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이…… X새끼들!
루이스 파스퇴르(Louis Pasteur).
프랑스가 배출한 세계적인 세균학자다.
생물속생설을 증명해 세균학의 기초를 확립했고, 이후 백신이란 개념을 만들어 전염병의 예방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생명을 살린 그는 인류의 은인으로 불렸고, 파스퇴르 연구소를 설립해 백신과 의약품 개발, 미생물학, 생화학, 분자생물학 등 후학을 위해 다양한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기도 했었다.
전 세계에 위치한 파스퇴르 연구소의 시작은 이곳 프랑스인 것이었다.
파스퇴르 연구소 산하 G3센터.
이곳은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은 파스퇴르 연구소가 유전공학 연구를 위해 파리에 설립한 연구센터였다.
Group of Gene Genetics.
이름 그대로 유전자에 관한 모든 연구를 집대성하겠다는 취지.
거기에는 유전공학을 접목한 슈퍼솔져의 개발도 포함되어 있었다.
“휴, 이번에도 실패인가······”
수석연구원 조세핀은 한숨을 쉬며 화면에 표시된 3D모델링을 바라보았다.
삼천오백마흔일곱 번째 시뮬레이션 결과는 처참했다.
DNA배열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이었다.
“조세핀, 이거 꼭 풍선에 바늘을 찌르는 것 같지 않습니까? 건드리면 터져버리는 풍선 말입니다.”
앙드레는 들고 있던 캔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가 무슨 크리스퍼를 어떻게 써도 이 ‘네오 셀’이라는 세포의 붕괴를 막을 수가 없었다.
지금 이대로 완벽하니 손대지 말라는 듯이 말이다.
“그렇게 다루기 쉬우면 다른 나라에서 개발해도 했겠지. 우리만 이런 건 아닐 거야.”
조세핀의 말에 앙드레는 다 마신 캔커피를 찌그러뜨리며 말을 받았다.
“저 세포를 이렇게 찌그러뜨리기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변형만 가능하다면 어떻게든 적용할 방법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해야지.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니까.”
“근데 과연 가능할까요? 이제는 의심이 듭니다, 이게 신의 세포가 아닌가 하고요.”
과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신의 존재를 입에 올릴 정도.
네오 셀은 그 정도로 특별한 세포였다.
“가능했던 곳이 있잖아.”
바로 한국.
인체실험이라는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범죄집단이 네오 셀을 이용해 슈퍼솔져를 만들려고 했고, 그곳에서 발견된 피부가 질긴 시체를 통해 거의 완성단계에 있었음이 알려졌었다.
비록 누군가에 의해 모든 데이터가 삭제되었고, 범죄집단의 실험결과물이라는 이유로 시체마저 소각해버려 이제는 관련 정보가 없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그거 닥터 서가 네오 셀을 변질시킨 걸 적용한 거라고 했죠? 정말 천재는 천재네요. DNA배열을 붕괴시키지 않고 어떻게 그렇게 했을까요?”
“천재를 부러워하지마.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은 그들이 남긴 거라도 있으니 얼마나 편해?”
“네, 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는 말이죠. 근데 뭐 사다리라도 남아 있어야 올라가지 이건 뭐 가능하다는 사실 하나만 믿고 맨몸으로 기어 올라가는 기분이란 말입니다.”
“그 믿음이라도 있으니까 계속 할 수 있는 거야. 오늘은 이만 퇴근하고 내일부터 다른 효소를 적용해보자.”
실험에 필요한 건 인내와 끈기,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었다.
조세핀은 세상 모든 효소와 물질을 사용해서라도 성공시키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참 그리고 오늘부터 DGIS(대내정보총국)에서 센터연구원들 개인경호를 한다고 하니까 그렇게 알고 협조해.”
“그 알 키사스라는 테러조직 때문이죠? 으휴, 무서워 죽겠네.”
“남자가 무슨 겁이 그렇게 많아?”
“뉴스 안 보셨어요? 얼마 전에 민간인 세 명 납치하고 머리를 잘랐다잖아요.”
무함마드 풍자만화와 관련해 참수장면을 영상으로 찍고 인터넷에 올린 사건.
그로 인해 프랑스 사회는 발칵 뒤집어질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중동의 분쟁지역도 아니고 국내에서 그런 끔찍한 테러가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서워하지마. 그럴수록 더 잔인하게 나오는 놈들이니까.”
“그게 마음대로 돼요?”
앙드레는 자신의 목을 쓰다듬으며 침을 꼴깍 삼켰다.
참수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게 안 되면 귀찮더라도 경호원들 꼭 대동하고 다녀. 똥 쌀 때도 말이야. 호호.”
그녀는 피식 웃고는 연구실을 나섰다.
개인집무실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향한 곳은 로비였다.
그곳에서 출입증 카드를 찍고 보안요원의 몸수색까지 끝낸 그녀에게 검은색 정장 차림의 남자 다섯이 다가왔다.
“조세핀 일리나 박사님?”
“네, DGIS에서 오셨나요?”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24시간 밀착경호를 할 예정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센터장님에게 얘기 들었어요. 저야 말로 잘 부탁드릴게요.”
경호원은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박사님을 뵙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데 시간 괜찮으시겠습니까?”
“절요? 누가요?”
“CIA요원입니다.”
조세핀은 미국 정보기관이라는 말에 내심 긴장했다.
미국에서의 경험상 그들과 엮여서 좋은 일이 없다는 걸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쪽에서 정중하게 협조요청이 왔으니 괜찮으시다면 만나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저희들도 동행할 테니 안전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싫다고 하면요?”
“그렇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거절할 수도 있다는 거군요.”
“물론입니다.”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슈퍼솔져 프로젝트.
그 프로젝트와 관계된 연구원들은 일급기밀과 관련해 DGIS 요인경호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이었기에 CIA의 요청이라도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었다.
“만나자는 이유가 뭔가요? 그걸 알아야 결정을 하죠.”
아무 이유도 없이 만나자고 한다고 만나줄 정도로 그녀는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엘바이오와 관련된 사안이라는 얘기만 전해 들었습니다.”
“흐음······”
이엘바이오는 프랑스로 돌아오기 전, 몸담았던 기업이었다.
그 규모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 때문에 CIA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
어쩌면 자신이 이엘바이오에서 맡았던 프로젝트와 관련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만나볼게요. 다른 곳도 아니고 이엘바이오라니까.”
“그럼 약속장소로 모시겠습니다.”
***
샹젤리제 거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유명한 장소다.
개선문에서 콩코드 광장까지 약 2km의 왕복 8차선 도로가 쭉 뻗어있고, 좌우로 쇼핑을 위한 상점과 노천카페가 늘어서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이었다.
나는 일행들과 함께 DGIS에서 지정해준 카페에서 기다렸다.
CIA를 통해 그녀와의 접선을 요청했고, 수락을 받아낸 것이었다.
“이렇게 보니까 이제 올해도 다 지난 거 같네요.”
실비아가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한 샹젤리제 거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이 두 가지 수식어와 함께 샹젤리제는 마치 축제와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예술품 같은 건물들은 빨간 조명과 함께 크리스마스 선물상자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가로수에 걸린 일루미네이션 야경은 저마다의 빛을 뽐내며 파리지앵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실바아뿐만이 아니라 스미스와 타츠오도 연말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듯했지만 나는 씁쓸하게 그 광경을 보았다.
‘이때만큼은 영 익숙해지지가 않네.’
고아들에겐 이 시기가 상대적인 박탈감을 가장 불러일으키는 때다.
평상시엔 무덤덤하게 살아도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리기 시작하면 좋을 수가 없는 거지.
세상이 온통 화려하게 행복치장을 하고 있는데 나는 그 치장이 어울리지 않으니까.
동화로 치면 우리는 성냥팔이 소녀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성인이 된 지금도 그랬다.
바로 옆에 실비아와 스미스, 타츠오가 있어도 그들에게 속해있다는 느낌없이 그저 필요에 의해 함께 하고 있을 뿐이지 않은가.
내가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어서 그런지 혼자라는 외로움만 진해져갔다.
“엄마, 나 크리스마스에 무슨 선물 받아?”
“산타 할아버지에게 무슨 선물 달라고 빌었어?”
거리에서 손을 잡고 걸어가는 꼬마아이와 아이의 엄마가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선물에 대한 기대감이든, 크리스마스라는 축제가 주는 기분이든 두 사람 모두 행복해 보였다.
이 시기에는 유독 저런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리고 절로 투영되었다.
아이가 나로, 엄마는 이혜선으로.
일곱 살이 되기 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추억 속에 저런 모습도 있었을까.
그때의 USB영상을 비추어보면 있었을 것 같은데.
‘아마 그때의 나는 저 아이처럼 웃고 있었겠지.’
나는 엄마를 쳐다보며 웃는 그 아이가 인파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저 아이는 나처럼 성냥팔이 소녀가 아닌 엄마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때 스미스가 아이가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그래요, 스미스?”
실비아가 묻자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손가락으로 전면을 가리켰다.
“저기······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아이와 엄마를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제서야 나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어쩐지 사람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부산스러운 행동, 그리고 꺅꺅거리는 소리도 희미하게 들리고 있었다.
“연말이니까 연예인이라도 온 거겠죠.”
실비아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스미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저거 비명소리 같아.”
나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었지만 스미스는 특수부대 군인이었다고 비명소리를 많이 들어본 모양이다.
희미한 소리에서 환호와 비명을 구분할 수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리고 곧 우리 모두는 그의 말이 맞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꺄아아아악!
소리의 진원지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건 분명 생존을 위한 절규로 들렸다.
게다가 쾅쾅하는 굉음도 이어지는 걸로 봐서 보통 일이 아닌 듯 했다.
‘뭐지?’
우리 일행 뿐만이 아니라 이젠 노천카페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쪽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커다란 덤프트럭이 인도 위를 달리며 행인들을 덮치고 있다는 것을.
“꺄아아악!”
“도, 도망쳐! 안으로 피해!”
“빨리! 빨리 가! 뛰어!”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차도로 뛰어들고, 뒤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가만있다가는 덤프트럭에 치여 죽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몰려있었기에 피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건가?’
플로우에 진입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리니 주변 상황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 너머로 보이는 트럭이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걸 인지하자마자 염력으로 트럭을 짓눌렀다.
워낙 아비규환인 상황인데다 우리 쪽으로 달려오고 있기에 막지 않을 수가 없었다.
-쿠지직! 끼이이이익!
눌리는 압력에 바퀴의 축이 망가지진 트럭은 구동력을 잃고 거친 마찰음을 내며 미끄러지더니 이내 정지했다.
내가 서있는 곳으로부터 약 30미터 가량을 남겨두고 멈춘 것이었다.
-덜컹.
그런데 위험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운전석에서 내린 운전자가 몸에 폭탄을 두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브레이크 고장이 아니었어?’
중동사람으로 보이는 그는 몸에 폭탄을 장착하고 있었다.
그리고 놈이 소리치는 말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알라후 아크바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입에 달고 사는 구호.
이건 언젠가 뉴스에서 보았던 트럭테러와 자살폭탄테러였다.
‘3초!’
폭탄에 표시된 숫자가 똑똑히 보였다.
보란 듯이 가슴에 타이머를 달아 놓은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놈에게 염력을 걸었다.
‘하늘로 날려버릴까?’
아니다, 폭발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는데 공중에서 터졌다간 더 많은 희생자가 생길지도 모른다.
‘다시 운전석 안으로 넣어?’
아니다, 트럭 화물칸에 뭘 실어 놨을 줄 알고 함께 터트린단 말인가.
그때 그놈이 서 있는 곳 옆에 맨홀 뚜껑이 보였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놈을 움직여 뚜껑을 열고 그 속으로 뛰어들게 만들었다.
-꽈아아앙!
순간 맨홀뚜껑이 불기둥과 함께 하늘로 치솟고,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부르르 떨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바닥이 온통 갈라질 정도였지만 다행히 추가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피어오르는 연기 옆으로 테러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아수라장이 된 인도를 걸으며 다친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그나마 트럭 앞쪽은 피해가 경미했지만 뒤쪽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트럭이 달려온 인도 위가 온통 피로 범벅이 된 것이었다.
“……!”
그때 바닥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아까 보았던, 손을 잡고 걸어가던 모자였다.
엄마는 아이를 감싸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아이는 찰과상을 입었지만 호흡이 있었고, 아이의 엄마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이…… X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