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96
12화
아침 식사 시간 직전이다.
카산드라는 오전 회의가 개최되기 전까지,자신의 계획에 동참해 줄 회 원들을 찾아 나서 기 로 했다.
오후 회의의 안건을 ‘한국 전쟁’으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유럽 각국과 미국 그리고 캐나다 대 통령,EU 이사회 전원,유럽과 북미의
주요 금융계 인사들,IMF 총재,유럽 중앙은행 총재와 유로존 내 주요 은행 장,북미의 연방 준비 제도 인사들, 나 토 사무총장,나노 소프트 같은 유명 기업가 등.
빌더버그 클럽의 회원들은 그렇게 다양하지만 주축이 되는 가문이 존재 한다.
카산드라가 제일 먼저 떠올린 건 로 트실트였다.
영국 회원이면서도 북미 회원들과 밀접한 관계인 그들의 발언권은 강력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방 머릿속에서 지웠다.
전통적으로 로트실트 가문은 그녀의 골드슈타인 가문과 대척해 온 경우가 많았다.
특히 근현대.
골드슈타인 가문이 스코틀랜드 쪽 가문과 함께 동인도 회사 투자 세력 중 하나였던 역사 속에선 앙숙이었고, 세포이 항쟁이 벌어진 이후로는 로트 실트 가문에 적지 않은 힘을 빼앗긴 상태였다.
물론 오래된 이야기지만 작년만 해 도 딱히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카산드라가 노크한 방은 카 르얀 가문의 방이었다.
이번 년도는 하필이면 전 가주가 대 리 참석 중이었다.
아론 폰 카르얀.
카르얀 가문의 전 가주 또한, 그녀의 조부처럼 빌더버그 클럽을 만든 늙은 너구리 중 한 명이다.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신가. 모닝 커피나 같이 하자는 말은 말게.”
“시간이 없으니 간략하게 말씀드릴 게요. 그리고 지금부터 하는 말은 본 골드슈타인 가문의 프랑스 당주이자 가주인,나 카산드라 화이트 골드슈타 인의 공식적인 말로 받아 주세요.”
“내가 들어선 안 되는 이야기로군.”
카산드라는 속으로 코웃음 쳤다.
작년도 카르얀 가문에서 일어난 숙 청은 눈앞의 노인,아론 폰 카르얀이 위계질서를 다시 세우기 위해 벌인 일 이라는 것이 세간의 평이었다.
조슈아 폰 카르얀에게 왕좌를 물려 준 것도,본격적인 후계자 교육 과정 이라는 것이다.
카산드라뿐만 아니 라 대다수가 카르 얀 가문의 실세는 여전히 아론 폰 카 르얀이라 여기고 있었다.
“답변을 받아와 주실 순 있으실 것 같은데요?”
노인은 뭐라 말 하려다가 입술을 닫
았다. 그가 마시던 찻잔을 조용히 내 려놓았다.
그때 였다.
노인의 경호원이 빠른 걸음으로 달 려와 그에게 속삭였다.
노인은 즉시 핸드폰을 꺼냈다. 쉬지 않고 올라오는 메시지들이 있었다. 카 산드라는 노인의 시선이 그녀에게 돌 아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노인은 핸드폰 메시지들을 훌으며 미묘한 미소를 짓고만 있었다.
카산드라의 고개가 거실 쪽으로 홱 돌아갔다.
쿵쿵거리는 노크 소리가 컸기 때문
이었다. 문을 부술 것처럼 굴었다.
카산드라는 얼굴을 구겼다.
‘누가 예의도 없이.’
그렇게 속으로 욕했던 상대는 다름 아닌 카산드라,자신의 수행원이 었다. 카산드라가 질책하려던 순간,수행 원의 사색이 된 표정이 시선 가득 차 들어왔다.
‘콜튼이……죽었나 보네.’
카산드라는 마음 한구석 이 저 렸다. 그런데 수행원이 그녀에게 속삭인 말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가문 그룹들의 전 사업에 대출 연장 이 끊기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통보뿐
이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중입니 다.”
‘뭐?’
카산드라는 수행원을 잡아끌 듯이 복도로 데리고 나갔다.
“다시 말해 보세요.”
그래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너무 갑작스럽게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일까.
카산드라는 호텔 카펫의 무늬가 빙 글빙글 도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하이힐 뒷굽으로 무늬 하나 를 힘 있게 찔러 밟았다.
곧바로 그녀의 입에서 분통이 터져
나왔다.
“너희들은 대체 뭣들 하고 있는 거 야!”
그녀는 당장 수행원의 따귀를 내려 칠 기세였다. 부들부들 떨며 그녀가 향한 곳은,직전에 빠져나온 카르얀 가문의 방이었다.
웃는 미소 따윈 날려 버 렸다.
그런 것은 피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때나 필요한 것이지,지금처럼 적으로 돌변했을 때에는 도리어 거추 장스러운 가면일 뿐이다.
카산드라는 눈매가 표독하게 치켜 올라간 그대로 소리치며 방으로 들어
갔다.
“아론! 아론!”
노인의 경호원들이 카산드라를 가로 막았다. 뿐만 아니라 호텔 잡무원이 되고 만 CIA 요원과 모사드 요원들도 현장 확인 차 몰려들고 있었다.
하물며 같은 층에 머물고 있는 다른 회원들이야,진즉 복도로 나온 상태였 다.
노인과 카산드라의 핸드폰만 바쁘게 울리고 있는 게 아니 었다.
그들도 핸드폰 메시지나 통화로 직 접,골드슈타인 가문의 전 그룹에 시 작된 공격을 전달받고 있는 중이었다.
소란은 카르얀 가문의 방에서 소리 가 더 크게 나온 시점에서 증폭되었 다.
“노망났어요?”
카산드라는 경호원들이 세운 인간 방벽 뒤에 대고 외쳤다.
그래도 노인은 미소만 띤 채 대꾸가 없었다.
그 순간 카산드라는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비켜!”
특전병 출신의 경호원 하나를 밀쳐 내자,경호원은 너무나 쉽게 넘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카산드라가 아차 했지만 때는 늦었 다.
카르얀 가문의 경호원에 더불어,전 세계에서 온 정예 요원들이 그녀를 둘 러쌌다.
“더 이상 행패를 부리신다면 구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골드슈타인 그룹 분 들께서는 뭐하고 계십니까? 데리고 가십시오!”
말투만 정중할 뿐이지,사방에서 그 녀를 주시하는 눈빛들은 이미 범죄자 취급이 었다.
카산드라로서는 처음 겪는 수치였 다.
카산드라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 다.
망신을 당한 것도 그렇지만,갑작스 런 카르얀 가문의 배신으로 앞으로 일 어날 일이 빤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같이 맞받아쳐 주는 것 외에는 선택 지가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양 가 문의 파멸이었다.
그녀는 손톱을 물어뜯었다. 계산을 시작한 눈동자만이 바쁘게 굴러다녔 다.
일반적인 금융 전쟁과는 달랐다. 서 로 얽혀 있는 사업 영역이 광범위했 다.
카르얀 가문과 골드슈타인 가문의 협약 또한 과거로부터 비롯된다.
나치즘 치하 당시,로트실트 가문은 유럽 전역에서 영국 쪽으로 가문 사업 을 최소 집중시 켰다.
그러나 카르얀 가문과 골드슈타인 가문은 혈맹의 연을 맺고 어떻게든 유 럽 대륙 안에서 버텨 지금의 삼각 구 도를 완성시켰다.
영국은 로트실트,독일은 카르얀,프 랑스는 골드슈타인.
그러니 두 가문이 혈전을 벌인다면 삼각 구도는 깨질 것이며,가뜩이나 미국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로트실트 가문은 더욱 성세를 누릴 것 이다.
돌이켜 보건대 로트실트 가문은 이 라크 전쟁에서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여전히 석유 카르텔 그룹의 한 자리 를 차지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다.
어떤 일이 미궁에 빠졌을 때,그 일 로 득을 보는 게 누구인지 계산하면 대다수의 일들이 어렵지 않게 해결된 다.
카르얀 가문과 본 골드슈타인 가문 이 혈전을 벌이면 누가 이득을 보는 가?
‘나선후? 전일? 웃기고 있네. 동방의 투기 세력 따위가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니고말고.’
카산드라는 이에 힘을 줬다.
‘로트실트! 이 개자식들이 배후에 있 다! 아주 높은 확률로! 하필이 면 왜 지 금……
“아얏!”
카산드라는 문득 통증을 느끼며 손 톱에서 입을 뗐다.
얼마나 물어뜯고 있었는지,핏물이
살짝 배어나오고 있었다.
사태는 파악했지만 해답을 구하긴 어려웠다.
로트실트가 배후고 카르얀 가문이 협조한다면,그녀는 외톨이 신세였다.
거대한 음모가 본 골드슈타인 가문 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카산드라는 콜튼이 그리워졌다. 잠 시나마 동생이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 각했던 것이 후회됐다. 역시 혈육뿐이 었다.
하지만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겠 고,결국엔 자신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할일이었다.
카산드라는 머리를 쥐어짰다.
자신의 힘이 되어 줄 만한 사람. 로 트실트와 카르얀 가문의 영향력에 크 게 구애받지 않는 사람.
대부분의 회원들이 삼각 구도 안에 서 교차하고 있었기에,떠올릴 수 있 는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질리언……
그 즉시 카산드라는 화장대에 앉았 다.
카산드라의 난동으로 오전 회의는
오후로 미뤄졌다. 그로 인해 다른 회 원들이 쉬고 있을 때.
카산드라는 복도로 나와 있었다.
치장을 마친 그녀는 아름다웠다.
이른 아침부터 미친년처럼 난동을 부렸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 큼,그녀의 눈은 매혹적이었으며 입술 은 야했다.
또각또각.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복도를 울렸 다.
그녀를 불러 세우는 회원들의 목소 리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도도한 발걸음을 막을 순 없었다.
그녀의 목적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들어오시오.”
질리언이 직접 문을 열어 주었다.
“이야기 들었지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제 편이 되어 주세요.”
“왜 나요?”
“우리가 모를 것 같아요? 당신네 자 본은 우리들 질서에 편입되어 있는 자 본이 아니잖아요. 누구는 아시아 계열 이라고 하는데,저는 아랍계라고 확신 하고 있어요.”
“설마 그런 것도 모르고 초대했을 것
같아요? 당신을 초대하던 년도부터 물밑 작업이 시작되고 있었죠. 자본 출처가 밝혀지는 즉시,당신과 당신 그룹을 아웃시킬 의도였어요.”
카산드라는 거기까지 말한 다음 질 리언의 표정을 살폈다.
질리언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있 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는 듯 고개를 주억거 리는 게 전부였다.
“할 말 없어요?”
“할 수 있었다면 진즉 그렇게 했을 거요. 보시오.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 도 반은 아시아 자금이요. 그들이 아 웃당했소? 천만에. 당신네들을 비웃
기라도 하듯 그들만의 질서를 만들고 있는 중이오.”
질리언은 한마디 덧붙였다.
“나도 당신네들이 두렵지 않소.” 그러자 카산드라는 활짝 웃었다.
“그거예요. 그래서 제 편이 되어 달 라는 거예요. 빌더버그 클럽은 오랫동 안 고여 있어요. 세계 정부를 목표로 창시되었으나 해가 갈수록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죠. 질리언,당신이 클럽 에 초대되긴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외톨이고,정작 조나단은 초대받지도 못했죠.”
“클럽을 재편할 수 있는 기회,즉 세 계를 재편할 수 있는 기회예요,질리 언. 질리언과 그룹 주인들이 우리 가 문을 도와준다면 로트실트 가문과 카 르얀 가문의 연합을 방어하기에 충분 해요.”
“그래서 우리 그룹은 얼마를 버는 거 요? 이래 쾌도 나는 월급쟁이라오.” “본 골드슈타인 가문과 카르얀 가문 의 싸움은 치킨런(Chicken Run) 이지 만,질리언은 로트실트 가문과 제로섬 (Zero-sum)의 싸움으로 끌어갈 수 있어요. 당신은 질리언이에요. 불패의 승부자.”
“설득이 참 형편없구려. 알아서 벌어 가라니.”
질리언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고 는 바로 이어서 물었다.
“로트실트 가문이 배후에 있다고 생 각하는 거요?”
“그럼 어디일 수가 있죠?”
위잉.
위이잉_
질리언의 주머니에서 핸드폰 진동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질리언이 핸드폰을 꺼냈다. 전화가 아닌 몇 통의 메시지였다.
그걸 확인하는 질리언의 표정이 변
하기 시작했다. 의문과 놀람이 교차하 며 살짝 찌푸려진 미간.
그걸 보고 만 카산드라는 불안함이 엄습했다.
카산드라의 심장이 뛰는 속도에 가 속도가 붙었다.
쿵. 쿵.
그건 어떤 명령과도 같았다.
흑. 혹.
카산드라의 콧구멍에서 뜨거운 숨이 뿜어져 나왔다.
“또 뭘 꾸미는 거야!”
그녀가 질리언에게 달려들어,그의 핸드폰을 빼앗은 건 바로 그때였다.
“무슨 짓이오!”
카산드라는 소리치는 질리언을 밀쳐 버린 후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 골드슈타인 휘하,전 그룹의 주가를 흔 들어 놓으십시오. ]황급히 일어난 질리언이 카산드라에 게서 핸드폰을 빼앗았다.
그러나 때는 이미 카산드라가 핸드 폰 안의 메시지를 보고 난 뒤였다.
카산드라의 화장을 뚫은,뻘건 혈색 이 도드라졌다. 그녀는 온몸을 부들부 들떨었다.
“로트실트 개자식들…… 나 혼자 죽 을 것 같아?”
그녀가 질리언에게 이를 갈더니 등 을 돌렸다.
복도에 나왔다.
그녀 또한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된 즉시,그녀는 두 눈에 살 의를 띠며 외쳤다.
“로트실트부터 쳐!”
클럽 회원들 모두가 들으라는 둣,발 악에 가까운 목소리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