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24)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25화
뜻밖의 인연(1)
“C급 플레이어 자격증은 써주신 주소로 내일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음…. 바로는 안 되는 겁니까?”
“예. C급 플레이어 자격증부터는 마석을 가공한 식별 장치가 들어가서요. 바로 당장은 발급이 불가합니다.”
“알겠습니다.”
다음날 아침.
플레이어 관리소로 향한 강우는 바로 C급 게이트의 출입허가증을 요청했다.
마석 거래량은 이미 승급에 필요한 거래량을 넘어선 지 오래.
강우는 관리소 내에 설치된 레벨 측정기로 3차 각성을 했다는 것을 확인받고는 바로 자격증을 받기 위해 입구로 향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내일 주소로 보내준다는, 그의 기대와는 다른 대답이었다.
‘바로 C급 게이트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원래 계획은 3차 각성에 도달한 후 며칠 동안 느긋하게 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계획은 악마숭배자들과 조우하게 되면서 대폭 변경됐다.
그들에게 전도를 했다는 악마교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의 목적은 무엇이며 세력은 어느 정도 있는지 파악하기 전에는 최대한 힘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흐음.”
강우는 맹시의 권능을 사용해 게이트를 지나갈까 잠시 고민했다.
최근 급격히 마기의 양이 늘어났기 때문에 삼엄한 경계라도 한 번이라면 어렵지 않게 뚫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두자.’
고민을 이어가던 강우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악마교가 당장 활동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어차피 그들의 단서를 찾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게으르게 있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언가에 쫓기듯 움직일 필요는 없다는 의미.
‘원래 계획대로 좀 쉬어볼까.’
기왕 이렇게 된 김에 하루 정도 편하게 지구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지구에 와서 제대로 쉰 날이 하루도 없으니까.’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지만 지구에 온 이후 한 번도 제대로 쉬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강우는 갑작스럽게 생긴 휴일에 살짝 기분이 들뜨는 감각을 느꼈다.
“그런데….”
플레이어 관리소 앞.
수백, 수천의 사람이 지나가는 복잡한 도심 속에 홀로 있게 된 강우는 짧은 침음을 삼켰다.
“뭘 하지?”
강우는 당최 알 수 없다는 듯이 이마를 쓰다듬었다.
애초에 그는 유흥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인간이었다.
가난하게 살았던 과거의 그의 유흥거리라고는 가끔 먹는 외식과 밤에 스마트폰으로 보는 만화와 소설 정도.
그것도 일부러 돈이 나가지 않기 위해 무료 편수만 골라서 봤을 정도였다.
지옥으로 간 이후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지구에 대해 갈망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하고 싶은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일단 경험을 해봐야 그리워하든 하지 않겠는가.
“끄응.”
강우는 우선 근처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생각해 보니 내가 참 재미없는 인생을 살긴 했구나.’
과거에 즐겼던 유흥거리를 생각해보려고 해도 애초에 논 기억자체가 별로 없다 보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음…. 치킨이라도 먹으러 갈까.”
강우는 전에 먹었던 치킨과 맥주를 떠올리며 군침을 삼켰다.
한설아가 해주는 음식들이 너무 맛있다 보니 최근 다른 음식을 먹을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치킨이라면 또 얘기가 달랐다.
‘그런데 시간이 좀 애매하군.’
그가 플레이어 관리소를 찾은 것은 이른 아침.
지금은 아직 점심시간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침부터 치킨과 맥주를 파는 곳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
그때 강우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생각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이제까지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었지만, 어렸을 시절 너무나도 부러워했던 장소.
“그래, 거길 한번 가봐야겠어.”
강우는 흥분에 찬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그의 기억대로라면 그 장소는 도심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찾았다.’
간판을 발견한 강우의 눈이 반짝였다.
강우는 뛰는 것처럼 빠른 걸음걸이로 간판이 있는 장소로 향했다.
[야이언스 PC방~죽음은 바람과 같지, 늘 내 곁에 있으니~]“드디어 PC방을 가보는 구나!”
강우는 간판을 올려다보며 들뜬 목소리로 소리쳤다.
어렸을 적 PC방을 가는 또래 아이들을 보며 얼마나 부러웠던가.
나중에 성인이 된 이후에는 매일 같이 일을 하느라 갈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장소였다.
‘하나씩 경험해가야지.’
만 년 동안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모두 겪은 그였다.
죽음에 가까운 상처를 입었던 것만 해도 수천 번이 넘었다.
이제 지구로 귀환했으니 그 고생에 대한 보답을 받을 때였다.
강우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것, 즐기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해나갈 생각이었다.
“가볼까.”
강우는 무슨 최후의 전장으로 떠나는 전사처럼 비장한 목소리로 PC방의 문을 열었다.
청아한 방울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어디 보자…. 이렇게 회원 가입을 하고. 미리 돈을 충천해 오면 되는 건가?”
강우는 PC방에 처음 온 것치고는 꽤나 능숙하게 회원가입을 마치고 로그인을 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시골에서 갓 상경한 사람처럼 이것저것을 둘러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깔끔하게 꾸며진 바탕화면을 둘러보던 그는 상단에 있는 ‘먹거리 주문’을 클릭했다.
“오…. 먹을 것도 시킬 수 있는 건가?”
정갈하게 정리된 메뉴는 마치 음식점을 연상케 했다.
강우는 고민을 이어가다가 이내 A세트 메뉴를 클릭했다.
‘PC방에는 라면이랬지.’
PC방에서 먹는 라면이 그렇게 맛있다는 얘기를 몇 번 들은 기억이 있었다.
“그럼.”
라면을 시킨 강우는 해볼 게임을 찾았다.
하지만 게임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강우가 게임을 고르기는 쉽지 않았다.
‘뭔지 알아야 하든가 말든가 하지.’
고민을 이어가던 강우는 결국 인기게임에 있는 게임 하나를 적당히 골라 들어갔다.
대문자 L로 만들어진 아이콘을 클릭하니 이번에도 역시 가벼운 회원가입 절차가 있었다.
“응?”
회원가입을 완료해서 접속하니 바로 광고창 하나가 떠올랐다.
[스타트업 패키지–룬 페이지 5개, 10만 IP, 레벨 30으로 상승!]“호오.”
화려하게 꾸며진 상자박스에는 각종 혜택과 함께 구매에 필요한 금액이 적혀 있었다.
‘기왕 할 거면 30레벨로 시작하는 게 낫지.’
이 게임에서 레벨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레벨이 높은 게 손해는 아닐 것 같았다.
스타트업 패키지를 결제한 강우는 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그는 ‘랭킹전’이라고 쓰여 있는 버튼을 눌러 게임을 시작했다.
“서포터라… 무슨 직업군이 따로 있는 건가.”
강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적당히 캐릭터 하나를 골랐다.
그가 선택한 것은 바람을 다루는 마법사 캐릭터.
‘일단 저기로 가면 되는 건가.’
강우는 자신의 파트너로 보이는 금발 미소년 캐릭터의 뒤를 따라 맵의 아래로 움직였다.
게임이 시작한 지 1분 30초가 흐르자 양 진영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상대편과의 2대 2 대치가 시작되었다.
“아하, 몬스터의 막타를 치면 돈이 오르는 거군.”
게임을 잠깐 플레이하던 강우는 어렵지 않게 그 게임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었다.
몬스터를 잡으면 돈이 오른다는 것을 확인한 강우는 열심히 마우스를 움직여 몬스터를 잡기 시작했다.
그때, 채팅창의 금발 미소년 캐릭터로 보이는 유저의 채팅이 올라왔다.
[잇츠리얼: 왜 막타를 치는 거야.]강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채팅을 쳤다.
[짠나: 이거 치면 돈 올라.] [잇츠리얼: 아니, 넌 미니언 먹으면 안 된다고 이런 미친**야.] [짠나: 너도 빨리 쳐. 돈 오름.] [잇츠리얼: 이런 씨** 야이 개** 엄마아빠 ***한 새*가.]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의 파트너로 있는 금발 캐릭터는 몹시 분노한 것 같았다.
“A세트 4천 원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강우는 주문했던 라면 세트가 나오자 점원에게 돈을 건넸다.
라면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다.
‘냄새 끝내주네.’
가난했던 과거 시절 거의 주식으로 삼았던 라면.
너무 질려서 다시는 먹기 싫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라면이었지만 이렇게 PC방에 와서 냄새를 맡으니 군침이 절로 삼켜졌다.
“후르르륵!”
강우는 젓가락을 들어 계란까지 풀어져 나온 라면을 입 안에 담았다.
매콤한 향과 함께 라면 특유의 감칠맛이 입 안에 퍼져 나갔다.
‘맛있다!’
어느새 게임은 뒷전이 된 그는 타워 근처에 캐릭터를 옮겨 놓은 후 라면을 먹는데 정신을 집중했다.
“라면에 단무지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라면과 함께 나온 단무지를 베어 문 강우는 짧은 감탄사를 흘렸다.
김치에 비할 수는 없지만 단무지도 단무지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았다.
강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라면과 함께 나온 김밥을 먹었다.
[잇츠리얼: 야, 움직여!! 제발!! 나 승급전이란 말이다아아아아!!]채팅창에 그와 함께 간 파트너의 절절한 글귀가 올라왔지만 라면에 온 정신을 기울이고 있는 강우는 미처 그 채팅을 보지 못했다.
“생각보다 PC방은 별로네.”
게임이라는 것을 워낙 해보지 않은 탓일까. 강우는 PC방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역시 먹는 게 최고야.”
게임보다 오히려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여기서 먹는 라면.
이것만을 위해서 다시 한번 PC방을 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강우는 라면을 깨끗이 비운 후 탄산 캔의 뚜껑을 따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시원한 탄산의 감촉이 목구멍을 타고 전신에 퍼져 나갔다.
그때였다.
-콰앙!!
“짠나 이 개자식!!! 아아아악!!”
강우의 바로 뒷자리에서 분노에 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야구 모자를 눌러쓴 붉은색 단발의 여인이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 있었다.
진한 눈썹과 도톰한 입술, 오뚝한 콧날과 새하얀 피부.
헐렁한 추리닝에 모자를 눌러쓴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는 전혀 빛을 바라지 않고 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그녀의 시선이 강우와 마주쳤다.
그녀는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그를 쏘아보였다.
“뭘 봐? 불만 있어? 안 그래도 기분 나쁘니까 건들….”
날이 잔뜩 선 목소리로 말하고 있던 그녀의 시선에 강우의 게임화면이 보였다.
“…어?”
그녀는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이 자신의 화면과 강우의 화면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두 화면을 번갈아보던 붉은 머리칼 여인의 입가가 씨익 비틀어 올라갔다.
“이야, 이거 이거. 세상에 이런 우연도 있네.”
그녀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좋은 말로 할 때 튀어나와, 이 빌어먹을 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