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oneer Simon RAW novel - Chapter 90
국경 경비대장 (1)
사이먼은 자신의 능력으로 마법진의 봉인을 강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마나를 끌어올려 마법진의 기능을 정지시키고 한손으로 검을 치켜들었다. 그런 다음에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나마 검흔이 남아 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검흔 위로 사이먼이 타격을 가하자 조금 검흔이 선명하게 변했다. 검흔을 남긴 사람처럼 한 번에 모든 검흔을 가격할 수는 없었다. 대신 사이먼은 마법진을 제어하여 여러 번에 걸쳐 검흔을 가격하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총 8회에 걸쳐 검흔을 가격한 후에야 검흔을 전부 한 번씩 가격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마법진에 영향을 미치는 수가 있기에 검흔 자체를 확실하게 키울 수는 없었다. 너무 커도 마법진에 영향을 주어 오히려 봉인을 해제할 수가 있었다.
사이먼이 작업을 마치고 났을 때에 냉기가 흐르는 동굴 속이지만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상태가 되었다.
‘만일에 1년 정도만 늦게 왔다면 봉인이 해제가 되었을 것이고 6개월 정도만 늦게 왔다면 이렇게 재차 봉인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나마 지금 온 것이 천운이다.’
사이먼은 그렇게 생각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렇게 몇 번 작업을 하면 마법진의 봉인을 100년 정도는 연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없애는 것은 내 수준에서 불가능하다. 아마 검흔을 남긴 자도 그것을 알기에 이렇게나마 봉인을 해놓았을 것이다.’
검흔을 남긴 검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울러 자신에 비해 최소 한 단계는 더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 자신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법진을 제압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심력을 사용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만일에 기존의 검흔이 없다면 사이먼의 수준에서는 도저히 그런 검흔을 남겨 봉인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번 기회에 음의 마나나 최대한 흡수하도록 하자.’
봉인을 해놓았어도 마계에서 음의 마나가 지속적으로 새어나오고 있었고 그런 음의 마나, 일종의 마계의 에너지인 마력이 검흔을 없애 봉인을 해제하고 있었다.
음의 마나를 흡입하자 동굴의 마나의 농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약간 낮아지는 정도이지 눈에 띄게 낮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은 아니지만 한 단계만 검술과 마법의 수준이 높아지면 제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때가 언제 올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 이제 자신의 실력이 사실상 한계에 직면한 것을 깨달았다 그 이상으로 오르려면 피나는 수련을 해야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경 경비대장
사이먼은 시간을 내서 스타리안 영지로 갔다. 그간 스타리안 영지에 가서 일종의 텔레포트 마법진을 만들어 두었다. 필요할 경우에 긴급으로 이동할 수 있는 안전지점의 좌표도 몇 개 확보해 두었다.
‘마가렛이나 스타리안 남작부인이 기존의 영주관이 아닌 새로 얻은 영지에 있는 영주관에 머문다고 했지.’
스타리안 영지에 비해서 새로 통합한 영지는 상황이 좋지 않아 그곳에 머물면서 영지를 정상화 시키고 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 영주가 되어도 그냥 놀고먹을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사이먼은 영주관을 방문하여 제대로 만나고 싶었지만 어떻게 왔는지 설명하기가 곤란했고 자신과 밀착할까 염려하여 마가렛을 오지로 보낸 아일라 2세의 의심을 받을 수도 있고 자신을 시기하는 자들에 의해 위해를 당할 수도 있어 조심스러웠다.
‘잘 지내고 있군.’
마가렛은 영주관이 있는 연무장에서 검술을 수련하고 있었다. 예나와 대련을 하고 있고 제나는 그 옆에서 주변을 경계하면서 참관하고 있었다.
‘제나도 발전이 있었군. 엑스퍼트 상급이 되었다니 그나마 다행이군. 마가렛이 그만큼 안전해진 것이니. 더구나 마가렛도 중급 수준이 되었으니 어지간한 자들이 공격해 오면 방어할 수 있어 보이는군.’
사이먼은 상당히 먼 거리에서 그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내가 뭐하는 것인지.’
몰래 멀리서 마가렛을 훔쳐보던 사이먼은 자신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굳이 시간을 내서 이렇게 와서 몰래 살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나 호의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마가렛을 좋아하는가?’
그렇게 자문자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안젤라를 거절할 때에 어렴풋하나마 마가렛을 생각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그 때 마가렛과 비교했던 것이 생각났다. 아울러 자신이 수련을 한다고 여자를 만나지 않은 것이 무의식중에 마가렛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란 것도 깨달았다.
‘내가 마가렛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가?’
그런 생각을 언제부터 했는지 생각하다 눈 덮인 정원을 거닐던 때가 떠올랐다. 마가렛이 자신이 처한 사정을 말할 때에 연민을 느꼈는데 왠지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냥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 서로 공동 운명체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내면 깊숙한 곳에서 마가렛을 여자로 느끼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목걸이를 만들려고 마음을 먹은 것도 단순히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다시 만날 때까지 나를 잊지 말고 그 동안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니? 그렇기에 감청기능을 추가하여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했고 텔레포트 기능마저 추가를 하여 언제든지 갈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사이먼은 자기가 마가렛을 좋아한다고 인정하자 그동안 자신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조금만 참자. 아직은 때가 아니다. 나야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마가렛은 연약하다. 왕실에서도 마가렛을 경계하여 나와 떨어뜨려 놓았다. 거기다 흑마법사가 나를 노리는 상황에서 마가렛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가는 마가렛이 위험해진다.’
사이먼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멀리서 한동안 바라보다가 결국 사비올라로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나만 강해져서는 안 된다. 주변을 지킬 정도로 철옹성을 구축해야 한다. 나를 따르는 세력으로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까지 지킬 능력을 키워야 한다.’
사이먼은 자신의 주변에 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기 위한 방도를 생각했지만 뾰족한 방도가 없어 고민이 깊어졌다.
“변경영지인 오시러스 지역으로 가라니 정말 어이가 없군.”
코론 공작은 하필이면 남서부에 위치한 로크 왕국과의 접경지대인 오시러스 지방의 주지사로 가라고 하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결국 따라야 했다.
“생각해보면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참모인 팔레티안 자작의 말에 코론 공작은 얼굴을 찡그렸다.
“저들이 그걸 모르고 보낸 것인 줄 아나? 알면서 함정을 파놓고 보낸 것이지. 우리 왕국이 다른 것은 관대하나 다른 왕국과의 접촉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하고 있네. 그리고 그곳에는 국왕 직속의 국경경비대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네.”
코론 공작은 그 대장 중에 하나로 누군가 파견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고 있었다.
“설마 다섯 개의 국경 경비대의 대장 중에 하나로 그자가 올 것이란 말입니까?”
“그렇다고 봐야지. 더구나 로크 왕국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 심상치가 않아.”
코론 공작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시간만 보낼 것 같았다. 다른 나라와 전쟁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반란을 꿈꾸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조금만 수상한 짓을 하거나 수상한 행동으로 의심을 받는다면 반역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었다. 고귀한 혈통일지라도 단 하나 외세와 내통한 경우에는 용서가 없었다.
“전쟁이 벌어진단 말입니까?”
“그들은 새로 얻은 무기를 사용해 보고 싶을 거야. 그것이 나를 노리는 비수가 되겠지.”
코론 공작은 아일라 2세의 의도를 알 것도 같았다. 그가 충동질한 자들과 대적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도록 하는 것으로 보복을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조금만 미적거리는 상황이 벌어지면 내통을 했다고 처벌을 할 수도 있었다.
“한데 로크 왕국에서 전쟁을 한다면 이길 자신이 있는 것입니까? 그들은 나라의 크기나 인구수에서 모두 왕국에 비할 바가 아니지 않습니까?”
왕국의 면적은 비교 자체가 불가할 정도로 차이가 컸고 인구도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 로크 왕국이 에카테리나 왕국을 노리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넓은 면적이 왕국의 약점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겉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전쟁은 인구가 많다고 해서 꼭 이기는 것은 아니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투력을 투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더구나 접경지대는 왕실직할령이라 왕국의 전력을 투입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 더구나 제국이 들쑤시는 상황이 벌어지면 혹할 수도 있겠지. 초반에 대영지들이 병력을 파견하지 않을 수가 있지. 시간을 끌면 달라지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로크 왕국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실수하는 것이지.”
“로크 왕국이 불리하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그들은 사이먼이란 왕의 검을 과소평가하고 있지.”
“사이먼 자작을 과소평가한다는 말입니까?”
“무서운 녀석이야. 지금보다 앞날이 더 기대가 되는 존재이지. 지금쯤이면 도망친 마스터 넷이 다 달려들어도 이기지 못할 정도로 성장을 했을 거야. 이렇게 1년, 2년이 지난 후에는 검사들 중에서 이길 존재가 없게 되겠지.
여기에 마탑의 전력 자체가 그들에 비해서 우리가 훨씬 우위에 있지. 그러면 아무리 전력이 강하다고 해도 끝이야. 아마 레버스 강을 건넌 자들 중에 돌아가는 자는 극소수에 달하겠지.”
코론 공작은 원하지 않는 오시러스 지방의 주지사로 임명이 되어 현지에 부임했다. 원래라면 사비올라 인근의 주의 주지사가 되어야 했지만 최근 변방 직할영지의 인구가 증가해서 그곳의 인구가 가장 많아 서열이 높다고 하니 거부할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인구가 많아지면 주를 분리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변경 영지의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를 하고 있었다. 새로운 농경지를 개척하지 않아 일부 영지는 인구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나중에 기회를 봐서 사비올라에 올라올망정 일단 내려가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국왕인 아일라 2세가 허락을 해야 사비올라에 머물 수가 있는 일이니 다시 올라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왕위를 노렸던 코론 공작이 그곳으로 발령이 나면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던 다른 공작과 후작 하나가 역시 세리카나 지역과 혼타 지역의 주지사로 임명이 되었다. 그들이 변경의 주지사로 파견이 되면서 마침내 아일라 2세를 노리던 왕족의 발호도 사실상 종결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왕권을 노리던 자들을 외곽의 주지사로 임명할 수 있는 것은 힘의 우위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사이먼을 이용하여 언제라도 그들의 발호를 격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런 조치를 가능하게 했고 왕족들도 명령하는 대로 임지에 부임할 수밖에 없었다.
사이먼은 애쉬톤 산 동쪽 바닷가 지역을 영지로 받는 것을 검토하고 있었다. 영지를 받는 조건 중에 빈 공지를 영지로 받고 직접 개척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럴 경우 영지 숫자에 대한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개척영지를 받은 경우에 무한정 되는 것이 아니라 죽기 전에 남작령 크기로 영지를 발전시켜야 했다.
일정한 인구와 경작지, 거기에 적정 수준 이상의 기사단과 영지병을 보유해야 영지가 후대에 세습이 되었다.
그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사후에 세습되지 못하고 직할령으로 다시 흡수가 되어 버렸다. 상속인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해주기는 하지만 영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이먼은 법을 검토한 결과 영지를 받는 것은 요원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존의 계승영지 중에 주인이 없는 영지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영지를 받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론 드라코나 영지같이 가장 외곽에 있는 영지는 몬스터의 침입이나 변란으로 영주가 변을 당하는 경우도 발생하지만 상속을 받을 사람이 없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결국 귀족의 권리로 개척영지를 신청하여 받은 다음에 직접 개척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것도 왕이 허가를 해줘야 했지만 나중에 낙향을 하게 되면 그 정도는 가능해 보였다.
‘낙향을 할 시기가 멀지 않은 것 같은데.’
사이먼은 직감적으로 아일라 2세가 그를 가까이 두지 않을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주지사 임명이 마무리 되고 2년 정도 지나면 근위기사로 받아들이지 않고 낙향을 지시할 것 같았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 변방에 영지를 수여하려는 것 같았다.
아일라 2세는 사이먼처럼 통제하기 어려운 존재를 근처에 두지 않을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사이먼은 전적으로 아일라 2세의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차라리 그런 시기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사이먼은 그곳을 개척하여 정착한 후에 바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을 생각하기에 그곳을 영지로 받으려고 하고 있었다.
‘거기를 선점하고 동쪽으로 진출을 하면 된다. 인구야 왕국에서 이주를 시키면 된다. 돈이야 충분히 모을 수가 있다.’
사람들은 인구가 넘쳐나는 영지에서 이주비용만 부담하고 데려오면 되었다.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할 정도로 경작지를 개척하지 못하고 있는 영지가 허다했다.
그렇게 이주해온 자들을 데리고 계속 동쪽으로 진출해 나가면 되었다. 최대 40만 정도 이주를 시키고 그 이후에는 늘어나는 인구를 계속 동쪽으로 이주시키면 스스로 34번째 대영지를 개척할 수도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