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31
24 화
제 그룹의 리더가 다섯 마을을 통틀 어 최강자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지훈 으로선 할 말을 잃었다.
‘채영이 누님이……
결판이 빨리 날 거라는 건 예상했다. 승리자가 바뀌어졌을 뿐이지.
사람을 무기 대용으로 휘두르는 게 머릿속으로는 납득이 가도,직접 그
광경을 눈앞에 두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였다.
어느 새 피떡이 된 두 사람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잘 들어.”
“어?”
“살려고 머리 굴려 대는 건 뭐라 않 겠는데, 나이 먹었으면 나이 먹은 값 좀 해라. 그런 식으로는 얼마 못 가 끝 난다.”
“지금 네 그룹 리더가 이겼다고 지 껄……
지훈은 황급히 말을 그쳤다.
이 마을에 생존자 수가 유별나게 많
았던 이유를 바로 직전에 확인한 데다 가,바로 그 이유인 외팔이 남자가 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저 짝 아가씨 때문에 쪼까 애를 먹 이긴 했는디 나쁘지 않았지? 근디 이 짝은?”
성일이 지훈에게 관심을 보였다.
“안,안녕하십니까. 형님. 저는 그러 니까 저,저,저는……
지훈은 성일의 한 손에서 뚝뚝 떨어 지고 있는 핏물에 말을 더듬었다.
성일의 얼굴에는 아직 전투의 흥분 이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성일이 지 훈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려는 순
간에는,희번득한 그 어색한 미소가 지훈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살아남는 데 최선을 다해 봐 라. 건투를 비마. 그리고.”
“어?”
“다시는 아는 척 않는 게 신상에 좋 을 거다. 꺼져.”
선후가 냉담한 어투로 일관하고 있 자,성일의 어색했던 미소도 천천히 지워졌다.
“누구여?”
도망치듯 떠나는 지훈 쪽을 향해 물 었다. 그러나 정작 선후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신경 쓸 가치도 없으니까.
채영이 누님을,더군다나 다른 마을 의 강해 보이는 리더까지 함께 상대했 던 외팔이 남자가 오히려 녀석의 눈치 를 봤다.
그리고 녀석은 그 외팔이 남자와 발 언력이 강한 이 마을 여자를 부하처럼 끌고 탑 속으로 사라졌다가,바로 직 후에 둘을 겨드랑이에 끼고 나왔다.
직전에 당당히 들어갔던 것과는 달 랐다.
외팔이 남자와 여자는 다 죽어 가는 몰골로 신음을 끊임 없이 내뱉 었다.
“저 안은 여기와 시간 축이 다른 지 역이다. 그걸 염두에 두고 계획을 짜 도록 해. 내버려 두면 내가 끝내 놓을 수도 있지만,그건 너희들 판단에 맡 기지. 단! 한 층당 하나씩은 내 거니까 손대지 말아야겠지.”
중앙 마을 사람 누구도 그 말에 반박 하지 않는다.
“공략 시에는 최소한의 공격대를 갖 추고 들어가도록.”
다른 마을에서 온 사람들은 중앙 마 을 사람들의 반응에 맞추고 있었다.
‘뭐지. 뭐지. 뭐지. 뭐지!’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던 지훈은 그러다 불현듯 든 생각에 배낭을 뒤적 거렸다.
철제 함 속에 소중히 넣어 둔 담배 두 개비를 꺼내서 바쁘게 돌아다녔다. 접근하기 용이한 중앙 마을 사람을 찾 기 위해서였다.
“안녕하세요.”
“뭐야 너……
사내는 자신에게 접근한 다름 마을 사람을 올려 다봤다.
한 손에 들려 있는 검 쪽은 자신의 검보다 문양이 더욱 정교했으며,대충
훑어보기에도 아이템 8개를 한계치까 지 장비해 둔 것 같았다.
무엇보다 눈빛에 서려 있는 자신감 은,본인의 능력을 자부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서쪽에서 왔습니다. 거기에서는 서 열이 다섯 번째였죠. 담배 피시나요?”
“그건 왜요.”
지훈이 담배를 내밀었다.
“피시면.”
“주면 저야 고맙죠.”
사내는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지훈 이 건넨 담배를 받았다. 그러고는 가 슴 안으로 조심스럽게 갈무리했다.
지훈이 되물었다.
“아껴 피시게요?”
“왜 다시 돌려 달라고요?”
“이미 줬는데 드려야죠. 전 김지훈입 니다.”
“영일입니다. 이영일.”
처음에는 각 마을 간에 싸움이 벌어 질 것처럼 다들 날이 잔뜩 서 있었는 데,대결의 압도적인 승패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왔다.
오딘이 첨탑 1층 문 하나를 또다시 박살내며 일으킨 분위기도 컸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내도 다른 마을 사람에서 온 사람들과 알아 둬서는 나
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부터는 다 같이 섞여서 진행될 테니까.
“담배 한 개비 더 남았는데 생각 있 어요?”
“이거면 됐습니다.”
“앉겠습니다.”
지훈은 히죽 웃으며 사내 옆에 앉았 다.
“시간 축이 다르답니다.”
“그럴 겁니다.”
사내는 방금 전에도 그랬지만 어제 도 봤던 게 있었다.
“대결에서 봤던 분이 이 마을 리더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저 분
“오딘이요? 오딘도 우리 마을 리더 가 아니십니다. 정확히는 리더시면서 리더가 아니시죠. 우리 마을에서 비비 고 살려면 저 분 모습 잘 봐 두었다가, 눈 밖에 벗어나지 마세요. 참고로 말 거는 것도 싫어하시는 분입 니다.”
중학 시절에도 그런 녀석이었다.
녀석이 기억하련지 모르겠지만, 중 학교 2학년 때 같은 문제아 반에 편성 되면서 녀석과 친해지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자존심 굽히고 인사를 건넸 을 때 돌아왔던 건,무심한 눈빛뿐이
었다.
어찜 저렇게 달라진 게 없을까. 그때 도 괴물이고 여기에 와서도 괴물이라 니.
“오해하지 말아 주셨으면 하는 데요. 오딘은 아이템이 없네요.”
“그러고 보니 또 그러네요. 뭐, 오딘 이라면 아이템 없어도 능력치 발과 스 킬 발만으로도 대단해서 상관없을지 도요. 오딘에게 탑 1층은 아이템이 필 요 없을 만큼 쉬운 곳인가 봅니다. 원 래는 안 그래요.”
“그럼?”
“완전 무장한 오딘의 모습은 무시무
시합니다.”
“그런데 팔이 하나 있으신 분도 정말 강하시더군요. 그분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게,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저 는요. 우리 마을 리더가 그렇게 되리 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 다.”
“인간 칼리버요? 어느 쪽이었어요? 남자. 여자.”
“여자 쪽이 우리 리더였습니다.”
“차라리 낫다고 해야 할지,아니라고 해야 할지. 큭. 미안합니다. 그런데 성 일 아재가 나선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겁니다. 오딘께서 나오셨다면 그렇 게 끝나지 않았어요. 알죠? 이거?”
사내는 손날로 제 목을 쪽쪽 긋는 시 늉을 했다.
“애초에 새우들 노는 판에 고래가 끼 어들지는 않았겠지만. 뭐,그게 그분 의 방식이니까.”
“오딘이 그렇게 강합니까?”
“마지막 웨이브 어땠어요?”
“……어땠겠습니까. 그런 괴물을 상 대로.”
“우리 마을에는 오딘이 있었습니다. 수아 씨와 성일 아재가 오딘과 함께하 긴 했지만,사실 오딘께서 혼자 처치 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컥.
지훈은 응어리진 침이 목에 걸리는 느낌을 받았다.
상대는 조금도 허풍이 섞여 있다고 느낄 수 없는 어투에 그런 표정이었 다.
“그걸 어떻게 혼자 처치할수 있죠?”
“거짓말 같죠? 어디 그뿐만인 줄 아 십니까. 어제 첨탑 끝 층에 들어가셔 서……
사내는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오딘 은 중앙 마을의 상징이 었다.
그가 이 마을을 남쪽 마을의 야쿠자 처럼 다뤘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나날들이 됐을 텐데,그는 마을 사람
들을 강압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 다.
아니 딱 한 번,두 번째 리더였던 의 사의 목을 날려 버린 것만 빼면.
어쨌거나 그가 존재함으로써 최악의 순간들을 면할 수 있던 적이 한두 번 이 아니었다.
그렇게 사내의 자부심 넘치던 설명 이 끝이 났을 때.
“본 드래곤. 그 본 드래곤이요? 와…… 별게 다 튀어나오네. 그런 게 가능해요?”
“그렇다니까요.
지훈의 얼굴은 몹시 어두워졌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는지 몰라도, 씨발. 내 복을 내 발로 찼어. 그 새끼 가 그렇게 강한 줄 진즉 알았으면 실 수안 했지. 미치겠네.’
지훈은 손톱 세운 손가락으로 머리 를 긁어 댔다.
“당신 뭐야?”
가뜩이나 짜증 나고 심란한 판에, 미 소 지으며 다가온 중년 남자가 있었 다.
“김지훈 씨 맞죠? 공격대를 다시 짜
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네 마을의 정 예들이 한 팀으로 힘을 합치는 것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만.”
“좋은 말인데 그게 어디 쉬워? 나는 우리 그룹이 있어.”
“서쪽에서 왔지?”
중년 남자가 어투를 바꾸는 그 순간, 세 사람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물론 지훈도 아는 이름들이었다. 자 신이 속한 그룹의 서열 두 번째에서 네 번째까지 이름들이었고,남자의 어 깨 너머로 정확히 그 셋만 숙덕거리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같은 마을에서 온 사람들을 외면한 채 말이다.
“저것들,벌써 승낙한 거야?”
“그래.”
“와. 채영이 누님 무너졌다고 그새 갈아탄 거야? 새끼들 꼭 저런다니까.” “관심 없으면 그만두지.”
“누가 관심 없다고 했나. 여기는 총 다섯 마을인데,왜 네 마을이야? 중앙 마을이 빠졌나?”
“그렇지.”
“그건 괜찮네. 여기 마을 새끼들 중 에 마음에 드는 놈이 한 놈도 없으니 까. 우리 변방치들은 대가리 숫자 맞
춰서 놀아 줘야지.”
1막 1장에서는 무대 사람들 전체가 퀘스트에 엮여 있었다.
하지만 2장에서는 첨탑에 여러 개의 공략 지역이 있는 것만 봐도 이후의 보상은 저 첨탑을 공략하는 순서대로 가져가게 되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방어만 해야 했던 것과 는 달리, 이후부터는 제대로 공격대를 갖추는 등,능동적인 공략이 요구되는 2장인 것이다.
지훈도 어렵지 않게 상황을 깨달았 다. 늦어질수록 도태되는 거다.
“그럼 거기 내 사람 한 명 데리고 들
어가도 돼?”
“힐러일 경우에만. 나머지는 자리 없 어.”
“그 정도 눈치가 없을까 봐. 댁 이름 뭐라고 했지? 들려 줬던가?”
“강성우.”
“문제는 공대장을 누가 잡냐는 건데, 지금에야 댁이 공대장 하겠다고 구는 것 같지만 사람 모이고 나면 사정 달 라지지. 이렇게 하자. 내 사람 한 명 더 데리고 들어가는 걸로. 우리들은 무조건 댁 밀어주는 거로 하고. 물론 댁 능력이 받쳐 줬을 때에야 가능한 얘기야.”
“지훈아. 머리도 굴려 본 사람이 굴 리는 거다. 데려오겠다는 힐러가 주하 라는 여자애 아니냐?”
“불쌍하게도,너희 그룹의 봉인가 보 군. 어쩔래. 형, 그냥 갈까?”
“형은 무슨. 간신히 삼촌뻘이나 되겠 고만.”
“하하. 그럼 삼촌이라고 불러. 나도 이참에 조카 두면 좋다.”
뭐지? 이 사람.
지훈은 짜증 나는 게 맞는 상황인데, 이상하게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부러워졌던
사람이 바로 이런 타입의 사람들이었 다.
사람이 능력이 있어 보이는데 동시 에 어딘가 빈틈도 보여서 도리어 마음 이 가는,그런 타입.
주위에서 보면 대체로 그런 타입의 사람들이 자리를 잘 잡고 인맥도 좋았 다.
능글맞게 짓는 미소가 젊었을 적에 여자 꽤나 울려 봤을 것 같고,굵직하 면서 무겁게 깔리는 중저음의 목소리 도 마찬가지다.
남자의 말대로 여기가 사회였다면 삼촌이 라고 불렀다.
혹시 아나.
인맥 발로 전일 그룹 계열 같은 대기 업에 취직시켜 줄지도?
하지만 여기는 사회가 아니다.
“다 좋은데,당신의 뭘 믿고 당신 공 격대에 들어오라는 거야. 우리 오늘 처음 봤어. 내 한마디면 우리 쪽 사람
그러자 남자의 손이 지훈의 시선 안 으로 큼지막하게 들어왔다. 지훈이 그 토록 신봉하던 채영의 스피드를 능가 하는 속도로.
“지훈아. 안 따라와도 괜찮으니까 악 수나 한번 하자. 날은 오늘만 있는 거
아니다.”
어차피 남자의 목적은 공격대 자체 에 있지 않았다.
야쿠자였다던 남쪽 리더는 이미 죽 었다 했고,동쪽과 서쪽의 리더는 하 루 이틀 내로 재생될 것 같지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세 마을의 통제권을 가져올 수 있는 순간이었다. 중앙 마 을의 자치 위원회가 다른 마을을 규합 하는 실력은 아마추어일 뿐이고.
그렇게 한 걸음씩 세력을 확장시켜 나가는 거다.
‘세력을 이룬 채로 서울로 돌아가기 만 하면……
남자가 얼떨결에 손을 내민 지훈과 악수하며,다시금 각오를 다질 때였 다.
“강성우 씨 맞습니까?”
선후의 목소리가 둘에게 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