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Me Up! RAW novel - Chapter 110
110. 서브 퀘스트(1)
이미 견적은 잡혔다.
나는 3층의 훈련소로 되돌아간 뒤
멤버에게 말했다.
“내일,25층에 간다. 간만의 실전
이지.”
“빠르군.”
의자에 앉아 아령을 들던 벨키스
트가 말했다.
무게는 약 30kg. 5kg짜리인 것마 냥 쑥쑥 올렸다가 내린다.
“오늘은 밤을 새는 것이오? 감을 되찾으려면 한두 시간으로는 안 되 겠소만.”
“밤까진 새진 않는다. 컨디션을 망 치면 안 되잖아. 평소보다는 빡세게 하는 건 맞지. 다들 모이라고 해.”
“이올카 양을 불러오겠습니다.”
네리사가 마법 전당의 문으로 들 어갔다.
이어서 제나가 사격장에서 내려왔 다. 이올카가 네리사와 함께 나온
것은 그 다음이었다.
“바로 내일부터 들어간다고요?”
“왜, 불만 있냐?”
“불만 있는 건 아닌데요……. 당신, 뭔가 바뀐 거 같아서요. 방패는 어 디다 버렸는지 안 보이고,우리도 바뀌었구요. 하루만에 출전은 좀 빠 르지 않겠어요?”
“걱정하지 마라. 역할은 크게 바뀌 지 않아. 하던 대로 할 뿐이야.”
방패는 없지만,파티 내에서 나의 역할은 그대로다.
벨키스트와 더불어 전방 공격수를 맡으면서 후위에게 가는 공격을 차
단한다. 단궁 위주의 제나와 근중거 리 전환이 용이한 네리사가 중위였 고,마법을 쓰는 이올카가 후위. 심 플하면서 효율적인 진형이었다.
‘내가 얼마나 강해졌건 상관없다.’
여전히 나는 파티의 일익으로서 행동한다.
어깨를 맞대고 함께 싸운다. 이는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철칙이었다. 자신의 힘을 과신한 영웅들이 어떻 게 죽어갔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 다.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한 진 형 훈련에는 2파티가 동원되었다.
에디스는 나의 말에 순순히 고개 를 끄덕여주었다. 필요하다면 언제 든 도와주겠다면서. 또한,우리와 하는 훈련을 기다렸다고도 했다.
“왼쪽부터 아난,베닉, 리리니야.”
에디스는 새로 합류한 2파티 의 멤 버를 소개시켜주었다.
세 명 모두 나이는 많지 않다. 10 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까지. 나를 보는 그들의 눈은 동경으로 반짝이 고 있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형 님! 직접 보기도 했고요!”
,,음?,’
“흑룡을 잡으실 때 그 모습…… 정 말 멋졌습니다.”
아난이 내게 한 발짝 다가왔다. 아난은 금발이 매력적인 준수한
외모의 청년이었다. 간편한 가죽 갑 옷을 입었고, 허리에는 날렵한 장검 을,둥 뒤에는 둥그런 방패를 차고 있었다.
‘이 녀석은……;
나는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나를 형님이라 부르며 따르던 두
명. 무기도 나와 같은 검방을 썼었 지. 그들은 5층에서 피를 흘리며 죽 어갔다.
‘지드와 한슨.’
나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후회는 하지 않았고,다시 돌아가
도 똑같은 선택을 할 테지만, 씁쓸 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저는 베닉입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얘는 태도만 이렇지,알고 보면 뜨거운 놈이에요.”
아난이 씨익 웃었다.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
침착한 인상의 청년,베닉이 틱틱
거렸다.
허리춤에는 한 쌍의 단검과 단궁
을 매달고 있다. 에디스와 같은 무 기 구성이었다.
“저, 저는 리리니라고 해요.”
마지막으로, 다소곳히 서 있던 얌 전한 여자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왠지 모르게 표정이 잔뜩 굳어 있 다. 그녀의 등에는 키를 훌쩍 넘는 장창이 매달려 있었다. 세 명을 보 던 에디스가 말했다.
”얘네들은 2주일 전에 2파티에 합 류했어. 열의도 뛰어나고, 실전 성 적도 나쁘지 않아. 앞으로 임무 공 략에 큰 힘이 되어줄 거야.”
“열심히 하겠습니다!”
“너무 목소리가 크잖아.”
에디스가 부드럽 게 웃었다.
간만에 보는 미소였다. 나는 세 명
에게 들리지 않게끔 작게 말했다. “정은 적당히 줘라. 나중에 힘들
어.”
“괜찮아.”
에디스는 다짐하듯 말했다. “이번엔, 절대 죽게 하지 않을 테
니까.”
“그러냐.”
’종잡을 수 없는 녀석.’
에디스 칼렌.
냉철한 듯 보이면서 은근히 정이
많다. 어셔와 디란이 죽었을 때 겉 으로는 태연했지만 꽤나 상심했다 는 것을 나는 눈치채고 있었다. 구 르고 구른 용병 출신답지 않았다.
‘내가 뭘 알겠냐마는.’
나는 세 명을 둘러보았다.
활기찬 아난과 침착한 베닉. 그리
고 조용한 리리니. 한눈에 봐도 사 이가 좋다. 예전의 그 삼인방을 연 상케 했다.
’잡생각이 길었군.’
나는 상념을 지웠다.
감상에 빠져 있을 여유는 없다. 적
당한 수면을 취하려면 지금부터 당
장 훈련에 매진해야 했다. 스룽. 나 는 검을 뽑아 들었다.
“바로 부탁하지. 다섯 명이서 조를 짜. 적을 죽이듯이 우리를 공격하면 된다.”
“지,진짜로 하는 거예요?”
목창을 만지작거리던 리리니가 말 했다.
“그럼 가짜로 하겠냐? 그건 갖다 버리고 등 뒤의 진짜를 써. 다쳐도 괜찮으니까.”
“한의 말대로 하자. 부담 안 가져 도 돼.”
리리니는 고개를 끄덕이고 장창을
꺼내 들었다.
에디스가 단검을 뽑았다. 뒤이어 로데리크와 베닉,아난도 자신의 무 기를 꺼내 들었다.
“봐주지 마라. 어설프게 하면 시간 낭비니까.”
’그럴 실력도 아니겠지만.’
에디스와 로데리크는 상당한 전력 이다.
하지만 뒤의 세 명은 충분히 강해 지지 못했다. 무기를 꺼낸 자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저 겁 많은 여자는 나와 같은 파 티에 있었지.”
검을 뽑아든 벨키스트가 싸늘하게 웃었다.
“아는 애냐?”
“알다마다. 처음 싸울 때 내 바로 옆이었소. 어찌나 겁을 먹던지 방해 만 되더군. 평생 1층에 박혀 있을 줄 알았건만,어째 올라왔구려.”
“재능은 우수해요. 성정이 앞을 막 을 뿐이죠.”
네리사가 덧붙였다.
2파티는 둥글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를 보던 이올카가 불만스레 말 했다.
“분위기 차이 엄청나네요. 저긴 화 목해 보이는데. 우리 파티원들은 한 명 빼곤 얼음덩이들밖에 없어. 재미 도,배려도 없고, 낭만도 없고요. 파 이팅도 없구요.”
“재미가 밥먹여주냐?”
“동감이 오.”
“맞는 말이죠.”
“에 휴.”
이올카는 머리를 도리도리 젓고는 뒤로 천천히 걸어갔다.
진형을 짜는 것이다.
얼마 뒤,1파티와 2파티가 맞부딪 쳤다.
주목적은 단체전에서의 실전 감각 을 끌어올리는 것.
마음만 먹으면 나 혼자서도 휘저 을 수 있겠지만, 이번 훈련은 삼가 한다. 진형을 유지한 채 감각을 되 살리는 것이 핵심이었다. 따라서 최 소한의 움직임을 이어가면서 진형 간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진형의 존재 이유는 전투력을 유 지함과 동시에 구성원의 체력 소모 율을 낮추고,파티원의 단점을 커버 하고 장점을 더하는 것.
내가 아무리 강해졌다고 해도 이 올카의 단발 화력음 이길 수는 없
다.
또한,나 혼자 싸우는 것보다는 뒤 에서 후방 멤버의 원거리 지원을 받 는 편이 몇 배로 강해지는 길이다.
그런 면에서 2파티는 괜찮은 연습 상대가 되어주었다.
2파티의 전술 목표는 시시때때로 바뀌었다. 이올카를 집중 공격하다 가도 나와 벨키스트에게 화력을 집 중하고,때로는 제나와 네리사에게 파고든다. 부딪치면서 자연스레 우 리는 그때의 감각을 되살릴 수 있었 다.
‘일부러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주
고 있군.’
에디스의 센스였다.
“칼에 살기가 없소. 시시하군.”
벨키스트는 토해내듯 말했지만,
그건 뭐,방법이 없는 일이겠지. 대련이나 훈련에 일체 연습 무기
를 사용하지 않는 1파티의 실전적 인 훈련 방식을 2파티에 강요할 수 는 없었다. 파티마다 특징이 다른 법이니까.
그렇게 밤이 깊어지던 때,
휴식 시간이 되자,에디스가 내게
말을 걸었다.
“한,이번엔 방금처럼 봐주지 마.”
“그런 적 없는데.”
“방어만 했잖아. 얘들도 좀 다쳐봐
야 돼.”
“죽여도 되나?”
“될 것 같아!”
“농담이 야.”
나는 웃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1파티의 네 명이 의자에 앉아 쉬
고 있었다.
“들었지? 죽이지만 않으면 뭔 짓 을 해도 된단다.”
“……괜히 말했나.”
다음 격돌 때, 2파티의 세 명은 1
분도 안 되어 나란히 실려 나갔다.
나름대로 손을 줄이기는 했지만 크게 다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에디스가 바란 것이기도 했고.
“어떻게든 된 거 같군.”
“나머진 실전을 해야 돌아오는 거 죠. 안 그래요?”
“맞는 말이야.”
훈련으로는 실전을 충당할 수 없 다.
그 무대는 25층. 이하의 층수를 가도 괜찮겠지만 이미 충분한 시간 을 낭비했다. 난이도 파악은 끝났 고,감각도 사용할 만큼 되살렸다. 나는 25층의 배경과 몬스터들을 각
각 멤버에게 일러주었다.
배경은 사막.
수백 마리의 리자드맨이 나온다.
“전사는 별거 없다. 고블린 상대하 듯이 쳐 죽이면 돼. 다만 주술사는 좀 성가시거든. 바로 죽여라. 제나 가 맡아.”
“다 똑같은 도마뱀처럼 생겼다면 서요?”
“이상한 지팡이 같은 걸 들고 있 지. 보면 알아.”
주술사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다른 리자드맨에게 광폭화가 걸린 다.
상황이 꽤나 귀찮아지는 것이다.
“그런데,사막이라면… 덥지 않 아요?”
이올카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겠지.”
“지칠 거 같은데.”
이올카는 드레스 자락을 펄럭거렸 다.
납득이 가는 걱정이었다. 사막 필 드는 싸우기에는 쾌적한 환경은 아 니다. 기록 열람에서는 영향을 받지 않기에 아무렇지 않게 넘겼지만,실 제로 들어가면 온도가 체감이 될 것 이다.
’3파티가 싸움을 피한 것은.’ 날씨의 이유도 있을 것이다. 온도가 높은 필드는 장기전에 상
당한 패널티로 작용한다.
그래도.
“그 부분은 내가 해결하지. 신경 안 써도 돼.”
“할 말은 끝이오?”
“그래. 너희들은 씻고 잠이나 자
라. 훈련한다고 밤새지 말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숙소로 향하는 멤버들을 뒤로 한
채 1층으로 내려갔다.
목적은 창고. 수십 종의 아이템이
보관된 곳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면 서 중얼거렸다.
“이 셀.”
[응!]허공이 반짝거리더니 이셀이 튀어 나왔다.
작은 목소리였는데도 바로 응답해 줬다.
“정보 조작을 하고 싶다.”
밀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이셀이 반지에 다가갔다.
작은 손가락이 반지 표면을 매만 졌다. 그러더니.
[느앗!]“소리가 커.”
[이거,어디서 났어?!]“니플해임이지. 아는 애한테 받았 다.”
[설마! 그 유르넷 시드? 최강의 환 영술사 .]‘그건 또 네가 어떻게 알아?’
나는 혀를 찼다.
“어쨌든,이 반지를 이용하면 마스 터의 이목을 속일 수 있다더군. 이 제부터 아이템을 만들 거야. 적당히
속여 줘라.”
별로 특별한 아이템을 만들 생각 은 아니지만.
기껏해야 소모품이다. 그래도 신 중을 기해서 손해는 없을 것이다.
이셀은 이 정도 아이템이라면 가 능하다면서 곧바로 승낙했다. 그리 하여.
[★!초 대 성 공!★] [‘한 (★★★)’이 ‘더위 방지제’를제작했습니다!] [★!초 대 성 공!★] [‘한 (★★★)’이 ‘더위 방지제’
를…….] [★!초 대 성 공!*] [‘한 (★★★)’이 ‘더위 방지제’ 를…….]
마법 전당에서 특수 물약을 만들 었다.
아이템 이름은 더위 방지제. 일정 시간 동안 더위 상태이상을 막아주 는 효과를 갖고 있었다. 사막이나 화산 지대에서 직빵이었다.
이렇게 서브 퀘스트를 위한 기초 적인 준비는 끝났다.
그리고 이튿날 저녁.
[픽 미 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Now Loading..] [로딩이 끝났습니다.] [TOUCH !(선택)]암케나가 접속하자마자 나는 곧장 메시지를 띄웠다.
[마스터! ‘1 파티’의 리더,’한(★★ ★ )’이 제안합니다.] [요청 – 25층 공략] [목적 – 서브 퀘스트 수행] [수락하시겠습니까?] [Yes(선택) / No]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암케나는 ’Yes’를 터치했다.
[열려라, 시공의 틈!]덜컹.
이셀의 활기 섞인 목소리와 함께 시공의 틈이 열렸다.
나는 1층 벤치에서 일어섰다. “가자.”
준비는 옛적에 끝났다.
나를 비롯한 1파티 전원이 시공의
틈에 들어갔다.
곧장 가운데의 거울이 빛나기 시 작했다.
[메인 던전,현 도전 층수는 25층 입니다.] [10초 뒤 문이 열립니다. 준비하 세요!] [임무 녹화 중입니다. 플레이 기 록이 보존됩니다.] [※안내] [깨지 못한 서브 퀘스트가 있습니 다.] [임무는 분기가 나온 시점부터 진행됩니다.]
“여기서 시시하게 죽지 마. 이번 임무는 몸풀기니까.”
“저도 안다구요.”
전신을 빛이 휘감았다.
그리고.
눈앞.
’여기서부터 시작인가.’
무릎을 꿇은 프리아시스가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