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ous Beverage RAW novel - Chapter 107
정도마신 106화
하지만 그는 조금 더 신중했어야 했다.
천하의 야차쌍도가 내공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청년의 평범한 발길질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생각했어야 했다.
탁.
사완악은 특별히 어떤 무공을 펼치지도 않고, 그저 날아오는 사내의 대도의 날을 손바닥으로 움켜잡았다.
‘내,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나?’
음흉한 얼굴의 사내는 순간적으로 눈앞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눈을 끔벅였다.
자신이 내공을 끌어 올리며 휘두른 도를 막거나 피하는 것도 아니고, 맨손으로 잡아 버리다니?
사내는 당황한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자신의 병기를 회수하려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대도는 땅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박힌 나무처럼 사완악의 손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세게 흔들고 빼내려 해도 사완악의 손은 요지부동이었다.
사내는 그제야 무엇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미 늦었다.
짝!
사내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사완악이 다른 손으로 그의 뺨을 때린 것이다.
“큭……!”
사내는 고개를 돌려 사나운 눈빛으로 사완악을 노려봤는데, 그 순간 사내를 때렸던 사완악의 손이 같은 궤적으로 돌아오며 손등으로 사내의 반대쪽 뺨을 후려갈겼다.
사내의 입에서 억, 하는 비명과 함께 부러진 이가 튀어나와 땅에 떨어졌다.
사내는 당황스러우면서 화도 났지만,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고통이었다.
그저 가볍게 휘두른 손짓같이 보였지만, 한 줄기 내공이 흘러들어와 입 안이 찢어지고 얼굴뼈가 부러진 듯한 격통이 느껴졌다.
“이 새끼가!”
이때 발길질에 맞아 몸을 웅크리며 쓰러졌던 사내가 언제 도를 뽑았는지 기합을 지르며 혼신의 일격을 날렸다.
아니, 정확히는 날리려 했다.
하지만 사완악은 그에게 다시 한번 똑같은 동작으로 발길질을 날렸고, 그 발끝이 이번에는 달려드는 사내의 단전에 파고들었다.
“끄억!”
사내는 입에 거품을 물며 고꾸라져 배를 움켜쥐고 발작하듯 몸을 떨었다.
사완악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는 내공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목숨은 살려 주었으니 나쁜 짓을 그만두고 회개하며 개과천선하거라.”
야차쌍도는 직감적으로 사완악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저 한 번의 발길질로 야차쌍도의 단전을 파괴시켜 버리다니?
과연 천하 팔대고수가 온다한들 가능한 일일까?
어쨌든 단전을 파괴한다는 건 무림인에게는 죽음보다 더 큰 형벌이었기에 그들은 고통보다 더한 절망과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고 있던 설린은 눈앞의 상황이 전혀 웃을 일은 아니었지만, 사완악이 내뱉은 말에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야말로 책에서나 나올 법한 협객의 대사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설린의 웃음은 쏙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다,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음흉한 얼굴의 사내는 말투가 매우 공손해져 있었다.
사완악이 말했다.
“내 이름은 사완악이다.”
설린이 깜짝 놀라 사완악을 불렀다.
“사 공자님, 굳이 이름을 밝히실 필요는…….”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뺨을 맞았던 음흉한 얼굴의 사내는 사완악이라는 이름이 왠지 익숙하게 느껴져 곱씹다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사완악을 쳐다봤다.
그제야 사완악이 입고 있는 백의장삼과 곱상한 얼굴이 일 년 전에 귀가 아프게 들었던 소문과 맞물려 눈에 들어왔다.
“설마…… 무림공적 사완악…….”
사완악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나다.”
사내는 이 상황이 너무 갑작스러워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온 무림의 눈을 피해 땅굴을 파고 숨어 지내도 모자랄 무림공적이 어째서 자신의 눈앞에 나타나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그 무림공적 사완악이라면……
천하 팔대고수 중 한 사람이자 정도맹의 맹주였던 운룡무왕 양천상까지 죽인 엄청난 고수가 아닌가?
“마, 말도 안 돼…….”
“말이 되건 안 되건, 빨리 돈부터 내놔라.”
“…….”
“뭘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어? 너희가 먹은 음식 값과, 지금 이 소란을 만든 책임의 보상까지. 가진 돈은 다 내놔. 너도 단전이 파괴되기 싫으면.”
사완악의 말에 음흉한 얼굴의 사내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는 황급히 품에서 하나의 주머니를 꺼내 사완악에게 넘겼는데, 그 안에는 상당한 양의 은자가 들어 있었다.
“이게 전부는 아닐 거 같은데.”
사완악은 슬쩍 땅에 쓰러져 있는 사내 쪽으로 눈짓을 주었다.
음흉한 얼굴의 사내는 다급히 쓰러진 사내의 품을 뒤져 주머니를 꺼내 사완악에게 주었다.
그 안에도 비슷한 양의 돈이 들어 있었다.
사완악은 주머니를 확인하고는 그들에게 가라는 듯 턱짓을 했다.
사내가 황급히 자신의 도를 회수하려는 순간, 갑자기 사완악의 발끝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억!”
사내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며 땅에 쓰러진 사내와 마찬가지로 몸을 웅크리며 쓰러졌다.
사내는 얼굴이 창백해질 정도의 고통 속에서도 의아한 얼굴로 사완악을 바라봤다.
그러자 사완악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한 사람만 당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 그리고 네놈은 가만히 놔두면 결국 또 나쁜 짓을 할 게 뻔하니까.”
사람들은 사완악이 사내를 속였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을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완악은 점소이에게 두 개의 주머니를 모두 건네주며 말했다.
“이 객잔에서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
점소이는 황송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객잔의 주인이자 주방장도 나와 사완악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건 너무 많은 돈입니다. 저들이 먹은 음식은 은자 한 냥이면 됩니다.”
사완악은 목소리를 조금 높여 말했다.
“이 객잔 안의 모든 손님들의 음식과 술값도 내가 지불하겠다. 놀란 분들에게 사과하는 의미로. 모두 마음껏 드십시오.”
객잔 손님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사실 그들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매우 놀랐지만, 횡포를 부리던 야차쌍도가 미공자의 손에 박살이 나자 통쾌하게 생각하던 중이었다.
게다가 공짜로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실 수 있게 된 셈이니 사완악을 향해 모두 박수를 보냈다.
객잔 주인은 재차 사완악에게 말했다.
“여기 있는 분들이 오늘 저희 객잔의 모든 재료가 떨어지고 값비싼 술을 동날 때까지 마시고 숙박까지 해도 이 주머니 한 개면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공자님께서 다른 좋은 일에 사용해 주십시오.”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군. 요리도 맛있었어.”
“그 말이 가장 기쁘군요.”
사완악은 주방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머니 한 개는 품에 넣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는 하북성 정유문의 사완악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 계신 분은 정유문의 문주님이시지요.”
설린은 사완악이 갑작스럽게 자신을 소개하자 얼떨결에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정유문의 문주, 설린입니다.”
사완악은 좌중을 둘러보며 힘주어 말했다.
“누구든 만약 힘이 부족해 크게 억울한 일이 생긴다면 정유문을 찾아오십시오. 정유문은 힘없는 약자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만, 저희는 가 보겠습니다.”
그리고 사완악과 설린은 객잔을 나와 그곳을 떠났다.
* * *
하북성에서 외곽에 위치한 어느 후미진 마을.
그곳에는 바람이 불면 당장 쓰러져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을 만큼 허름하고, 두세 사람이 간신히 몸을 뉘일 수 있을 정도로 좁은 초가삼간이 여러 채 모여 있었다.
사실 이곳은 하북성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천한 신분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었고, 이곳에 오면 가난한 귀신이 붙는다 하여 일반적인 사람은 얼씬도 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런 마을의 한 초가집에서 울음 섞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는 사람은 나이가 일흔이 넘은 듯한 새하얀 머리의 노파였다.
그녀의 옆에는 한 어린 소녀가 두 눈을 감고 누워 있었고, 그 옆에는 육감적인 몸매에 아름다운 얼굴을 한 여인이 있었다.
“이러지 않으셔도 돼요.”
여인의 말에도 노파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가씨는 제 손녀를 살려 주신 생명의 은인입니다. 이 가엾은 것을…… 돈이 없어서 의원에게 한 번 보이지도 못하고…….”
육감적인 몸매의 여인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 노파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돈이에요. 의원님께서 당분간 잘 먹여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손녀한테 아끼지 말고 맛있는 거 많이 사 주세요. 예쁜 옷도 한 벌 지어 주시고요.”
“아니, 그래도 어떻게 이걸…… 의원님을 불러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할머니, 저 돈 많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세상에…… 세상에, 이렇게 고마울 수가…….”
노파는 끝내 눈물을 뚝뚝 흘렸다.
여인은 노파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오늘 의원을 부르고, 이 돈을 드리는 건 사실 제가 아니에요.”
노파가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예? 그럼 누가…….”
“사완악. 이 하북성에 정유문이라는 문파가 있는데, 그 문파에는 사완악이라는 공자님이 계세요. 오늘의 일은 모두 사완악 공자님께서 베푸시는 거예요.”
육감적인 몸매의 여인은 바로 사령문의 삼 귀령, 천화였다.
“사완악…… 사완악, 사완악…….”
노파는 사완악이라는 이름을 입으로 몇 번이나 읊조리고는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분의 성함과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호호. 그분께서 들으시면 정말 뿌듯해하시겠네요. 그거면 됐어요.”
천화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 의원님이 기다리고 계셔서 가 보겠습니다. 오늘 여러 군데 들러야 하거든요.”
“그럼요. 어서 가 보셔야지요. 세상에…… 정말 선녀가 따로 없지.”
노파는 천화가 다른 집들도 도와주러 간다는 것을 알고는 더 이상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그렇게 천화가 집을 나간 후.
노파는 두 눈을 꼭 감고 혈색이 도는 얼굴로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손녀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젖은 음성으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때 천화 역시 문밖에서 노파의 말을 들었다.
그녀의 얼굴에 빙긋 미소가 떠올랐다.
‘천하에서 가장 정의로우신 사령문의 지존이라…….’
천화는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년의 의원에게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다음 집으로 가 볼까요?”
“예.”
이날, 이 가난한 마을에는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났다는 소문이 누군가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북경에서 가장 유명한 의원이 직접 찾아가 진료를 보고, 값비싼 약재를 석 달은 구입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나눠 주었으며, 옷과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돈도 주었다는 소문이었다.
이 모든 일을 베푼 사람의 이름은 정유문의 사완악이라는 말도 함께였다.
그리고 이러한 기적은 그 마을뿐만이 아니라 인근 여러 마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