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8
흑마법사의 앙갚음 (4)
헬로이안은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자 바로 오거에게 걸린 마법을 취소시켰고 오거는 마법이 풀리자 앞을 가로막은 자들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것을 인식하고 도주를 한 것이다.
오거가 도망을 치자 용병들은 한쪽에 쓰러진 크라인을 살폈다. 몽둥이에 적중을 당한 크라인은 갈비뼈 부분이 함몰되어 어렵게 숨을 쉬고 있었다. 다행히 심장과는 반대편이라 그나마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일행 중에 경험이 많은 용병인 샌더슨이 나서서 크라인의 상처를 수습을 하기 시작했다.
함몰된 갈비뼈를 어렵게 펴고 난 다음에 곧 죽을 것 같은 크라인의 갈비뼈를 쇠꼬챙이로 찔러서 고정시킨 후에 상처에 포션을 들어부었다. 그대로 포션을 부으면 갈비뼈가 부러진 채로 봉합이 이루어져 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그 후에 다른 포션을 하나 따서 입안에 붓듯이 먹였다. 그러자 크라인의 숨이 조금씩 안정이 되었고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지만 조금 지나자 얼굴이 하얗게 변하면서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제기랄. 마나고갈이다.”
그 중에 가장 고참이랄 수 있는 샌더슨이 탄식을 하고 말았다. 마나고갈은 포션이 가진 부작용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죽어야 할 사람이 살아나는 대신에 발생하는 일로 죽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인 부상을 당할 경우 종종 발생하는 일이었다.
포션을 사용해도 마나가 없는 사람은 체력이 떨어져 죽어버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마나를 사용하는 검사나 마법사는 몸 안에 있는 생명의 마나를 이용하여 상처를 치료하고 대신에 그런 생명의 마나가 고갈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마나고갈이 발생할 경우 짧으면 2~3년 정도, 길면 평생을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폐인으로 지내야 했다. 크라인의 경우 한쪽의 갈비뼈와 장기의 상당부분이 손상을 입은 상황이었다.
포션으로 치료를 했지만 포션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몸 안에 있는 생명력을 끌어내서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고 결국 모자란 생명력을 몸 안에 있던 생명의 마나를 소진하여 치료를 한 것이다.
마나고갈이 발생한 크라인은 결국 마차에 실려서 영지로 돌아왔고 영지에 도착할 때에야 약간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기에 동료가 집으로 마차에 실어서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크라인은 백치가 된 것처럼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졸지에 한순간에 폐인이 되고 만 것이다.
스타니엘 자작은 케인스를 데리고 피오르드 영지에 당도했다. 그 사실은 일반 영지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지의 주요 인사들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강가에 배가 도착하는 곳에 영지의 주요 인사들이 마중을 나왔다.
피오르드 영지에 오기 위해서는 북부에서 가장 큰 강인 알파인 강을 건너야 했고 그 강을 건넌 후에 왕실직영지인 세리카나 대영지를 가로질러 북쪽에 있는 드와인 강을 건너야 했다.
드와인 강은 에카테리나 왕국의 북쪽에 있는 데마린 산맥에서 발원하여 동쪽의 바다로 흘러가는 커다란 강이었다. 물론 데마린 산맥에서 발원하는 강중에서 가장 큰 강은 알파인 강이지만 산맥의 동쪽 끝자락에서 발원한 드와인 강은 알파인 강과 합류하지 않고 북쪽을 흐르다가 바로 바다로 흘러갔다.
그 드와인 강의 북동쪽 해안가에 위치한 영지가 바로 피오르드 영지였다. 그렇기에 피오르드 영지에 오기 위해서는 나룻배로 드와인 강을 건너야 했다.
“먼 길을 오시느라 원로에 노고가 크셨습니다.”
영지의 대리영주를 맡고 있는 파리아라 남작이 인사를 건넸다. 파리아라 남작은 그간 영주인 스타니엘 자작을 대신하여 지난 시간 동안 피오르드 영지를 관리해오고 있었다. 원래는 왕실직할영지일 때 왕실에서 파견한 영지관리인이었지만 스타니엘 자작이 영지를 받으면서 영지관리인을 그만두고 대리 영주로 눌러앉은 인물이었다. 이제 그도 나이가 60 가까이 되었다.
“그동안 수고했네. 일단 내가 돌아왔으니 대리 영주의 직위는 거두지만 영지의 행정총관을 맡아 전처럼 영지의 살림을 책임져 주게.”
파리아라 남작에게 그렇게 말해 영지에 돌아왔지만 전처럼 그에게 영지를 맡기겠다고 말을 했다. 그런 스타니엘 자작의 말에 불안한 기색을 보이던 파라이라 남작의 얼굴에 안도하는 기색이 어렸다.
파라이라 남작은 영지의 주요 인사들을 소개했다. 그들 중에 일부는 수도에 갔을 때 스타니엘 자작을 만나기도 했지만 대부분 처음 만나는 자들이었다. 준귀족인 기사들이나 일부 문관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평민들이었다.
영지에 있는 자들 중에 귀족은 사실상 파라이라 남작을 제외하고는 기사단장이 그나마 유일했다. 기사단장은 그동안 여행을 하는 동안 호위를 했기에 마중을 나온 자들 중에 중요한 인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리 와라.”
스타니엘 자작은 한쪽에서 조용히 서 있는 케인스와 그의 어머니 앤을 불렀다.
“알다시피 내 본가는 스타니엘 백작령이다. 이번에 오면서 그곳에 들렸다가 먼저 세상을 떠난 조카의 유족이 있어 거두기로 했다. 다행히 마법사의 재질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나에게 마법을 배우기로 했다.”
대놓고 앞으로 영지를 상속할 후계자라고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정도의 언급만으로 충분히 후계자로 내정이 되었다는 의미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그 정도 말을 하는데도 알아듣지 못한다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스타니엘 자작은 한쪽에 준비된 마차에 다시 올랐다.
케인스는 달리 인사할 기회가 없어 그저 가볍게 고개만 숙이고 스타니엘 자작을 따랐고 그 뒤를 앤이 역시 따라갔다. 드와인 강을 따라 가다가 영주관이 있는 곳으로 이동을 했다.
“10년 전에 영지의 북쪽에 관문을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몬스터를 토벌한 덕분에 지금은 영주관이 있는 지역은 크게 위험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갤러스 총관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재차 보고를 했다.
“관문 밖에 있는 몬스터가 토벌이 되었다면 다시 전진기지를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겠군.”
“하지만 프라실러 계곡을 전부 확보하고 그곳에 개척촌을 건설하지 않는다면 득이 없기에 정기적으로 몬스터 토벌을 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습니다. 용병 사냥꾼들이 임시로 기지를 만들기도 하지만 상시로 나가있지는 않습니다.”
몬스터 사냥으로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군사들이 주둔하는 것은 엄청난 자금이 필요했고 개척을 하지 않는 이상 그 비용을 벌충할 길이 없었다.
“내가 영지에 돌아온 이상 영지의 상황을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일이니 시간을 두고 어떻게 할지 살펴야겠군.”
스타니엘 자작은 아무리 영지 운영에 관심이 없을지라도 그런 일까지 외면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간 개척촌을 운영할 영지민이 없어 계획을 세우고도 실행을 하지 못했지만 세리카나 지역의 상황이 그런 일을 추진할 정도가 된 것 같습니다.”
갤러스 총관의 말에 스타니엘 자작은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묻지 않고 득실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왕실에서 대리 영주로 파견한 영지관리관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영지에 파견된 영지관리관들은 영지를 관리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다 보니 사실상 영지를 발전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신규로 경작지를 개척을 하지 못해 증가하는 인구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결국 분봉을 해야 한다는 말이군.”
분봉分蜂이란 벌집을 나누는 것인데 여기서는 증가한 인구를 이주시켜 새로운 마을이나 영지를 만드는 것을 의미했다.
“상황이 몇 년 사이에 심각하게 변한 것 같습니다. 휘하의 소영지마다 최소 1000명 정도는 내보내야 하고 많은 영지는 1만이 넘는다고 합니다. 정상적으로 거래를 하면 농노 하나당 1골드는 주어야 이주가 가능하지만 지금은 그저 형식적으로 약간의 사례비만 건네면 이주시킬 수 있어 보입니다.”
개척이란 많은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매년 몇 백 명이나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영지를 개척하지 못하면 넘쳐나는 인구로 인해 처치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자유민이라면 간단한 신고를 하고 이주를 할 수 있지만 농노는 그런 자유도 없어 어떻게든 영지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러나 영지관리인이란 관리를 하는 것이고 매년 일정한 세금을 중앙에 내야하는 상황에서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사업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하다가 세금이라도 내지 못하면 그 자리를 보전하지 못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 새로운 경작지를 개척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다보면 자유민이나 농노의 인구가 늘어 경작할 땅이 부족해지고 그런 자들은 부랑자가 되거나 화전민이 되고 그렇게 살기 싫은 자들은 산적이 되었다.
그런 악순환이 일어나기 전에 해결책을 마련해야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경작지를 개척하는 일인데 그런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럴 경우 농노를 강제로 다른 영지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보통의 경우보다 훨씬 싼 값에 농노를 처분해야 했다. 공짜로라도, 돈을 주어서라도 내보내야 할 상황이니 제값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러면 파라이라 남작과 같이 계획을 세워서 보고를 하게. 자작령이지만 남작령이나 다를 것이 없으니 이번 기회에 그 정도로 키울 필요도 있겠지.”
그간 영지가 받던 세금우대도 이제는 사라지는 상황이니 이런 상태로 영지를 방치하다가는 빚더미에 오를 수도 있기에 그렇게 말을 했다. 초기에 투자를 하는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수익의 증가로 돌아올 것이기에 투자하기로 했다.
재산이야 수도에 있으면서 선왕에게 받은 재산이 상당하기에 그런 사업을 하고도 남았다.
사이먼은 크라인이 폐인이 돌아오자 자신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에 당면한 일을 처리해 나갔다. 마나고갈이 발생한 것을 듣자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정신이 없는 어머니에엘레나에게 전적으로 아버지를 간호하라고 시키고 엇나가는 경향이 있는 동생인 앤더슨을 가장 먼저 휘어잡았다.
“뭐야? 그동안 마나유저였는데 말하지 않고 있었다고?”
앤더슨은 사이먼이 마나유저란 사실에 아버지가 다친 것보다도 더 낙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모습에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자신을 이기려고 하는 동생을 탓할 생각은 없지만 그런 심보 자체가 걱정이 되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관계가 좋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나한테 까불지 마라. 아버지가 계시니 그동안 네가 건방진 행동을 해도 개의치 않았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내가 집안을 이끌어야 하니 그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사이먼은 최악의 상황이 되면 외가와 얼굴을 붉히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 동생부터 단속을 했다. 물론 외할아버지나 외삼촌이 안면을 바꾸고 욕심을 부리지 않겠지만 사람이란 어떻게 변할지 몰랐다. 더구나 며칠 전부터 이상한 일을 계속 겪은 상황이라 쉽게 사람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누워 있다고 해도 당장 바뀔 것은 없었다. 아버지가 벌어오는 수익이 없지만 그동안 벌어놓은 것도 있고 외할아버지나 외삼촌이 농사를 짓기에 먹고 사는데 크게 지장은 없었다.
‘마나고갈이란 마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생명의 마나가 고갈되어 일어나는 일이다. 포션을 사용하여 치료를 하다가 체력이나 마나가 부족하여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생명의 마나마저 사용해 발생하는 것이다.
어쩌면 죽지 않은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겠지. 마나고갈을 해소하려면 마나포션을 구해 지속적으로 복용을 해야 회복이 된다.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 마나를 지속적으로 주입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마나포션은 일반적인 포션처럼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6서클 이상의 고위마법사가 만들 수 있기에 마탑에 가야 구할 수가 있고 그 가격도 일반인이 구입할 수준이 아니었다. 보통 효능이 좋은 중급 포션이 1~2 골드 수준이라면 마나포션은 100골드를 호가했다.
그것도 연줄이 없으면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마나포션은 수련을 하는 기사나 마법사의 성취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귀족들도 쉽게 구하지 못하는 물건이었다.
더구나 마나포션 한 병으로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열흘에 한 병 정도씩 최소 10회는 마셔야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최소로 잡아도 1000골드는 있어야 하는데 집안의 모든 재산을 다해도 300골드를 조금 넘는 정도였다.
마나를 주입해 주는 것도 엑스퍼트 수준의 검사나 3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있어야 가능했다. 물론 그런 수준의 용병이 몇 명 있지만 무한정 그런 일을 해줄 사람은 드물었고 의뢰를 나가야 하는 검사들이라 그런 일을 할 수는 없었다.
마나포션을 구하는 것이나 마나를 주입하는 것, 모두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오직 그 스스로 그런 수준의 검사나 마법사가 되어야 했다. 사이먼은 아버지를 보면서 그런 사실을 저절로 알게 되자 미지의 지식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한편으로 이번에 아버지가 당한 부상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필이면 그 시점에 오거가 나타난 것이 우연일까?’
사이먼은 단순한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석연치가 않았다. 자신이 흑마법사가 된 것부터 시작하여 아버지가 당한 변고가 흑마법사의 계략으로 느껴졌다. 자연스럽고 이상할 것이 없지만 그가 알고 있는 지식에 고위급의 흑마법사라면 그런 식의 사고는 그리 어렵지 않게 조작할 수 있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결국 마법을 익힐 수밖에 없다. 그래야 아버지의 상세를 회복시킬 수가 있다.’
사이먼은 생명의 마나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흑마법을 익힐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뭔가 자신을 둘러싸고 심상치 않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마법이나 흑마법을 익히더라도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었고 그로 인해 머리를 감싸고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방도를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고통이 엄습했지만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들의 안위마저 위협할 위험이 닥친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