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Life Returner RAW novel - Chapter 97
13화
“죄송합니다.”
질리언의 경호원이 자책감에 물든 얼굴로 말했다. 그가 소란을 듣고 뛰 어나왔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되어 있었다.
“자네 잘못이 아니네.”
질리 언은 바깥에서 나는 카산드라의 큰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다.
명색이 골드슈타인 가문의 가주이 자,골드슈타인 그룹의 여 회장인 인 사가 그렇게 폭력적으로 나올 줄은 조 금도 예상치 못했다.
아침에 카르얀 가문의 호실에서 있 었던 난동이 그냥 소문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질리 언은 카산드라에게 화가 나기는커녕,순간 악귀같이 변했던 그 녀의 표정 때문에라도 측은한 마음이 더 컸다.
카산드라는 그런 표정을 지을 여자 가 아니었다.
고귀한 여왕처럼 항상 도도해야 하 는여자다.
그 정도까지나 몰려 버린 건,오전 중에 일어난 대 사건 때문이었다.
‘정말로트실트일까?’
질리언은 노트북이 부팅되는 짧은 시간 동안 그 물음에 매달렸다.
그룹의 진짜 주인들에 관해서 말이 다.
지난 이 년간 빌더버그 클럽의 두 차 례 회의뿐만 아니라,런던의 더 시티 안에서도 그들과 종종 만남을 가져 왔 었다.
로트실트 가문의 가주와는 그들의
살롱에서 좋은 만남이 여러 번 있었 다.
하지만 어떤 내색이나 언질은 없었 다.
그룹의 주인들은 에단이라는 창구만 열어 뒀지,그들의 정체를 꽁꽁 감춰 두고 있는 것이다.
질리언은 그게 이상했다.
아시아나 중동의 자금이라는 가정 하에,그룹 초창기에는 정체를 숨겨야 했던 분명한 이유가 몇 가지 존재하긴 했었다.
그러나 이렇듯 1조 달러 이상을 운용 하는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가 완성
된 후부터는,본격적으로 세계 무대에 정체를 드러내도 큰 피해가 없을 일이 었다.
조나단 투자 금융 그룹이 그렇듯 그 의 그룹도 함부로 도모할 수는 없는 규모였다.
도리어 역공을 염려해야 한다.
어쨌든 그룹 주인들로부터 지시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투자 시안이 없 는,그러니까 일방적인 명령이었지만 질 리 언은 납득했다.
각종 분야의 천재들로 구성된 디렉 팅 부서를 갖추고 본인을 절대적으로 후원하며,오일 머니까지 끌어오게 한
데에는…….
이런 날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장막 뒤에서 금력(金刀)을 휘두르는 날.
질리언은 그룹 주인들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두려움에 사무쳤다.
‘철두철미한 습성만큼이나 음흉한 자들…… 치가 떨리는군.’
타닥타닥.
키보드를 치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 다. 그룹의 프론트 오피스 (Front Office)에 에단의 메시지를 곧이곧대 로 보낼 수는 없는 일.
적당한 명분을 만드는 게 그의 업무 였다.
< 확인했습니다. 현재 CAC40(프랑스의 대표적인 주가 지수)와 DAX(독일의 대표 적인 주가 지수)가 동반 폭락하고 있는 상 황입니다.〉
그때 또 바깥에서 소란이 일었다.
“무슨 일인가 알아보게.”
경호원이 돌아왔다.
“카산드라가 AP 머건의 은행장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질리 언은 혀를 찼다.
‘대(大) 골드슈타인 가문이 이리 허 망하게 몰락하다니 .’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에단 아니,그룹 주인들에게 찍혀서 살아남은 자들은 없었다.
아시아 외환 위기가 촉발되던 시점, 동방에서 웬 이메일을 받았을 당시만 해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공상보 다 더한 일들이었다.
하지만.
“크…… 크하하.”
조나단은 빌더버그 클럽의 내분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한편으론 이 모든 걸 막후에서 조종 하고 있는 선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
기도 했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빌더버그 클 럽이 세계 정부의 막후라고 하지만, 그보다 더 음지에서 활동하는 선후야 말로 진정한 지배자였다.
그런데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은 카르얀 가문의 충성이 었다.
선후야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누누 이 말해 왔으나,조나단 본인은 그들 의 속내를 항상 의심해 왔었다.
‘썬,무슨 마법을 부리고 다니는 거 냐.’
조나단이 기사를 넘기며 큭큭대고 있을 때.
손님이 찾아왔다.
북미에서 활동하는 골드슈타인 가문 의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예정에 없던 미팅을 잡아 주신 점, 다시 한 번 감사드립 니다. 조나단.”
사내가 명함을 내밀었다.
어김없이 골드슈타인의 패밀리 네임 이 붙어 있는 사내였다.
조나단이 말했다.
“왜 방문하셨는지 알고 있습니다. 얼 마를 빌리고 싶은 겁니까?”
“1차로 100억 달러를 지원해 주신다 면,어떤 독소 조항들이라도 감수하겠 습니다.”
조나단은 러시아발 금융 전쟁이 끝 난 날을 떠올렸다. 그때도 경쟁자들이 돈을 구걸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 왔었다.
“한데 이상하군요. 골드슈타인 가문 은 실버만 그룹,AP 머건 그룹과 협력 관계 아니었습니까? 그들이 거부한 데에는 그만한 사유가 있었을 겁니 다.”
“조나단.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 은…… 자본주의의 질서대로 움직이 고 있는 일들이 아닙니다. 저는 역행 (逆行)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하하. 피차 다 아는 처지에 말 꾸밀
것 없습니다. 내게도 귀가 있고 눈이 있습니다. 빌더버그 클럽에서 벌어지 는 일을 모를 것 같습니까?”
그러자 사내는 뭐라 입을 열려다가 다물었다.
“100억 달러를 너무 쉽게 말하시는 군요. 6년 전,나는 그걸 벌기 위해서 내 모든 걸 걸어야만 했습니다. 실패 했다면 이미 땅속에 묻혀 있었을 겁니 다.”
“죄송합니다.”
“빌더버그 클럽의 내분에는 관심 없 습니다. AP 머건과 실버만도 그렇지 않던가요?”
“그렇습니다. 우리 가문이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조 나단,우리 골드슈타인들을 잘 아실 겁니다.”
“역사 공부를 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합시다. 10억 달러 를 지원할 용의가 있습니다. 이 지분 들을 양도하는 것으로.”
조나단은 준비해 뒀던 목록을 내밀 었다. 사내가 펄쩍 뛰었다.
골드슈타인의 핵심 사업들을 단돈 10억 달러에 갈취하려 들고 있다!
“추세는 이미 무너졌습니다. 몇 개라 도 보존해야,가문의 이름을 후대에도
남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 그룹 외에는 이런 제안을 받아 볼 수 없을 겁니다.”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니군요.”
사내는 핸드폰을 내밀어 보였다. 조 나단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사내가 카산드라와 연결된 핸드폰을 조나단 에게 건넸다.
〈오래전부터 뵙고 싶었어요.〉
어쩐지 숨소리가 고르지 못한 목소 리였다.
〈사정이 안 좋다 들었습니다.〉
〈일시적인 거죠.〉
< 딱딱하게 굴 것 없어요. 원하는 것만 말씀해 보세요. 조나단이 협조해 주면 정 말로 ‘일시적’인 일이 될 테니까요. 굴러다 니는 돈들이 보이실 텐데요.〉
조나단은 사내에게 내밀었던 목록을 똑같이 읽어 줬다.
그러자 흑흑거 리는 숨소리만 들려왔 다.
< ……100억 달러는 언제 지원해 주실
수 있죠?〉
< 그걸 말씀 못 드렸군요. 100억 달러가 아니라 10억 달러입니다.〉
곧바로였다.
핸드폰 바깥으로 소리가 다 뛰쳐나 올 만큼,뾰족한 외침이었다.
정작 놀란 건 조나단보다 골드슈타 인의 사내였다. 그는 설마하니 가주가 조나단에게 소리를 지를 것이라고는, 조금도 예상치 못했다.
카산드라 화이트 골드슈타인,현(現) 여가주는 절대 그런 인사가 아니었다.
조나단이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그 러고는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조나단은 그 말을 끝으로 핸드폰을 닫아 버렸다. 핸드폰이 다시 울려 댔 지만 받지 않았다.
“결렬입니다. 그만 돌아가세요.”
골드슈타인의 사내에게 핸드폰을 돌 려주며 축객령을 내렸다. 그가 나간 뒤 조나단은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 트렸다.
지금껏 선후가 내린 지시 중에서 가 장 마음에 드는 지시였다.
예의 갖출 것도 없이 도발하라니 .
이건 세력들의 전쟁이다.
[ 영. 독. 프. 주가 지수 일제히 동반 폭락(裝:落)
독일 중앙은행에 의한 골드슈타인 그룹 의 대출금 상환 유예가 전격 무산됨에 따 라,유럽 각국의 증시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
영국은 4.1%,독일은 5.2%,프랑스는 7.9%로 하락하며,영국과 프랑스로는 IT 버블 이후, 독일은 마르크화 파동 이후로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 중이다.
세계 기관 투자자들과 개인 투자자들 사 이에서는 그간 상승세를 유지한 업종들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를 서두 르는 한편,낙폭이 큰 골드슈타인 그룹과 로트실트 그룹 그리고 카르얀 그룹의 은 행주 및 각종 종목들에서 매도세가 이어
지고 있다. ]
뜬금없는 건 로트실트 그룹의 은행 들까지도 저 싸움에 휘말렸다는 것이 다.
텔레스타 인베스트먼트와 골드 앤 실버 인베스트먼트로 하여금 로트실 트 가문이 취할 이득을 방어하게끔 하 려 했는데,알아서 해소되고 있는 상 황이다.
조나단 그룹으로 최후의 일격을 먹 이려던 계획도 일단은 보류다.
콜튼도 같은 기사를 보고 있었다. 그 는 아까부터 계속 몸을 떨고 있기도
했다.
그의 두 눈에 맺힌 가문의 파멸이 선 명했다. 하지만 내게 시선을 가져왔을 때에는,그나마 작은 희망을 피어올리 고 있었다.
“막힌 자금줄을 뚫으면 될 일이오.”
그럼 언제 그랬냐는 듯 제 가문은 회 생할 거라는 이야기였다.
녀석의 말대로 카산드라는 카르얀 가문을 대체할 세력들을 찾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로트실트와 카르얀 가문과 한판 붙 고 있는 실정이니 영국과 유럽에서는 찾을 수 없다.
하면 북미의 은행들뿐이다.
하지만 그런 게 가능할까?
빌더버그 클럽도 결국엔 각각의 이 익을 위한 이익 집단일 뿐이다.
저 싸움에 휘말리지 않으려 할 것이 며,빌더버그 클럽의 구성원이 되지 못한 세계의 중소 은행들은 정확한 사 정을 파악하지 못한 채 클럽의 구성원 들이 던져 주는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 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이런.
[ 골드슈타인 그룹의 신용 등급을,독일 신용 평가사 Aeri는 AAA에서 A로 강등,영국 신용 평가사 City-R는 AAA에서 묘묘묘로 강등하였습니 다. ]
그에 반박하는 역공이 골드슈타인 가문에게서 펼쳐지고 있으나 상대적 으로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카르얀 가문과 로트실트 가문의 은 행들뿐만 아니라,골드슈타인 가문에 얽혀 있던 모든 은행들이 돈을 회수하 려 들 것이다.
IMF 당시,우리나라 기업들이 받았 던 공격 그대로 말이다.
“네 누이는 둘 중 하나겠지. 피가 말 라 가고 있거나. 미쳐 날뛰고 있거나.”
마저 말했다.
“아마도 미쳐 날뛰고 있을 것 같지 않나?”
하지만 녀석은 조용했다. 생각이 깊 어서 였다.
“아까의 제안,아직도 같소?”
“살점은 발라내고 뼈대만 남을 것이 다. 그래도 갖고 싶다면.”
“이제 진짜 이야기를 해 봅시다. 내 충성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오? 지금 은 살아남아도,당신의 견제를 감당할 자신이……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