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28
19화
오히려 몬스터와 시작의 장이 현실 적이었다.
한국 조폭만 해도 실생활에서 만나 기 어려운 치들인데 야쿠자라니. 그것도 이나가와회라는 일본의 3대 야쿠자 조직 중 한 곳에 몸을 담고 있 는 자였으며,그것도 이나가와회의 핵 심 간부라고 하였다.
성일은 타케루의 전신에 둘러져 있 던 야쿠자식 문신과 그의 어늘했던 한 국 발음을 떠올렸다.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타케루가 죽기 전에 악 의에 차 토해 냈던 경고가 계속 마음 에 걸렸다.
현실로 돌아가면 피의 응징이 있을 거라고 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다고,어떻게든 홀러 들어갈 거 아니 여. 몇 명이나 듣고 봤는디. 쓰벌. 뒈 져 놓고도 성가시게 구는구만.”
성일이 굳어진 표정으로 말했다.
생각해 봤다.
바다를 넘어 한국으로 들어온 야쿠 자들이,시도 때도 없이 가족을 노리 는 모습을 말이다.
성일은 선후가 피식 웃는 모습을 보 며 다시 입을 열었다.
“웃을 일이 아니여. 야쿠자라잖아. 그런 것들은 말로만 들었지. 아니,왜 여기까지 나타나서 지랄인 거여.”
“협회로 들어와.”
“세계 각성자 협회?”
“우리가 보호해 주지. 부와 명예도 주고. 그래도 불안하다 싶으면 네가 먼저 치면 되잖아.”
“저 짝들 중에도 각성자가 나올 거 아녀. 조직원이 그렇게 많다는디.”
“별걱정을 다한다. 너는 앞으로 더 강해져.”
“나는 괜찮은디,기철이가 있잖어. 다 큰 놈을 항상 끼고 다닐 수도 없는 거 아녀.”
“그거야 돌아가는 데 성공했을 때나 할 수 있는 말이지.”
“그렇긴 한데…… 아니다,니 말이 맞어. 일단 여기서 살아 나가고 볼 일 이여. 야쿠자든 조폭이든 또 깝치면 뚝배기 깨 불고. 근디 부와 명예를 준 다는 건 뭐시여?”
“왜 관심 있어?”
“개평 챙겨 준다는디 뭐 땀시 거절하 겄어.”
“살아 나가기만 한다면 자연히 따라 오지 않겠어? 연예인보다 유명해지 고,어지간한 부자들보다 더 많이 벌 수도 있겠지.”
“흐헤헤헤. 전 여편네가 땅을 치고 통곡하겠구만. 그러게 내 항상 말했다 니까. 이 지랄 맞은 팔자는 장년에 핀 다고.”
“살아남기만 해. 이수아랑.”
“그 동상은 왜?”
“둘이 한 팀인데 서로 끌고 가야지.”
성 일은 고개를 끄덕 였다.
보스전을 돌이켜 보건대 오딘과 한 팀이 었다고는 말 할 수 없었다.
같은 파티로 묶여 있긴 했지만,오딘 은 머물고 있는 영역부터가 달랐다. 같이 동고동락할 진짜 동료는 오딘의 말마따나 수아였다.
어린 동상이고 생긴 것도 반반한 데 다 몸매도 그 정도면 수준급이다.
그러나 오딘의 눈에 들기 위해서라 면 어떤 짓도 할 기세는 위험천만해 보일 뿐만 아니라,제 잇속을 챙기는 데에도 능해 보여서 어쩐지 마음이 가 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던 중 성일은 새삼 별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말로만 들었던 야쿠자 간부도 잡아 보고,예쁘장하고 잘나가는 여성 펀드 매니저와 한 팀을 이루고 있는 것이었 다.
이전이었다면 꿈도 꿀 수 없었던 일 이었다.
그래.
여긴 사나이 권성일의 인생을 반전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다!
그때 수아가 돌아왔다.
“자치 위원회에서 오딘의 의중을 물 어 왔어요.”
포로들의 처우에 관한 것이었다.
“다 죽이든 살리든 관심 없어. 알아 서들 하라고 해.”
믿기지 않았었다.
광포한 황소 같이 강력했던 남자는 오딘이 아니었다. 오딘은 따로 있었 다.
마지막 순간에 아무런 장비 없이 나 타났던 청년!
이 마을 사람들이 그를 대하던 자세 에서도,자신을 내려다보던 섬뜩한 그
의 눈빛에서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오딘은 자신들의 생사 를 결정짓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오딘의 심복이었던 황소도 마찬가지 였다.
또 오딘의 사람으로 추정되는,30대 초반의 여성이 몇 번 오고 갔던 게 전 부였다.
이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수아라고 불렀다.
석주는 어쩐지 수아의 이름도 그렇 고 얼굴도 낯이 익었다. 죽을힘을 다 해 머리를 짜내던 끝에,석주는 수아 를 떠올리는 데 성공했다.
“수,수아 씨!”
석주가 황급히 외쳤다. 날선 시선 수 십 개가 석주에게 향했다.
“저 기억 안 나세요? 저 민석주입니 다. 작년도 전일인의 밤에서 뵈었습니 다.”
석주는 ‘전일’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 었다.
재일 야쿠자에게도 먹혀들어 갔던 카드 중에 하나가 전일이었고,마을 자치 위원회에게도 대(大) 전일 그룹 의 이름은 가히 효과가 컸었다.
“재무 3팀의 민 과장이라고 하시면 아시겠어요?”
전일인의 밤은 전일 그룹 본사와 직 계 계열사 팀장급 이상의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업무의 연장선이었다.
전일이라는 이름 아래 모였지만 본 사의 팀장과 계열사의 팀장 사이에는 넘지 못할 벽이 존재했다.
당시에는 수아가 먼저 석주에게 접 근했었다. 본사의 이사들과 계열사의 사장단 및 주요 간부들이 상석에서 만 남을 갖고 있는 동안에 말이다.
집안에서 닦달했던 혼처 때문이 아 니더라도,본사의 재무팀과 알아 두면 요긴할 것이 많았다.
수아는 그때를 떠올리며 석주를 위
아래로 훌어보았다.
그때처럼 말끔한 정장 차림에 호감 서린 미소 그리고 전일 본사의 대단한 금배지를 차고 있었다면 단번에 알아 봤겠지만,지금 석주는 팬티만 간신히 입은 채로 무릎이 꿇려진 상태 였다. 수아가 대꾸했다.
“그래서요?”
“야쿠자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여기가 무법천지라고 해도,어떻게 지 성인으로서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었 겠습니까.”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거
죠?”
“맞습니다.”
“우리도 그래요. 조용히 처분을 기다 리세요.”
성공만을 위해 달려왔고 실제로도 성공하고 있던 인생이었다.
학교에서는 한국이 3권 분립의 민주 주의 국가라고 가르치지만 현실은 달 랐다.
입법부의 국회. 행정부의 정부. 사법 부의 법원이 모두 전일 그룹의 손아귀 에서 굴러다녔다. 재계 20위권의 재벌 그룹들은 껍질만 요란하지,전일 그룹 한마디에 벌벌 떨었다.
시작의 날 이전에만 한국 경제 4할이 전일 그룹의 자산으로 잡혀 있었다.
한국은 전일이라는 금융 카르텔이 지배하는 나라였다.
그래서 목표는 처음부터 전일 그룹 이었다.
CPA(공인 회계사)에 합격한 걸로만 은 부족했다. 하버드에서 MBA 과정 을 수료하고 인터뷰까지 철저히 준비 한 끝에,대 전일 그룹 본사의 재무팀 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잘나가던 인생.
앞으로가 더욱 창창했을 인생이 여 기에서 무너졌기에,사실 재일 야쿠자
와 죽이 맞는 것도 있었다.
그가 한 번씩 한풀이를 할 때면 공감 가는 바가 많았었다.
시작의 장을 기회라 여기는 건 사회 의 패배자들이나 그렇지,자신이나 재 일 야쿠자처럼 이미 성공을 거머쥔 사 람들에게는 이렇게나 불운한 세상이 따로 없었다.
석주는 침음을 삼켰다.
이전에였다면 자신 앞에서 설설 기 었을,계열사 인사가 뭐?
조용히 처분을 기다려?
감히 대 전일 그룹 본사의 재무팀 과 장에게?
세상 참 좋아졌다. 그렇지?
그때 수아가 뇌까렸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어요. 민 과.장. 님.”
재일 야쿠자의 폭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울고불고하며 하소연하는 습격자들.
그들도 같은 땅에서 진입해 온 누군 가의 자식이며 부모였다.
그래서 마을 자치 위원회는 곤혹스 러 웠다.
내심 오딘이 모두를 죽여 버리고 문 젯거리를 증발시켜 버리길 바랐지만, 그는 언제나 그렇듯 최소한의 개입 외 에는 나서는 법이 없었다.
많은 게 문제였다.
사형하기로 한다면 집행을 누가 할 것인지.
가두기로 한다면 어떤 수단으로 그 들을 가둘 수 있으며,언제까지,또 누 가지키고 있는지.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 주기로 한다 면 거기서 파생할 문제는 어떻게 감당 할 것인지.
그래서 결정된 것이 추방이었다.
수아가 마을 자치 위원회의 한 사람 으로서 석주에게 경고했다.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나면 그때도 재일 야쿠자 때문이라고는 못 하시겠 죠. 명석한 분이니 두말하지 않겠어
요.”
“수아 씨. 이대로 돌아가면 똑같습니 다. 그건 지금 우리 모두를 죽이는 겁 니다.”
“설마 우리 마을로 편입되길 기대했 던 건가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오딘을 만나게 해 주십시오.”
“가세요. 돌아가서 다시는 우리 마을 에 얼씬도 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석주를 포함해 속옷뿐인 남녀 27인 은 경계 면 밖으로 쫓겨났다.
사건은 그들이 제 마을로 돌아가는 도중에 일어났다.
계속 앞서 걷던 석주를 노려보던 남 자가 다 들으란 듯이 뇌까렸다.
“일제 시대에 태어났다면 틀림없이 나라를 팔아먹 었을 놈이야. 앞잡이 새 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너? 이제야 본색 나오네. 내가 틀린 말 했냐? 일본 놈에게 딱 붙어서 우리 피 빨아먹으니까 좋대?”
“타케루는 씨발,한국 사람이야. 재 일 한국인 몰라?”
“씨발? 입에 딱딱 달라붙는 것이 한 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네. 전일 그룹 다녔다며. 그 잘난 체면은 밥 비벼 먹 었나 봐.”
“이런 병신 같은 것이…… 너 같은 새끼 때문에 나라 발전이 막혀요. 세 상이 바뀌었다고 개나 소나 인생 역전 할 것 같지? 안 그래?”
“뭐?”
“너 같은 하층민 새끼들은 여기서도 똑같아. 머리가 안돌아가?”
따뜻한 미소와 차분한 말씨로 재일
야쿠자의 폭정으로부터,그나마 사람 들을 안심시키고 보호해 왔던 게 그들 이 봤던 석주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
석주는 그동안 그들이 봐 왔던 모습 과 딴판으로 돌변해 있었다.
“너 같은 노동자 새끼들이 아이템 띄 우고 바칠 때,나하고 황관호는 뭘 띄 우고 있었을 것 같냐. 병신아.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 라도 따라가는 거야.”
남자는 불안한 시선으로 주변을 두 리번거렸다. 모두가 석주의 태도에 놀 라면서도,남자의 시선만큼은 외면하 고 있었다.
“꿇어.”
“뭐?”
“살려줄 테니까꿇으라고.”
“미친 새끼…… 왜 가만히들 있는 겁 니까. 이 새끼 본모습 보고도 정신 안 차릴래요?”
남자가 사람들에게 다급히 외쳤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전무했다. 남자는 석주의 붉어진 두 눈에서 살 의를 느낀 시점에서 두 주먹을 움켜쥐 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전지 공격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석주가 품고 있는 살의에는 남자를
정말로 하찮게 여기는 느낌까지 품어 져 있었다.
직전에 석주가 들려 준 말이 없었더 라도, 남자는 그동안 석주가 능력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자가 이를 악문 채 석주를 노려보 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시선 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크윽
남자가 수치스러운 얼굴로 무릎을 꿇었고,석주가 그의 뒤통수에 발을 올렸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머리를 짓 눌러 오는 힘에 대항했다.
소용없었다.
순간에 팽팽하던 끈이 끊어졌을 때 처럼,얼마 안 가 남자의 얼굴이 땅에 처박혔다.
“넌 앞으로 노예다.”
그러며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말했 다.
“마을에 비밀 창고가 있다. 1막 2장 은 그걸로 일단 버티……
그때 였다.
“언제나 느끼는 것인디 사람이 참 똑 똑혀. 후환을 절대 남겨 두는 법이 없 잖어. 나도 그런 점을 배워야 할 텐 디.”
석주가 볼 수 없던 어둠 속에서 두꺼 운 목소리가 뻗쳤다.
“뭐,뭡니까?”
“우리도 끔벅 속을 뻔했지 뭐여.”
“당…… 당신……
성일이 굳은 표정의 수아와 함께 걸 어나왔다.
“맞어. 오딘이 보냈구만. 뚝배기 안 녕 하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