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29
집을 떠나다 (5)
흑마법사 헬로이안은 프라인을 비롯한 제자들을 자신의 근거지로 불러 모았다. 지금처럼 이상한 기류가 형성될 때는 몸을 사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자칫 제자들이 발각되어 추적이라도 받게 되면 원치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었다.
“알 리시온 추기경이란 자의 작태를 보면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면 그 대안으로 흑마탑이라도 공격할 기세이다. 이번에 굳이 우리의 흔적을 내보여 명분을 주지 않도록 하자. 나를 추적하려고 하는데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결국 배신자들에게 칼을 겨눌 것이다.”
헬로이안은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성격 자체가 무게를 잡기보다 약간 장난스러운 면이 많았다. 물론 그런 모습 뒤에 고약한 면이 있기에 제자들은 오히려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특히 이대로 가면 로크 왕국 출신의 추기경이 교황이 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 같으면 그 분노를 누군가에게 쏟아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아마도 왕국 전체를 상대로 분노를 표출할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흑마법사의 토벌일 것입니다. 흑마탑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면서 자신에게 동조하지 않은 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라도 흑마법사와 내통했다는 혐의를 씌울 것입니다. 물론 성공을 할지 그 혼자만 고립이 될지 모르지만 에카테리나 왕국은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할 것입니다.”
“석년 우리를 배신한 흑마탑이나 마탑, 신전, 여기에 귀족들과 왕실까지 나서서 싸운다면 스승님을 공격한 자들이 모두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제자들도 나서서 헬로이안의 말에 동조를 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이 꼭 좋아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이대로 상황이 흘러간다면 결국 신전은 건립이 되고 왕국 전체에 크로이엘의 사도가 넘쳐나게 된다. 그러면 나중에 우리가 활동할 공간이 그만큼 좁아진다고 봐야 한다.”
헬로이안은 크로이엘 교단이 궁극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 개입을 할 수가 없다. 개입을 하면 할수록 신전의 입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바라보지는 않을 것이다. 달리 방도가 있기 때문이다.”
헬로이안의 말에 제자들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프라인, 네가 구상한 것을 발표하도록.”
헬로이안은 자신이 말하지 않고 프라인을 내세웠다. 현재 제자들을 이끌어가는 존재가 없지만 성취나 나이나 모두 프라인이 가장 앞서 있었다. 물론 얼마 전에 실수를 하여 위상이 추락했지만 여전히 헬로이안의 가장 큰 신임을 받고 있었다.
“신전에서 하려는 일이 그 당시에는 실패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시적으로 교세가 위축되더라도 끈질기게 버티면서 그들이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결국 신전을 건립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상 시기의 차이가 있지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입니다.”
프라인은 최후의 승자는 신전이라고 단언하듯이 말을 했다. 대부분 신전에서 하려는 일은 시간이 흐르면 이루어졌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왕국에서 우리를 배신한 흑마법사들과의 전쟁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수도 없는 사람이 흑마법으로 인해 죽어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가장 힘을 얻는 것은 신전입니다. 흑마법에 피해를 입은 자들 구해줄 수 있는 것은 신전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프라인은 단정적으로 말을 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전쟁이 어떻게 끝이 나건 신전의 목표는 달성이 될 것입니다. 결국 흑마법사는 토벌을 당하거나 어둠속으로 숨을 것이고 신전은 흑마법사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주역이 되어 모든 영지에 신전을 건립하고 끝내는 당당하게 왕국을 석권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가 직접 표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신전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프라인의 말을 잠시 멈추자 다들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종교의 무서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크로이엘 교단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야 합니다. 주신 크로이엘만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불신을 조장하면 됩니다.”
프라인의 말은 너무나 당위론에 치우쳐 구체적인 방도는 없어 보였다.
“사이렌 왕국이 있습니다.”
순간 그 자리에 모인 자들 중에 일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들은 프라인이 말하려는 바를 짐작한 것 같았다..
“주신 크로이엘은 생과 죽음의 관장자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과 죽음의 신인 카라이얼이 또 다른 주신으로 존재합니다.”
같은 크로이엘을 따르는 두 개의 교단이 존재하고 있었다. 주류는 크로이엘 교단이고 특이하게 사이렌 왕국을 중심으로 카라이얼 교단이 형성되어 있었다. 카라이얼은 그 지역에서 크로이엘을 지칭하는 발음이었다. 지리적으로 상당한 거리가 있기에 크로이엘을 종교가 자리 잡을 당시에 자생적으로 두 개의 교단이 존재하게 되었다.
“크로이엘을 사이렌 왕국에서 부르는 이름이 아닙니까?”
이해를 하지 못한 누군가 반문을 했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의 일부는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아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습니다. 두 교단은 같은 크로이엘을 믿는 것이지만 우리와 배신자들만큼 사이가 좋지 못합니다. 그들을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크로이엘이란 이름이 잘못된 것이라는 소문만 내면 됩니다. 대신에 카라이얼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을 하도록 하면 됩니다. 적당히 분위기만 만들면 사이렌 왕국의 카라이얼 교단도 에카테리나 왕국에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크로이엘 교단의 가장 큰 적은 사이렌 왕국에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카라이얼 교단이었다. 같은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교리부터 시작하여 사사건건 대립을 하고 있었다.
크로이엘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카라이얼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는 것으로 시작된 대립은 이제 하나로 합쳐질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 어느 교단 하나가 사라지기 전에는 통합이 불가능했다.
같은 주신을 믿는 교단이지만 지금은 다른 신을 믿는 교단이나 다름이 없는 지경으로 서로 적대감이 컸다. 고작 명칭 하나로 시작이 된 주도권 싸움은 같은 신을 다른 신으로 만드는 상황이 되었다.
“이단 논쟁이 벌어지면 아주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마탑이나 왕실, 귀족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크로이엘 교단이 옳다, 둘 다 주신을 따르는 것이니 어느 것이든 무방하다는 입장을 표명할 것입니다. 나중에는 크로이엘이 틀리고 카라이얼이 맞다고 주장하는 자들까지 나올 것입니다.”
프라인의 말에 헬로이안은 미소를 지었다. 곧 이어서 그런 일을 수행할 방도에 대하여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다. 자신들과 연관이 있는 자들을 동원하여 에카테리나 왕국 내부에서 일을 추진하기로 했다.
물론 자신들의 실체에 대해서 알 수 없도록 하며, 특히 흑마법사라는 것은 알 수 없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다.
하지만 그런 논의를 바라보는 헬로이안의 얼굴에는 달리 표정이 없었다. 어떤 위기감이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흑마법사의 영광이 아니다. 저들은 언제라도 필요하다면 드러낼 수도 있다. 그것이 내가 목표로 하는 마신의 경지에 이르는 길이라면. 일단 반신이라는 데미갓에 이르면 신격을 획득하기 위해서 세상의 강자를 흡수해야 한다.’
헬로이안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대법이 성공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정도 시간은 그에게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사이먼은 호위의뢰를 하는 동안 상행의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도보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용병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말을 이용하지 않았다. 몬스터가 나타나면 죽는 경우가 허다했고 만일에 부상이라도 당하면 처치 곤란한 애물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에 걷는 동안 지루함을 떨치기 위해 같이 걷는 동료 용병과 잡담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왁자지껄하게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은 문제지만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대행렬이 움직이면서 나는 소음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보다 훨씬 컸다.
“결국 토벌의 원인이 되었던 오거를 잡지 못하고 토벌을 종료했다는 말이죠?”
사이먼은 의식적으로 애슐리 영지에서 진행되는 몬스터 토벌에 관해 듣는 것은 피했기에 자세한 것은 모르고 있었다. 대충 대대적으로 몬스터 토벌을 하여 가도에 근처에 서식하는 대부분의 몬스터를 토벌했다는 것은 들었다.
사이먼은 핸드릭 상단을 호위하는 의뢰를 수행하고 있었다. 같은 C급 용병과 나란히 걷고 있는데 몬스터 토벌이 화제에 올라 꽤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 우리 신참이 오거한테 습격당한 상행에 참여했다고 했지. 그 다리에 흉터 있는 오거를 발견했는데 산을 타고 도망가서 잡지 못했다고 해. 데마린 산맥까지 추적을 했지만 거기까지 꼬리를 말고 도망치니 잡지 못했다고 하네. 꽤나 많은 대형 몬스터가 도망갔다고 하더군. 당분간 안전하겠지만 다시 시간이 흐르면 원래 있던 자리로 내려올 것이고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인간을 습격할 것 같으니 걱정이야.”
“다시 돌아오면 골치 아프겠군요. 몬스터도 지능이 있어 보복도 하고 인간에게 분풀이를 한다면서요.”
“원래 몬스터 토벌을 하려면 도망치지 못하게 퇴로를 차단해야 하는데 안전을 위한다고 밑에서만 몰아가니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
그러면서 이번 몬스터 토벌을 사실상 주관한 두 개의 용병대에 대해서 은근히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원칙상 두 용병대가 협력하여 역할 분담을 해야 했는데 서로 실적을 올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토벌을 하다 보니 결국 강한 몬스터가 도망을 치도록 방치했다는 말이었다.
“올 가을에 다시 토벌을 한다고 한다. 주지사님인 파일러 후작각하께서 토벌결과를 보고받고 멍청한 짓을 해서 몬스터를 다 놓쳤다고 역정을 내셨다고 한다. 아마 다음에는 제대로 토벌을 할 수밖에 없겠지.”
“그렇겠네요. 한데 용병대에 가입하지 않은 용병들이 훨씬 더 많은데 가입하기 어려운가요?”
용병대에 가입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어지간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는 가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크라인에게 들은 것은 일부 재능이 있는 사람에 한정된 아주 특별한 경우였다.
어쩌면 크라인이 경험한 세상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경우에나 해당되는 특별한 경우에 불과했다. 그런 면에서 크라인은 C급이 대부분인 용병들의 세상을 잘 모르고 있었다. 아주 어릴 때 하급 용병을 벗어났으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었다.
“특별한 재주가 있거나 마법사이거나 용병대에 연줄이 없으면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해. 세리카나 지방의 5대 상단은 용병대가 아니면 의뢰를 하지 않아. 다른 지역도 큰 상단은 다 그런 식이지.
더구나 용병대는 길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의뢰를 받을 수가 있어. 용병대장은 용병의 승급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 지부장에 준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 25살 이전에 B급이 되지 못하면 스카웃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해. 너는 실력이 좋으니까 C급이어도 잘 하면 용병대에서 받아줄지도 모르겠다.”
“나는 굳이 용병대에 얽매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지. 자유를 만끽하려면 어디에 소속되면 불가능하지.”
사이먼의 말에 동의를 하는 빌이었다. 대부분의 용병들이 돈을 많이 받는 용병대에 들어가기를 원하다가도 막상 들어갈 기회가 되면 자유를 선택하여 가입을 하지 않았다.
사이먼은 빌이 수련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빌은 검사이지만 궁수이기도 했다.
“너도 한 번 쏘아볼래?”
사이먼이 활을 쏘는 것을 구경하자 그런 말을 했다. 아버지 크라인은 활을 사용하지 않아 사이먼에게 활 쏘는 법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사이먼도 마나유저가 되지 못했기에 활을 배울 여유가 없었다.
“어떻게 쏘는지 궁금하기는 하네요.”
“내가 예비용으로 활을 두 개 더 있으니 이거로 한 번 쏘아봐. 전투 중에 활이 부서지는 경우도 있어 예비용으로 더 가지고 다니지.”
그러면서 활 하나를 배낭에서 꺼내었다. 복합궁이라 활에 활줄을 거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활은 이렇게 줄을 풀어나야 훼손이 되지 않아. 하지만 의뢰 중에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항상 줄을 걸어나야 해.”
사이먼은 빌이 가르쳐주든 대로 따라서 활을 쏘기 시작했다.
“오, 금방 자세를 잡는데. 저기 내가 만들어둔 표적을 향해 쏘아봐. 대신에 활줄은 과녁을 향한 후에 당겨. 자칫 줄을 당긴 채로 활을 움직이면 시위를 놓치는 수가 생기고 아군마저 살상할 수가 있으니.”
사이먼은 빌이 가르쳐 주는 대로 따라서 화살을 몇 번 쏘았다. 생각 외로 활을 쏘는 것이 어려웠지만 그렇다고 아주 엉망으로 쏘는 것은 아니었다. 맞을 것 같으면서 마지막에 주변에 가서 꽂혔다.
“금방 자세를 잡는데. 계속 연습을 하여 지금보다 훨씬 빨리 쏘아야 하고 거리도 지금보다 세 배는 더 멀리 보낼 수 있어야 할 거야. 또한 저기 표적의 작은 점에 열에 일곱은 맞출 수가 있어야 궁수로서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어.”
대략 20보정도 되는 곳에 있는 표적의 가운데 주먹 크기의 점이 있는데 그것을 맞추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사이먼이 열 발을 쏘았는데 한 발도 맞추지 못했다. 반면에 빌은 거의 다 맞추고 있었다. 빗나가도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정도였다.
“대단하네요.”
“나는 검을 사용하지만 접근하여 싸우는 것은 그리 자신이 없어. 그래서 궁수로 전향하다시피 했지. 난전이 벌어지면 칼을 들고 싸워야 하지만 궁수가 더 나에게 맞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