필사적으로 막으려 박요삭을 쥐었지만, 애초에 박요삭은 젤라즈니의 신들에게서 뺏은 신격으로 만든 무기.
진정한 주인의 명령 앞에서 느아타의 명령은 소용이 없었다.
[이때만을 기다려왔소. 우리를 구원해줄 귀인이여.] [그 입 닥쳐! 당장 몸을 내놓아라!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느아타의 발악을 억누르며 브라흐마가 편안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이현에게 지어 보였다.
“그러겠습니다.”
[감사하오. 그대에게 무궁한 우주의 축복이 있기를…….]분체를 모두 흡수해 다시 온전한 규격 외의 신으로 돌아간 이현은 천천히 도끼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안 돼! 안 돼! 이렇게 죽을 순 없다고!]발악하는 느아타와 기뻐하는 브라흐마의 머리로 자신이 가진 모든 규격 외의 힘을 쏟아부은 일격을 날렸다.
파스스.
벌레 신의 여덟 대사도 중 하나가 완벽하게 소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