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127
로크왕국 주재 통감 (3)
로크 왕국의 군사력이 약하다고 하지만 총력전을 펼친다면 50만 이상의 군사를 모을 수가 있었다. 그런 로크 왕국군을 적군으로 돌리고 전쟁을 시작하면 설사 승리를 하더라도 상처만 남을 것이 뻔했다. 그 후에 에카테리나 왕국군과 싸우면 실패할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반군은?”
“그대로 있다가는 국가반역죄로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기에 2~3일 사이에 거병을 할 것 같습니다. 아울러 서부의 헤슬리아 대영지에 집결한 후에 우리에게 원군을 요청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에 중립을 선언한 대부분의 영지가 국왕의 편에 설 것으로 보입니다.”
명분은 그만큼 중요했다. 그 명분을 사이먼이 지켜주는 상황이니 제국군은 시작부터 어려운 싸움을 하게 된 것이다. 사이먼은 강화조약을 준수하기 위해 파견된 통감이기에 에카테리나 왕국을 적대시하는 반군을 내정간섭의 논란을 피해 언제든지 공격할 명분이 있었다. 그들이 내세운 주장이 반외세 자주였기 때문이다.
“독전관이 뒤에서 칼을 겨누고 있기에 로크 왕국군이 전투에 나서는 꼴인가?”
르펜 1세는 사이먼을 독전관으로 비유했다. 독전관은 전쟁을 감독하기도 했지만 전투 시에 뒤에서 싸우지 않거나 도망치는 아군을 참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사이먼이 로크 왕국군이 제국군에게 붙는 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국으로서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50만의 군사를 징집하여 절반은 이미 국경에 도착했고 절반은 이동 중에 있었다. 그런 군을 회군하고 해산했다가는 반란에 직면할 수도 있었고 지금까지 투입한 모든 군비가 헛되이 날아갈 것이니 돌이킬 수가 없었다.
“에카테리나 왕국의 제후총회에서 마침내 총 40만에 달하는 군사의 징병이 결의되었고 징병이 되는대로 순차적으로 국경에 당도할 것이라 합니다.”
곧 에카테리나 왕국의 소식이 전해졌다. 워프게이트가 있기에 제후를 소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각 대영지마다 1만의 군사를 역시 징병하기로 했고 마스터급 이상의 강자들도 대부분 참전하기로 한 것이다.
드디어 제국부터 로크 왕국, 마침내 에카테리나 왕국까지 전면전의 상황에 접어들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세 사람의 표정에는 곤혹스러움과 더불어 궁금한 표정이 어려 있었다.
“제국에서 무리한 전쟁을 강행하는데 들은 것이 있습니까? 혹시 전쟁을 계속하려는 것이 암흑의 마나를 생성시키고 영혼의 힘을 얻으려는 수작이 아닌지 걱정입니다.”
모호한 케피라 탑주의 언급에 알 리시온 추기경은 바로 대꾸를 하지 않았다. 신전의 정치적 중립성은 중요한 문제였다. 그러나 흑마법사 같은 암흑의 마나를 이용하는 무리에 대한 처단도 역시 중요했다.
역사적으로 커다란 전쟁의 이면에 흑마법사의 음모가 존재하는 경우도 꽤나 있었고 그런 전쟁이 벌어진 후에 흑마법사의 준동이 일어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케피라가 말하자 알 리시온 추기경의 표정이 다소 냉랭하게 바뀌었다. 전에 데마린 산맥에서 몬스터가 사라진 사실을 알려 골탕을 먹였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히 알려야 하는 것이지만 감정이 좋을 수는 없었다.
“교황청에서도 그런 문제는 예의 주시하고 있고 이단심판관을 전장에 파견하여 지속적으로 정화를 할 것입니다. 그 문제에 대하여는 우려하는 바가 없도록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소이다.”
알 리시온 추기경은 자신이 직접 움직일 필요가 없는 일이기에 바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가 아무리 크로이엘 교단에 속해 있지만 그가 에카테리나 왕국 출신이라는 것은 변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정치적으로 중립을 표방하는 교단이지만 전쟁의 결과에 따라 그 위상이 변할 수밖에 없었다. 제국이 승리하면 제국 출신의 위상이 강화되고 다른 곳이 이기면 역시 그곳의 위상이 강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제국에서 이번에 전쟁을 일으킨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저들의 전력이 우위에 있지만 원정에, 두 나라의 전력이 더해지면 결코 유리한 전쟁이 되지 못할 것인데 말이요?”
바로나 탑주의 말에 알 리시온 추기경이 실소를 지었다.
“제국이 무리하게 전쟁을 일으킨다고 하였지만 사실 에카테리나 왕국이 외통수에 몰린 상황이었습니다. 내가 50만 징병설을 전해 들었을 때 로크 왕국이 제국에 넘어갔다고 생각했소이다.
만일에 사이먼 백작이 로크 왕국에 통감으로 부임하는 수를 생각하지 못했다면 에카테리나 왕국에서 징병을 하는 사이에 제국이 로크 왕국을 장악했을 것이고 그 후에 왕국은 제국군은 물론이고 로크 왕국군과 전쟁을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알 리시온 추기경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한 수가 제국의 군사행위를 무리한 전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 면에서 에카테리나 왕실의 대처도 높이 사 줄만 했다.
“왕립마탑이나 태양의 마탑도 이번에는 참전을 할 것입니까?”
알 리시온 추기경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패전을 하는 것보다 이기는 것이 나으니 나가야지요. 제국의 세 마탑도 참전을 할 것인데 그렇지 않아도 사이가 그리 좋지 않지만 이번 전쟁이 끝나면 완전히 원수가 될 것 같습니다.”
케피라 탑주가 참전을 공식적으로 말하였다. 이번 전쟁은 규모나 모든 것에서 전면전이 될 것 같았다. 어느 한쪽이 항복을 할 때까지 물러나지 않고 싸울 것으로 보였다.
그것은 두 나라에 있는 마탑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유리한 국면일 때에 참전을 하여 그런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나았다. 상황이 불리할 때 억지로 나서서 희생을 키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사이먼이 사비올라에 호출되어 가자 아버지인 크라인이 대리영주의 직책을 수행하고 있었다. 사실 그의 임무 중에 가장 큰 임무가 북쪽의 사냥터를 유지하는 일이었다. 만일에 그곳에서 변고가 발생하면 트라칸 반도로 진출하여 세운 전진기지와 장원들은 고립이 되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곳을 사수하기 곤란하면 트라칸 반도에서 철수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일은 최악의 상황에서 단행하는 조치였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예방을 하는 것이 좋았다.
“전쟁은 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사실은 군수에서 모든 것이 좌우됩니다. 특히 이번처럼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마법사들도 대대적으로 참전을 하게 됩니다. 이럴 경우 가장 중요한 군수품 중에 하나가 마정석입니다.”
사이먼은 마정석에 대하여 언급을 했다. 북부 침엽수림에서 사냥하는 중급 이상의 몬스터는 대부분 마정석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 몬스터 사냥은 호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알고 있다. 결국 전쟁 기간 동안 마정석을 최대한 수급해야 한다는 말이구나.”
“그렇습니다. 현재 왕국에서 나오는 마정석의 절반가량이 우리 영지에서 운영하는 사냥터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전쟁에 참여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점을 모두에게 지속적으로 알려 혹시라도 용병을 빼내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사이먼은 전쟁에 나갈 가능성이 높아지자 크라인에게 그렇게 당부를 했다. 크라인은 그 사실을 모든 사람에게 말하여 용병이 떠나는 것을 방지했다.
아울러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염려가 되어 북쪽에 있는 전진기지에 나가서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사이먼만큼 강한 것은 아니지만 필요할 경우 사냥에 가세할 생각이었다.
왕국에서 용병들까지 모병을 하기 시작하면서 술렁거리기 시작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용병길드에서 엘칸토르 영지에서 몬스터 사냥을 할 경우 참전을 하는 것으로 인정을 해준다고 발표를 하자 오히려 용병이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졌다.
전쟁터에 가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보다 위험하지만 벌이도 더 좋은 몬스터 사냥을 하려는 용병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에 사냥을 하던 자들만 인정을 한다는 사실에 더 이상 몰려들지는 않았다.
사이먼이 로크 왕국에 통감으로 부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휘하 기사들이 출전하는 것이 대두되었지만 기사들이 영지를 굳건하게 지키는 것이 사이먼이 마음 놓고 싸울 수 있는 일이라는 크라인의 말에 그나마 전력 누출은 발생하지 않았다.
크라인을 비롯한 기사들은 사이먼이 간 후에 몬스터를 막기 위해 엄청난 전투를 벌여야 했다. 사이먼의 빈자리가 그렇게 클 줄은 생각을 못했는데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결국 병사를 추가로 징병하여 방벽에 배치하고서야 그나마 한 숨을 돌릴 수가 있었고 그들도 용병들과 더불어 적극적으로 사냥에 나서야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2등급이나 3등급 사냥꾼 중에 승급을 하는 자들이 간간이 등장하여 전력에 보탬이 되었다. 사이먼의 공백으로 인해 영지가 안정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취약한 부분이 드러나 그 부분을 보강할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은 로크 왕국의 귀족들에 대한 조사결과를 살펴보고 있었다. 통감부에서 시행한 일 중에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바로 로크 왕국 전반에 대한 기초조사를 한 것이었다.
아마도 로크 왕국을 제대로 통제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다른 목적도 있어 보였다. 로크 왕국을 흡수하려는 의도가 자료를 볼 때마다 드러나 있었다. 사이먼이 전에 오렐리어스 후작이 보여준 로크 왕국 분할 계획을 봐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런 생각이 훤히 나타나 있었다.
그 수준은 사이먼이 각 나라를 여행하면서 기록한 것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내용이 방대하여 읽을 내용이 많았다.
‘계속 토르가 3세로 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군. 귀족들 사이에 왕실을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상당히 강하고 이번에 왕제인 알렉산더 백작을 지지하여 반란을 일으킨 자들도 그런 경향이 강한 자들이다.’
반란의 목적이 왕실의 약화로 보였다. 왕제인 알렉산더 백작을 왕으로 등극시키고 사실상 왕실을 궤멸시켜 그 이후에 제후들 간에 왕권다툼을 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두 명의 공작이나 다섯 명의 후작 중에서 공작 하나에 후작 둘이 이번 반란에 가세를 했다. 그들이 반란에 가세한 이유가 나중에 왕권을 다툴 때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라니 로크 왕국의 국운도 끝이라고 할 수 있겠군. 아니 최소한 왕실의 수명은 다했다고 볼 수가 있다.’
대영지의 제후가 왕족을 옹립하여 반란을 일으키는 순간 왕권은 권위를 잃었다고 봐야 했다. 이는 언제라도 제후들이 왕실의 권위마저 도전하겠다는 것으로 봐야했다.
‘북서부에 위치한 이 카리스타 후작이 마음에 걸리는군. 가장 강한 군사를 가지고 있고 제일 먼저 제안을 받았지만 결국 거부하고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왕권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인내심이 강하고 시류를 읽는 눈이 밝다는 것이다.’
사이먼은 로크 왕국에 대해서 알아야 하기에 세세하게 읽어나갔다. 물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외부 상황에 대해 왕궁과 각 행정관청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여 보고를 받고 있었다. 보고내용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그 배경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야 했기에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파악했다.
‘브링커스 카리스타, 한 번 만나고 싶은 자이다. 나이는 서른여덟에 불과하지만 작위를 계승한지 5년만에 왕국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게 되었다면 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이먼은 향후 로크왕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번 반란에 그가 가세를 한다면 진압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다행히 그렇게 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왕을 바꿔?’
사이먼은 자신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고민을 했다. 순수하게 에카테리나 왕국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선택을 할지 고민이 되었다. 둘 다 이익이 되는 방향이 있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
‘일단 제국과의 전쟁에서 로크 왕국을 지키는 것은 왕국이나 왕실이나 나나 모두 이득이다. 로크 왕국 양분지계는 아직 시기상조이고 아국이 로크 왕국을 흡수할 역량도 없다. 지금은 로크 왕국이 건재해야 한다.’
일단 그런 부분을 정리하고 향후 토르가 3세에 대한 입장을 고민했다. 에카테리나 왕국의 입장에서 새로운 왕을 세우는 것이 유리해 보였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로크 왕국 내부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 같았다.
‘왕조를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 정통성이 약하기에 아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귀족이라면 그것을 알기에 설사 야욕이 있다고 해도 자제를 할 것이다. 카리스타 후작도 그런 생각으로 인내하고 있는 것이겠지.’
사이먼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약한 것이 얼마나 서러운 것인지 다시 한 번 절감했다. 개인도 약하면 참을 수밖에 없고 비참했지만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약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만일에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가족들도 엄청나게 어려움을 당할 것이다. 심지어 죽을 수도 있고 노예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곧 자신이 어떻게 해야 그런 일을 당하지 않을까 고민을 했다.
‘나도 강해지고 영지도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가진 것을 지키고 남에게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
로크 왕국의 처지가 제국과 왕국, 두 나라 사이의 전쟁으로 판가름이 나는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다 나라가 약해서 생긴 일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