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411)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412화
네 딸은 내가 데려가마 (1)
[에키, 드나…?]붉은 용은 떨리는 눈빛으로 에키드나를 내려다보았다.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허.”
강우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과거 에키드나를 홀로 내버려 둔 채 홀연히 사라진 아버지.
‘마룡 카르가스라고 했나?’
예전에 봤던 메시지창을 떠올렸다.
‘설마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흠.”
강우는 가늘게 눈을 떴다.
카르가스에 대해 좋은 감정은 없다.
애초에 에키드나를 그토록 불행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니 좋은 감정이 있을 수가 없었다.
‘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키드나의 눈앞에서 그를 곤죽을 내버릴 수는 없는 노릇.
강우는 일단 대화를 해봐야겠다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당신이 카르가스입….”
[네놈드으으으을!! 에키드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게냐!!!]강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분노에 찬 카르가스의 외침이 칼데산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강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이 새끼.’
에키드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하다니.
뭘 보고 저렇게 극대노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강우는 에키드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 저렇게 화를 내는….’
에키드나의 옆에 앉아 등에 손을 올리고 있는 붉은 근육질의 거한의 모습과,
그녀의 앞에 서 있는 분홍색 에이프런 차림의 뼈다귀가 보였다.
“어?”
어, 음.
‘화낼 만하네.’
아무런 정보도 없는 사이에서 자신의 딸이 악마와 언데드 사이에 끼어있는 모습을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런데.’
마룡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악마나 언데드랑 같이 있는 걸 보고 저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리가 없는데.
강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르가스를 바라보았다.
통찰의 권능으로 카르가스를 살폈다.
‘마기가… 없잖아?’
설마 자신처럼 광휘의 신으로 각성하면서 마기가 사라지게 된 건가 의문이 스쳤지만 카르가스에게 신격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강우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서 에키드나에게서 떨어지지 못하겠는가!]카르가스가 포효를 터트리며 거칠게 발을 굴렀다.
거대한 마력이 일어나 발록을 향해 쏘아졌다.
“아, 안 돼, 아빠!”
에키드나가 다급히 소리쳤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발록의 앞을 가로막았다.
발록을 향해 쏘아지던 마력이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콰아앙!
호수에 충돌한 마력이 높은 물기둥을 만들어 냈다.
[안 된다니… 그, 그게 무슨 말이냐.]카르가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에키드나는 작은 주먹을 움켜쥐며 말을 이었다.
“내 친구들이야. 건드리지 마.”
에키드나는 날카롭게 눈을 뜨며 카르가스를 노려보았다.
카르가스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친구…? 호, 혹시 악마에게 세뇌라도 당한 것이냐?!]믿을 수 없다는 듯, 절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런 거 아냐.”
에키드나는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카르가스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아빠….”
억눌러 왔던 감정을 풀어내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까지… 어디 있었던 거야?”
가늘게 떨리는 어깨.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서글픈 눈빛.
저 한마디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억눌러 왔을까.
강우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카르가스가 숨을 죽였다.
침묵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나긴 침묵이 이어졌다.
[미안, 하다.]끊어질 것 같은 목소리로, 카르가스는 고개를 숙였다.
“왜, 왜 갑자기 사라진 거야? 왜 날… 버린, 거야?”
[버린 게 아니다!!]고개를 번쩍 들며, 다급히 외쳤다.
“그러면!!”
에키드나가 거칠게 입술을 깨물었다.
뺨을 타고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 왜….”
울먹이는 목소리로 무릎을 꿇었다.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이 이슬처럼 턱에 맺혔다.
발록이 손을 뻗어 에키드나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어디서 더러운 악마가 나의 아이에게 손을 대는가!]“네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발록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비릿한 비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카르가스… 그래, 분명 전에 아몬에게 들은 기억이 있다. 신격(神格)을 탐하여 용의 금기를 깨트린 죄로 용신의 저주를 받은 용이 있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카르가스를 노려보았다.
“어리석은 용이여, 루시퍼라는 악마를 아는가?”
[…악신의 수하였나?]“아니.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발록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에키드나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사나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악신조차, 자신의 자식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냔 말이다.”
[…….]흠칫. 카르가스의 몸이 떨렸다.
붉은 용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혓바닥 같은 화염이 입술 사이로 날름거렸다.
[어쩔 수, 없었다.]나지막이 말했다.
저주.
그것이 무슨 의미일까, 강우는 생각을 이어갔다.
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네가 싼 똥 때문에 저주를 받아 마룡이 됐는데 그 저주란 걸 풀기 위해 딸을 버려두고 용신에게 용서를 구했다는 거네?”
굳이 용서를 구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거래를 했을 수도, 협박을 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가 ‘저주’라는 것을 풀기 위해 에키드나에게서 떠난 것은 의심할 여지없는 사실이다.
“뭐, 마기가 느껴지지 않은 거로 봐서는 어찌 저주는 풀린 모양인데….”
그 저주를 푸는 사이,
에키드나는 고독에 짓눌려 죽어갔다.
[닥쳐라!]카르가스가 거친 목소리로 외쳤다.
[마룡의 숙명에 대해 네가 뭘 안단 말인가!!]절규하듯 말을 이었다.
[마룡은 그 어떤 용에게도 인정받지 못한다! 배척당하고, 척살당한단 말이다!]그렇기에.
[내 아이에게… 그런 고독을 물려줄 순 없었다.]씹어뱉듯 말했다.
강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야, 누가 들으면 용신이 그냥 널 존나 싫어해서 저주를 건 줄 알겠어?”
고개를 숙인 채, 가늘게 어깨를 떨고 있는 에키드나에게 다가간다.
에키드나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참, 편한 말이지. 어쩔 수 없다는 말은.”
다 너를 위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참으로, 참으로, 참으로.
달콤한 말이다.
쓰디쓴 죄책감이 지워질 만큼.
“사실 난 잘 모르겠어.”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자식도 없을뿐더러, 부모조차 없었으니까.
그에게 있어 가족애라는 것은 미지의 영역이다.
“그런데.”
강우는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에키드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에키드나가 정말 그걸 원했을까?”
울고 있는 소녀를 바라본다.
그녀에게 있어 카르가스는 이 세상 모든 것이었다.
자신이 마룡이라는 사실도, 다른 용들에게 배척받는다는 사실도 그녀에겐 중요치 않았다.
고독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그녀를 그 누구보다도 고독하게 만들었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그래서 모른다고 했잖아, 새끼야.”
사실 알 필요도 없다.
카르가스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각오로 그녀의 곁을 떠났는지.
그 안에 얼마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절절한 스토리가 있었는지.
그딴 게 뭔 상관이란 말인가.
“중요한 건.”
에키드나의 어깨를 당겼다.
강우의 품에 안긴 에키드나의 눈이 커졌다.
“강, 우?”
떨리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본다.
강우는 에키드나를 품에 안은 채 카르가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에키드나는 내 권속이라는 사실이지.”
[…뭐라?]카르가스의 눈이 부릅떠졌다.
‘권속’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가, 감히! 감히 에키드나를 노예로 부리고 있었단 말인가!!]“어허, 누가 들으면 오해할라.”
적어도 부하라고 해라 인마.
[에키드나에게서 떨어져라!]카르가스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강우는 피식 웃으며 에키드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떨어지라는데?”
어떻게 할까?
“…….”
에키드나의 표정에 갈등이 서렸다.
그녀는 가늘게 몸을 떨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천천히 손을 뻗어 강우의 옷깃을 잡았다.
“떨어지지 마.”
또다시 날.
“혼자 내버려 두지 말아줘….”
흐느끼는 울음소리.
강우는 짙게 웃었다.
“이거 어쩌냐.”
카르가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네가 버려지게 된 것 같은데?”
[이노오오오옴!]카르가스가 높이 고개를 들었다.
분노에 찬 괴성을 흘리며 강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강우는 카르가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꿇어라.”
언령의 힘으로 명했다.
-쿠우우웅!
[커헉!]카르가스의 거대한 몸이 알 수 없는 힘에 짓눌렸다.
그는 바닥에 짓눌린 채 경악에 찬 눈빛으로 강우를 노려보았다.
[어, 어찌 인간이 어, 언령을….]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내, 절규하며 몸을 비틀었다.
[나의 아이야! 어서 이리 오거라! 너는 그 인간에게 속고 있는 게다!!]“…우으.”
에키드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카르가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빠.”
간절히 부르고 싶었던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에키드나는 허리를 곧게 편 채,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아빠가 처음 사라졌을 때… 많이, 많이 외로웠어.”
[그, 건….]“나는 마룡이라도 괜찮았어. 다른 용들에게 따돌림당해도, 배척받아도 상관없었어.”
내가 필요했던 건.
“아빠랑… 같이 있는 것뿐이었는데.”
그런데.
“왜, 왜…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던 거야.”
에키드나의 눈을 타고 투명한 눈물이 흘렀다.
[에키드나야….]카르가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한동안 눈물을 흘리던 에키드나가 고개를 들었다.
어딘가 후련하다는 듯, 억눌러왔던 감정을 풀어냈다는 듯.
말했다.
“난 아빠한테 가지 않을 거야. 내가 있을 자리는… 이제 여기니까.”
그녀는 강우의 옷깃을 움켜쥔 손에 힘을 더했다.
강우는 씩 웃었다.
에키드나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입가를 비틀어 올렸다.
“그렇다는데 어쩌냐?”
낄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차연주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지금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는 안다.
에키드나가 카르가스 대신 강우를 선택한 것도, 모든 일은 카르가스가 자초한 일이라는 사실도,
다 알고 있다.
‘근데.’
절규하는 카르가스와, 에키드나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강우의 모습.
‘왜지.’
저 새끼 왜 저렇게 악역 같지.
[아, 안 된다!! 내, 내 딸만은…!]“그러게 평소에 잘했어야지~.”
아니, 저기요.
[으, 으아아!! 내, 내 딸에게 무슨 짓을 할 속셈이냐!]“하하하! 적어도 너랑 같이 있는 것보다는 즐거운 나날을 보내게 될 거야.”
오강우 이 새끼야.
“가끔씩 사진 정도는 보내주지. 아주 행복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말이야.”
야 이 미친놈아.
“푸흡! 푸헤헤헿!! 그럼 네 딸은 내가 데려가도록 하마!”
“…….”
차연주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경악에 찬 눈빛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진짜….”
존나 쓰레기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