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175
25 화
재편이 끝나고,출진 전 마지막 날이 었다.
“오一 딘!”
“오一딘!”
어떤 면에서 여기는 구(舊) 빌더버그 클럽을 세운 자들에게 이상향이 될 수 있었다.
모두는 국적과 인종 그리고 종교를
초월했다.
작은 세계 정부가 구축되어 있는 것 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용하는 언어와 피부색이 다른 자들이 한 공간에 섞여 있어도 큰 문제가 없었다. 이는 실로 기적적 인 일이다.
구 빌더버그 클럽의 창립자들은 이 런 환경을 바랐었다.
그들은 세계 시민들을 그들이 조장 하는 대로만 음직여주는 노예로 만들 기 위해 전쟁, 금융 위기, 정치 스캔들 을 필요로 했었다.
하지만 최종장을 앞둔 여기는 그렇
게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하지 않고도 몬스터라는 조건 하나만으로 통제가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다들 여기가 튜토리얼인 줄 안다.
그래서 일반 각성자들의 목적은 대 부분 같다.
여기서 얻은 능력으로 바깥에서 뭘 할지는 부차적인 문제인 것이고,결국 엔 최종장에서도 생존해 바깥으로 나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모르는 진실이 있다. 여기는 튜토리얼 따위가 아니라 진짜 전장이다.
구 빌더버그 클럽도 그렇고,그것을
전신으로 삼아 새로 만들어진 전일 클 럽에서도 진실을 숨겨 왔던 것처럼.
나는 이번에도 이들에게 진실을 들 려줄 생각이 없었다.
“오一딘!”
“오一딘!”
이들에게 여기는 지금까지처럼 튜토 리얼이어야 한다.
최종장만 끝내고 나면 바깥으로 나 갈 수 있는,단순한 희망 하나면 충분 하다.
벌써부터 공포를 조장할 필요가 없 다는 것이다.
약 50만 명의 각성자들이 똑같은 함
성만 내고 있기에 사방은 열광의 도가 니 였다.
몸을 돌려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계 단 끝에 큰 홀이 이어졌다.
거기에는 흥분하여 미쳐 날뛰는 기 운이 조금도 없었다.
오랜 세월을 걸쳐 몬스터와 경쟁자 들의 핏물을 머금고 당도한 이들이, 출진 전의 엄숙한 분위기로 나를 기다 리고 있었다.
반원의 다섯 자리와 일렬의 5인석은 전과 동일.
다만 일렬의 5인석 뒤에 30인석의 자리가 추가되 어 있는 게 다르다.
일제히 기립했다.
착!
연희도 얼굴에서 웃음을 지운 채였 다.
내 자리를 찾아 안는 것으로 반원 쪽 은 이태한,연희,나,조나단,조슈아 순이 되었다.
“앉지.”
나를 마주보고 있는 일렬의 5인석에 는 변화가 있었다.
첫째로 죽은 일선의 자리에는 투모 로우 출신의 중국계,장위룡(張衛龍) 이 앉았다.
그는 일선의 세 심복 중 하나였는데,
그가 자체적으로 다른 두 경쟁자를 누 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좋게 표현해서 눌렀다는 것이지 거 기에서도 강자존의 법칙이 적용됐었 다.
셋이 사투를 벌였던 결과로 녀석의 얼굴 반쪽은 재생이 다 되지 않은 상 태였다. 그쪽에 둘러진 붕대는 지금도 핏물로 젖어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둘째로 레볼루치온(28).
연희의 시작점이기도 한 거기에서 나왔던 녀석은 성주환이라는 녀석으 로 이 회동에 참석하기엔 격이 낮았 다.
레볼루치온(28)은 전반적인 사정이 열악한 곳이 었다.
그래서 녀석의 역할은 레볼루치온 (28)을 중앙 지역으로 집결시킨 것까 지가 끝이었고,녀석이 차지했던 자리 에는 이제 성일이 앉아 있다.
그렇게 일렬의 5인석 쪽은 장위룡, 월리엄 스펜서,성일,이안 존스,데보 라 벨루치 순이 되었다.
참고로 이안과 데보라는 레볼루치온 이나 투모로우 태생이 아니다.
일선이 그랬던 것처럼 제 무대의 사 전 각성자들을 심복으로 부리고 있으 며 그들은 30석의 한 자리씩을 차지
하고 있었다.
30석의 자리는 일렬에 앉아 있는 녀 석들의 심복이고,나와 함께 시작한 레볼루치온(12) 출신의 인사들이다.
다들 나와 눈을 마주치 지 못했다. 그래서 날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지 애 누나가 눈에 띄 었다.
군나르손과 메이슨 사이에 앉아,눈 으로만 많은 말을 토하고 있었다. 누 나와 다시 만난 건 여기서가 처음이었 다.
그쯤에서 시선을 좀 더 넓게 가져갔 다.
그럼에도 미하엘을 여전히 볼 수 없 었다.
그의 주력은 헤라의 광기였지만 천 부적인 전투 재능이야말로 진짜 주력 이었다.
그런 이를 출진 마지막 날에서도 찾 을 수 없었다. 투모로우를 설립하게 한 아오키 유리아 또한.
똑같이 찾지 못한 남은 팔악팔선들 처럼 그들도 상위 무대로 특정되어서 갈려져 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을 위해 슬퍼해 줄 사람
은 여기 어디에도 없다.
오래전 미하엘을 곁에 뒀었던 조슈 아도 그를 찾지 않았다.
지금도 후드 속에 얼굴을 파묻은 채, 한 손으로 턱만 괴고 있을 뿐이다.
내가 말했다.
“나까지 합쳐 모두 40인이군. 하지만 이후 회동의 명칭을 오인회로 한정 짓 는다. 지금부턴 협회 내 ‘오인회’에서 50만 각성자의 모든 걸 관리 감독하 는 바,불만이 있다면 토로할 기회를 주겠다. 지금.”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자는 애초부 터 저 자리들을 차지할 수가 없었다.
야욕을 채우려는 마음이 있다 한들 미뤄 둬야 할 때였다.
누군들 모를까.
마지막 남은 최종장만 꿰뚫고 나간 다면,협희의 그늘 아래서 이 구성 그 대로 신세계의 주역을 맡을 것이라는 것을.
온갖 이권과 권력을 차지하게 될 것 이라는 것을.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 로도 본인들이 바라는 바들이 자연히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이 회동은 그런 자리였다.
세계 자본을 한데 끌어안고 있는 조
나단 헌터부터가 지켜보고 있는 자리 니까.
나는 30인석에서 한 사내를 쳐다보 았다.
그는 이 회동의 영향력을 누구보다 도 절실히 깨닫고 있을 자였다.
지금까지 신중하게 입을 다물고 있 기는 하다만,바깥에서 이미 나와 조 나단 그리고 조슈아를 알고 있는 자였 다.
구 빌더버그 클럽의 멸망과 후신(後 身) 전일 클럽의 탄생을 목격한 자.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아니라서 얼굴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는 사람
은 안다는 영향력 높은 저널리스트가 바로 그였다.
피터 D 프리드먼.
우리의 숨은 공로자.
빌더버그 클럽에 이어 전일 클럽에 서도,그는 우리를 위해 일한 바 있었 다.
주로 클럽이 목표로 한 사업들에 우 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클럽에 대한 관심을 외부로 돌리는 일을 해 왔었 다.
물론 그의 확 바뀐 인상만큼이나 옛 날이야기지만,누구나 그렇듯 그도 바 깔으로 나간 후의 일을 염두에 두고
있을 시기였다.
그때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천천 히고개를 들었다.
전일 클럽의 일원이며 세계 각성자 협회의 지도층이 된 자신의 위치를 잘 아는 얼굴.
감추기 힘든 야욕이 그 눈에서 순간 일렁거 렸다 사라졌다.
야욕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없는 게 더 의심 살 일이지.
“여기까지 와서 낙오하고 싶은 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살아서 돌아가고 싶겠지.”
그 이유가 기억도 가물가물한 가족 때문인 자들은 여기에 없다.
확신할 수 있다.
그러한 자들은 회동 자리 바깥에서 내 이름을 외치고 있는 이들 중에서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5인석,30인석에 앉아 있는 자들은 온갖 희생과 제물들을 발판 삼아 여기 까지 도달한 자들이다.
우리들의 시선이 미치고 있기에 얌 전한 것이지,한 명 한 명이 피에 찌들
만큼 찌든 자들이다.
전일 클럽의 구성원들과 다른 것이 라고는 양복 대신 방어구를 입고 펜 대신 무기를 쥐고 있는 것뿐.
그때나 지금이나,개인의 생존과 영 달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벌일 수 있는 자들이란 거다. 양심의 가책 하 나 없이.
때문에 흡족했다.
본 시대에서는 이 위치에 있는 자들 이 최종장에서마저 서로의 목을 노리 기 바빴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은 하나의 이름 아래 통제되고 있는 것이 다.
그런데 이걸론 부족하다.
특히 이것들에게는 좀 더 확실한 개 목걸이를 채워 줄 필요가 있었다.
“최종장을 끝으로 무엇이든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할 거라 생각하고 있 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너희들의 뜻 대로 될 것 같은가. 너희들이 외면해 왔을 뻔한 미래를 들려주마. 바깥 세 계는 군부의 통제하에 있고 너희들은 소수다. 아직 최종장을 치르지도 않았 다. 최종장을 치르고 나면 우리는 또 얼마나 줄어들까.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영광이 아니라 속박이다. 억 압이다.”
조용했다.
그렇게 조용히 눈에 살기를 띠는 녀 석도 있고,이어질 말을 담담히 기다 리는 녀석도 있었다.
“바깥세상은 너희들에게 감사하지 않을 것이다. 필요에 의한 약간의 인 정만 있을 뿐,자유와 안전에 꾸준한 도전을 받을 것이다. 무법자로 활개 치다가는 네 옆에 앉은 자들이 군부의 명을 받아 네 목을 치러 올 것이다. 혹 은 군부에서 내민 약간의 이권 때문 에, 무법자가 된 네 동료의 목을 치러 다닐 수도 있겠지.”
나만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니 었다.
본 시대의 지도층에서도 그런 이야 기가 돌았던 기억이 있었고,지금에 오기까지 녀석들 스스로도 몇 번이고 끄집 어냈을 화제 였다.
그럼에도 녀석들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칠마제 군단에게 향해야 하는 투지 를 바깥세상에 가져가는 녀석들이 여 럿 보였다.
그 눈빛만으로도 이미,바깥세상을 활활 불태우고 있었다.
나는 전일 클럽의 숨은 공로자를 손 짓해 일으켜 세웠다.
“안목 높은 사람이다. 바깥에서 풀리
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널리스트였 지.”
그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흰 머리카락 사이로 예리한 눈빛을 숨기고 있었던 것도 잠깐. 내가 묻자 그가 곧장 대답했다.
“네가 말해 봐라. 그런 미래가 올 것 같은가?”
“오딘께서 재결하시기에 달렸습니 다.”
피터는 내 의중을 단번에 파악했다. 그래서 그의 설명은 거기서 끝나지 않 았다.
“오딘께서 지니신 공능 때문만이 아
닙니다. 바깥 세계에 이미 미치고 계 신 영향력은……
그가 그에게 쏠린 이목들 쪽으로 말 을이었다.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말로도 부족한 지경 입니다.”
그 뜻을 알아듣는 자가 얼마나 될까. 그 말로 전일 클럽의 존재를 떠올릴 수 있는 자가 얼마나 될까.
상관없었다.
이어진 피터의 설명은 누구든 알아 먹을 수 있게 직관적이 었다.
“오딘께서 바라신다면. 세계 각국에 선포된 계엄령을 해제하고 우리 각성
자들에게 안전과 자유를 보장할 수 있 으십니다. 세계에 세워진 질서는 모두 위대한 오딘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니, 오딘께서 재결하시기에 달렸다 말씀 드린 것입니다.”
5인석의 윌리엄 스펜서는 공식적인 칭호가 없는 변방 출신이지만 그래도, 영국 왕실과 떼려야 델 수 없는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이 었다.
이안 존스나 데보라 벨루치도 사회 주류층에 속했다.
30인석 대부분도 사회 주류층에서 속칭 성공한 자들로 불렸을 녀석들.
녀석들로선 풀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널리스트가 그들 사이에 있었 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겠다만,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더 큰 호기심과 충격을 선사하기 충분한 것이었다.
지금껏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의 조 나단 헌터보다 더 위를 생각해 볼 수 없었을 테니까.
장내에 보이지 않는 두 개의 공기층 이 서로 세차게 부딪치듯 했다. 그런 충격이 차차 잦아들었다.
조나단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는 눈 동자들이 내게로만 집중되기 시작되 던 때.
입술을 뗐다.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살의를 담아 서.
“세계 각성자 협회는 시작의 장과 그 이후까지도 염두에 두고 조직되었다. 협회에 충성을 바치는 자는 협회의 이 름하에 이권을 누리게 되겠지만.”
[* 보관함] [ 오딘의 황금 갑옷이 제거 되었습니다. ] [ 제우스의 뇌신 창이 제거 되었습니다. ]“뇌리에 박아 두어라. 그 대가로 너 희들의 생사를 누가 주관하고 있는지 를 ”
[ 오딘의 분노가 오딘의 벼락 폭풍으로 강화 되었습니다. ] [ 오딘의 벼락폭풍을 시전 하였습니다.] [대상: 제우스의 뇌신 창]전율과 흡사한 떨림이 온몸에서 요 동치는가 싶더니 터져 버렸다.
맹풍(猛風)이 토해져 나갔다.
천장이며 외벽으로 막혀 있던 공간 이 순간에 뚫려 버렸다.
어느새 미쳐 날뛰는 벼락들이 바람 에 이지러진 형상 그대로 휩쓸려 있었 다.
그러고는 곧장 내 손아귀의 뇌신 창 으로 빨려 들어왔다.
그것으로 내 앞자리를 찍는 순간.
콰아아앙-!
손아귀에서 퍼져 온 강렬한 느낌이 손목을 타고 찌릿하게 머리끝까지 올 라왔다.
뇌신 창과 바닥의 접합점에서 빛이 번쩍 인 건 바로 그때 였다.
찰나에 포착된 벼락 줄기들은 미세 하니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그것들이 수직으로 치켜 올 라가며 방향을 틀었을 때는,끝이 보 이 지 않는 줄기가 되 었다.
그것은 천공과 대지를 잇고 있었다. 한 사람이 소유하기엔 가공할 힘이었 다. 그런 것이 바로 내 눈앞에 펼쳐져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이라고 목숨을 아끼는 것들 부터가 진정 마지막이 될 것이다. 가 라. 최종장을 끝내고 우리는 다 같이 바깥으로 나갈 것이다.”
뇌신 창으로 한 번 더 바닥을 찍자.
빠찌기3]-
천공 끝에서 네 개의 벼락이 같은 수 의 네 방위로 떨어져 나갔다.
각각 떨어진 저 먼 지점들이,인장 빛기둥이 사용될 곳이다.
내 눈빛을 받은 연희와 조나단 그리 고 조슈아와 이태한이 몸을 일으켰다. 그들 뒤로 재편된 소속에 따라 큰 움 직임이 일었다.
5인석과 30인석뿐 아니라,50만 각 성자가 운집해 있는 곳 역시 크게 네 그룹으로 찢어지며 만들어진 움직임 이었다.
처음의 길드들은 해산되었고 이제는 넘버링이 붙여지지 않은 단 하나의 이 름 ‘세계 각성자 협회’ 안에서만 재편 되었다.
그들,나 오딘의 병사들이 전장으로 떠나고 있었다.
[ 최종장까지 : 1일 0시 0분 0초 ]째깍.
[ 최종장까지 : 0일 23시 59분 59초 ] 승리해야 한다.더는 남겨진 시간이 없다. 여기서 전 황을 역전시 켜 놔야 한다.
내가. 내가. 내가!
째깍 째깍 째깍…….
[ 최종장에 진입 합니다. ](12권끝)
특성 탐험자에는 세 가지 효과가 있 다.
첫째로 시스템에 깃든 비밀을 들려 주고, 둘째로 던전 포인트를 확장시켜 주며,셋째로 게이트가 열릴 시 사전 에 예고해 준다.
[ 최종장에 진입 하였습니다. ]그 메시지가 뜬 이후로 피터가 하늘 만 노려보고 있던 까닭은 세 번째 효 과 때문이었다.
하늘은 침묵뿐이다. 하지만 금방이 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은 침묵 이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 다.
그때 꽤 지친 표정의 여자가 다가왔 다.
데보라였다.
“피터.”
오딘의 벼락이 무슨 공능을 일으켰 던 것은 아니 었을까.
유독 달빛이 강한 밤이었다.
데보라의 단단한 육체가 더욱 도드 라져 있었다.
다만 생기가 넘치는 것은 그녀의 육 체뿐이지,정작 눈동자는 죽음보다 말 라 있었다.
그녀는 오딘에게 하루아침에 다 빼 앗겼다.
병력도. 남자도.
“아직. 게이트 하나 뜬다는 것 없이 조용하기만 해.”
피터가 말했다.
“모른 척하지 마.”
피터는 데보라의 대꾸가 이전같이 서늘하게 들리지 않았다.
세상이 바뀌었지 않은가.
자신과 데보라 벨루치의 세상은 바 깥 세계의 지배자가,여기에서도 절대 자로 도래하기 전이었던 2막 5장까지 였다.
피터는 데보라가 온 목적을 깨닫고 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내가 했던 말은 모두 사실이다. 데 보라. 이를 의심할수록 너만 곤란한 처지가 될걸. 여기서든 돌아간 바깥에 서든.”
“나는 변절자를 살려 둔 법이 없었 어. 그게 너라도 변함없어.”
“너는 그걸 변절이라 부르나.”
“가장 중요한 걸 숨겨 왔잖아. 오딘 을 ”
데보라는 그 이름을 직접 입에 담은 순간,이름의 주인이 보여 주었던 벼 락이 제 정수리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 마저 일었다.
그만큼이나 오딘의 등장과 존재는 지금까지도 충격적이었다.
“나라고 다 아는 게 아니다. 그분께 서도 진입하셨을 줄은. 진즉 알았대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거다. 그리고 변절이라니. 대개 이런 행동을 순응이라 부르지 않나?”
데보라는 피터를 응시했다.
피터는 이렇게 나약한 자가 아니었 다.
누구보다 과감하고 말의 힘을 이용 할 줄 아는 자였다.
내부의 불만을 이용하여 자신이 실 현하고자 하는 바를 어떻게든 이루고 마는 자였다.
그렇게 선동에 능하면서도 멘탈은 또 어떻던가.
이왕 독을 마셔야 한다면 잔까지 삼 켜야 한다는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었 다.
그랬던 자가 안주해 버린 패배자들 처럼 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해 보지 않고,그의 말마따 나 순응해 버린 것이었다.
“정말 이게 끝이라고? 네가 시작했 었어. 네가.”
데보라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중 얼거렸다.
자신의 가슴에 불을 질러 놓은 게 피 터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혼자 꽁무 니를 빼다니.
피터는 6진영이었던 조나단 투자 금 융 그룹을 합병하고,조슈아 폰 카르 얀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러면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 라고 말했던 장본인이었다.
세계 정복,그것 말이다.
그때 피터가 체념과도 비슷한 웃음 을 머금고야 말았다.
“아직도 그 이야기냐.”
역사를 통틀어 봤을 때.
엘리트 지배 계층에 의한 권력 남용 은 언제나 있어 왔었다.
그것이 세계화 시대에 돌입하며 정 점을 찍었다.
빌더버그 클럽이 만들어졌다. 다국 적 비밀 결사. 전 세계가 소수의 엘리 트들에 의해 통치되는 시스템이 갖춰 진 것이었다.
삼각 위원회,로마 클럽,원탁 회의 등. 세계적으로 많은 네트워크가 구성 되어 있지만.
그것들은 빌더버그 클럽에서 파생된 것으로,종국에는 빌더버그 클럽이 핵 심적인 교점이자 세계 정부의 중추였 다.
그들이 세운 질서는 영원히 깨지지 않을 철옹성이 었다.
그랬던 빌더버그 클럽이 한국인 청 년 한 명에 의해 깨져 버리는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클럽의 주인이었던 명가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한국인 청년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야만 간신히 자리 를 보존할 수 있었다.
빌더버그 클럽은 앞서 말한 바,세계 그림자 정부라는 공동의 목적을 이루 기 위해 만들어진 결사(結社) 조직이 다.
그러나 한국인 청년이 후신으로 세 운 전일 클럽은 오로지 그만을 위한 친위대의 성격이 짙었다.
빌더버그 클럽에서처럼 논쟁과 화합 의 과정 없었다.
큰 지시는 그의 입을 통해서만 나왔 다.
그가 지시를 내리면 끝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로 전 세계의 운 명이 좌우되었다.
각성하지 않았더라도 본연의 지배력 만으로 각성자 세계에 크게 개입할 수 있었을 텐데,최고의 무력까지 거머쥐 었다.
그가 드골이라는 한 진영의 리더를 어떻게 제거했는지 봤는가?
그의 황금 갑옷은? 그의 뇌신 창은?
그것이 땅을 찍었을 때 천공 끝까지 치솟아 올랐던 벼락 줄기들은?
또한 여기에서도 그의 양옆에 포진 하고 있는 조나단 헌터와 조슈아 폰 카르얀은?
그는 최초로 세계를 통일한 정복자 이기 전에 인류가 탄생한 이래로 가장 강력한 지배자였다.
한국인 각성자들의 말마따나 그는, 아니 그분은 신격을 갖췄다.
피터는 그걸 깨달았을 때 새로운 야 욕이 꿈틀거렸다.
이미 전일 클럽의 일원인 데다가 각 성자 세계에서도 소수의 엘리트에 속 한 자신이니,그분께서는 자신을 크게 중용할 것이다.
어차피 민주주의는 정치 제도의 하 나일 뿐이다.
대중들에게 권력이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왔던 것도 클럽의 오래된 일.
진실은 일인에게 제정(帝政)시대를 능가하는 지배력이 쏠려 있는 데 있었 다.
그러니 그림자 정부로 족하지 않고 실제로 물리적인 통일을 도모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탄생할 신세계는 연방 따위 가 아니다. 제국이다.
진짜 제국.
그리고 제국의 영토가 넓으면 넓을 수록,그 땅을 대신 통치할 왕들을 필 요로 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그분과 나란히 앉았던 자들과 동등
한 영토는 바라지도 않는다.
멕시코 정도라도. 얼마든지.
“무슨 속셈이지?”
데보라의 일침이 피터의 귓가를 파 고들었다.
“돌아간다면……
피터는 그때도 담담하게 말을 이었 다.
“그분을 황제로 추대할 것이다. 그땐 너도 뜻을 함께하길 바란다. 같이할 텐가?”
피터는 보는 눈도 듣는 귀도 없지만 소리를 죽였다.
스스로를 왕이라 높였던 리더들을 여럿 마주쳤었다. 꼭 왕이라는 칭호를 쓰지 않았어도 통치 수단은 대개 비숫 했다.
데보라 자신도 그랬다.
그러나 여기가 무법지대라서 가능한 일이지 바깥은 아니다.
피터는 그런 당연한 진리를 모를 인 사가 아니었다.
그 반대다.
바깥에서 가졌던 신분만 따지고 본 다면 그는 모든 각성자들 중에서도 손
에 꼽는 유식한 자라 할 수 있었다.
데보라는 출진 전에 피터가 했던 말 을 떠올렸다.
“세계에 세워진 질서는 모두 위대한 오 딘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니,오 딘께서 재결 하시기에 달렸다 말씀드린 것입니다. ”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감추고 있던 걸 꺼내 봐.”
데보라가 말했다.
걸어오면서 들끓었던 분노는 순간에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저널리스트였다.”
과거에 무슨 신분이었는지 따졌던 건 시작의 장 초반의 일.
데보라로선 그가 풀리처상을 받은 저널리스트라는 사실은 오딘의 말을 통해서나 알게 된 일이었다. 하지만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선동하는 데 일가견이 있 었으니까.
자신의 얼어붙은 마음을 선동하는 데에도.
“풀리처상을 받았다지?”
“그다음에 그들이 내게 접촉했었다. 그들에게는 나 같은 사람들이 필요했 다.”
“그들 누구?”
“넌 어땠지? 스스로 생각했을 때,바 깥 사회에서 네 입지 말이다.”
“적어도 시작의 날이 오기 전까진 좋 았지.”
데보라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당시에 정리했던 사업체와 재산들은 지금에 이른 각성자로서의 힘에는 비 할 바가 아니었다.
오딘의 말마따나 협회에서 자유와 안전을 보장해 준다면 그깟 재화들은 다시 쌓을 수 있다.
하지만 각성자의 능력은 돈으로도 살수 없는 것이다.
“그럼 그들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 을지도 모르겠군. 빌더버그 클럽.”
데보라는 고개를 끄덕 거 렸다.
오래된 기억이기 이전에 그 이름부 터가 연기 같은 것이었다. 실존한다는 것은 알지만 만질 수 없는.
“세간에서는 음모론쯤으로 알고 있 을 테지. 하지만 그 그룹은 진짜였다. 그들의 회합에서 세계의 국정이 결정 나기 마련이었다.”
“네가 그들 중 하나였다는 거냐?”
“금융가,산업가,정치가. 이름만 대 면 누구나 알 수밖에 없는 자들이었 다. 하지만 나처럼 펜만 놀리는 것도
몇 있었지. 난 그들을 위해 일했다. 그 들이 선심 쓰듯 던져 주는 이권만으로 도,여기서 누려 왔던 권력 따윈 견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좋았어. 아주 많 이.”
피터가 이를 드러내며 웃자 그의 얼 굴이 음흉한 웃음으로 번졌다.
소리 없는 웃음과 함께 그의 목소리 는 더욱 줄어들었다.
“하지만 전일 클럽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없었을 거다. 확신하지. 그게 내 일이었으니까.”
“전일 클럽?”
“빌더버그 클럽은 한 사람에 의해 붕
괴되었다. 그걸 전신으로 삼아 세워진 것이 전일 클럽이지. 한 사람에 의해 서였다. 그 혼자서 세계를 송두리째 삼켰다. 말로만은 믿겨지지 않을 거 야. 전 세계가 일인의 통치하에 있다 는 것이.”
“오딘.”
“그래. 그분이 전일 클럽의 주인이 다. 조나단 헌터와 조슈아 폰 카르얀 은 그분이 키우는 충견이고. 대통령이 니 총리니 했던 다른 것들도.”
“놀라운 이야기네. 그럼 얘기가 달라 지지.”
조나단 헌터보다 위로 추정되는 인
사라면 그 정도 이야기는 나와야 했 다.
무엇보다도 실감이 들지 않았다.
어느 시점에서 역전되었다. 시작의 장이 현실이고 바깥 세계는 꿈처럼 허 상 같아졌다.
데보라의 어조가 차분했던 것은 그 러한 까닭들 때문이 었다.
데보라가 말했다.
“오딘이 황제가 되면 우리는 왕이 되 겠군. 가능하겠어? 오딘의 의중은 다 를 수도 있어.”
“그분께서도 시작의 장을 거쳐 오셨 다. 과거에는 그래야 할 필요성을 느
끼지 못하셨겠지만,지금은 그분부터 가 원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피터는 드골의 죽음을 상기했다.
과연 그분께서는 최종장까지 오른 절대자답게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 를 도륙했다. 살점 하나 남기지 않고 터트려 죽였다.
그분뿐이랴. 조슈아 폰 카르얀도 조 나단 헌터도, 전일 클럽의 먼발치에서 봤던 예전의 그 모습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모두는 새로 태어났다.
무자비하며 무력까지 갖춘 초인들
바깥의 연약한 인류들 따윈 얼마든 지 발아래로 굴종시킬 수 있으리라.
“원하지 않는다면?”
“바깥 세계는 암중이 아니라 그분의 실질적인 통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거 기에서도 게이트가 열린다. 명분으로 서나 효율로서나,그러셔야만 한다. 그래. 원치 않으신다면 원하게 만들어 드려야지.”
그분의 연인인 마리는 피 냄새가 잔 뜩 나는 음산한 웃음을 짓는 여자였 다.
조나단 헌터는 항상 분노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
조슈아 폰 카르얀은 더 말할 것 없 이,피를 좋아하는 자다.
피터는 이태한만 제외한다면 그분의 측근들에게도 같은 뜻을 전파할 자신 이 있었다.
5인석과 30인석의 지도층들은 물론 이고.
“데보라. 그분의 밑에서라면 우리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 전의 계획보 다 위험 부담도 적어.”
“떨어지는 것도 적겠지만. 현 상황에 서는 그게 최선이겠지?”
“물론.”
“기대되네. 돌아갈 날이.”
비로소 둘의 눈빛은 하나가 되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었다.
혀와 혀가 엉켰다.
피터의 한 손이 데보라의 등을 바싹 끌어안으며 둘의 몸이 완전히 맞붙었 다.
다른 한 손은 흉갑 끝을 지나쳐 데보 라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민간인에게 그 손길이 닿았다면 골 반이 으스러졌겠지만,데보라에게는 조금 욱신거리는 통증만 동반시키는 게 다였다.
데보라가 비명 같은 신음 소리와 함 께 피터의 목을움켜쥐었다.
그럼에도 얽혀 있는 둘의 혀는 떨어 지지 않았다. 엉덩이를 움켜쥐고 목을 조르는 서로의 악력이 고조를 높여 갔 다.
둘의 행위가 다른 방향으로 더욱 과 격해지려는 찰나,데보라가 먼저 힘을 풀었다.
피터를 향해 오는 한 기척이 가까워 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안존스.
5인석의 또 다른 주인.
그도 오딘의 진짜 정체에 대해 자세 히 듣고 싶은 모양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