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Biopsy RAW novel - Chapter (537)
이청운이 아주 느릿하게 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식이 변화하는 과정을 내가 볼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시전했다. 나는 그 움직임을 뚫어져라 관찰하다가 뭔가를 깨닫고 탄성을 질렀다.
“뇌룡신검! 그리고 뇌운강권.”
“잘 알아봤군. 그 말대로 두 가지 무예의 초식을 창법에 섞었네.”
“아니 하지만 그건…”
검법과 권법을 창술에 접목한다!
사실 나도 하려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방금 이청운은 이질적인 두 개의 무기술을 극도로 빠른 창술의 절초에 융합시킨 것이다. 그건 난이도가 굉장한 일이었다. 내가 할 말을 잃고 쳐다보자 이청운이 말했다.
“자네의 전생과정 중에 진소청이 검과 창을 동시에 들고 날뛴 적이 있을 것일세. 쌍문사가의 가주들과 겨룰 때의 일이었지.”
“기억납니다. 그런 일이 있었죠.”
“그 아이는 타고난 천재성으로 알아챈 것일세. 바로 뇌신류의 모든 무예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서 상승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그렇게 중얼거린 이청운이 갑자기 엄청나게 빠른 정권을 내 눈 앞으로 내질러왔다.
쿠웅!
살의가 없었기에 나는 피하지 않았고, 물끄러미 그 정권을 코앞에서 멈춘 이청운을 쳐다보자 그가 말했다.
“방금도 섞었네. 알아보았나?”
“네. 뇌영보 천주살을 쓰면서 명왕수를 쓰다가 갑자기 천뢰인과 만승검결의 초식을…”
“잘 알아봤네. 역시 자네도 훌륭한 뇌신류의 고수야.”
빙긋 웃은 이청운이 말을 이었다.
“자네는 단일무예만을 펼치는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신법, 권법, 검법, 창법, 도법 등의 모든 기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묘예(妙藝)로 승화할 수 있는 게 뇌신류의 무공일세. 처음에 만들어질 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고 천여 년 동안 무수한 달인들이 다듬고 또 다듬은
것이야.”
나는 감탄성을 내었다.
“오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뇌신류의 종사들은 하나만 파고들어 달인이 되지 않고 전부 다 잘 익혀야만 했지.”
“……”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 표정인데.”
“그렇다면… 뇌신류의 무공을 유기적으로 펼쳐서 묘예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더 강해진다는 겁니까?”
이청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일세. 확실히 강해질 것일세. 내가 보증하네.”
“으음!”
“그리고 묘예의 역(域)을 가르치는 건 최소한 초절정급 이상의 고수이자 종사의 후계가 될 자격이 있는 자. 대부분의 뇌신류 고수들은 이런 게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생을 마감하곤 했네.”
“하지만 진소청은 방금 말씀하신 묘예의 역을 자주 사용했습니다만…”
“그러니까 진소청이 엄청난 천재인 거지. 사실 이건 종사의 사제지간에 일대일로 전승받아 오랜기간 연마해야 겨우 터득할 수 있는 정수인데, 그 녀석은 감각만으로 대충 그 경지에 도달했던 거라고 보이네.”
“……”
할 말이 없다. 이청운의 말에 따르자면 묘예의 역은 특정한 초식이 없지만 지금까지 익힌 상승무공들을 연계하는 최상승요결이 분명하다. 그런 최상급 난이도에 스스로 도달한 진소청의 재능이 두렵기 짝이 없었다.
또한 나는 퍼뜩 생각난 게 있어서 질문했다.
“저는 뇌신류 귀혼일파의 무공을 거의 모릅니다. 술법은 물론이고 자전귀도는 초식만 알고 있습니다. 이래도 묘예의 역을 익히는게 괜찮습니까?”
“괜찮아. 그쪽은 좀 특이하기 때문에 굳이 몰라도 상관은 없네.”
“네?”
이청운이 약간 껄끄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귀혼일파의 무공과 술법을 웬만큼 다 터득했지. 하지만 익히면 익힐수록 그들은 뇌신류의 본파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일파라는 생각이 들어. 물론 적이라는 건 아니지만 처음부터 이질적인 존재가 뇌신류에 섞였다고 해야할까… 그것도 초창기에.”
“……?”
“후후. 다음에 귀혼일파의 전승자에게 한 번 물어보게. 그들은 비밀이 많아.”
“네.”
그리고 수련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청운과 끊임없이 대련하면서 초식을 섞고 풀어내는 요령을 배웠고, 하루 사이에 무려 여덟 가지의 요령을 터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요령을 실제로 응용하는 것도 하루만에 되었기에 나는 내심 자신감이 생겼다.
‘ 어? 나 의외로 재능있는 거 아냐?’
하지만 수련이 계속될수록 내 표정은 일그러졌다. 다음 날은 전혀 새로운 요령을 여덟가지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요령이 머릿속에서 엉켜서 제대로 외워지지가 않아서 약 이틀을 허탕치며 계속 반복수련을 했다.
사흘째에 겨우 좀 알겠다 싶자 이청운이 말했다.
“아직 멀었네. 지금까지 배운 뇌신류의 무공에 존재하는 장단점과 특징을 모두 뼈속깊이 새기지 않으면 안 돼. 모든 걸 알고 있어야 응용을 할 수 있어. 최소한 천여 가지의 동작과 결합방식을 다 외워야 할 걸세.”
“으어어어…!!”
나는 괴음을 내며 말했다.
“천 가지라뇨? 제가 어떻게 그걸 다 외웁니까?”
“많아 보이지만 어차피 전부 다 익혔던 무공을 응용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리고 자네가 지금까지 익힌 무공의 초식의 가짓수만 해도 그걸 훨씬 넘을걸세.”
“그건 그렇습니다만…”
내가 미적거리며 일어서자 이청운이 말했다.
“자네는 둔재이거나 범재야. 재능이 부족하다는 건 스스로 잘 알고 있겠지.”
“……”
“그렇기 때문에 천재만이 얻을 수 있는 응용력과 진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백 배의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네. 나는 자네가 묘예의 역을 터득하고 나면 무에 관한 안목이 크게 향상될 거라고 확신하네.”
“하지만 너무 양이 많아서…”
내가 볼멘 소리를 하자 이청운이 씨익 웃었다.
“날 믿게. 내가 볼 때 자네가 칠대절학과 팔선신공을 어설프게 겉핥기로 익혀봤자 성취가 별로 늘지도 않고 혼란에 빠지게 되어 있어. 하지만 자네의 주무공인 뇌신류를 더욱 깊게 익혀서 깨달음 자체가 성숙해지면, 자연히 그 무공들을 익히기도 쉬워질 거라네.”
“으윽… 알겠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뇌신류의 종사이자 절대지경의 고수가 하는 말이니 믿을 수밖에 없다. 나는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무지막지한 수련과정에 기가 질렸지만 어쩔 수 없이 수행을 계속했다.
그렇게 약 세 달이 지났다.
나는 묘예의 역에 대해서 아직도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창술과 권술의 초식을 융합하는 요령은 어느 정도 알게 된 듯 싶었다. 순수하게 수백가지 경우의 수를 다 외우는 게 아니라 이미 익혔던 걸 결합하는 방식을 외우는 것이기에 생각보다는 쉬웠다.
‘ 하지만 딱히 강해진 것 같지는 않아…’
딱 까고 말하자면 알고 있는 걸 다르게 펼칠 뿐인 것이다.
내심 불만이 쌓이고 있을 때였다.
“백웅. 황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를 부른 제갈사가 말했다.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네가 대뢰옥의 인질들을 구출하자 몸이 달았는지 본격적으로 인간들을 인신공양 목적으로 모으려는 움직임이 보이는군.”
“인신공양?”
“그래. 현재 비공식적으로 금의위와 동창이 움직이며 전국 각지의 노예를 사들여서 낙양에 모으고 있는 중이다. 숫자는 대략 5천 명…”
확실히 그럴 만 하다.
금의위는 노예시장을 운영하는 풍신류와 긴밀한 관계이므로 노예를 사들이는 게 편할 것이다. 제갈사 옆에 서 있던 망량이 말했다.
“우리가 얘기해본 결과 용인(龍人)과 마인(魔人)을 양산하려는 의도라고 짐작했소. 아마 즉시 싸울 수 있는 병력을 많이 키우고싶은 모양이오.”
“으음… 초인병(超人兵).”
“또한 인신공양의 제물로 자기자신의 술법을 키우고 강력한 마도구를 내려받을 수도 있겠지.”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초인병인 용인과 마인은 엄청난 신체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초절정고수라도 상처없이 제압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런 놈들이 수십 수백씩 양산되었을 때 얼마나 강력한지는 내가 예전에 직접 체험해본 적이 있었다. 나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럼 지금이라도 황궁을 쳐서 제갈유룡과 황제의 모가지를…”
“아니.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어? 그럼 천계에 제갈유룡의 천기누설을 일러바쳐서 미후왕을…”
“그것도 안 할거야.”
단호하게 말한 제갈사가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그냥 내버려 두자.”
“뭐?”
“어차피 제갈유룡이 키울 수 있는 군단의 위력엔 한계가 있어. 아무리 키워봤자 백련교주한테 학살당할 운명이지. 그리고 한꺼번에 낙양이나 여러 도시 전체를 제물로 삼기엔 힘이 부족하지. 당장은 큰 계획을 못 세울테니까 멋대로 하게 놔두고, 넌 계속 수련을 해.”
나는 제갈사의 말을 듣자 멍하니 서 있다가 외쳤다.
“제갈사… 그 말은… 인신공양을 내버려두잔 소리냐?!”
“그래. 심장이 뽑혀죽든 촉수에 잡아먹히든.”
제갈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놈들을 구한답시고 나섰다가 또다시 수련시간이 사라지고 급격한 세파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생각이냐? 인간 5천명의 목숨같은걸론 수지가 안 맞아. 왜냐하면 그런 것보다는 네가 하루빨리 강해져서 목적을 달성하는게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미후왕을 내려보내는 것도 안될 말이야. 미후왕은 원래 요괴왕 출신이기 때문에 한번 강신하면 반쯤 무제한으로 지상에서 버틸 수 있어. 그 놈이 지상에서 어슬렁거리는게 앞으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협인지 모르는 게 아닐텐데?”
“……”
내가 입을 다물자 제갈사는 차갑게 말했다.
“난 생면부지의 노예 5천명이 어찌됐든 관심없어. 그건 망량도 마찬가지야. 우리한테 중요한 건 우리의 주군인 네가 목적을 달성하는 거다.”
제갈사의 말은 하나하나가 옳았다. 하지만 나는 이를 으득 갈며 말했다.
“그럼 내가 백련교주나 주작과 뭐가 달라?!”
“달라. 달라야지. 하지만 그건 인정에 휘둘려서 한걸음도 못나가고 계속 패배하라는 뜻은 아니잖냐. 너무 어이없게 많이 죽었다는 소리야.”
제갈사가 한숨을 쉬었다.
“… 다시 물어보지, 백웅.”
이어진 제갈사의 말에 나는 굳어졌다.
“넌 생면부지의 5천명의 목숨이, 지금 너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7명의 목숨보다 더 귀중한 거냐?”
00538 암천향(暗天鄕)
어느 쪽이 소중하냐고?
그야 물어볼 것도 없이 7인의 동료 쪽이었다. 그런 건 생각할만한 고민도 아니었다. 생면부지의 인간과 소중한 인연을 이은 자들 중 어느 쪽이 중요한지는 물어보나 마나인 것이다. 아니라는 놈이 미친 놈이다.
그러나 나는 제갈사의 질문에 좀 더 깊은 뜻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건 다른 문제야.”
제갈사가 바로 반박했다.
“아니, 같은 문제지. 네가 그 인간들을 구출하려 나선다면 필연적으로 우린 큰 사건에 끼어들 수밖에 없게 되고, 너와 함께 인과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될 거다. 그건 네가 우리를 죽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다른 문제야.”
나는 약간 억양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너라면 그렇게 되지 않을 방법을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러자 제갈사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뭔 개소리야?”
“당연히 생면부지의 5천명보다는 너희가 훨씬 소중해. 하지만 그렇다고 5천명이 인신공양 당하게 놔둘 수는 없어. 그들은 끔찍하게 죽거나 잡아먹힐 거고, 죽은 후에도 구원받지 못할텐데 가만 놔둘 수는 없다고.”
나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리고 정말로 내가 수련만 할 것을 원한다면 굳이 이 일을 내게 알리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 그렇다면 제갈사 너는 그 일의 해결책을 이미 알고 있거나, 나를 시험하려고 하는 거지.”
“……”
“방법이 있지? 그렇잖아.”
“흐음.”
“그게 내가 아는 제갈사다.”
내가 강하게 이야기하자, 제갈사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뚱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망량이 피식 웃으며 제갈사에게 말했다.
“말했잖습니까. 백웅은 예전의 백웅이 아니라고.”
“크크. 다 예측한 것처럼 말하지 마라. 너도 반신반의했기 때문에 나와 같이 백웅의 반응을 보러 나온 거 아니냐?”
“뭐 그 말도 맞습니다만…”
망량이 어깨를 으쓱이자 제갈사가 내게 말했다.
“맞아. 대책은 마련되어 있어.”
“역시 날 시험하려 한 거냐?”
그의 목소리가 다소 싸늘해졌다.
“그래. 이 정도 난관에도 줏대없이 흔들리는 놈인지 아닌지를 보고 싶었다. 섣불리 흔들리는 놈이라면 아무리 전생자라고 하더라도 나나 망량이 목숨을 바칠 놈은 될 수 없지.”
역시 그랬던 건가.
내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제갈사는 형형한 안광을 내뿜으며 턱에 손깍지를 받쳤다.
“네 말대로 우리 둘이 생각해낸 대책이 있다. 우리 정체도 안 들키면서 황궁도 견제할 수 있는 대책이지. 이 정도로 인재, 보물과 금력이 쌓였는데 그 정도도 못 하는게 이상하지 않겠냐?”
“하아, 다행…”
제갈사가 갑자기 말을 끊었다.
“하지만 방금 질문한 건 사실이니까 대답을 해줘.”
“무슨 대답을 말하는 거지?”
“방금은 네가 내 의도를 눈치채고 앞질렀지만, 실제로 앞으로 전생을 하다보면 이런 선택지가 무수히 등장하게 될 거다. 인정(人情)인지 실리인지, 정의인지 효율인지, 개입인지 방관인지, 구출인지 학살인지…”
“……”
“지금까지도 많이 있었던 선택이지. 그때마다 지금처럼 대답을 회피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겠지?”
나는 제갈사의 말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나는 내 머릿속의 이상때문에 모든 실리를 포기하진 않겠어. 필요하다면 포기할 수도 있어. 다만 그건 나 혼자 힘으로는 안 되는 거니까, 너와 동료들이 날 도와줄 거라고 믿어.”
“참 입에 발린 말이군…”
“미안.”
“어쩌다가 이런 빡대가리를 주군으로 모셔서.”
제갈사는 툴툴거리다가 말했다.
“그럼 노예 인신공양에 대비한 내 대책이란 걸 말해 주지.”
제갈사가 이윽고 계책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방법을 듣자 황당한 기분이 들어서 입을 쩍 벌렸다.
“어… 어?! 그건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냐?”
“너도 예전에 비슷한 방법을 썼으면서 뭐가 문제야? 그리고 너만 손을 더럽히면 끝나는 문제인데.”
“그렇긴 해도 통할까?”
“통하고도 남지. 그리고 사후작업은 망량이 반천맹과 낙양의 인맥을 이용해서 진행할 테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 없어.”
옆에 있던 망량이 보충설명했다.
“이 방법을 쓰면 적어도 5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오. 또한 우리쪽 정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매우 낮소. 다만 폭약이 좀 부족할테니 미호 님에게 부탁해서 동영의 폭약을 구매해야 할 것 같소.”
“알았어. 그럼 그 방법대로 할게.”
“그리고 연종휘 일 말인데…”
망량이 나를 바라보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를 언제까지고 장령곡에서 억류할 수는 없소. 그래서 그를 완전히 회유할지 아니면…”
죽일지를 말하는 거군.
망량이 살인멸구를 직접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남궁세가를 멸망시킨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정세가 크게 변동할 게 뻔했기 때문에, 그 날의 참사를 직접 목격한 연종휘를 결코 풀어줄 수는 없다. 그래서 죽이거나 회유하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지밖에 없는 것이다.
제갈사가 말했다.
“나는 그냥 이혼대법으로 세뇌해서 놈을 부하로 만들자고 했는데, 망량이 향후 동료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거부하더군. 이혼대법으로 조종당한 기억이 있다면 결코 우리를 신용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백웅 네 의견을 묻는 거다.”
“이혼대법으로 조종할지 죽일지를 말이냐?”
“까고 말해서 그렇지. 너는 어떻게 하고 싶냐?”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내 생각도 망량과 같아. 그는 미래의 십대고수이니, 뭔가 우리가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놈에게 흑요석을 주기에는 신뢰할만한 관계가 전혀 없는데.”
“내가 직접 연종휘와 이야기해 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