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30
22 화
“자네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 우리 사람들 입단속만 제대로 시키면 문제 될 게 없을 테지. 부끄럽기 짝에 없 군……
“그런 소리 말아. 멀껑히 돌아온 것 만으로도 다행인 거야. 닉네임을 밝히 지 않았어도,네 얼굴을 알고 있는 사 람이 둘이나 있었잖아. 생각보다 유명
하다니까,안 믿긴. 오딘에 대해서 더 들려줘 봐.”
명환은 거대 괴수가 지키고 있었던 남자에 대해서 설명했다.
“얼굴은 볼 수 없었어.”
“우리하고 똑 같은 사람인 건 틀림없 어?”
“아마도. 한 가지 분명한 건,그가 중 앙 마을의 권력자라는 거지. 그 아래 열 명으로 구성된 마을 자치 위원회가 있고. 어쨌든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알아 둬야 할 게 있어.”
“어떤?”
“이미 야쿠자가 리더였던 그룹의 습
격이 있었다더군. 믿기 힘들지만 피해 하나 없이 방어한 걸로 보였어.”
“조폭이 아니라 야쿠자?”
“그래. 혹시 야쿠자칼리버가 뭔지 알 아?”
“아니.”
“음…… 자네도 모르는군. 신조어 같 은데 아는 사람이 없어.”
“왜?”
“야쿠자칼리버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고 조심해야 돼. 야쿠자 그룹이 그 런 방법으로 끝났으니까.”
“그러지.”
우성이 듣기에 중앙 마을은 완벽했 다.
누구의 작품인지 몰라도 정말로 홀 륭했다.
벌써 화폐가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 을 떠올리며 다시 물었다.
“몬스터 장기 중에 딱딱하고 거무튀 튀하면서 빛을 품고 있는 거 있잖아. 그걸 마석이라고 부르고,화폐로 통용 하고 있어. 웅덩이에서 나오는 식자재 와 현실에서 가져온 물건,인장과 아 이템 등이 전부 마석과 교환되고 있었 어. 놀라운 사실은 마석을 다루는 은 행이 세워져 있다는 점이야.”
명환은 쫓겨났던 이후로 들었던 이 야기를 종합했다.
“그들은 여기에 작은 도시 국가를 세 워 놨어.”
“자치 위원회 중에는 누구에게 힘이 쏠려 있어?”
“젊은 여자야. 단발머리에 …… 보자 마자 알 수 있을 거야. 두 눈이 자신감 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하는 말을 들 어 봐도 전일 쪽 인사임에 틀림없어.”
“전일여 회장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나. 그 여자는 우리나 라 사람이 아니잖아.”
우성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었다.
바로 전일 쪽 중요 인사들이 모두 시 작의 장에 진입해,종국에는 본 세계 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기서 객사하는 것!
막후에서 절대적 금권(金權)을 휘두 르는 노인,재통령 박충식.
그의 아들이기도 한 검찰총장,박우 철.
그의 사돈이자 전일 그룹의 프랑스 법인 제이미 코퍼레이션의 사령관인, 조대환.
그 조대환의 사위이면서 여당 원내 대표인,황보구.
그리고 그들의 여왕벌,제이미 양.
정재계,검경,언론 할 것 없이 모두 가 전일 그룹과 연관되어 있는 인사들 이라지만.
그중에서도 꼽으라면 그 다섯 명이 반드시 사라져야 할 사회악이었다. 일 제에 을사오적이 있듯이 현대에는 IMF오적이 있었다.
이 나라를 외국 자본에 통째로 바쳐 버린자들.
시작의 장에서 인도관이 곧 법인 것 처럼,현실의 한국에서는 전일 그룹이 법이었다.
즉 시작의 장에서 구태여 긍정적인 요소를 찾는다면 폐단의 주범들도 어
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데 있 었다.
우성은 이 시련을 극복하고 한국으 로 돌아갈 날을 고대하며 말했다.
“1막 2장은 걱정 말고 내게 맡겨. 자 네는 이참에 좀 쉬고. 그 동안 너무 무 리 했잖아.”
“이 세계도,앞으로의 세계도 손에 칼을 쥐고 있어야 말에 힘이 실릴 세 계지. 살아만 있지 나는 낙오된 거나 다름없다는 거야. 자네에게 달렸어.”
“마르크스가 칼을 쥐고 있어서 위대 한 사상가였나? 잊지 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야. 이 기회를 놓치면 우리
나라와 우리 민족은 절대 외국 자본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어.”
차라리 외계 문명의 침공 아래 나라 가 망해 버 렸다면 모르겠지만.
전과 다름없이 모든 시스템이 유지 되고 있었기 때문에,전일 그룹의 영 광에도 변함이 없었다.
우성은 시작의 장이 끝났을 때가 빤 히 보였다.
세계 각국의 자본 세력들은 각성자 들을 영입하는 데 혈안이 될 거다. 거 부 못 할 돈과 명예를 쥐여 주고,늘 해 왔던 대로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활용할 것이다.
특히 이 나라 한국이야말로,노골적 으로 각성자들을 착취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한국인 각성자들은 착취당하는 것도 모르고 전일 그룹이 쥐여 주는 돈과 명예와, 세계 각성자 협회라는 신 조 직의 기반 시스템을 저울질하다가 결 국에는 전일 그룹을 택할 것이다.
적어도 한국인 각성자라면……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바깥의 한국은.
세월이 어느 정도나 흘렀는지는 모 튼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등까지 내려오려 면 최소한 3년 이상이었다.
죽은 자들의 대지.
선후에게는 그 다른 시간 축에서 보 내 왔던 세월의 흔적이 더는 없었다. 끔찍했던 부상은 사라지고 피부는 재 생되었으며,아이템들은 방어력이 충 전되며 본래의 모습을 찾았다.
전방의 광경에서 떠나기 전의 기억 을 되짚고 있던 눈빛이 점점 선명해졌 다.
스스스一
그 순간 선후의 해골 용이 거짓말처 럼 자취를 감췄다.
[* 보관함] [ ‘죽지 않은 자들도 경배하는 해골 용’이 추가 되었습니다. ]부서진 탑 끝 층을 돌아봤을 때,선 후는 이를 갈았다.
죽은 자들의 대지는 지독했고 또 넓 었다.
먹고 싸고 도망치고 싸우고 먹고 싸 고 싸우고 다시 먹고.
어느 순간부터는 싸우고 있던 진짜
이유보다도,소강상태에서 가질 수 있 었던 정비 시간만이 전투의 새로운 이 유가 되어 있었다.
둠 엔테과스토의 숭배자,빌어먹을 리치와 언데드들…….
눈을 감았다 뜨는 잠깐 사이의 어둠 에서도,그것들의 혐오스런 몰골들이 여전히 번뜩여 댔다
본 시대에서 알고 왔던 것과는 달랐 다.
이름부터가 그랬다.
죽은 자들의 대지가 아니라 죽은 자 들의 신전이어야 했다.
둠 엔테과스토의 얼굴 없는 석상이
보스 몬스터로 있어야 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강화에 성공해,해골 용을 소환할 수 있는 목걸이를 얻는 것이 첫 진입했을 때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진입 순간 떠올랐던 메시지 가 있었다.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다.
단 세 글자와 느낌표. 그리고 그 끝 에 달린 웃는 이모티콘.
[파이팅! HV’Vj]해킹당한 시스템의 스토킹을 받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한 순간이 었다.
신전 하나가 아니라 신전이 속해 있 는 광활한 대지 전체가 무대로 변했 다.
돌아오는 데 성공하고 난 뒤에야 완 전한 해골 용을 얻었다고,누적시킨 포인트들로 능력을 올렸다고 반추할 수 있던 것이지.
도전자 퀘스트 때처럼 거기서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인 무대였고 길고 긴 싸움의 연속이었다.
본시 해골 용의 주인이었던 삼악에 게는 그런 일이 없었다.
삼악은 다섯 마을을 융합해서 이룬 공격대들,최하위 층부터 꾸준히 단련
된 정예들을 전부 이끌고 가서 마지막 층 공략에 성공.
그렇게 천운으로 목걸이를 발견했던 게 전부였으니까.
삼악이 완전체의 해골 용을 소환하 게 된 일은 시작의 장이 끝난 이후였 었다.
“괜찮은 거여?”
성일이 다가왔다.
갑자기 사라진 해골 용을 쫓아 움직 였던 그의 시선이 선후의 전신으로 향 했다.
성일은 자신을 쳐다보는 선후의 시 선에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곧바로 희미하게 풀어지는 시선이었 지만.
“힘들어. 몸이 아니라여기가.”
선후는 언젠가 성일이 그랬던 것처 럼 주먹으로 제 심장을 가볍게 쳤다.
성일이 볼 때에도 선후는 잠깐 들어 갔다 나온 자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꼭 집어 말할 순 없지만 어딘가 위험 한 느낌이 강했다.
맥이 풀린 표정을 짓고 있어도,저 두 눈에서 번뜩여 대는 눈빛이 그랬 다.
“내가 도와줄 낀 없으?”
“여자.”
순간 성일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여자? 가시나 말이여?”
“하룻밤 같이 보낼 여자가 필요해. 그 살결에 얼굴을 묻고 한숨 푹 자야 겠어.”
“아따 남자고마잉. 그런데 어디서 그 런 여자를 찾는디야.”
말은 그렇게 했어도 성일은 알고 있 었다.
마을 젊은 여자들이 오딘을 쳐다보 는 두려운 시선 속에는,동등한 정도 의 선망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말이 다.
그때 수아가 걸어왔다.
수아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표정이지 만,얼굴에 약간의 홍조가 번져 있었 다.
그런 수아를 보며 선후가 눈살을 찌 푸렸다.
“넌 안 돼.”
“뭐,뭐가요.”
“안 된다면 안 되는 줄 알아.”
“제가어디가 어때서요?”
수아가 처음으로 저도 모르게 발끈 했다가 고개를 떨궜다.
“사내 연애 해 본 적 없어? 됐다. 없 던 것으로 하지. 다시 일어날 때까지 깨우지만 마.”
선후가 발걸음을 내딛자,몰려왔던 사람들이 양옆으로 벌어져 길을 만들 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눈이 떠졌을 때에 도 그것부터 생각났다.
사전 각성자들 100인에게 암살 퀘스 트가 띄워졌을 때처럼,시스템은 기회 만 나면 이쪽을 도모하려 하고 있었 다.
시작을 이야기하지 않았어도 도전자 퀘스트를 시작해 버리고,1막 1장의
보스 몬스터를 2막 수준으로 끌어올 려 놓고,죽은 자들의 신전을 죽은 자 들의 대지 전체로 무대를 확장시 켜 버 렸다.
시스템에 깃든 둠 카오스의 개입을 뿌리 뽑지 않는 이상,그런 일은 시작 의 장에서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될 것이다.
하지만 뿌리 뽑는다?
그것이 어떤 난이도일지는 감히 추 정도 되지 않았다.
단언컨대.
혼자서 S급 던전이나 게이트를 정리 하는 수준보다 차원이 다른 난이도의
문제들을 펼쳐 놓을 것이다.
‘이래서는 나 혼자 다른 시작의 장을 겪고 있는 셈이군.’
“일어났구만?”
“저렇게 시끄러운데 눈이 안 떠질 수 가 없지. 무슨 일이야?”
“아무 일도 아니여. 내가 해결 볼 테 니께,그 짝은 더 주무셔. 내 몽둥이 여기에 있을 텐디 못 봤어?”
“아무 데나 두면 도둑맞는다.”
“어떤 간 떨어진 놈이 오딘의 집을 도둑질혀? 못 봤어?”
“여기.”
“아따 깜박이 안 키고 확 들어와 버
리는구만.”
성일은 난데없이 선후의 손에 쥐어 진 둔기를 가져오며 말했다.
“그거 어떻게 하는 거여? 나도 할 수 있어?”
“못 해. 이수아는?”
“수아? 저 난장판속에 있지.”
“장비 갖춰서 데리고 와. 이번에는 너희들 차례야. 내가 봐주지.”
“그건 정말 고마운디 지금은 좀 그 려. 동쪽이랑 서쪽에서 온 잡것들이 한판 붙자고 시위 중이거든.”
수아가 뛰어 들어왔다.
그녀는 잠에서 깬 선후에게 살짝 고
개를 숙인 다음,성일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준비되셨어요? 그런데 그걸로만 되 겠어요? 강해 보여요.”
그때 선후와 다시 눈이 부딪친 수아 가 상황을 설 명했다.
서쪽과 동쪽의 그룹이 마을에 들어 온 이후 인터뷰에서 말을 바꾸고,서 로 간에는 입을 맞췄다는 것이다. 1막 2장의 운영권을 두고 평화롭게 해결 보기로.
그 평화로운 방법이란,각 마을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한 명씩 나와 겨뤄 보자는 것이었다.
“마을 자치 위원회에서도 손해 볼 것 없다고 결정했어요.”
“내가 자원했구만. 진짜로 일 터져서 서로 죽자 살자 싸워 대면,몇 놈이나 뚝배기 깨 버려야 하는지 나도 모를 일이었이잖어. 쥑일 놈의 뚝배기는 볼 것 없이 깨도, 쪼까 안 죽여도 될 것 같은디,하는 놈들은 좀 그렇잖어. 안 그려?”
“맞아요. 오빠.”
“잠 다 깼으믄 제자가 싸우는 거 구 경좀 해볼 텨?”
선후는 둘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갔 다.
깊게 잠든 사이 네 방향에 존재했던 모든 무대의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와 있었다.
각 마을의 구성원들끼리 확연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그래서 남쪽,재일 야쿠자의 치하에 있던 사람들이 분란에 끼지 않은 광경 이 눈에 띄었다.
북쪽에서 온 사람들도 남쪽 사람들 처럼 잠잠하다.
서쪽과 동쪽에서 온 사람들만이 시 끄러웠는데,그 광경을 다 둘러본 선 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 다.
확실히 오래전, 랜덤 시스템을 수정 한 효력을 확인했기 때문이 었다.
본 시대의 시장의 장보다 훨씬 많은 생존자였다.
‘시스템을 좀 더 손보면,내가 잘못 되더라도……
그러던 선후에게 한 사내가 그룹에 서 이탈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먼저 가 있어.”
선후가 성일과 수아를 보낸 후,사내 가 선후 앞에 도착했다.
“맞네,맞어! 2학년 4반! 맞지? 넌 어 째 머리만 길었지 변한 게 하나도 없 냐.”
“새끼,말수 없는 것도 여전하네. 중 학교 때 너 참 쩔었는데,지금은 왜 이 모양 이 꼴이냐. 아이템 하나 없네.”
절대 잊을 수 없던 녀석이었다. 중학교 동창생들끼리 모이면 빠짐없 이 나오는 이야기가,바로 이 녀석 이 야기 였다.
중학 시절 당시 이 녀석의 포스는 마 지막 웨이브의 보스 몬스터 같았다. 누구도 차마 눈을 마주칠 수 없었고, 말을 섞을 수 없었던 것도 물론이었
다. 같은 학급의 같은 또래였지만 녀 석은 다른 영역의 존재였다.
그래도 당시만 떠올리면 추억에 젖 는다.
학교에서는 이 녀석 때문에 쥐 죽은 듯이 살았지만,방과 후의 거리에서는 참 즐겁게 놀았다.
그때는 아무런 걱정이 없던 즐거운 시절이었다.
굳이 걱정거리가 있었다면 다른 학 교 녀석들과 시비가 붙었을 때,그 일 이 형사(刑事) 문제까지 연관되며 부 모님에게 야단을 맞는 일.
고작 그 정도였다.
“반가워서 그래. 나 기억 못 하지? 난 너 기억하는데.”
“내 이름도?”
“넌 내 이름 아냐.”
“알아 몰라?”
‘그런데 이름이 뭐였더라?’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동창회가 활 발하다가 점점 빠지는 녀석들이 많아 졌고,삼십 줄에 접어들어서는 자신도 동창회에 나가는 일이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중학 동창회는 사회 에서 성공한 녀석들의 잔치로 변질되 어 있었으니까.
‘성이 나씨인 건 생각나는데.’
지훈은 학교에 거의 없던 성씨만큼 은 기억났다.
그나저나 녀석의 포스는 여전했다.
아이템 하나 없이 맨몸인 주제에 말 이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 야. 진짜 반갑 다. 맞짱 뜨는 거 구경이나 하면서 오 랜만에 동창끼리 노가리나 까 보자. 너 진짜 다시 보고 싶었어.”
“원래 말을 그렇게 하는가 보지? 나 이 먹고 그게 뭐냐.”
“우와. 이 새끼,꼰대 다 됐네. 동창 끼리 가볍게 얘기도 못하냐. 아…… 됐고. 너도 솔직히 나 반갑잖아.”
슬슬 대결 장소가 형성되고 있었다.
멀리서 지훈을 부르는 손짓도 있었 다.
지훈은 그런 손짓들을 다 무시한 채 선후를 바라보았다.
중학 시절에는 포스만으로 학교 짱 을 먹었던 녀석이었고,졸업 이후에는 미국으로 유학 갔다는 소문이 파다했 던 녀석이었다.
항상 맨 뒷자리에서 잠만 잤던 녀석 이지만 공부 머리는 그렇게나 좋았었 다.
아마 사회에서도 적잖이 성공했을 녀석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때에도,사회에 속 했을 때에도 이렇게는 못했을 것이다. 지훈은 선후에게 어깨동무를 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여기 재밌지 않냐.”
“저 여자가 네 그룹의 리더군.” 선후는 지훈의 그룹에서 걸어 나오 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자였기 때문에 특별했다.
2막에 돌입해서는 여자 리더들을 종 종 볼 수 있었지만 1막에서는 아니었 다.
“우리 채영이 누님이시지.”
탈모기가 다분한 채로 각성했던 지
훈과는 달리,그의 리더인 여자는 많 이 봐 줘야 이십 대 중반이었다.
여기는 화장으로 나이를 감출 수 없 는 세상이다.
선후가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너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것 같은데 누님이냐?”
그러자 지훈이 황망한 표정을 짓다 가 확 웃어 버렸다.
“별거 있냐. 나보다 세면 누나지. 너 그래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래.”
탁!
선후는 대꾸 없이 그의 어깨에 둘러 져 있던 지훈의 팔을 쳐 냈다.
‘이것 봐라. 기분 나쁘다는 거냐. 여 기가 사회인 줄 아나 본데…… 하!’
지훈은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그냥 넘어갔다.
겨우 여러 마을 간의 시비가 정리된 상황에서 새로운 분란을 만들 수는 없 었다.
“근접 딜러군.”
신체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170이 넘는 키로 긴 팔과 긴 다리를 가졌다.
“척 보면 모르냐.”
“네 녀석 말고. 저 여자.”
“슬슬 기분 나빠지려 하네. 채영이 누님,함부로 말하지 마라.”
“그럼 사과하지. 첫 웨이브 때부터 이끌어 왔을 리는 없을 텐데? 안 그 래?”
“말도 마라. 리더가 여럿 바뀌긴 했 지. 야,우리 채영이 누님 죽이지 않 냐? 처음 봤을 때 연예인인 줄 알았다 니까.”
“함부로 말하지 말라면서.”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그러면서 지훈은 선후의 전신을 훑 었다.
다시 보아도 옛날과 조금도 달라진 게 없었다. 마치 나이를 먹지 않은 것 처럼.
하지만 외모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풍기는 분위기가 영락없이 리더의 취 향이었다.
리더는 위험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성별과 나이 그리고 능력 을 가리지 않았다.
특히 몬스터와의 극렬한 전투나 마 을 운영권을 둔 대결에서 방어에 성공 할 때면,어김없이 그런 자를 불러다 같이 밤을 보냈고 더욱 굴복시 켰다.
지훈이 팔꿈치로 선후의 팔을 툭 건 드리며 말했다.
“만약 우리 채영이 누님한테 간택받 으면,알지? 내 이야기 잘해 줘야 한
다. 우리 동창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 고 해야지. 하하.”
그게 지훈이 선후에게 접근한 본 목 적이었다.
중학 시절의 전설 같은 녀석을,그것 도 시작의 장에서 마주친 것이 퍽 재 미났던 것도 사실이 지만.
중앙 마을에 들어온 순간부터 지훈 은 그룹 리더 채영의 간택을 받게 될 자를 찾고 있었다.
어차피 중앙 마을 자체는 생존한 숫 자만 많지,개개인 자체로는 특별나지 않아 보였다.
말도 안 되지만 평화로운 느낌마저
드는 곳이었다.
각 그룹의 리더를 제외하고 나면,지 훈의 눈에 들었던 사람은 중앙 마을 쪽의 한 사람과 북쪽 마을에서 온 남 자 하나씩이었다.
말싸움의 선두에 섰던 수아라는 여 자와, 이를 모를 남자 하나.
그들을 주시하던 중에 선후를 발견 했던 것이다.
‘수아라는 여자는 접근하기 어렵고, 북쪽 마을 남자는 그룹원 속에 파묻혀 있고. 남은 건 바로 너다. 새까.’
“간택?”
“그러니까 새꺄,너 잘하는 거 있잖
아. 무심하면서도 뭐 있어 보이는 표 정. 대결 끝나면 우리 채영이 누님 눈 에 띄는 곳에 서서 대충 그렇게 서 있 어 봐.”
“큭. 이거 웃기는 녀석이네. 너 이름 이 뭐냐.”
“웃기냐.”
‘그래. 많이 웃어라. 새까. 웃을 수 있 을 때웃어 둬야지.’
교육은 나중에 시켜 주면 되는 거다. 지훈도 피식 웃었다.
“아따 쉽게 가자고잉. 쓰잘데기 없는 소리 말고,내가 차례대로 상대해 주 면 되는 거 아뇨.”
북쪽과 남쪽에서 대결을 포기했기 때문에,겨뤄야 할 사람은 셋뿐이었 다.
중앙 마을의 성일.
서쪽 마을의 채영.
동쪽 마을의 현우.
“나중에 딴말하지 않으면 상관없지. 그럼 순서는 어떻게 할까?”
“우리 남자들끼리 먼저 붙어. 근디 어린 형씨. 언제 봤다고 반말이여. 나 알어?”
“그러니까 서열 정리하자고 이러는 거 아냐. 어쨌든 이봐.”
현우가 채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러면 너만득 보는 거 알고 있지? 나는 그런 건 용납 못 하니까,너하고 나만 결정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맞 잖아.”
“어드밴티지는 줘야 하지 않겠어요? 나 여자예요. 저쪽 분 말씀대로 남자 들끼리 먼저 붙고 시작하죠.”
“선수끼리 왜 이래. 학 나오면 내가 먼저,숫자나오면 네가 먼저.”
현우가 500원짜리 동전을 꺼냈다. 굳은 피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그 동
전은 북쪽 마을의 지배의 상징이나 다 름없었다.
“그럼 내가 던질게.”
“내가 어떻게 믿고요.”
“못 믿긴. 평범한 500원짜리야. 마음 대로 해.”
휙 던져진 동전이 허공에서 빠르게 돌았다.
채영이 그걸 낚아채며 손바닥을 펼 쳤다.
“축하드려요. 당신이 먼저네요.”
“부상이 클 경우 재생 시간 주는 걸 로 하지.”
“뻔하지 않아요? 인도관이 곧 제한
시간을 걸어 올 텐데 시간 낭비하자는 거예요?”
“웃기는 소리 마. 너 좋으라고 우리 가 이러고 있는 줄 알아?”
“룰은 룰이에요. 한 그룹의 리더가 상황 따라 말을 바꿔선 안 되죠.”
“아 쓰벌. 그냥 둘이 덤벼. 아가리로 싸우나.”
성일이 툭 내뱉었다.
“아주 좋은 말을 했긴 한데,당신 그 룹원들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 다.”
“입에 쳐 넣어 줘도 받아먹지 못하면 어쩌자는 거여. 덤벼 봐.”
성일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채영과 현우의 눈빛이 빠르게 교차 했다.
위압스런 풍모는 인정한다.
그런데 저런 무식한 게 리더라고? 퀘 스트존의 운영권을 결판 짓는 중대한 상황에서 위험을 자처하고 있었다. 아무리 본인의 능력을 자부하고 있 어도 둘을 한 번에 상대하겠다니? 더 군다나 외팔이면서?
중앙 마을 사람들 외에는 모두가 그
런 의문을 품은 채 쳐다보고 있었고 지훈도 마찬가지 였다.
“너네 아저씨 왜 저러냐. 팔 한 짝도 어디에 팔아먹고는,저러다 정말 죽 지.”
“서로 다른 그룹의 리더를 존중해 주 기로 하지 않았나?”
‘이 새끼는 눈빛만 살아 가지고 는…… 저 아저씨와 조금도 다르지 않 은 녀석이네.’
“걱정되니까 하는 소리지. 채영이 누 님에게 둘이 붙어도 모자랄 판에,자 기가 둘을 어떻게 상대한다는 거냐. 넌 채영이 누님을 몰라.”
“이전에 뭐하던 사람이었는지는 알 고?”
“이전? 아아. 일성 그룹 비서실에 있 었다는데 그게 뭔 상관이야.”
“회장 직속?”
“관심 가지? 그러니까 채영이 누님 이 저기 정리하고 나면, 저쪽 눈에 잘 띄는 곳에서 알짱거리는 거다. 너 나 한테 큰절해도 모자라,인마. 쉿. 쉿. 시작한다.”
쿵!
큰소리가 울렸다.
채영과 현우, 다른 두 그룹의 리더는
짧은 사이에도 교환한 눈빛이 있었다.
현우가 그의 전신만큼이나 커다란 사각 방패로 온몸을 가리며 성일에게 달려들었을 때,채영은 현우와 성일이 충돌한 틈을 노리고 쇄도해 들어갔다.
둘의 신체 리듬이 빨라진 대로 혈행 (血行)또한 일반인의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혈관은 팽창되었고 악을 쓴 현우의 이마 위로 그것이 또렷이 두드러졌다.
성일에게 부딪쳤을 때부터 현우는 느꼈다.
근력으로 어찌해 볼 수 없는 상대라 는걸.
도리어 자신이 튕겨 나오는 느낌이 컸다.
그때 위에서 소용돌이가 쳤다.
훌쩍 뛰어오른 채영이 휘감고 있는 것으로,거기에서 뻗친 날카로운 기운 들이 자신의 보호막을 깎으며 들어온 것이다.
급히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면,목 쪽 으로 충격이 들어왔을 거다.
그런 충격은 방어막이 존재해도 영 향을 끼치기 마련이었다.
‘이년이!,
현우는 뒤로 빠지며 방패를 쳐 올렸 다.
처음부터 1:2가 아니라 1:1:1의 삼 파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이렇게 빨리 시작될 줄 은 그조차 예상 못 했다.
“고마워!”
채영은 현우가 방패로 쳐 올린 힘을 이용할 수 있었다.
경로가 보였다.
몸집이 큰 외팔이의 빈 팔 쪽을 파고 든 다음,바로 이어서 다른 남자의 방 패 아래로 드러난 빈 목을 공략하는 경로다.
그동안 채영이 습득한 바는,방어막 이 능사가 아니 라는 점 이 었다.
약점과 급소 부위는 크리티컬로 작 용해서 상대의 행동을 주춤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런 찰나가 승패를 결정 짓는다.
질풍 같은 연쇄 공격으로 방어막을 깎고,방어막이 벗겨졌을 때 목에 비 수를 찔러 넣는 거다!
여의치 않으면 다른 급소 부위에.
쉐에엑 一
중앙 마을의 외팔이는 몸집도 커서 빈틈이 많이 보였다.
채영은 성일의 비어 있는 팔 쪽으로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그 쪽의 겨드랑이에 그녀가 자신하
는 비수를 뻗는 속도는 가히 바람처럼 빨랐다.
그런데 무거운 바람이 머리맡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채영이 황급히 몸을 틀었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중앙 마을의 외팔이는 일부러 방어 하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으니까!
뻐억!
채 영은 골이 흔들렸다.
보이는 거라곤 아마도 자신의 정수
리를 강타했다가 회수되는,두꺼운 몽 둥이 하나였다.
인장을 이렇게 소진하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숫!
채영은 어느새 현우의 등 뒤에서 나 타났다.
그러고는 그의 등을 밀어 찼다.
“부탁해!”
마치 괴물에게 먹잇감을 던지듯이 말이다.
그 순간에도 현우는 방패로 시야만 남겨 둔 채 온몸을 철저히 가리고 있 었고,다른 한 손에는 언제든 상대의
급소를 타격할 수 있는 철퇴가 들려 있었다.
«으 »
밀쳐진 현우는 빠르게 중심을 잡으 며 성일에게 다시 부딪쳤다.
중앙 마을의 외팔이가 굉장한 근력 의 소유자라는 것은 처음 부딪쳤을 때 깨달았다.
그래서 외팔이의 둔기는 방패와 스 킬로 받아 내며,철퇴로 직후를 노릴 생각이었는데,젠장!
“스킬은 이 짝도 있구만. 불방망이 같지는 않아도 괜찮은 거여.”
현우의 양 무릎이 땅에 닿았다.
큰 사각 방패로는 위의 충격에 대항 하면서.
그때 현우의 시야에 성일의 배후를 다시 노리며 들어가고 있는 채영이 보 였다.
‘그래. 가시나야! 이 무식한 아저씨 부터 처치해야 하는 거다.’
그런데 갑자기였다.
방패 밑으로 불쑥 들어온 손 하나가 그의 발목을 움켜쥐었다.
피할 수 없는 속도였고,떨쳐 내기에 는 굉장한 압력을 동반해 오는 힘이 그 손아귀에 깃들어 있었다.
횡一
채영은 동쪽 마을의 리더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처럼 보였다.
중앙 마을 사람들이 소리 쳤다.
“나왔다!”
“야쿠자…… 아니 인간칼리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