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220
220화. 나한테 자비를 바라지 마
텔로스 와이너리 본관.
거의 반파된 건물 내부에는 아직 살아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케이시 로즈벨, 그녀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그녀의 정신은 마인드 컨트롤에 장악되었기 때문에 인형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또 다른 한 사람, 그는 텔로스 와이너리와 케이시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 테오 텔로스였다.
그는 중앙계단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훈과의 대화가 있었던 그날 이후부터 줄곧 그 상태였다.
‘왔군.’
그 순간 테오는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깥에서 네오휴먼의 힘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있었고, 그 의도가 텔레파시로 전달되었다.
-이 정도면 눈치 챘으면서 뭘 가만히 있어?
그렇지 않아도 나갈 생각이었다.
직접 그 힘을 느껴보니 더더욱 공허함을 참을 수가 없었으니까.
-우뚝.
테오는 옮기던 걸음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자를 어떻게 할지 갈등하는 것이었다.
미끼의 역할이 끝났으니 더 이상 살려둘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은······’
그를 완전히 손에 넣지 않은 상황.
테오는 케이시에게서 시선을 떼고 밖으로 향했다.
그의 발걸음 뒤로는 그림자로 된 인영들이 스르륵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정신을 장악해놓긴 했지만 중요한 인질이니 감시역을 둔 것이었다.
-끼익.
문을 열고 나간 테오의 눈에 와이너리의 입구에 서있는 남녀가 보였다.
느껴지는 힘으로 보아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이 확실했다.
“케이시는 어디 있죠?”
그 중 여자 쪽이 먼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저 안에.”
“아직 살아있나요?”
“네 능력이면 알 수 있을 텐데.”
테오는 그녀의 힘을 느꼈을 때부터 그것이 어떤 능력인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순순히 대답을 해준 것이었다.
“감지하는 것만으로도 능력의 종류를 알 수 있는 모양이네? 난 어때?”
남자 쪽, 서훈이 쏘아보며 물었다.
시선을 돌린 테오는 그의 주위를 감싸고 도는 기운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그 힘은 지금껏 만난 그 어떤 네오휴먼보다 거대하고 강렬했다.
“지배력······”
“뭐?”
“모든 걸 지배하는 힘이군.”
전에 없던 욕망이 테오의 가슴속에서 일어났다.
그 힘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아무 것도 없던 마음속에 변화가 인 것이었다.
그 마음을 대변하듯 테오의 주변으로 그림자 인영 수십 개가 솟아오르고, 문어다리 같은 촉수가 하늘 높이 뻗어 올라갔다.
“……!”
하지만 준비를 마치고도 공격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게다가 테오의 고개 역시 서훈이 아닌 와이너리 본관으로 돌아가 있는 상태.
그곳에서 일어난 현상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널 보며 많은 걸 배웠어.”
서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중 하나가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는 거고.”
***
잭은 수풀 속에 은신한 채 테오 텔로스가 와이너리 입구로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양동작전.
서훈은 텔로스 와이너리로 가기 전, 그렇게 계획을 짰다.
자신이 놈을 유인할 테니 그 사이 케이시 로즈벨을 구하라는 것이었다.
현재 그의 능력은 더 이상 변수가 없으니 자신의 도움이 필요없다는 말도 함께였다.
‘진짜 순순히 나가네.’
그런데 불과 30초도 되지 않아 유인이 성공한 상황.
아무리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지만 이건 먹이를 보고 무작정 달려드는 짐승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죽은 세포를 되살릴 수 있어도 뇌세포는 안 된 건가?’
잭은 안쓰러운듯 혀를 차며 무너져내린 벽 틈으로 몸을 비집어 넣었다.
내부로 들어가 곧바로 끌어올린 플로우의 감각.
떨어지는 깃털마저 감지할 수 있는 초감각 속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사락거리는 바람소리를 인지할 수 있었다.
‘어디냐······’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 속에서 얼마나 지났을까.
그의 감각에 미세하지만 호흡에 의해 발생하는 기척이 감지되었다.
‘건물 중앙이군.’
잭은 고양이 걸음처럼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여자와 유령처럼 주위를 부유하는 그림자 인영 다섯이 보였다.
‘최대한 빠르게 끝낸다.’
시선이 다섯 인영의 움직임을 빈틈없이 주시하는 그 순간 잠재력이 증폭되었다.
히스테리칼 스트랭스로 신체능력을 높인 것.
두 자루 군용대검을 쥔 잭의 신형이 빠르지만 유려한 움직임과 함께 잔영을 남기며 쇄도했다.
‘응?’
그런데 그림자 인영도 그의 반응속도에 맞춰 대응자세를 취하고 있다.
게다가 그림자로 형성된 창, 칼, 도끼, 쌍절곤, 톰파를 각각 생성해 손에 쥐었다.
그림자 컨트롤도 모자라 웨폰 마스터의 능력도 사용된 것이었다.
-카앙!
‘망할.’
-카카캉! 까앙!
‘뭐야 이 움직임은!’
다섯은 한몸인 듯 합이 척척 맞았고, 그 힘과 스피드는 자신 못지 않았다.
더군다나 각자의 무기가 다 다르다보니 간격과 공격루트가 변화무쌍한 수준이었다.
-까가가강! 쉬쉬쉭!
잭은 공격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막고 피하는데 급급했다.
그 정도로 그들의 콤비네이션은 숨돌릴 틈도 주지 않고 있었다.
‘사기잖아, 이건!’
그림자는 호흡도, 육체적인 피로도 없다.
그런데도 그 움직임이 히스테리칼 스트랭스를 사용한 자신과 맞먹고, 웨폰 마스터의 능력이 깃든 움직임 역시 전투센스가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결국 그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제길······ 또 늙겠네.’
버서커.
플로우와 히스테리칼 스트랭스를 복합적으로 사용한 그 힘은 초인적인 능력을 부여하지만 수명을 댓가로 가져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렇기에 어지간하면 사용하지 않는 힘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후우우.
달아오른 육체에서 하얀 김이 아지랑이처럼 일었다.
그 순간 잭의 움직임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격차를 보였다.
눈으로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강철 같은 그림자 무기를 통째로 부수고 다섯 인영을 찢어발긴 것이었다.
-쫘아악! 푸스스···…
다행히 형체가 흐트러진 그림자들은 그 즉시 소멸되어 허공에 스러져갔다.
신체적인 능력에 있어서는 그 어떤 초능력보다 강력한 것이 그들, 헌터들이 사용하는 버서커의 힘이었다.
“5초 정도인가, 쯧.”
그 짧은 유지시간에 날아간 수명은 약 일 년.
잭은 또 한 살 먹었다는 짜증과 함께 케이시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발로 걷어차버렸다.
훈련으로 각인된 반사적인 대응이었다.
“어이쿠, 마인드 컨트롤에 지배당했었나보네.”
잭은 기절한 케이시를 들쳐업고 서둘러 본관을 벗어났다.
그리고 수풀 속에 숨겨놓은 사자의 반지를 꺼내 그녀의 손가락에 끼웠다.
진입할 때 끼지 않은 것은 테오의 감지력을 피하기 위해서였고, 지금 케이시에게 끼우는 것은 마인드 컨트롤을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으음······”
텔라파시 능력을 빼앗긴 케이시는 사자의 반지가 가진 디버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마인드 컨트롤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눈을 뜬 그의 앞에는 잘생긴 청년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케이시는 발그레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행동과는 달리 그에게 걷어차인 얼굴은 퉁퉁 붓고, 앞니는 몽창 빠져있었다.
“괘, 괘안은 거 가타요.”
***
본관을 바라보던 테오는 곧 고개를 돌렸다.
이미 상황이 끝났음을 인지하고 나에게 집중하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의 주변에 선 그림자를 바라보며 혼자선 한계가 있다는 방금 전의 말을 다시 입에 올렸다.
“넌 아마 이해하지 못할 거야. 나 역시 그랬으니까.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했고, 혼자이기에 한계도 없고, 혼자라서 거칠 것도 없다고 여겼지. 하지만 너 역시 나와 마찬가지고, 이 그림자들이 그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
“……?”
“네 능력으로 구현된 이것들은 네 진짜 마음을 보여주고 있는 거니까.”
테오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럴 것이라 여겼다.
나도 녀석을 마주하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넌 혼자이고 싶지 않다는 거다.”
여러모로 저놈은 예전의 날 떠올리게 한다.
내가 놈을 앞에 두고 입 아프게 이런 말들을 늘어놓는 건 어쩌면 과거의 나에게 주는 기회라 생각해서인지도 모른다.
“서훈 씨.”
그때 옆에 있던 실비아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소용없다는 뜻.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다.
“어떤데?”
“오로지 서훈 씨의 능력을 취하고 죽일 생각뿐이에요.”
“휴우······”
무저갱 같은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욕구, 그리고 살의만이 가득한 괴물.
놈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역시 저놈은 진짜 테오 텔로스가 아니라 Neo-X에 의해 만들어진 전혀 다른 인물인 모양이야.’
메리엄의 나이든 모습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손으로 어머니를 죽였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인 텔로스 와이너리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그건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했다는 뜻이고, 과거에 평범한 인간으로서 존재했던 테오 텔로스가 아니라는 의미인지도 몰랐다.
“아무래도 넌 깨어나지 말았어야 했나보네. 내가 다시 재워줄 테니 영면하도록 해.”
나는 놈을 바라보며 염력을 사용했다.
그에게 사용하는 것이 아닌, 그를 노리고 사용하는 것이었다.
-쉬이잉.
하늘 높이 띄워놓은 네이팜탄이 하강하며 놈에게 날아들었다.
브라이언 볼드윈에게서 받아낸 미사일이었다.
“이건 마인드 리딩으로 읽더라도 피할 수도 없고, 현재 네 능력으로는 막을 수도 없어.”
이건 나라도 직격당하면 죽는다.
배리어, 여의 외 다른 반지의 능력을 다 동원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니 그림자 컨트롤의 방어력만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
-콰아앙!
반경 30미터 내에 불꽃이 화려하게 피어오른다.
네이팜탄은 착탄 시 화염에 의한 피해를 입히기 위해 개발된 무기.
베트남 전쟁 당시 밀림을 불바다로 만들고 수많은 인명을 태워 죽인 악명 높은 폭탄이다.
-휙.
나는 그 불꽃 속으로 미리 준비해둔 네오사이트 하나를 던져 넣었다.
메리엄이 모아놓은 걸 가져온 것이었다.
네오휴먼의 몸을 네오사이트와 함께 태워 능력을 그 안에 깃들게 하는 방법.
메리엄이 퀸시의 네오휴먼들이 지닌 능력을 강탈할 때 사용한 그대로 테오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찡.
그 순간 네오사이트에 연결되어 있던 염력이 해제되었다.
능력이 담긴 네오사이트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염력이 걸리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불속에서 꺼내지 않더라도 능력의 강탈유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크아아악!”
그때 불길 속에서 일어서는 테오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불사의 능력.
다시금 육체를 회복시킨 것이다.
하지만 네이팜탄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쉬이잉. 콰아앙!
화염이 터져 나오자 다시 네오사이트 하나를 던져 넣었다.
이전의 네오사이트는 방금의 공격으로 가루가 되었을 터.
나는 테오가 가진 사이킥 능력을 그렇게 하나하나 제거해나갔다.
-쉬이잉. 콰아앙!
그렇게 여섯 번의 반복이 있은 그때였다.
-푸확!
온몸의 절반이상이 녹아내린 살덩어리가 화염을 뚫고 솟구쳐 올랐다.
사이킥 능력인 비행을 사용해 도주를 택한 것이었다.
“놓칠 것 같아?”
또 한 발의 네이팜탄이 유도미사일처럼 날아가 테오의 몸에 적중했다.
-콰아앙!
허공을 수놓는 불꽃비가 후두둑 떨어졌다.
그중에는 테오의 신체도 함께 있었다.
나는 장작처럼 타오르는 불길 속에 네오사이트 하나를 더 던져 넣었다.
이터, 쉐도우 컨트롤, 마인드 리딩, 마인드 컨트롤, 웨폰 마스터, 텔레파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행능력까지 제거한 것이다.
이제 놈에게 남은 초능력은 피지컬 계열인 불사, 하나였다.
“그어어어······살려······줘······”
불길 속에서 기어 나오는 테오는 어떻게든 여기서 벗어나고 싶은 모양이었다.
“나한테 자비를 바라지 마.”
기회는 충분히 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